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도서관, 그곳은 꽃이었다

지난 5월 25일, 관악산에 시 도서관이 오픈했다. 그곳은 꽃이었다. 숲과 시의 향기로 가득한.

사실 관악산은 서울 시내의 등산로로 인기가 많은 편이다. 주말마다 서울대학교 정문이 인산인해를 이룬 것도, 정문 근처에 등산로 입구가 있는 까닭이다. 건강을 챙겨주는 그곳에, 이젠 마음의 양식까지 불어넣는 시 도서관이 생겼다. 관악산 등산로 매표소로 자리하던 건물이 리모델링을 통해 열 평 남짓한 시 사랑방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저마다의 사연, 시의 잠잠한 놀라움

이곳엔 3천5백권이 넘는 시집이 있다. 저마다의 사연이 쌓인 시집은 한국 십진분류표에 따라 한국시를 비롯해 중국시, 일본시, 이탈리아시 등으로 가지런히 정렬해 있다. 밝은 산새를 안고 추억의 시를 읽는 감흥에 젖어들고, 접하지 못했던 제3국의 시를 읽게 되었다. 잠잠한 놀라움은 시 도서관에서 계속됐다.

주말을 맞아 오랜만에 산을 오른다는 박진호(경원대 경영학과 08학번) 씨는 오랜만에 산을 오르는데 좋은 공간이 있어 시집을 빌린다고 한다.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고른 그는 “제대 후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기 위한 산행에서 누구나 고교 시절 한 번쯤 읽었던 서시가 생각나서 골랐다.”며 책을 단단히 붙잡았다. 정상에 올라 소리 내 읽으며 공부와 연애(!)에 대한 의지를 다지겠다고 했다.

장희주(29세, 고시 준비생) 씨는 부산에서 상경해 2년째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주말이면 가족과 통화하거나 만화나 소설 등을 읽었던 그는, 오랜만의 외출에 류시화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집어 들었다.

단 세 줄로 이루어진 첫 시의 강렬함으로 애호가가 되었다는 그녀는 합격을 다짐하며 짧은 휴식을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깃든 문학가의 흔적

시 도서관의 한 켠에는 특별한 코너와 액자도 준비되어 있다. 시인들이 직접 기증한 시집으로 구성된 ‘기증도서 코너’가 바로 그것. 최근 암 투병 와중에도 산문집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출간한 이해인 시인 기증 코너에는 개관을 축하하며 친필로 써 보낸 ‘책의 향기’라는 아름다운 시 액자를 볼 수 있다. ‘영혼의 정원’ ‘희망은 깨어 있네’를 비롯한 주옥같은 10여 권의 시집에는 독자를 위해 예쁜 스티커와 색연필로 직접 쓴 아름다운 메시지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도종환, 은희, 박노해, 김훈, 박원순, 금난새 등 명사의 기증 도서와 친필 메시지를 만날 수 있다.

도서관 뒤편에는 조그만 계단을 따라 비밀의 공간도 숨어 있다. ‘향기 쉼터’로 명명된 이곳은 널따란 평상과 함께 아기자기한 화단이 꾸며져 있다. 도심 한가운데의 평상이라??? 우거진 나무는 서울을 까맣게 잊게 했다. 가끔 먼 곳에서 들려오는 산새 소리만이 망각을 두들길 뿐이었다.

숲과 시의 향기가 어우러진 시 도서관. 누구나 한 번쯤 이곳에서 시인이 되어 보라고 권하는 이유는, 우리가 쉽게 잃어버린 감성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Location 버스 서울대학교 정문역 하차, 관악산 등산로 입구(전 관악산 매표소)http://bit.ly/mJa2PF
Price 무료. 단, 대여시 문화관 회원증 필수(가입 무료)
Open 오전 9시~오후 6시(평일), 오전 9시~오후 5시(주말)
도종환 시인의 강의를 듣고 싶다면 클릭 http://bit.ly/lPl6Qg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나의 라임 단골집 2탄 (feat. 동네 맛집 털기)

나의 라임 단골집 1탄 (feat. 동네 맛집 털기)

<카일루아> 윤정욱 작가ㅣ디지털 노마드로 산다는 것

가성비 좋은 푸드트럭 삼만리

서울의 심야식당 3

졸업전시 – 전시 / 공연 / 쇼

집밥 “서선생” – 남은 추석 음식 활용편 –

가을이니까, 소채리가 추천하는 10월 나들이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