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사람이 보았다, 오스트리아 오페라 <호수의 여인LA DONNA DEL LAGO>

세계 최고의 공연이 집결한 체코와 오스트리아. 그곳에 성스러운 미션이 있었으니, 바로 본토 공연을 접수하라는 것! 24년간 대전과 삼척, 부여를 주 무대로 뛴 안지섭 기자는 체코 인형극을, 20년간 마산 토박이로서 걸쭉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최지원 기자는 오스트리아 오페라를 접수했다. 고결한 희생자인가, 촌 사람의 선구자인가? 과연 그들의 행로는?

강호동 씨의 고향으로 유명한 항구 도시 마산에서 자란 난, 어렸을 때부터 문화 공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서울과 멀리 떨어진 마산에선 유명한 공연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되어 상경하자마자 세운 목표 중 하나는 단연 ‘공연 많이 보기’였다. 결국, 콘서트와 페스티벌, 연극, 뮤지컬 등 수없이 많은 공연을 하이에나처럼 찾고 즐겼건만, 오페라는 접할 기회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페라는 왠지 내게 너무 어려운 느낌이었고, 지루할 거란 편견 때문이었다. 상류층만의 문화란 생각마저 더해지자, 엄두도 못 냈다. 이렇게 주저하던 한국 촌년인 내가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에서 오페라 <호수의 여인LA DONNA DEL LAGO>을 보았다.
내가 느낀 오페라는 정녕 상류층 문화였다. 하지만 이 상류층의 의미가 경제적인 것만을 뜻하진 않았다. 문화적 상류층, 즉 신사적인 에티켓을 가진 이들이 즐기는 공연이라는 것. 공연을 위해 차려입은 그들의 차림새와 장애인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연장 구조까지 모든 것이 여유로웠고 기품이 있었다. 난 그들과 함께 예절에 맞춰 즐기려고 노력했지만,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음악을 듣고 그들과 비슷한 표정을 짓는 내가 있음을.

오페라 <호수의 여인LA DONNA DEL LAGO>은?

로시니의 29번째 오페라 작품인 <호수의 여인>은 세계 각국에서 빈번하게 공연되는 오페라 중 하나다. 이탈리아어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호수의 여인>은 1819년 이탈리아에서 초연되었다.

| 스토리     호수의 여인은 주인공 엘레나를 뜻한다. 엘레나는 스코틀랜드 왕궁에서 쫓겨난 더글라스의 딸로, 아버지로부터 스코틀랜드 반란군 로드리고와 결혼하길 강요당한다. 그러나 그녀는 말콤이라는 남자를 사랑하는 중이었다. 로드리고와 말콤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엘레나를 보고 반한 남자가 또 하나 더 있었으니, 그는 바로 스코틀랜드의 왕 우베르토. 우베르토의 정체를 몰랐던 엘레나는 그에게 친절을 베푼다. 시간이 흐른 뒤 스코틀랜드 국군과 반란군의 전쟁이 터지고 반란군 대장 로드리고가 죽게 된다. 반란군의 패배로 더글라스와 말콤이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 이들을 구하기 위해 엘레나는 우베르토에게 그들의 석방을 요청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엘레나는 우베르트의 정체를 알게 된다. 우베르트는 사랑하는 엘레나를 위해 그녀의 아버지와 애인 말콤을 풀어주게 되고 엘레나와 말콤의 사랑은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 작곡     조아키노 로시니
| 대본     안드레온 레온 토톨라, 월터 스코트
| 시대     16세기
| 배경     스코틀랜드
| 러닝타임     2시간 30분(인터미션 20분)
| 공연 장소     빈 극장Theater an der Wein 바로가기

#1


오스트리아에 오면 꼭 해야 할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오페라 보기! 예술의 나라 오스트리아, 음악의 도시 빈에서 접하는 오페라는 어떤 맛일까. 가슴이 벌써 두근두근, 누군가 들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콩닥댔다.

빈을 대표하는 빈 오페라 국립 극장은 8월에는 공연을 열지 않는다. 8월에 오스트리아에서 오페라를 보고 싶은 사람은 빈 시 3대 유명극장(비엔나 극장 협회VBW가 소유, 우리가 찾은 Theater an der wein도 3대 유명극장 중 하나)를 찾아가거나 잘츠부르크 음악제에 참가한다. 마술피리와 같은 유명한 오페라는 4월에 예약이 다 끝날 정도로 인기가 많으니 미리 준비할 것.

#2


공연장Theater an der Wein으로 가는 길. 공연이 어디에서 열리는지 잘 몰라도,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이 바로 내비게이션이었다. 주로 노년층이 많았는데 그들의 패션 감각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 그들 사이에서 똑같은 스타일은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각기 개성 있으면서도 기품 있는 패션 감각이라니, 오페라 전부터 그들을 구경하느라 눈은 즐거워졌다.

오페라를 볼 생각이 있다면, 이왕이면 자신의 옷장 속에서 가장 비싸고 예쁜 옷을 골라 갈 것.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옷 하나로 마음가짐과 기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입석 자리를 예매했을 땐 스카프가 필수다. 오스트리아 오페라 극장에선 스카프는 패션 아이템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리를 표시하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3


오페라 관람 전, 극장 앞에선 레드 와인과 화이트 화인, 스파클링 와인을 골라 사먹는 미니 바가열린다. 오페라 시작 전 지인과 함께 와인을 마시며 갖는 담소는 대기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건물 곳곳에 극장에서 열리는 공연 팸플릿이 진열되어 있다. 모든 극은 오스트리아의 공용어인 독일어로 진행된다. 2시간 반 동안 독일어로 감상하면, 이해도가 떨어질 게 당연하다. 자기도 모르게 코를 골며 깊은 수면에 빠질지도 모른다. 독일어에 문외한이라면, 공연 전 반드시 영어 팸플릿을 챙겨 감상할 극의 내용을 다 숙지하고 들어간다.

#4


오페라가 진행되는 극장 내부로 들어가니, 이건 흡사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나온 오페라 극장 모습 그대로다! 화려하게 도금된 장식과 빨간 커튼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무대는 높은 2층까지 볼 수 있도록 천장이 높았다. 무대 양 끝에는 영어 자막이 나오는 작은 모니터가 있었다.
그러나 극에 집중하게 되면 모니터의 자막 따윈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경험상 자막을 일일이 보며 해석하기보단 음악에 집중해서 극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았기 때문. 극의 이해도는 떨어질 수 있지만, 극의 내용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쉬는 시간 옆 사람과 각자가 생각한 극의 내용에 관해서 얘기를 나눠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

자리 간격이 앞뒤 양옆 모두 매우 좁다. 화장실은 극이 시작하기 전에 미리 갔다 오는 것이 필수,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한다.

#5


오스트리아의 오페라는 비교적 싼 값에 입석을 많이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5~10유로 사이로, 2층 좌석이 70유로 정도인 걸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입석은 빨리 가서 좋은 자리를 맡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시간 서 있어야 하니, 편한 신발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

오페라 공연 예절 상엔 남자 솔로 곡이 끝났을 땐 ‘브라보’, 여자 솔로 곡이 끝났을 땐 ‘브라바’를 외쳐야 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하면, 손뼉을 치고 브라보와 브라바를 번갈아 외칠 정신이 없다. 박수는 이중창과 아리아가 끝났을 때 치고, 브라보 혹은 브라바는 분위기에 따라 외치면 된다.

#6


공연 1부가 끝난 후 인터미션은 20분이다. 이때 화장실을 가거나 간단한 다과를 먹을 수 있다. 인터미션 때는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공연 도중엔 사진, 동영상 촬영이 불가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공연과는 달리 극장에서 나간 뒤 표가 없어도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공연이 끝날 때까지 표는 몸에 지니고 있을 것!

Fin

음악의 나라에서 직접 듣고 보고 온 오페라. 처음 접해본 환경에서 보는 공연이라 그 떨림이 더욱 강했다. 오히려 언어가 잘 통하지 않기에, 오페라에 더 집중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오페라 자체는 물론 오페라를 즐기는 공연 문화에서 오는 감격이 강렬했다. 그들의 차림새는 물론 얼굴에 짓는 표정까지, 공연을 잘 즐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일 오후 가족과 함께 근사하게 차려입고 공연을 보고 서로를 바라보며 공연의 내용에 대해 교감하는 그들의 여유란! 동시에 꿈을 품었다. 나도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오스트리아 오페라를 보고 말리라. 그리 먼 미래는 아닐 거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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