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게 타버린 나의 열정, 번아웃 증후군

한 남자아이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주변은 마치 꿈을 꾸는 것 처럼 뿌옇다. 지쳐서 쓰러질 것 같이 어지럽고 위태로워 보인다. 까맣게 타버린 당신의 열정, 번아웃 증후군 (이미지 출처 : 영화 <시리어스 맨> 스틸컷)

“난 지금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온라인에서 위 글귀가 퍼지기 시작했다. 이는 웃음을 유발하는 이미지와 만나 익살스러운 이미지 컷을 탄생시켰다. 이 글귀와 함께 다양하게 제작된 이미지는 주로 대학생의 시험기간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주 등장한다.

얼핏 웃고 지나칠 이 이미지는 사실 우리 사회의 무력감을 말해준다. 많은 사람이 깊은 생각을 할 여유도 없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고 이 속에서 느끼는 감정 가운데 무기력함은 다들 한 번쯤은 느껴보았을 법하다. 그러나 이 무기력함을 단순히 보아선 안 된다. 이는 2014년 현재 바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겪고 있을 법한 ‘번아웃 증후군’의 초기 증상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두 컷짜리 만화이다. 위는 한 남성이 옆으로 누워 “난 지금 아무 생각이 없다.” 라고 말한다. 다음 컷에선 “왜냐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림체가 단순하여 익살스러운 느낌을 연출한다. 이 이미지에 공감하시나요?

이것이 신드롬이 될 줄이야, ‘번아웃 증후군’

‘번-아웃(burn•out)’이란 신체, 정신상의 극도 피로를 의미한다.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느라 까맣게 타고 남은 연료처럼 온몸의 에너지를 다 써버린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번아웃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은 무기력감이다. 지칠 대로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가 지속한다면 번아웃 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혹은 불면, 식이 장애, 기억력 감퇴, 이유를 모를 몸의 통증도 번아웃의 다른 증상이다.

소진 증후군 체크리스트 항목이다. 5개의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질문은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근사하다는 느낌이 드세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등으로 구성되었다. 테스트에 따르면 항목 5개 중 3개 이상에 해당하면 소진 증후군을 의심해보아야 한다고 한다. 번아웃 증후군 체크리스트. 5개 중 3개 이상이면 번아웃 증후군을 의심해보자. (이미지 출처 : MBC 다큐스페셜 <오늘도 피로한 당신, 번아웃 증후군> 중)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모른 채 무작정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자신을 엄청난 무게감으로 누르고 있는 상태. 그리고 그 무게감을 견디느라 삶의 의미, 일의 목적은 안중에도 없는 상태. 이 상태로 하루를 보내며 앞서 언급한 증상들을 겪는 게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다 타버린 우리의 이야기

번아웃 증후군은 바쁜 현대인, 특히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경험할 증세다. 그러나 최근 대학생도 이 증후군으로부터 예외는 아니다. 학점, 스펙, 자격증 관리 등 온갖 ‘자기 관리’에 시간을 쏟는 학생이 늘어났다. 사실 학점 하나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지만 요즘 학점’만’ 관리하는 친구는 보기 드물다. 아르바이트, 대외 활동, 자격증 관리 등 적어도 2개 이상의 활동을 병행하는 게 흔하다. 심한 경우엔 학점은 기본이요 공모전, 아르바이트, 과외, 대외활동, 동아리 활동을 함께하는 강한 정신력의 친구를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대학생들의 피로도는 어디쯤에 와 있을까. 우리들의 번아웃 경험기를 들어 보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신의 에너지를 완전히 소진했다는 점과 자신이 하는 일로부터 무력감을 느꼈다는 게 공통점인 그들의 번아웃 경험기를 들어보자.

Mini Interview 1
번아웃 초기증상을 겪고 있는 연구원
신상 : 27세 남자, 현재 연구원으로 재직 중
하루 중 평균 업무 시간 : 12시간
하루 평균 자유 시간 (수면, 휴식시간 포함) : 8시간

럽젠Q 보통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나요?

“아침 8시쯤 일어나 9시에 출근하고 업무를 6시까지 합니다. 그 이후 10시 반까지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해요. 사실 박사님과 계속 같이 하므로 개인적인 공부라기보다 업무의 연장이라는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집에 가서 간단히 씻고 잠들면 밤 12시에서 새벽 2시가 돼요.”

럽젠Q 가장 ‘바빴을 때’의 하루 일과는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의자에 궁둥이 붙이고 10분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던 날이 있었어요.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럽젠Q 스스로 ‘번아웃’ 증상이 왔음을 경험하셨나요?

“최근 짜증이 늘었습니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넘기던 일인데 지금은 화를 내게 되고 짜증을 부립니다. 저 스스로 여유가 없으니 스트레스를 받고요.”

럽젠Q 힘든 일상에서 오는 피로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면요?

“하루 정도는 미친 듯이 자고 나니까 좀 나아지더라고요. 술을 필름이 끊길 때까지 먹기도 하고요.”

럽젠Q 본인이 왜 ‘번아웃’ 현상을 경험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 위해 참고 달려야 한다고 늘 생각하죠. 그러나 몸은 한계를 느끼는 것 같아요. 또한, 남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앞으로 달려갈 수 밖에 없습니다. 가끔 ‘내가 왜 이 짓을 하나….’라는 생각이 들죠. 그럴 때마다 번아웃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럴 때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이유를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Mini Interview 2
낮에는 회사, 밤에는 학교 – 몸이 두 개였으면 하는 늦깎이 대학생
신상 : 25세 여자, 현재 증권회사 텔러로 일하며 야간 대학교 재학중
하루 중 평균 업무 시간 : 11시간(회사) + 4시간(학교 수업)으로 총 15시간
하루 평균 자유 시간 (수면, 휴식시간 포함) : 오전 30여 분과 점심 1시간 + 수면시간(4시간) + 3시간(이동시간)으로 총 9시간 정도

럽젠Q 보통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나요?

“아침 4시 40분에 기상하여 7시까지 출근해요. 7시 30분엔 회의가 시작합니다. 보통 저녁 6시 30분 정도에 퇴근하고요. 학기 중에는 5일 중 4일을 학교에 가기 때문에 늦어도 6시에는 양해를 구하고 퇴근해서는 저녁 10시까지 학교 수업을 들어요.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평균적으로 12시 30분 즈음에 잠이 들어요. 시험기간에는 더 늦게 자고요. 토요일도 오후까지 수업이 가득 있어요. 주말은 거의 과제로 시간을 보내죠.”

럽젠Q 가장 ‘바빴을 때’의 하루 일과는요?

“지난 학기 기말고사 기간이 가장 바빴어요. 새로 이사한 집이 학교와 멀어져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야 했고, 평일 수업 일수가 늘어나면서 과제가 늘어났죠. 업무 중간에 틈틈이 과제를 마쳐야 했어요. 회사가 끝나고 학교에 늦을까 봐 퇴근하면 그냥 뛰어다녔어요. 밤 10시에 수업이 끝나면 팀 과제를 위해 11시가 넘도록 학교에 있다가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허겁지겁 역으로 갔죠. 또, 최근에 회사 경기가 좋지 않아 구조조정을 거쳤거든요. 그래서 개인 업무가 늘어나 야근이 늘어났어요. 경험 많은 선배들이 많이 퇴사하셔서 하루가 1시간처럼 흐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어요.”

럽젠Q 스스로 ‘번아웃’ 증상이 왔음을 경험하셨나요?

“입사하고 인정받을 만큼 열심히 공부하려고 애썼고, 책임감 있게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매일매일 같은 업무를 반복하는 일상에 지치고, 체력의 한계를 느꼈죠. 가장 중요한 건, 대체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매일 같은 자세로 일하면서 어깨와 목 통증까지 찾아오면서 이 감정은 더욱 심해졌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상쾌하지 않고,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버텨야 하나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에서의 나의 표정은 정말 가관이었을 거예요.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가족한테 화도 많이 냈어요. 예전에는 신나고 두근거리던 관심 가던 모든 일에 그저 아무런 감흥이 없고, 만사가 귀찮고 무기력해졌어요. 솔직히 예전보다 웃음도 없어졌어요.”

럽젠Q 힘든 일상에서 오는 피로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면요?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 노력하죠. 업무와 공부 외에 다른 곳에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고 항상 노력해요. 그래서 짬이 나면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다니려고 해요.”

럽젠Q 본인이 왜 ‘번아웃’ 현상을 경험했다고 생각하시나요?

“목표 없이 일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혹은 열심히 일했는데 나에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또는 내가 하는 일이 즐기기엔 적성에 맞는 일이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죠.”

Mini Interview 3
여긴 어디? 나는 누구? – 멍하니 구름 위를 걸었던 공학도
신상 : 22세 여자, 대학생
하루 중 평균 업무 시간 : 18시간 이상
하루 평균 자유 시간 (수면, 휴식시간 포함) : 최대 6시간, 일주일 중 1~2일 밤새는 경우가 많음

럽젠Q 보통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나요?

“월요일에서 일요일까지의 스케줄이 모두 다른데, 보통의 하루 일과를 알려드리자면 아침 8시 20분에 기상해요. 어기적 어기적 전화영어 책을 찾아서 옆에 두고요. 8시 30분에 전화벨이 울리면 10분 동안 전화 영어를 해요. 8시 40분, 전화 영어가 끝나고 샤워실로 향하죠. 9시 15분 정도에 수업에 들어갈 준비를 끝내고 수업을 들으러 갑니다. 9시 30분에서 11시까지 수업을 하죠. 수업이 끝나고 바로 기숙사 방으로 돌아와 잠시 눈을 붙이고 요기를 해요. 오후 12시부터 주로 잠이 드는 새벽 3시까지는 수업, 보고서 작성, 과제, 실험, 공모전 준비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요. 밀린 업무를 처리하려면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어요. 여러 업무가 겹치면 일주일에 1~2일 날을 새는 건 기본입니다.”

럽젠Q 가장 ‘바빴을 때’의 하루 일과는요?

“일주일 중 가장 바쁜 날은 월요일이에요. 화요일에 있는 퀴즈와 기획안이 겹칠 때면 지옥을 경험했어요. 공모전, 과제, 전공시험, 실험(보고서 포함), 졸업사진 촬영, 회의가 겹친 월요일이 있었는데요. 정말 ‘토할 것 같다’는 표현이 공감된 순간이었어요. 사실 정말로 소화가 정말 안 돼서 구토 기운을 느낄 지경이었죠. 밥 먹으면서 일하고, 계속 쓰고… 혹시 시간 내에 해결하지 못할까 걱정돼서 잠도 오지 않았어요.”

럽젠Q 스스로 ‘번아웃’ 증상이 왔음을 경험하셨나요?

“흔히 말하는 번아웃 증상은 다 겪었어요. 무기력, 식이장애, 기억력 감퇴, 통증, 불면증 말이에요. 계속 무기력했어요. 퀭한 상태로 좀비처럼 돌아다녔죠. 날씨가 좋은 날에는 꿈꾸는 것 같기도 했어요. 기분이 좋아서가 아니라 제가 서있는 곳이 현실이 아닌 것 같아서요. 붕 떠 있는 느낌이라면 이해하실까요? 식이 장애도 겪었어요. 음식을 잘 안 먹다가 한 번 먹으면 미친 듯이 먹었죠. 원래 간을 하지 않은 음식, 생식을 좋아하고 소식하는 편인데 기름지고 단 음식을 찾게 됐어요. 기억력 감퇴도 경험했습니다. 무기력하고 멍하다 보니까 모든 게 내 귀를 그냥 스쳐서 지나가는 것 같더라고요. 내 뇌에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반대편 귀로 흘러나가는 느낌이 반복됐어요. 이런 증상이 반복되니 짜증이 심해졌고요.
그러다 오랜만에 하루 정도 여유가 찾아온 날이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온몸이 쑤시는 거예요. 침대에서 나가기가 힘들고 머리가 지끈지끈했어요. 그리고 가끔 혼자 있을 수 있는 여유 시간이 오면 뭔가 허전했어요. 몸은 쉬고 싶은데 마음이 불안해서 혼자 있기가 불안해서요. 그래서 친구들한테 연락했죠. 조용히 쉬어야 하는 데 마음이 불안해서 쉬지도 못하더라고요. 그게 무서웠어요. 원래 잘 우는 편이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울상이 되어 있더라고요.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는 친구와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눈물을 흘린 적도 있어요. 정말 우울했어요.”

럽젠Q 힘든 일상에서 오는 피로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면요?

“누군가와 대화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여기저기 전화도 많이 했죠.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에 여유가 찾아오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인 쉴 틈 없이 밀려드는 일과 모든 걸 잘해야 한다는 나의 강박관념이 해결되지 않으니 일상은 바뀌지 않았어요.”

럽젠Q 본인이 왜 ‘번아웃’ 현상을 경험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 욕심이 과도했어요.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해 보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그리고 욕심을 내면 그만큼 성취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번에 한계를 맛봤어요. 대학에 오고 나서 공부는 전문성을 요구했고, 학문의 깊이는 끝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내가 접할 수 있는 활동도, 내가 선택해야 할 과목도 너무나도 다양했어요. 제가 선택한 방법은 그 활동 가운데 중요한 걸 선별하는 게 아니라 끌리는 건 다 해보는 것이었죠. 그 당시엔 그게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적당한 욕심은 열정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하면 ‘황새가 뱁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일을 면하지 못하더라고요. 이번에 번아웃을 겪으면서 가랑이가 제대로 찢어졌어요.
’88만원 세대’ , ‘청년 취업난’ 등등 청년 사회에 다양한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단어에서 불안함을 느꼈었고, ‘융합’, ‘인재’ 등등의 단어는 나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왔어요. 불안감과 부담감 속에서 나를 지탱해 줄 잣대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열심히 살며 적어도 나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일은 없게 하려고 미친 듯이 달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번아웃’할 수밖에 없는 이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4 더 나은 삶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시민참여, 교육, 치안 등 11개 세부 평가부문 가운데 ‘삶의 만족도 지수’가 조사대상국 중 하위권인 36개국 가운데 25위이다. ‘일과 생활의 균형’ 항목은 거의 꼴찌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의 연평균 근무시간이 OECD 평균 1,765시간보다 훨씬 높은 2,090시간(하루 평균 10시간 30분)에 달하는 것이 주원인으로 지적됐다.

번아웃 증후군의 가장 큰 특징이자 문제점은 ‘우리가 흘리는 땀’의 이유를 모른다는 데 있다. 왜 이토록 열심히 달리고 있는지 모른 채 온 마음과 정신을 소진하고 있을 뿐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깊은 몰입은 자기 발전에 긍정적인 도움이 된다. ‘미쳐야 미친다.’라는 말이 있듯이 몸과 마음을 다해서 자신을 소진하는 게 필요한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몰입의 조건은 내가 그 일을 강하게 원하고, 그 일로부터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있다.

영화 ‘회사원’의 스틸컷이다. 주인공 소지섭이 지하철 안에서 멍하니 바닥을 응시하고 있다. 무기력한 표정이다. 뜨겁게 달궈진 이곳은, ‘번아웃’ 권하는 사회다.(이미지 출처 : 영화 <회사원> 스틸컷)

그럼에도 수많은 직장인, 대학생들이 번아웃을 호소한다. 아마 우리는 의미를 물어보기 민망할 정도로 정신 없이 일해야 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 자를 기다리는 것은 태만이라는 평가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바쁘다는 것은 사회에서 그만큼 그 사람을 필요로 한다고 보기 때문에 오히려 바쁨을 미덕으로 여기기도 한다. 먹고 살기 위해,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오늘도 자신을 누르는 업무의 무게를 꾸역꾸역 견디다 모두가 뜨겁게 달궈진 이곳은, ‘번아웃 권하는 사회’다.

당신을 식혀줄 ‘쿨-아웃’을 찾아서

그렇다고 이렇게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과한 업무에 달궈진 몸과 마음을 식힐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과한 업무 환경으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지만 이는 현실의 제약이 따른다.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정신의학과 전문의 윤대현 씨는 ‘목표치를 낮추라’고 조언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한 욕심은 필연적으로 한계를 동반한다. 모든 것을 안으려 하지 말고, 뭐든지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려 노력하자. 낯선 곳으로의 ‘여행’도 도움이 된다. 여행의 좋은 점 가운데 하나는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욕심이 많아서 적당히 하는 건 안 되겠고, 여행할 여건도 안 된다면? 친구를 만나자. 대화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마음을 터놓고 시작한 대화는 그 어떤 치료제보다도 효과적으로 마음의 안정을 선물한다.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번아웃 경험을 듣는 것도 좋다. 번아웃을 겪는 사람이 당신만이 아니라는 점이 역설적이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신이 겪는 문제가 당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 일단 마음을 열고 얘기하자. 정말 힘들다고. 혹은 정말로 지쳤다고. 대화는 벌겋게 달궈진 당신의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식혀줄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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