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위로 받는 음식, 당신은?


가끔 백 마디 위로의 말보다 작은 요리 한 접시가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이 파스텔톤 봄, 눈물 쏙 빠지게 매운 날을 보낸 당신에게 위로가 되어 줄 10가지 음식. 아무쪼록, .bon appétit!
심야 식당을 위협할 럽젠 식당이 활짝 문을 열었습니다.

“꼬르륵” 다이어트에 지칠 대로 지친 어느 날 새벽, 알람 소리도 새소리도 아닌 뱃가죽이 달라붙는 소리에 깬 적이 있다. 텅 빈 방안에 텅 빈 뱃속이라니! 왠지 서러워진 나는 다이어트 중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호기롭게 냉장고 문을 열었지만, 그 안에는 시들한 채소와 365일 냉장고에서 마르지(?) 않는 멸치볶음뿐이었다. 미치도록 배가 고팠기에 실망하거나 투정할 여유 따위 없었고, 이내 친구들과 먹다 남긴 라이스페이퍼에 재료란 재료는 다 넣어 냉장고 월남쌈을 만들었다. 우연이 가져온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아니 훌륭했다! 마지막 한 장까지 배불리 먹은 후에도 채소가 주재료였던 탓일까. 폭식 후의 죄책감 따위도 찾아 오지 않았고, 그 이후로 냉장고 월남쌈은 다이어트 내내 가장 즐겨 찾는 메뉴가 되었다. 맛과 포만감, 그리고 저칼로리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 냉장고 월남쌈이야말로 만성 다이어트 여인인 내 최고의 소울 푸드다.

내 영혼의 레시피 1. 냉장고 문을 열고 마음 가는 대로 음식을 꺼낸다
2. 채소는 손질하고, 밑반찬은 그대로 접시에 담아낸다
3. 고기 대신 참지캔이나 크래미를 이용하는 것도 열량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
4. 꿀과 된장을 섞으면, 월남쌈 땅콩소스 못지않은 웰빙 소스가 된다
5. 라이스페이퍼를 물에 담갔다가 빼낸 후, 1~4번의 재료를 싸먹으면 완성!

그런 날이 있다. 딱히 이유는 없는데 종일 우울한 기운이 드리워지는 날. 온몸에 힘이 쭉 빠지고, 식욕도 없고(과연?) 이런 날은 시원한 생맥주로 수혈해줘야 기운이 난다. 친구에게 ‘치맥’ 문자를 날리자, 돌아오는 건 달랑 문자 한 통뿐. “귀찮아. 그냥 우리 집으로 와.”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친구네 집으로 갔더니 후줄근한 티셔츠를 입은 친구가 나온다. “들어 와.” 좁디좁은 자취방 가운데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접시와 유리잔 두 개가 있었으니! 접시 위에 꾸물거리는 시뻘건 것의 정체는 먹음직스런 소시지 야채 볶음이다. ‘씨원한’ 맥주를 콸콸콸 유리잔에 따르며 뽀도독 소시지 하나를 입에 넣는다. “뭐야, 너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고맙다는 말이 쑥스러운 나는 맛이 없다느니, 소시지가 짜다느니 트집을 잡았다. 그러나 우울했던 나를 위해 친구가 만들어 준 요리. 그것은 백 마디의 말보다도 따뜻한 한 접시의 위로였다.

내 영혼의 레시피 1. 필수 재료는 비엔나소시지, 그 외의 야채는 있는 대로, 마음대로
2.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야채를 넣고 볶는다. 이때 덜 익는 야채부터 볶아주는 센스
3. 야채가 살짝 투명해지면 칼집으로 모양낸 비엔나소시지를 넣고, 초고추장과 케첩을 적당한 비율로 섞은 양념 소스를 넣어 같이 볶아준다
4. 정다정의 <야매 요리>에 나온 마법의 가루 파슬리나 통깨를 뿌려주면 마지막 피날레!
5. 시원한 생맥주와 냠냠! 쩝쩝!
참고 : 꼭 비엔나소시지가 아니더라도 스팸 같은 고급 햄을 썰어 넣어도 좋음

봄이 왔다. 봄이 오고야 말았다. 밸런타인 데이를 거치고 화이트 데이를 무사히 넘겼는가 싶더니, 어느새 봄바람이 살랑거리고 꽃봉오리에 살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더불어 나의 눈에도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저 나무 위 새도 암수가 저리도 정다운데 내 님은 어디 있길래 이내 몸은 혼자인고. 며칠 전 일이었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귀가하는 길, 언제나 그렇듯 2호선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매의 눈으로 빈자리가 나기만을 살펴보던 중 드디어 일어서는 한 아주머니! 설레는 마음으로 등에 멘 가방을 벗으려는 찰나 어떤 여자가 잽싸게 앉는 것이 아닌가! 다름 아닌 그 여인의 남자친구가 빈자리를 포착, 따뜻하고 터프한 손길로 그녀에게 자리를 선사한 것이다. 분명 내 앞자리였는데••• 내가 더 힘들어 보였는데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노려보는 것밖에. 그날 집에 와서 내가 선택한 야식은 바로 김치볶음밥이다. 매콤한 김치와 짭조름한 참치, 거기다 노른자가 덜 익은 반숙 달걀을 올려서 같이 비벼 먹으니 캬~! 이것이야말로 솔로 천국, 커플 지옥. 사실 이런 생각까지 했던 건 아니었지만, 김치볶음밥의 맵싸함은 퉁퉁 부은 다리와 지하철에서 받은 설움을 풀기엔 충분했다.

내 영혼의 레시피 1. 프라이팬에 기름을 한 바퀴 두른 후 김치를 조각내서 볶는다
2. 참치는 기름을 빼고 볶는다
3. 볶다가 밥과 김칫국물을 조금 넣는다(기호에 따라 양은 조절하길)
4. 반숙한 달걀을 올린다
5. 호호 불어가며 맛있게 비벼 먹는다(누룽지 또한 별미)

오지 말라고 소리쳐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 야속한 이름, 시험. ‘평소에 예습, 복습 좀 잘해둘걸’이라는 후회를 백만 번쯤 했을까. 그런 생각마저 지겨워질 때쯤, 계획대로 공부도 잘되지 않아 학교 열람실을 박차고 나와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했지만, 엄마의 한심한 눈초리를 뒤로 한 채 나는 내 방에 다시 틀어박혀 나가지도 않는 진도를 붙잡고 책과 씨름하고 있었다. 커피라도 마셔볼까 싶어서 주방의 이곳저곳을 뒤져보았고, 한켠에 놓여있는 홍차 티백을 발견했다. 내가 직접 밀크티를 제조할 생각을 하니 갑자기 두근두근해졌다. 그렇다. 언젠가 밀크티 카페에서 그 오묘한 맛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매일 자판기에서 밀크티 음료수를 뽑아 마시던 나는 ‘밀크티 덕후’였다. 물과 우유의 비율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하면서, 공부할 때보다 몇 배로 집중하면서 첫 밀크티를 완성했다. 따끈따끈한 밀크티를 들고 내 방에서 마시던 그 순간만큼은 시험에 대한 걱정과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었다. 지금도 어떤 고민으로 머리가 아프거나 공부가 안될 때에는 밀크티를 만들어 마신다. 향기에 한 번, 달콤한 맛에 두 번 감동하면서 말이다.

내 영혼의 레시피 1. 홍차 티백, 우유, 꿀, 물을 준비한다
2. 물을 끓이고, 끓인 물에 홍차 티백을 우린다. 오래 우러나도록 기다린다. 보통은 2~3분이면 적당한데, 밀크티는 5분 정도가 좋다
3. 티백을 우리는 동안, 우유를 2~3분 정도 전자레인지에 데운다
4. 충분히 우러난 홍차에 꿀 한 스푼을 넣어 잘 섞는다
5. 우유와 5:5 비율로 섞는다(우유를 좋아하면 더 넣어도 됨)
6. 잘 섞어서 맛있게 마신다

오늘도 알람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조용한 내 방. 냉장고는 텅 비어있고, 온갖 집안일들이 쌓여있다. 일주일을 열심히 달려 온 후 맞이하는 주말에 종일 집안일이라니, 벌써 우울해진다. 주말이라 학교 주변은 유난히 더 조용하다. 날씨가 좋고, 친구나 남자친구와의 약속이 있는 날은 평화롭게 보이지만, 오늘은 우중충한 날씨에 아무 약속도 없는 날. 이럴 땐 서울의 내 방이 아닌 전주의 우리 집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엄마와 종일 깔깔거리고 있을 테지. 아쉬운 마음에 집으로 전화를 걸어보지만,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어린아이 같은 마음인지라 남에게 쉽게 꺼내기 어려워 혼자 또 후드 집업을 둘러쓰고 온갖 군것질거리를 친구 삼아 영화를 시청한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우울한 이 마음. 인생은 원래 혼자라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는가! 이때 꼭 필요한 것, 바로 엄마 표 오므라이스다. 비록 재료는 햄과 달걀뿐이지만, 타지생활에 유난히 외로운 날이면 나를 북돋아 주는 최고의 메뉴다.

내 영혼의 레시피 1. 식은 밥, 소금, 햄, 달걀을 준비한다
2. 햄을 작게 썬 후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준다
3. 달걀을 넓게 풀어 동그랗게 만든다
4. 밥에 소금간을 한 후 햄, 스크램블한 달걀과 함께 볶는다
5. 계란을 덮고, 케첩을 뿌려 완성한다

* 편집자 주 : 심야 식당을 위협하는 럽젠 식당에서 곧 당신의 식욕을 자극할 소울 푸드가 추가로 찬찬찬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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