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HE사업본부 TV UX 디자이너 김령

그녀의 직업은 두 가지이다. TV UX 디자이너와 웹툰 작가. 뭔가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두 직업 사이에서, 그녀는 오늘도 기분 좋은 ‘밀당’ 중이다.

디자이너와 웹툰 작가, 두 가지 일을 함께 하면서 ‘작가’로서도 ‘회사의 일원’으로서도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되어 자긍심이 생겼어요. 제 가치에 대해 항상 고민하는 제겐 큰 의미인 셈이죠. 늘어나는 용돈도 무시 못하겠죠?(호호)

LG전자 블로그 Social LG전자(http://social.lge.co.kr/metapresso/mypage/793) 한켠에 웹툰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본격 직장인 만화 < 고달픈 우리네 인생을 위.하.여. > 제목부터 모든 직장인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웹툰. 놀랍게도 이 웹툰의 작가는 LG전자 HE 사업본부에서 TV UX 디자이너로 일하는 김대리(본명 김령)다. 낮에는 TV UX 디자이너로, 밤에는 웹툰 작가로 돌변하는 그녀가 왠지 빡빡해 보일지 모르지만, 투 잡은 그녀에게 자기 브랜드를 심은 근원이었다.

1탄, LG전자 HE사업본부 TV UX 디자이너 김대리로서

UX 디자이너란 TV의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업무예요. 쉽게 설명하면, 애플이 ‘앱’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기존 휴대폰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제공했잖아요. LG TV 역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위해 포인팅할 수 있는 리모컨을 만들기도 하고, 음성명령을 처리하기도 하고, TV에서 인터넷이나 유튜브 동영상도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만들죠. 이런 업무를 TV UX 디자이너가 담당하고 있어요. 현재는 Home entertainment 기기를 만드는 HE 본부에서도 UX가 중요하다고 보고, TV뿐 아니라 PC, 주변 기기까지 질 좋은 경험을 만들려고 노력하죠.

제품만 예쁘게 만들면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고등학생이 진짜 디자이너가 되었다. 꿈을 안고 대학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 9개월의 인턴을 거쳐 드디어 4년 차 TV UX 디자이너가 된 그녀는 이제 예쁜 것만이 아닌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로 거듭나는 중이다.

고등학교 때는 시야가 좁았기 때문에, 제품의 외형만 예쁘고 기발하게 잘 만드는 것이 디자이너의 전부라고 생각했죠. 2009년에 입사한 이후 UX를 하고 싶었고요. 인턴 때 Phone UX를 하면서, 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TV가 UX 인력이 필요했죠. LG가 운 좋게 절 면접하게 된 거죠.(호호) 처음에는 Picasa라는 웹 서비스를 TV에 맞게 화면을 구성하는 업무를 맡았어요.

4년의 세월은 그녀의 작품이 하나씩 세상의 빛을 보도록 도왔다. 그때마다 느꼈던 디자이너로서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앞으로 다른 기쁨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음은 분명했다.

입사 이듬해에 IT show에 갔는데, 거기서 새로 출시된 LG TV를 소개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나레이터 모델이 제가 만든 화면으로 방문객에게 설명하고 있더라고요. 정말 뿌듯했어요. 그 자리에 나가서 내가 만든 화면이라고 소리칠 뻔했지 뭐예요.

2탄, 웹툰 그리는 5neul 작가로서

작가로서 그녀의 필명은 ‘5neul’이다. 필명처럼 그녀의 ‘오늘’은 항상 소중하다. 디자이너로서 꿈을 이루는 오늘도, 모든 직장인에게 작은 미소를 선물하는 웹툰을 그리는 오늘도.

아, 이 얘긴 부끄러운데. 필명의 뜻은 “오늘이 가장 소중해”라는 거예요. 기쁘든 슬프든 절망하든, 가장 소중한 날. 그래서 오늘을 기록하는 거고요.

낙서로 시작한 그녀의 그림, 웹툰의 시작은 이처럼 그리 거창하지만은 않았다. 머릿속에 담겨있던 생각이 낙서가 되고, 그것이 후에 스토리가 더해져 웹툰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대학 시절부터 낙서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림 실력이 썩 좋지 않아서 ‘졸라맨’처럼 그리곤 했죠. 그때는 웹툰을 그리겠다는 의지보다는 그냥 마음에 있는 걸 별생각 없이 끄적거리면서 표현했던 것 같아요. 스토리도 없었고, 말 그대로 낙서였어요. 그러다가 4학년 때 1년을 휴학하고 몇 개월 인턴을 했는데, 그 전후로 잠시 노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때 친구가 제 그림 보고 “그림을 잘 그리는 건 아니지만, 너만의 시각이 재미있으니 만화로 그려보라.”라고 부추겼죠. 그때 한창 싸이월드가 유행이어서 종이에 웹툰 형식으로 그려서 올리기 시작했어요.

이후 Social LG전자 블로그에 웹툰을 연재하면서 직장인으로서의 자기 삶을 재미있고 독특하게 에피소드로 풀어냈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지금 그녀의 직장은 디자이너의 꿈을 실현하는 곳이자 웹툰 소재가 꿈틀대는 상상공작소이니까.

아이디어는 온전히 회사생활에서 얻어요.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메모하기도 하고, 힘들 때도 상황이나 기분을 적어놓죠. 이렇게 얘기하면 만화를 위해 늘 준비한 사람 같지만, 3주에 한 번 연재하기 때문에 고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나쯤은 나오죠. 이렇게 소재가 나온 뒤 하루나 이틀이면 웹툰을 완성할 수 있어요. 기존 웹툰 작가보다 스트레스가 덜한 편이죠. 주변 동료는 자기들 얘기가 만화화되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고 해요. 출연시켜달라고 조르기도 하고.(호호)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목인 < 고달픈 우리네 인생을 위.하.여 >가 참 기막히다. 뒤의 줄임말 ‘위.하.여’엔 ‘위(에선 선배가 까지), 하(극상 후배는 기어오르지), 여(태 야근하고 있지)’란 뜻이 숨겨져 있다. 누구나 나 혼자뿐이라고 생각할 때 외로움도, 고통도 극에 달하는 법. ‘우리 모두 그래’란 접근 방식은 꽉 막힌 직장인의 마음에 위로가 된다.

지금 보니 제목을 참 잘 지은 것 같아요.(후후) 일단 제목에 ‘고된 우리네 삶을 위로한다.’란 주제를 재미있게 담고 싶었어요. 직장인은 술 마실 때, 대부분 ‘위하여!’를 외치잖아요. 다 잘되자고 하는 그 말. 처음에는 그 말이 싫었는데, 저렇게 입으로 내뱉어 흔들리는 자신을, 혹은 사람들을 다독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다음 하나하나 운을 붙여보니 잘 맞아떨어지더라고요.

신은 그녀에게 두 가지 업을 주셨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몸은 하나다. 디자이너로서의 낮, 웹툰 작가로서의 밤. 가끔 야근이라도 하면, 웹툰 작가로서의 밤은 사라져 버리고 만다. 일과 웹툰에 치인 그녀가 내린 결정은 바로 ‘즐거울 수 있을 만큼 그리자!’다.

시간 부족이요! 개인 홈페이지에도 만화를 올리기 때문에, 야근이 계속되거나 하면 초조해지죠. 친구와의 약속을 미룬 적도 있어요. 처음에는 야근하고 돌아와서 새벽 늦게까지 그리기도 했어요. 몸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림을 미워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즐거울 수 있을 만큼만 그리자고 스스로 정했어요. 즐겁지 않은 그림으로 독자를 붙잡는 것보다 즐거운 그림을 소수 사람과 나누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3탄, 꿈꾸는 사람 김령으로서

디자이너가, 웹툰 작가가 아닌 그녀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저 투 잡에 고군분투한다고 하기엔, 그녀의 영혼이 무척 자유로워 보였다.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해요. 다른 곳으로 뿅! 하고 날아가는 것. 여행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 평소와 다르게 지내는 게 좋아요. 그곳에서 예쁜 풍경도 보고, 그냥 종이에 낙서도 하고, 푹 쉬죠. 아, 요새는 기타 연주도 시작했어요. 회사 내 기타 동아리가 생겼거든요. 잘 못 치는 편인데, 손톱 밑에 굳은살이 배는 게 너무 뿌듯해서 꾸준히 하고 있어요. 취미는 계속 생기고 바뀌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이 긍정적인 힘을 주는 것 같고요.

스스로 옥죄지 않는 편이기에, 그녀는 정해놓은 좌우명이 없다. 단 한 가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태도는 있다.

바로 ‘역지사지’에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일, 사람과 소통할 때 가장 기본적인 태도라고 생각해요. 물론 눈앞에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넓게는 제품을 쓰는 사람이나 그림을 보는 독자이기도 하겠지요.

그녀의 최종 목표는 일류 디자이너도, 인기 웹툰 작가도 아니다. 소통하는 디자이너이자 웹툰 작가야말로 그녀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꿈이다. 그 둘을 별개로 보지도 않는다. 제품으로 소통하고, 그림으로 소통하고. 점점 그 깊이와 진정성이 더해지길 바라고 있을 뿐이다.

하고 싶은 것을 당장 못하더라도, 그건 절대 실패가 아니에요. 앞으로 주어질 8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서히 해 나가면 돼요. 꿈이라는 것은 치열하거나 우리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꿈은 가벼울 수도 있고, 바뀔 수도 있는 거죠.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시야도 넓히고 더 다양한 꿈을 꿨으면 좋겠어요. 꿈을 꾸되 꿈에 짓눌리진 않기. 저도 그럴 거고요.

그녀의 홈페이지 어딘가에 이런 말이 적혀있다. ‘멋진 만화가보다 멋진 사람이 되게나’. 소통의 꿈을 이루는 과정 중인 TV UX 디자이너 김대리이자 웹툰 작가 5neul.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는 이미 충분히 멋진 사람이었다.

– 그녀의 5neul을 만나고 싶다면 오늘닷넷 http://5neul.net/
– 본격 직장인 만화 ‘고달픈 우리네 인생을 위.하.여 http://social.lge.co.kr/metapresso/mypage/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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