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멘토’

사수와 부사수.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즘 안방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서 언뜻 스친 기억이 있다.

군 통속어로 사용되는 사수(射手)는 총을 쏘는 사람, 부사수는 그 옆에서 탄피를 받는 사람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수와 부사수는 ‘주도하는 사람과 보조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통용되는데, 비단 군대에서 뿐만이 아니라 배움을 주는 사람과 가르침을 받는 사람의 뜻을 가지는 관계에는 어디든 적용할 수 있다.

직장 내에서도 사수와 부사수는 존재한다. 같은 업무를 먼저 경험한 선배가 사수, 가르침을 받는 신입사원이 부사수가 되는 것. 전시 상황에서 사수와 부사수의 호흡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둘의 운명은 결코 따로 존재할 수 없다. 조직 내 구성원 간의 관계가 중요시되고 있는 요즘, ‘사수’는 좀 더 넓은 의미인 ‘멘토’로 쓰이며 그 역할은 무게감을 더했다.

사수-부사수의 진화형 멘토-멘티

LG이노텍 ‘멘토링 프로그램’을 말하다 : 인재개발팀 장준호 차장&이혁 사원

2003년부터 시작된 LG이노텍의 ‘멘토링 프로그램’은 올해로 탄생 11년이 되었다. LG이노텍이 한창 성장할 즈음, 발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많은 인력이 필요했고 다수의 경력, 신입사원을 모집하게 되었다. 바로 그때 신입사원 조기 전력화의 일환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사업적인 부분의 이해와 부족한 현장 경험, 그리고 팀원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위한 일종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그렇게 11년. 프로그램을 거쳐 간 수많은 멘토-멘티의 피드백으로 지금의 ‘멘토링 프로그램’까지 진화, 발전해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멘토-멘티가 업무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유대관계를 잘 쌓을 수 있도록 한 회사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회사에서 생각하는 조직 문화와 멘토링 프로그램의 코드, 콘셉트가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보통 조직 내에서 ‘멘토링’이라고 하면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어요. 먼저 조직 내에서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그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지속적인 포지셔닝 역할인 거죠. 또 하나는 심리, 사회적 관점으로 봤을 때 조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스스로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게 조언이나 지시를 해준다기보다 조직 내에서 구성원으로서, 스스로 가치를 찾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멘토링 프로그램의 멘토-멘티는 커리어를 쌓기 위해, 업무를 도와줄 수 있는 같은 부서 내의 팀원인지, 세대 차이는 얼마나 나는지, 직급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멘티가 어려워하지는 않을지 등을 감안해서 정해진다.

선발된 멘토는 워크숍을 통해 교육을 받고 멘티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멘토링 프로그램 기간 동안 진행할 활동 계획서를 제출한 뒤, 한 달에 한번 회사에서 나오는 지원비로 두 사람이 시간을 갖는 ‘멘토링 데이’에 어떤 활동을 했고, 한 달동안 어떤 업무를 익혔는지 활동 보고서를 낸다. 진행 내용은 활동 보고서인 M다이어리에 기록하도록 하여 멘토-멘티가 글로써 정리하며 서로에 대해 또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도 한다. 단순한 ‘친목 도모’ 개념보다 체계적인 계획 아래에서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함께 한다’는 느낌을 두 사람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최종 목표.

프로그램의 마지막에는 이른바 ‘final review’로, 해당 임원들 앞에서 발표하는 단계도 있다. 8개월 동안 어떤 성과를 냈는지, 멘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의 활동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다. 우수한 팀에게는 인센티브의 포상도 주어진다. 주목할 것은 모든 과정이 통계상의 성과보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두 사람이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를 중요시한다는 점.

LG이노텍의 멘토링 프로그램의 ‘올바른 예’

LG이노텍 Lab.Software개발팀
박종태 주임연구원&유길현 연구원

LG이노텍의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우수 멘토-멘티로 뽑혔다는 환상의 커플(!)에게서 멘토링 프로그램의 ‘실상’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인터뷰가 처음이라 조금은 어색한 듯 보였지만 서로가 함께 있어 그런지 이내 입담을 펼치기 시작하는 두 사람. 대화를 나눌수록 그들이 왜 우수 멘토-멘티로 뽑혔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쿵짝이 잘 맞는 두 사람의 인연은 처음부터 남달랐다고.

멘토(박종태 주임연구원) : 원래는 제가 이 친구의 멘토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입사하기 이틀 전에 길현 씨가 맡아야 할 업무가 바뀌면서 급하게 제가 멘토를 하게 되었죠. 저희는 좀 갑작스럽게 만났어요.

멘티(유길현 연구원) : 아직도 기억나는 게, 신입사원 교육 때 당시의 멘토 분께 암벽등반을 좋아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어요. 그 선배가 소개해줄 사람이 있다고 하시더니 지금의 멘토 선배님을 연결해 주셨어요. 어찌나 반가워해 주시던지. 사실 그동안 다른 팀원들은 암벽등반 취미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멘토(박종태 주임연구원) : 결론적으로 생각해보면 이 친구는 앞서 말씀드린 암벽등반이나 철인3종경기, 복싱, 이런 도전적인 운동을 좋아해요. 저도 그렇거든요.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저희는 뭐랄까…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었죠.

줄을 묶는 사이가 되다

서로를 운명이라고 표현한 두 사람. 비단 비슷한 취향만이 두 사람을 엮어준 것은 아닐 것이다. 앞서 두 사람을 멘토링 프로그램의 좋은 예라고 소개한 것처럼 두 사람은 멘토링 프로그램의 목표를 알고 그것을 십분 활용하고 있었다.

멘토(박종태 주임연구원) :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 사람들 중에서도 가족같이 끝까지 내 편일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 주고자 하는 게 목적인 것 같아요. 저희 취미인 암벽등반에 비유해서 말씀드리면, 서로의 줄을 끝까지 놓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어주라는 의미 같아요. 암벽 등반하는 사람은 서로의 몸에 줄을 연결해요. 실수로 추락하더라도 줄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서로를 잡아줄 수 있거든요. 그 줄은 보통 믿지 않는 사람끼리는 묶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저희도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죠. 회사에서는 선후배로 만났지만 밖에 나가서는 ‘줄을 묶을 수 있는 사이’가 된 겁니다.

취미도 취향도 비슷해 친해지기 수월했다는 두 사람. 이미 줄을 묶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을 정도라고 하니 두 사람의 관계에서 진정성이 묻어났다. 그런 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일까? 취미 등의 야외활동을 꼽을 것 같던 두 사람의 대답은 의외로 ‘함께 한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멘토(박종태 주임연구원) : 길현 씨가 입사한 뒤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한 게 있어요. 한창 배울 시기였지만 도전 정신을 주기 위해 제가 어려운 연습 과제를 밀어붙였죠. 함께 밤도 새워가며 으쌰으쌰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지금에야 얘기지만 처음부터 못해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실패의 경험이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해 계속 밀어붙였습니다.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함께 한 첫 프로젝트이기도 하고 회사 업무와 관련있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굉장히 보람 있었어요. 길현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멘티(유길현 연구원) : 저는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때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처음으로 선배님이 프로젝트를 제안하셨는데 어려워 보였지만 결과보다도 과정에서 많은 것을 알게 됐어요. 선배님이 실무 경험이나 다른 경력이 많으셔서 기술적인 부분이나, 노하우 등을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업무적으로나 다른 방면으로도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보다 쉽게 접근하면서 진행하고 있고요.

반듯한 멘토, 그 뒤를 좇는 멘티

인터뷰 내내 멘토가 멘티를 얼마나 아끼는지, 멘티는 얼마나 멘토를 잘 따르는지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짧은 에피소드 만으로도 멘토가 굉장히 열과 성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끌어주는 선배로서, 보듬어주는 가족으로서 멘티를 갈고 닦아주는 그의 모습은 스스로 빛났다. 박종태 주임연구원은 매우 의젓하고 착실한 ‘멘토의 정석’이었다.

멘토(박종태 주임연구원) : 살면서 누군가를 돌봐야 한다든지 하는 등의 책임감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어요. 멘토-멘티 관계가 어떻게 보면 회사 내 하나의 시스템이지만 ‘직속 후배’라는 것이 생기니까 나름의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멘토로서 해줘야 할 일이 많기는 해요. 멘토링 데이를 기획하고 보고서도 써야 하고. 그것 외에도 멘티의 개인 역량 강화를 위한 지도도 해줘야 하고요. 무엇보다 인생 선배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언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그 ‘책임감’이라는 것이 꼭 짐처럼 무겁게 느껴지지만은 않았어요.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챙겨주려면 제 업무를 신속, 정확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가 시간을 내야 멘티를 도울 수 있으니까 결과적으로는 업무에는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저 자신에게도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멘티(유길현 연구원) : 처음 입사했을 때 굉장히 많이 긴장하고 위축됐었어요. 그런데 멘토-멘티라는 관계로 묶이니까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었어요. 일종의 비빌 언덕이 생긴 거죠. 어미를 따라다니는 새끼 오리처럼 무슨 일만 있으면 선배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이것저것 여쭙고 그랬어요. 그러다 보니 적응도 훨씬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입사한 지 아직 100일이 조금 안 됐다는 유길현 연구원. 멘토와 편한 사이지만 아직도 ‘다나까’ 체를 쓰는 모습이, 풋풋함이 가시지 않은 영락없는 신입사원이었다.

멘티(유길현 연구원) : 입사 전 다른 회사들 얘기를 듣고 나도 녹록지 않겠구나 하면서 많이 긴장했어요. 조직 문화를 잘 몰랐으니까 지레 위계질서가 엄격할 것이라 예상하고 ‘내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라는 생각에서 다나까 체를 쓰게 되었죠. 근데 막상 입사하고 보니 오히려 부드러운 분위기라 놀랐습니다.

조직 생활, 그 안을 메우는 구성원

‘연구소’라는 이미지는 왠지 딱딱하기도 하고 경직된 조직 문화를 가질 것 같은 편견이 있다. 그러나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바라본 LG이노텍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소통을 중요시하는 조직이었다.

멘토(박종태 주임연구원) : 물론 사무실 분위기는 부서마다 다르겠지만 회사 자체가 딱딱하거나 경직돼 있지 않아요. 요구사항이 있으면 바로 윗선에 말할 수 있거든요. 불평, 불만이 아닌 요청, 제안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과거의 조직 문화(상의하달)와는 굉장히 다르죠.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업무로 사람을 판단하니까요. 특히 회사에서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확실히 쉬자는 ‘work&life’를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요즘에는 수요일마다 ‘힐링 데이’라고 해서 좀 더 집중해서 일하고 일찍 퇴근하자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졌어요. 일종의 야근을 줄이자는 캠페인이죠. 실질적으로 충전하는 시간, 리프레시 하는 시간이 있으면 업무 효율도 확실히 높아지는 것 같아요.

실제로 조직과 함께 자신도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LG이노텍 직원들. 박종태 멘토와 유길현 멘티는 조직원의 한 사람으로 어떤 구성원이 되고 싶은지 궁금했다.

멘토(박종태 주임연구원) : 새로운 프로젝트가 발의되었을 때, ‘이거 누가 해 볼 사람?’이라는 질문에 ‘제가 해보겠습니다’하고 곧바로 말할 수 있는 상태가 되고 싶어요. 프로젝트에 대해 모르는 부분을 공부하고, 리서치한 후에 ‘될 것 같기도 한데?’라며 확신 없이 생각하기보다 미리미리 준비해서 기회가 주어졌을 때 바로 찬스를 잡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멘티(유길현 연구원) : 제가 없을 때 사람들이 아쉬워할 만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없다고 일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아 얘가 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사람이요. 예를 들어 후추 같은? 없어도 괜찮지만 있으면 더 좋은, 향신료나 감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예비 신입사원에게

직장 선후배, 멘토-멘티라고 미리 듣지 못했다면 회사에서 만났다는 것도 모를 만큼 가깝게 느껴진 두 사람. 어쨌든 같은 조직 안의 선후배이고 앞으로는 함께 후배를 맞는 선배의 입장이 될 것이다. 그들에게 선배 입장에서 신입사원과 취업 준비생에게 해주고 싶을 말을 물었다.

멘티(유길현 연구원) : 일반적인 얘기지만 일단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신입사원이라면 먼저 자신이 신입사원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뭐든지 남보다 먼저, 열심히,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아요.

멘토(박종태 주임연구원) : 오랜 회사 생활로 패턴이 반복되고 업무에 익숙해지면, 위기의식이 없어지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이 오잖아요. 그때가 되면 회사에서는 기존 사원에게 동기 부여가 되도록 뉴페이스를 찾게 돼요. 보통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사람을 찾거든요. 그래서 요즘에는 엔지니어도 인문학적으로 뛰어난 사람을 뽑기도 하고요. 저는 ‘다양한 경험’을 특히 강조하고 싶어요. 무엇이든 남들과 차별화된 경험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 대학생은 어학연수 가고, 토익 점수에 연연하고, 해외봉사를 하는 등 끊임없이 스펙을 쌓아요. 남들 다 하는 거 말고 자기만의 차별성을 내세워서 어느 부서에 가더라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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