미래를 향한 부드럽고 강한 힘, LG 전자 LSR/UX 연구소

어느 매체에서는 LG전자의 LSR/UX연구소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단순히 한두 사람을 측정한 결과가 아니다. 안구 추적, 동작 측정, 피부 전도 반응 등 다양한 기술을 총동원해 소비자의 반응을 연구한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LSR 연구소의 분석 결과다. ……” 흡사 007 첩보 작전을 떠올리게 하는 연구 과정이다. LSR/UX(Life Soft Research-User experience) 연구소, 이곳에서 LG 전자의 미래가 시작되고 있었다.
LG전자의 LSR/UX 연구소의 사무실 앞에 걸려 있는 간판이다. 진한 하늘색 바에 LSR/UX lab라 쓰여 있는 간판이 흰 벽 위에 붙어 있다.

LSR/UX 연구소, 딱딱한 전자 제품에 대한 부드러운 접근

LG전자의 한 켠에 자리한 LSR/UX(Life Soft Research-User Experience) 연구소. 이곳은 1989년, LG 전자의 상품기획에 대한 접근이 ‘하드웨어적’인 부분에 치우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설립된 곳으로, LSR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24년째 고객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용자 조사를 중심으로 하는 UX 연구소와 통합하면서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으로 고객을 연구하고 있다. 이름부터 생소한 이 곳, 도대체 누가, 어떤 업무를 하는 걸까? 연구소의 김남훈 파트장, 김종철 팀장, 최경아 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MINI INERVIEW
“LSR 연구소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최고의 연구소죠!” LSR 연구소의 ‘겸손한’ 연구원 세 분을 만나다 럽젠Q : 연구소 내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가요?

최경아 팀장 저희는 LG전자의 미래를 준비한다고 볼 수 있어요. 대상으로 하는 시장, 목표하는 년도에 어떤 상품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객조사도 하고, 기술 변화도 함께 종합하여 미래 출시될 상품에 대한 콘셉트를 연구, 제안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저와 김종철 팀장은 제품 연구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요. 여러 사업 분야 중에서도 저는 세탁기, 냉장고와 같은 백색 가전을, 김종철 팀장은 모바일 폰과 텔레비전을 담당하고 있죠.

럽젠Q : 담당하고 계신 제품군은 업무에 있어서 변하지 않는 부분인가요?

최경아 팀장 아니요! 저희의 업무는 매우 유동적이랍니다. 한국 냉장고를 기획했던 사람이 중국 시장을 겨냥한 냉장고를 기획할 수도 있고, 세탁기나 텔레비전을 기획하게 될 수도 있어요. 저희는 한 가지 제품, 시장만 아는 것보다는 여러 시장, 여러 제품을 다양하게 경험하는 것이 중요해요. 특히 글로벌 제품에 있어서는 여러 시장을 많이 아는 사람이 제품에 대해서 훨씬 좋은 기획을 낼 수 있거든요.

럽젠Q : 김남훈 파트장님이 속해 있는 ‘미래고객연구파트’는 무엇인가요?

김남훈 파트장 ‘트렌드’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는 곳입니다. ‘미래에 어떤 것이 화두가 될 것이다, 어떤 이슈가 떠오를 것이다.’에 대한 현재의 작은 신호들을 해석해서 트렌드를 앞서 예측하고자 하는 곳이죠.

럽젠Q : 제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LSR/UX연구소가 담당하고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인가요?

김종철 팀장 상품 기획의 단계,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해야 할 부분을 담당하죠. 제품 콘셉트의 ‘초기’ 단계를 도출, 제시하면 그 이후에 다른 부서에서 검토를 거친 후 실제 개발을 하게 됩니다.

LG전자의 LSR/UX연구소에서 최경아 팀장과 김종철 팀장, 김남훈 파트장이 한데 모여 회의하고 있는 모습이다. 흰색의 넓은 테이블에 모여 앉아 있는 세 명의 모습이 보이고, 테이블 옆에는 통유리로 된 창문과 큰 LG전자의 모니터 하나가 놓여 있다. 왼쪽 사진과 오른쪽 사진 둘 다 거의 비슷한 사진이지만 오른쪽에 앉아 있는 김남훈 파트장의 고개가 약간 돌아가 있는 정도의 차이가 보인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은 것’을 탄생시키다

LG전자의 트롬 스타일러의 모습. 냉장고와 같은 검은색 긴 직사각형의 외관의 모습이 보이고, 문을 열면 흰색의 내부에 옷들이 걸려 있고, 아래의 선반에는 개어진 옷들, 그리고 문 쪽 걸이에는 모자와 머플러가 걸려 있다.
새 옷을 처음 입어보았을 때의 느낌을 아는가? 꼭 새 옷이 아니더라도, 어머니가 빳빳하게 다려주신 바지, 드라이 클리닝 후의 재킷이나 셔츠를 떠올려도 좋다. 상쾌한 향과 질감의 천 속에 나의 손과 발을 막 집어넣었을 때의 느낌이란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매일 새 옷만을 입을 수도, 입었던 옷을 매일 매일 빨고 다리거나 세탁소에 맡길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 바로 이 생각이 신개념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의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LSR 연구소는, 이 스타일러의 콘셉트가 꺼내어진 곳이기도 하다.

최경아 팀장 저도 그렇고, 누구나 아끼는 옷이 있잖아요. 제대로 관리해서 오래도록 입고 싶은 옷. 그런 필요와 욕구에서 스타일러가 시작된 것이죠.

LSR 연구소는 소비자의 숨은 욕구를 찾아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제품을 제안한다. 때문에 ‘제품’ 자체보다는 그 제품을 사용하게 될 ‘고객’을 끊임없이 파고든다. ‘나’가 아닌, 고객이라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함이다.

최경아 팀장 우리가 고객을 연구해 알고자 하는 내용은 ’불편한 점이 뭐예요?’ 정도의 물음을 통해 알 수 있는 부분 또한 물론 있어요.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통해서 고객에게 직접 그 대답을 얻을 수 있죠. 과거에는 이러한 방법이 주가 되었고요. 하지만 사람들이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은 꼭 말이나 글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최근에는 다각으로 광범위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이렇게 LSR/UX 연구소에서는 다양한 방법의 연구를 통해, 남들이 아직 찾아내지 못한 고객의 특성과 필요를 조금 더 빠르고 정확하게 캐치해내고 있었다.

최경아 팀장 모바일 폰의 경우에는 일반 사용자 조사를 위해 뇌파 분석, 아이트래킹(eye-tracking; 눈동자 움직임 추적)과 같은 신경생리학적 지표를 얻을 수 있는 연구를 하고요. 중국 시장을 겨냥한 냉장고 개발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의 컬처 코드(culture-code)를 알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죠. 중국인들은 과거부터 음식을 어떻게 사고, 보관하고, 조리하고, 먹었는지,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전문가 인터뷰와 문헌 연구가 그 방법 중 하나이고요.

고객의 요구를 조사하는 설문조사의 경우에는 실행만 한다면 누구나 동일한 결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 한계가 된다. 결국 남들이 모르는 고객을 알기 위해서는, 고객 스스로도 모르는 ‘고객의 진짜 마음’을 알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 결과가 상품 기획에서 경쟁력을 획득하는 방법이 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지치지 않는 호기심

LG전자의 LSR/UX연구소의 모습들. 왼쪽 사진은 사무실 입구에 붙어 있는 대자보 게시판 같은 것으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여러 뉴스 기사나 트렌드 관련 자료들이 붙어 있다. 오른쪽 사진은 기사 최상단에서 보았던 LSR/UX 연구소의 간판으로, 흰 벽 위에 LSR/UX Lab라고 쓰여 있는 하늘색 판이 붙어 있는 모습이다.
LSR/UX 연구소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전공 불문’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연구소 내에는 경영학, 사회학, 심리학, 문화인류학, 산업공학, 전산학, 심지어 천문학과, 국어교육과까지 다양한 전공의 연구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LSR/UX의 연구원으로서, 혹은 이곳의 연구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세 사람의 공통적인 의견에 따르면, 그 첫 번째 요소는 ‘지적 호기심’이다.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나 생각에 대한 관심, ‘사람’에 대한 궁금증은 창의적 사고의 좋은 기반이 된다. 두 번째는 바로 ‘근성’. 연구원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하얀 가운을 입고 동그란 의자에 하루 종일 앉아있는 모습만을 떠올려서는 큰 코 다친다. 최경아 팀장의 말을 빌리자면,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낯선 나라에 퉁 하고 떨어뜨려 놓아도 금방 적응할 수 있는’ 근성이 필요하다.
여기에,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마지막 요소는 바로 ‘창의성’이다. 다소 엉뚱하게 보일 수 있는 창의적인 생각에서 깜짝 놀랄만한 기획이 시작될 수 있다. 호기심과 근성은 제쳐두고, 가장 중요하다는 창의성은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일까?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모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김남훈 파트장 물론 정말 타고난 사람은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창의성 또한 개인의 노력에 의해 충분히 개발될 수 있는 부분이에요.

또한, LSR/UX 연구소에서도 창의성 개발을 위한 일련의 프로세스가 준비되어 있다. 이는InnoJump(Innovation+Jump)라는 LG 고유의 창의적 문제해결과정을 기반으로 하여, LG 전자에 적합한 방향으로 진행중인 교육 방식이다. 창의성을 개인의 노력과 능력으로만 내버려두지 않고 ‘어떻게 하면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지’를 연구해, 이를 바탕으로 ‘함께’ 길러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김종철 팀장 시장에 ‘바로’ 나오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연구소만의 철학과 방법론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입니다.

머리 속에만 있던 생각,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을 눈에 보이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하나의 제품으로 구상해내는 것. 또한, 시대를 앞서되, 모두가 공감할 만한 필요를 파악하는 것. 이것이 LSR/UX 연구소의 역할이자, 다른 부서와 차별화되는 특징이며 매력 포인트다.

김남훈 파트장 우리가 냈던 콘셉트, 아이디어가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되고, 제품을 사용하면서 삶이 조금 더 편안해졌다고 할 때 기쁘죠. 많이 팔렸다고 하면 더 좋고요.(웃음) 무엇보다 그 시작에 내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가장 뿌듯한 일이 아닐까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 없이 공부하고 생각하는 LSR/UX는 LG전자에 있어서 가장 부드럽고도, 가장 강한 힘이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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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왕 신기방기 ㅎㅎ 기사 덕분에 LSR/UX 연구소의 존재를 첨 알았어요!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시네요. LG전자라고 하면 하드웨어적인 업무만 생각했는데 사실 고객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그 needs를 파악하는 게 가장 기본이 아닌가 싶어요. 회사에 가서도 팀플을 한다는게 뭔가 웃프지만 새롭네요! 지적호기심을 맘껏 뽐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그나저나 트롬 스타일러는 정말 베스트 아이템. 나중에 시집갈 때 가장 최신으루 장만할 거예요. *.*
  • 고은혜

    LG의 제품들이 소비자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고객의 마음을 파고드는 이런 노력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군요.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읽어주니 사람들은 그만큼 LG의 제품과 서비스에 신뢰를 보낼 수 있는 것 같아요ㅎㅎ 특히 뇌파 등 신경생리적 조사라니 참 신기하네요!ㅋ 새로운 것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ㅎ 감사합니다 다솜기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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