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여행,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

여행을 다녀오면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을까? 그곳에서 먹은 음식? 인산인해가 되었던 명소? 무엇보다 사람을 가슴 속에 새겨오는 여행, 카우치 서핑은 어떠한가. 상상도 못했던 하룻밤의 파티가 이 카우치 서핑으로부터 시작됐다.

들어는 봤니, 카우치 서핑?

“내 카페를 35개국을 다닐 수 있는 여행 티켓과 바꾸겠어요.”

위 대사는 최근 국내 개봉한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에서 여주인공 계륜미가 자신의 카페를 관광 코스로 하고 싶어하는 여행사 직원에게 던지는 대사다. 계륜미는 사랑하던 남자로부터 카우치 서핑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그가 떠나자 본인이 운영하는 물물교환 카페 소파에서 카우치 서퍼들이 쉴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늘 부모님의 뜻대로 공부만 해온 자신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모르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카우치 서핑’을 하면서 말이다.

카우치 서핑은 여행자를 위한 커뮤니티로, 2004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벌써 8년째를 맞이한다. 이는 소파를 뜻하는 ‘카우치couch’와 웹 사이트를 검색하는 행위를 뜻하는 ‘서핑surfing’이 결합한 신조어다. 이는 숙소를 찾는 여행자를 위해 본인의 집에 있는 소파를 빌려주기도 하고, 본인이 여행자가 되어 다른 사람의 소파에서 잠을 청하면서 자연스레 문화 교류를 하게 되는 것. 하룻밤을 재워주는 것뿐만 아니라 함께 도시를 관광하거나 하우스 파티를 즐기는 등 서로 글로벌한 친구가 되어 교류하는 일련의 모든 활동을 칭한다.

해보지 않을래, 카우치 서핑?

같은 관심사를 가진 외국인과 친구가 되어 이야기하고, 함께 즐겁게 시간을 나누는 경험.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기대감에 설레지 않는가? 그러면 이제 카우치 서핑에 도전할 차례다. 우선
카우치 서핑 사이트(http://www.couchsurfing.org)에 접속하자. 이곳에선 이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심지어 영어 초보자도 쉬울 만한 용어로 풀이되어 있다(일부 한국어 지원도 된다).

사이트에 가입한 후에 가장 먼저 할 일은 바로 본인의 프로필을 작성하는 일. 프로필 작성은 ‘Edit Profile’ 메뉴에서 가능하다. 본인의 사진, 이름, 사는 곳, 카우치 서핑 가능 여부, 자신의 비전과 관심사, 페이스북 주소 등 본인을 드러내는 내용을 작성해야 한다. 이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모든 카우치 서퍼가 대부분 이 프로필을 보고 카우치 서핑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가령, 프로필을 대충 작성한다면 상대방은 나란 존재에 대해 궁금하지 않은데다가 친구조차 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

자, 이제 프로필 작성까지 완료했다면 본격적으로 카우치 서핑을 통해 만날 사람을 찾아보자. 미리 알아두어야 할 용어는 호스트Host와 서프Surf. 호스트는 나에게 소파를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을 말하고, 서프는 호스트를 구하는 여행자를 칭한다. 카우치 서핑은 상단 메뉴의 ‘Surf/Host’를 클릭하면 오른쪽에 보이는 검색창이 나온다. 검색창에서 본인이 카우치 서핑할 도시(혹은 국가)를 검색하면, 수많은 카우치 서퍼들의 프로필이 나온다. 그 프로필을 꼼꼼하게 읽고 나서 카우치 서핑이 가능한지 등의 여부를 메시지로 물어보면 된다. 메시지를 보낼 때는 본인이 상대방의 프로필을 보고 어떻게 느꼈는지, 혹시 평소에 가지고 싶어했던 한국 전통의 선물은 없는지 등의 내용을 잊지 않도록 한다.

메시지를 보내면 상대방에게 답장이 올 것이다. 상대방으로부터 OK 사인이 오면, 상대방과 만날 준비를 하면 된다. 카우치 서핑 절차는 생각보다 간편해 보이면서도, 메시지를 보낼 때 본인의 진심이 글과 사진에 묻어나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OK 사인에도, NO 사인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열어라, 당신의 마음을, 당신의 집을. 그렇게 당신 때문에 이 세계는 열리게 된다.

드디어 만났어, 카우치 서핑으로!

위의 절차에 맞춰 보스턴에서 카우치 서핑을 시도해 보던 중, ‘Jesse Maddox’라는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영상 작업에 관심이 많은 공통 관심사를 가진 우린 만나기 전까지 문자와 전화로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고, 드디어 보스턴의 어느 주택가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마침, 그는 친구들과 함께 하우스 파티를 즐기던 중이었다. 난생처음 보는 낯선 5~6명의 친구와 함께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된 그 시각,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그루빙한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간단한 게임을 하며 맥주를 즐길 수 있었다. 그들과 함께한 게임은 두 명이 각 한 팀을 이뤄 진행되는 맥주 게임. 맥주로 채워진 컵을 각 팀 앞에 삼각형 모형으로 세운 뒤 상대방의 컵에 탁구공을 넣으면 상대방이 벌주로 맥주를 마시는 게임이었다.

1시간여 흘렀을까? 갑자기 게임을 중단하고 다른 생일 파티로 가자는 소동이 일어났다. 첫 번째 하우스 파티 때 만난 친구들과 함께 생일을 맞은 그의 친구 집으로 이동하게 됐다. 두 번째 하우스 파티가 열리던 곳의 옥상에선 이미 수많은 사람이 직접 구운 바비큐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밤을 잊고 있었다. 문화 충격이란, 이런 것일까. 이 까만 눈동자의 이방인을, 파티 주인공과 그녀의 부모님, 강아지까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반겨주었다는 사실이. 우리 일행 외에도 하우스 파티가 열린 장소에선 낯선 이들 천국이었다. 그럼에도 준비된 술과 음식과 함께 자연스럽게 서로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처음 보는 이들과의 흥겨운 하우스 파티라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이 모든 것은 카우치 서핑 사이트를 통해 만난 Jesse라는 친구와의 인연으로 느낄 수 있었다. 카우치 서핑은 여행이 획일적인 관광지에 대한 기억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가슴 한구석 따스한 사람으로 새겨지는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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