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강병욱 사원

‘단상 위의 요정에서, LG생활건강의 요정으로’

사진_ 김경현/제19기 학생기자(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야구선수라면, 관중석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자는 응원단장이다. 오랜 시간 열정 넘치는 응원으로 팬들의 마음마저 지배해버린 전 LG트윈스 응원단장 강병욱 씨가 돌연 야구장을 떠나 LG생활건강으로 자리를 옮겼다. 야구장을 떠나서도 LG와 함께인, 영원한 ‘LG맨’ 강병욱을 만났다.

처음부터 어색함은 없었다. 인터뷰나 사진촬영에 거부감이 없다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보여준 그는 오랜만에 찾은 야구장과도 서먹함 없이 잘 어울렸다.

“야구장에는 정말 오랜만에 왔어요. 야구장은 와도 와도 항상 그리워요. 농구단도 마찬가지지만, 20대 젊은 시절 끓어오르는 열정으로 했던 일이어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굉장히 그립고 생각하면 항상 웃음이 납니다. 좋은 추억 때문에.”

심상치 않았던 LG와의 인연

강병욱 씨가 처음 LG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군대 전역 후 선배의 권유로 들어간 LG세이커스(농구단) 응원단장 일이 시작이었다. 그다음 자리를 옮긴 곳도 LG트윈스의 응원단장. 한번 떠났던 응원단상을 다시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 시절부터 이어온 응원은 다시금 그의 마음을 잡았다. 강병욱 씨를 오랫동안 응원단상에 남아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농구팀 응원단장을 하면서 잘릴 뻔한 적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때는 정말 미친 듯이 했어요. 그렇게 혼이 빠질 정도로 무언가를 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조금씩 인정받으면서 한 시즌을 계속하게 되었죠. 점점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고, 응원에 노하우가 생기다 보니 팬들과 동화되는 방법을 깨닫게 됐어요.

그 시즌, 팀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는데 구단 직원분이 한마디 해주셨어요. ‘올 시즌 건진 건 강병욱 너 하나다.’ 이 말 한마디가 굉장히 뿌듯했어요. 사실 응원단장 일을 (물론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이지만) 이렇게 6, 7년 동안 오래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대학생 때까지만. 딱 그때까지만 하고 싶었는데 그 말 한마디를 계기로 오랜 시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누구보다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섰던 응원단상을 2년 만에 또다시 떠나게 되었다. ‘응원요정’이라는 별명이 생겼을 만큼 엄청난 팬의 사랑을 받았고, 구단의 대우도 8개 구단 중 높은 축에 속했다. 그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 LG트윈스를 맡았을 때는 자존심 상하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강병욱은 야구(응원) 경험이 없으니까 힘들 것이다.’ 라고요. 저는 ‘능력이 없으면, 가차 없이 잘라달라.’라며 각오를 다졌고, 한두 경기 만에 상황은 역전되었어요. 스스로 긴장하고 많이 준비했지만, 팬들의 응원과 사랑도 큰 힘이 되었죠.”

“그러다 2년째 접어든 시즌 초, 이번 2010시즌까지만 하고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오랜 시간 현장에만 있기도 했고, 그동안의 경험을 회사생활에도 접목해 일해보고 싶었거든요. 구단에 있는 사람이나 업계에 있는 사람 누구도 믿지 않더라고요. 친구들도 네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왜 그만두느냐고 많이들 말하고요. 그만큼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LG의 응원단상은 떠났지만 그가 다시 둥지를 튼 곳 역시 LG생활건강이었다. 어디까지 LG를 정복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는 정말 뼛속까지 LG맨이었다.

“입사원서는 딱 LG에만 넣었어요. 한번은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새로 사야 했는데, 공짜폰도 마다하고 무조건 LG 제품을 구입했어요. 그냥 LG가 너무 좋아서요. 사실 6년 동안 응원단장 일을 하면서 ‘으쌰으쌰’ LG의 승리만 외쳤는데, 딴 데 가서 그 회사를 응원한다는 게 도무지 상상이 안 됐죠.”

LG맨이 되고 바라본 LG, 그리고 사회생활

결국 그토록 원하던 LG에 입사하게 되었다. 요즘 같이 고高스펙을 가지고도 취업이 힘든 시기에 어떻게 단번에 입사할 수 있었을까? 강병욱 씨가 생각하는 그의 스펙은 무엇인지, 취업에 성공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듣고 싶었다.

“저도 응원단장을 안 했으면 못 들어왔을 것 같아요. 점수나 스펙보다는 자기만의 무기가 있어야 하죠. 취업을 위해 가장 먼저 준비할 것은 ‘자신만의 강점’을 알아내는 과정이에요. 저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 ‘왜 이런 것을 나에게 물어볼까?’ 생각하며, 기업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했어요.

중요한 것은 남들이 보기에 ‘얘는 기발하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해요. 같은 상황에 부딪혀도 기발하게, 남들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환영을 받거든요. 특히 요즘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회사는 기존의 방법 대신 새로운 시각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대학생들은 영어공부, 똑같은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고 있어요. 저는 엑셀이나 영어를 못한다고 혼나 본 적이 없어요. 정말 그런 건 중요하지 않거든요. 자기 생각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무수히 연습하고 터득해야 해요. 회사에서 바라는 건 그런 인재상이죠.”

다르지만 닮은 응원단장과 영업사원

새로운 곳에 몸담게 되면 적응기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열정을 불태우며 단상 위 이곳저곳을 누비는 응원단장과 비교적 역동적인 일(?)이 별로 없는 영업사원. 다르다고 하면 굉장히 다른 직업이다. 두 직업의 비슷한 점이 있다면 적응하기 쉬웠을 것이고 다른 점에서는 적응이 힘들지 않았을까?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점이 가장 비슷하죠. 응원단장도 팬이 원하고, 구단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하는 것처럼 영업사원도 고객과 거래처가 원하는 영업을 해야 해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어디서도 통하지 않아요. 서로 원하는 것을 알고 원하는 것, 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것을 제가 찾아내서 보여주면 되죠. 그런 유사점이 있어서인지 적응도 쉬웠어요.”

“물론 어려운 부분도 있었죠. 기본적으로 삶의 패턴이 다르잖아요. 보통 회사원과 달리 응원단장은 경기 있는 날 오후에 출근하니까요. 그리고 저는 무언가 노력하면 그 결과물을 바로 확인해야 하는데, 현장에서 모든 것이 보여지는 응원석과 달리 영업사원은 하루 일했다고 결과나 평가가 바로 나오지 않았죠. INPUT이 있는데 OUTPUT이 나오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이것도 처음에만 힘들고 점점 적응해 갔어요.”

응원단장 시절 강병욱 씨의 별명은 ‘응원요정’. 그만큼 팬에게 임팩트 있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뜻이다. 2층 관중석까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와 무대 장악력, 응원단장으로서의 자질은 충분했다. 당시의 경험과 특별한 능력은 분명 그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저는 원래 얼굴이 두꺼워요.(웃음) 사람들이랑 부딪히는 것도 좋아하고 창피하거나 그런 게 원래 없어요. 이런 특징이 응원단장을 하면서 더 강력해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았죠.”

가슴이 원하는 일을 하라

꿈과 열정으로 LG에 대한 자부심을 이어가는 이 사람. 목청껏 소리 지르고, 열심히 뛰었던 그의 대학생 시절과 우리의 모습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실 꿈이 있어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있지만, 요즘의 대학생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금 눈앞에 닥친 것을 해결하기 급급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취업을 목표로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알고 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역사학과라면 역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고 싶을 것 아니에요? 그러면 만주벌판을 휘젓는다든지 세계로 나가본다든지, 그냥 무작정 해보는 거예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 그만큼 얻는 것이 많아지겠죠. 이렇게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열정과 노력을 쏟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몇몇 사람은 대기업 취업이 목표일 수 있지만 너무 멋없잖아요. 20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20대 때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어요. 대학생 때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병욱 씨가 가장 강조하는 말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습관을 들이라.”는 것.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사소하게라도 그것을 찾는 연습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면, ‘나는 오늘 무엇을 해야 되겠다.’라는 식의 작은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가벼운 책을 읽을 때 역시 베스트셀러 등 남이 제시하는 기준만 찾을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책, 나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책’을 선택한다. 이렇게 생활 속 작은 습관으로 연습을 거듭하면 앞으로 나갈 방향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요즘 대학생은 “생각할 시간이 너무 없다.”고 말하는 강병욱 씨. 그의 말처럼 모든 해답은 자신에게 있기 때문에 스스로 고민하고 질문해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 누가 들어도 공감할 수 있도록 명확한 답변을 할 수 있는 것. 많은 고민과 열정으로 지금의 자리에 있는 강병욱 씨처럼, 대학생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과정일지 모른다.

응원요정 강병욱, 아직 못다 한 이야기

럽젠Q. 그가 ‘응원요정’인 이유는?

당시 어떤 사이트에서 수비를 잘하면 수비요정, 뭐 이런 식으로 어떤 포지션을 잘 소화해내면 ‘요정’이라는 별명을 붙여줬어요. 저는 응원을 잘한다고 ‘응원요정’이라고 불러주신 것 같아요. 너무 마음에 들고 감사하죠. 별명이 있는 응원단장은 몇 안 되는데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팬 여러분께 각인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에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럽젠Q. 야구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적은 없었는지?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요. 돌아갈 수도 없지만, 돌아갈 생각도 없어요. 힘도 없고.(웃음) 아직은 LG생활건강에서 배울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요. 한번 시작했으니 이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되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LG생활건강의 요정이 되고 싶어요.(웃음) 야구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가끔 하게 돼요. 마침 (특판 영업팀으로) 발령이 났고요. 물이 고이면 썩는 것처럼 일도 마찬가지예요. 계속 새로운 것들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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