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뽀삐뽀! 응답하라 2000 <남자> 편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7>가 불러일으킨 추억의 바람. 드라마는 끝났지만, 우리의 추억 앓이는 끝나지 않았다! 스크루지 영감조차 변하게 만드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 카니발의 <그땐 그랬지>와 함께 자, 시작한다.

응답남은 어느 날 문득, 돌이켜 생각해봤다. ‘2000년은 굉장히 다사다난했던 해였구나.’ 연도의 맨 앞자리가 바뀐 것 이상으로 말이다. 아마도 2000년을 기점으로 모든 초등학생의 집에는 가정용 데스크톱이 들어오고,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응답남 집 역시 마찬가지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지금은 한국에 영영 들어올 수 없는 가수가 선전하던 회사의 컴퓨터를 구입했고, 초고속 인터넷을 집에 설치했다. 하지만, 이 당시만 해도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가 일반화되어 있던 사회적, 가정적 분위기 때문에 우리만의 문화가 보다 존중되었다. 치열한 내신 전쟁 따위 관심 없던 초등학생 시절, 그때의 아련한 2000년도 서랍을 열어본다.

다 나와, 만화 캐릭터 딱지


2012년 지금, 초등학생은 과연 딱지의 존재를 알까? 응답남의 사촌 동생만 봐도, 딱지를 치지 않는다. 12년 사이 초등학생의 놀이 풍속도가 완전히 바뀐 탓이다. 2000년도의 딱지 역시 우리 윗세대의 딱지와는 달랐다. 우리가 가진 딱지는 가격도 1개당 3백~5백원으로 싼 편이 아니었고, 당시 TV에서 방영하던 만화의 캐릭터를 디자인에 도입해 컬러도 화려했다. ‘따죠’라는 이름의 강력한 경쟁자가 생겨, 보다 과학적인(?) 설계로 어떻게 접든지 예쁜 겉모습을 자랑했던 것. 게다가 싸움을 못해도 딱지는 잘 쳐야 한다는 특유의 묘한 경쟁심이 발동하기도 했다. 아마 그때부터 어른의 논리가 우리에게 조금씩 개입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남심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린 미니카

미니카는 시대를 막론하고 공전의 히트를 쳤던 아이템이다. 하지만 2000년도의 미니카는 ‘열풍’ 그 자체였다. 조금 규모가 큰 문방구 앞에는 번듯한 트랙도 있었고, 미니카에 환장한 녀석들은 좀 더 좋은 고급 모터와 범퍼, 그리고 장식품을 구입하기 위해 부모님이 주신 돈을 꼬깃꼬깃 주머니에 넣어 시내로 향하곤 했다. 1998년과 2001년에 방영된 미니카 만화 <우리는 챔피언>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더욱 궁극적인 이유는 과학을 좋아하던 아이가 그 당시에는 많아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당시 응답남의 꿈도 과학자였다.

여신이여, 핑클과 SES

핑클과 SES는 동경의 대상, 여신 그 자체였다. 수학여행이나 수련회를 가면, 여자들은 그들을 따라 주렁주렁 액세서리를 달고 음악에 맞춰 핑클과 SES 누나의 노래에 몸을 맡겼다. 2000년 전까지만 해도 SES의 인기가 단연 독보적이었지만, 2000년 이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NOW>를 기점으로 핑클의 팬심이 급상승했다. 50대 50으로 갈라선 그들의 인기만큼 팬도 성격에 따라 달라졌다. SES 팬은 더욱 여성적이었고, 핑클 팬은 더욱 남성적이었다(유리 누나를 보호하고 싶다는 녀석이 있듯). 응답남이 가진 핑클 2집 테이프는 하도 들어서, 말 그대로 늘어질 때까지 늘어졌다. 주먹을 빙글빙글 돌리는 안무까지 하면서 들었다는 게, 지금은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쉽게 가질 수 없는 너, 게임 보이

새로운 아이템이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득템’하려는 심리, 응답남의 초등학생 시절도 그랬다. 얼리 어답터로의 길, 얼마나 멋진가. 게임보이는 그런 면에서 범접할 수 없는, 최강의 가격과 특수성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일본에서 들어온 게임보이는 당시 초등학생이 구입하기에는 엄청난 가격을 자랑했고, 그만큼 소유자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게임보이의 파급에는 90년대 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화 <포켓몬스터>의 인기도 한몫했다. 포켓몬스터 게임을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장점이 게임보이에 있었기 때문. 엄격한 부모님 때문에 게임보이를 포기해야 했던 뭇 학생들은 친구의 것을 몰래 빌리며 이런 말을 중얼거렸다지. “가질 수 없었기에 더 애증이 느껴져, 너란 녀석. 게.임.보.이”

부모님의 지갑이 구멍 났네, 띠부띠부 씰

아직도 좀체 모르겠다. ‘띠부띠부’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마 ‘띠었다 붙였다’의 앞글자만을 따서 띠부띠부라고 불렀던 것 같다. 줄임말이 일상화된 요즘과 달리 정확한 단어를 구사했던 2000년에는, 이름 자체부터 생소하고 충격적이었다. 90년대 말,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포켓몬스터>는 동네 초등학생의 지갑(=부모님의 지갑)을 어마어마하게 털어갔다. 특히 가장 많이 털어간 것이 바로 띠부띠부씰. 띠부띠부씰이란 포켓몬스터 캐릭터 빵을 먹으면 부록으로 있던 스티커로, 포켓몬을 번호 순으로 모으는 마니아적 감성과 열정을 자극했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다. 응답남 친구 중 어떤 포켓몬 스티커가 들어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빵을 사지도 않은 상태에서 짓뭉개는 녀석이 있었는데, 그 수법이 너무 교묘해 동네 슈퍼 주인은 억울하게 하급생 녀석을 범인으로 잡아버린 적이 있었다.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 애매한 사람만 잡은 꼴이었다.

밥 친구의 등장, 뿌삐또와 보크라이스

초등학교 때 부모님의 관심사는 아이들의 ‘영재성’과 ‘키’다. 2000년도 똑같았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은 부모님께서 정성스레 만든 밥의 소중한 가치를 알 길이 없다. 콩밥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도, 김치보다 달콤한 감기약을 선호하는 것도 아이였다. 이런 철없는 아이를 위해 식품회사는 옆 나라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밥 친구’를 모셔왔고, 만화 다음 광고 시간에 나오는 ‘밥 친구’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뿌비또는 ‘뿌리고 비비고 또먹고’의 약자다. 이 줄임말을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하는 것을 보면, 맛은 사라졌을지언정 2000년을 빛낸 최고의 친구였다는 건 사실인 듯싶다.

게임을 못해도, 철권 태그 토너먼트와 스타크래프트

당시 게임에 관심 없는 아이도 물론 있었다. 게임을 잘하지도 못하고, 게임이 주는 쾌락적 요소도 알지 못하는. 하지만, 이 두 게임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못해도, 계속 주머니 속의 돈을 털어갔다. <철권 태그 토너먼트>는 동네 오락실의 주 수입원이었다. 1백원이나 2백원을 넣으면 2명의 캐릭터를 조종할 수 있고, 게임 스테이지 이외에 이른바 ‘연결’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대전도 가능했다. 하지만, 너무 잘하면서도 눈치 없는 친구는 거듭된 연승 후 동네 형들에게 ‘집단 꾸중’을 듣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스타크래프트>는 타이밍이 굉장히 좋았던 게임이다. 2000년은 가정별로 하나의 컴퓨터가 상용화되는 시점이었고, 아이들은 새로운 게임을 찾아 방황하고 있었다. 바로 그 시기에 등장한 게임이 향후 우리나라 게임 시장을 오늘날까지 잠식한 <스타크래프트>였다. 응답남의 친구 중 한 명이 떠오른다. 게임을 매우 잘하고 싶어 학원 교재를 살 돈으로 <스타크래프트> 공략집을 샀던 그 녀석이.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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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님의 지갑이 구멍났네ㅋㅋㅋㅋㅋㅋ 전 요즘도 스티커 모으느라 빵 사먹어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포켓몬스터 스티ㅋㅓ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빵 엄청먹었더라죠 ㅋㅋㅋㅋㅋ
  • 안지섭

    전 게임을 못해서 매일 저희 형이 철권 왕을 깨는 모습을 보면서 참 부러워 했는데.... 그립네요 ㅠㅠ
  • lyn1130

    스타크래프트와 철권, 게임보이!!!! 전 여잔데...뭐죠?ㅋㅋㅋ 추억이 새록새록 읽으면서 절로 엄마미소가..ㅋㅋ
  • alluptosseul

    ㅋㅋㅋ 제 동생 생각나요! ㅎㅎㅎ
    미니카사달라고 조르던 목소리가 생각나는 기사였습니다 :)
  • 저는 남자편이 오히려 더 공감가는게 많네요 ㅋㅋㅋ
    대박입니다~ ㅎㅎㅎㅎㅎ추억이 새록새록!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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