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목란언니>┃”믿지 않지만… 아니 행복을 믿어.” by 태강

“믿습니까?”라고 목청 높여 소리치는 성직자부터 “오빠 믿지?”라고 속삭이는 남자친구까지 우리는 믿음을 강요하거나 혹은 강요당하고 있다. 그만큼 사회는 불신不信으로 가득 차 있다. 여기 불신으로 시작해서 불신으로 끝나는 연극 한 편이 있다. 바로 연극 <목란언니>이다.
연극은 목란의 불신으로 시작한다. 브로커에게 속아 정착금과 보증금까지 사기를 당한 목란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불신을 느끼게 된다. 목란의 뒤를 이어 태산, 태강, 태양 삼 남매는 각자의 상황 속에서 사랑과 사회에 불신을 가지게 된다. 연극을 보는 내내 수없이 많은 불신을 마주치게 되는 우린, 문득 깨닫게 된다. 극중 삼 남매가 가진 불신은 우리가 가진 불신과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았다는 것을. 지금 연극 밖에서 <목란언니> 삼 남매에 빙의한 기자의 ‘불신不信에 대한 3막’이 갓 열렸다.

시놉시스

평양에서 아코디언을 전공한 조목란은 뜻하지 않은 사고에 휘말려 고향을 떠나 한국에 온다. 북에 있는 부모를 탈출시켜 서울로 데려다 준다는 브로커에게 속아 정착금과 임대아파트의 보증금마저 사기당한 목란은 한국에서의 삶에 크나큰 회의를 느낀다. 마침 청진에서 온 탈북자로부터 공훈예술가인 부모가 수용소가 아닌 청진으로 추방되어 지방 예술단체에서 활동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그녀는 다시 북한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태강에게 불신이란?
쉽게 빠져들 수 있으나 자신의 행복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 혹은 자신의 행복을 찾게 하는 불씨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인 철학을 사랑한 태강. 그러나 사회는 이 지혜라는 것이 당장에 내 배를 불릴 수 있는 것인지, 내 금고를 가득 채워 줄 수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철학에 대한 불신은 학문의 전당이라 할 수 있는 대학에까지 스며든다. 철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당장 수중에 돈이 생기는 것이 아니기에, 철학에 대한 수요는 점점 줄어들고 입시에서 다른 과보다 철학과의 대입점수가 훨씬 낮아졌다. 태강의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철학과 교수인 그는 자신의 과가 폐하는 위기 한가운데 서 있게 된다.
사회의 상업적으로 계산적인 모습은 태강의 철학에 대한 믿음마저 부식시킨다. 철학과 따위 없어져도 괜찮다는 듯한 태강의 모습에, 상처 받은 철학과 학생은 그를 불신하고 자신을 버린 사회에 대해 분노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하여 꼬리에 꼬리를 문 불신인지는 모르겠으나, 지혜를 추구해야 할 성스러운 교육의 장 대학에서 학문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철학이 버려짐으로써 수많은 사람이 상처를 받고 눈물을 흘린다. 이는 비단 무대 위에서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떫은 현재도 그러하다.

그러나 술에 취한 채 나타샤에 대한 사랑을 외치고 흰 당나귀를 기다리는 그의 모습은 나타샤로 대변되는 철학에 대한 그의 사랑이 끝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아마도 항의하러 온 학생의 머리에 부은 소주는 철학에 대한 믿음의 눈물이 아니었을까. 확신할 수 있는 건 연극의 끝자락에 그가 외국으로 떠나 행복을 찾으려는 모습에서 그가 마지막까지 철학을 놓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다. 그는 마지막에 말한다. “I want to be happy.”

우리는 모두 각자의 나타샤를 가슴에 품은 채 살아간다. 나타샤는 그 자체로 삶의 이유이자 에너지이다. 그러나 나의 나타샤가 세상의 믿음을 살 수 없다면? 세상에 발붙이고 사는 존재로서 우리는 끊임없이 현실과 나타샤 사이에서 갈등한다. 세상의 나타샤에 대한 불신은 결국 그 사이에 서 있는 나를 변질시키기 쉽고 결국 나는 불신덩어리가 된다.
이런 점에서 태강은 그저 연극 속 인물로 그치지 않는다. 끊임없는 갈등 속에서 우리 역시 쉽게 불신을 선택한다. 그러나 쉬운 선택이 우리 마음을 쉬게 놔줄 리는 없다. 우리는 모두 행복할 권리가 있다. 당신을 믿지 않는 세상에서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무얼 선택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 오랜 시간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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