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 트레일, 보스턴이 쟁취한 자유의 흔적을 따라 걷다

뉴욕에서부터 끝없이 뻗어 나간 고속도로를 4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보스턴. 처음 만났던 보스턴은 초현대식 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풍경을 가진 동시에 유럽의 어느 한적한 마을에 와 있는 듯한 모순된 느낌을 주는 그런 도시였다. 하지만, 인도 중심을 가로지르는 붉은색 벽돌 길을 마주하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은 보스턴이 지금까지 간직해 온 역사 그 자체였다. 프리덤 트레일(Freedom Trail), 붉은 벽돌 길을 따라 걸으며 그곳에 살아 숨쉬는 보스턴의 역사를 느껴보자.

보스턴 프리덤 트레일의 어느 길 위에 있는 문양. Boston, the freedom trail이라고 쓰여 있다

Where are you from? 보스턴 도심 속 붉은 벽돌 길

보스턴 커먼 내 붉은 벽돌길을 따라서 주청사 건물로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 모두 가벼운 복장을 하고 있다.프리덤 트레일 여행에는 구태여 동반자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 길을 헤맬 염려가 없기 때문. 간편한 운동화를 신고 벽돌 길만 따라가면 된다. 이 얼마나 편한가.

프리덤 트레일 역사의 첫 페이지는 과연 어떻게 쓰여졌을까? 놀라운 역사도 때로는 한 사람의 번뜩이는 생각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1950년대 보스턴은 유난히 폭이 좁고 꼬불거리는 골목들로 미로처럼 얽혀 있는 도시였다. 이처럼 복잡했던 보스턴의 지형은 여행객들에게 늘 불만거리가 되고는 했다. 1951년 3월 <보스턴 헤럴드 트래블러>지의 편집장 윌리엄 스코필드는 이러한 여행객들의 불편함을 덜어내고자 한 가지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그의 생각은 표지판을 따라 이동하면서 보스턴 내 역사적 장소들 순차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왼쪽 사진은 바닥에 빨간색 페인트칠로 길을 그려진 모습인데, 이는 프리덤 트레일 벽돌길의 처음이다. 오른쪽 사진은 도로변에도 벽돌길이 나있는 사진.보스턴 커먼 내 위치한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시작되는 프리덤 트레일 벽돌 길의 시작점.(왼쪽) 길을 따라 걷다가 사거리를 만나도 걱정이 없다. 친절한 벽돌 길은 도로변까지 이어져 있다.(오른쪽 사진)

당시 보스턴 시장이었던 존 B. 헤인스는 이러한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며 프리덤 트레일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이러한 배경으로 처음에는 나무표지판으로 시작하여 철제 표지판으로 바뀐 후 지금의 프리덤 트레일의 상징인 ‘빨간 벽돌 길’이 놓이게 되었다.

보스턴의 허파, 보스턴 커먼

역사의 출발을 만든 장소들을 자세히 살피다 보면 항상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이나 공원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프리덤 트레일의 역사도 미국 최초의 시민 공원인 보스턴 커먼 공원에서 시작되었다. 초기에 이 공원은 5만 평이 넘는 큰 부지로 시민들의 공동 공간으로 가축을 방목하거나 말을 훈련시키는 장소, 군사훈련장 등으로 자유롭게 사용되었다. 단순히 공용지로서만 역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곳에서 영국령 식민시대 수많은 종교적 이단자, 범죄자들이 공개 처형당하기도 했고, 영국 군대가 보스턴 시민들과 충돌할 당시 막사를 짓고 주둔한 적도 있었다. 보스턴 커먼 공원은 보스턴 시민들이 영국으로부터 부르짖던 핏빛 자유의 발자취를 그대로 간직하며 보스턴의 과거와 현재를 껴안으며 시민들과 함께 해 온 ‘보스턴의 허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커먼 공원 분수대 앞에서 일상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보스턴 시민들의 모습이다.뉴욕에 센트럴 파크가 있다고 하면, 보스턴에는 보스턴 커먼 공원이 있다. 보스턴의 시민들은 이곳에서 일상의 여유를 만끽한다.

보스턴 커먼 내 남북 전쟁 전사자 기념비의 모습. 돌로 만든 배 모양의 기념비를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이다. 보스턴 커먼 내 위치한 남북 전쟁 전사자 기념비. 공원 내 곳곳에서도 보스턴 역사의 발자취를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다.

보스턴 도심 속 황금빛 별이 떠 있는 이유, 주청사

보스턴 커먼 공원에서 길을 걷다 보면 대낮에도 황금빛으로 빛나는 별을 볼 수 있다. 프리덤 트레일을 따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건물이 그것인데, 황금 돔으로 그 위용을 뽐내고 있는 보스턴 메세추세츠 주청사이다. 구리 판에 23캐럿의 금을 덧입힌 주청사의 상징 황금 돔은 공원에서 길을 잃어도 나침반의 역할을 할 만큼 밝게 빛나고 있다. 이곳은 미국의 독립 이후 정부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하고자 했던 보스턴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생긴 역사적 건물로서 시민들에게는 그 의미가 더 큰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황금 돔 모양의 기둥과 그 아래 주청사 건물의 모습이 보인다. 보스턴 커먼을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보이는 황금 돔. 이내 그 위용을 자랑하는 주청사 건물의 모습이 드러난다.

주청사는 건축가 찰스 불핀치에 의해 1798년에 설계되었는데, 특유의 건축미와 견고함 덕에 미국 초기 정부 시절 건축물 중 백미라 일컬어지고 있다. 보스턴 시민들이 얼마나 주청사 건축에 심혈을 기울였는지를 알게 해주는 일화가 있다. 133,333,33달러. 이는 바로 주청사의 건축 비용이다. 비용만 보더라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정부로부터 독립하고자 했던 시민들의 간절함을 엿볼 수 있다.

주청사 건물 앞에서 럽젠 기자 한 명이 서 있다. 럽젠 기자가 매우 작아보일 만큼 큰 건물임을 알 수 있다. 잘 보이지 않지만 열심히 ‘따봉’을 들고 있는 럽제니. 주청사 건물의 웅장한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보스턴의 푸른 상공과 가장 잘 어울리는 건물, 파크 스트리트 교회

보스턴 커먼 공원을 나서 본격적으로 도심 속 프리덤 트레일을 길을 따라 걸으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곳이 파크 스트리트 교회다. 높이 솟은 교회당의 지붕 끝은 보스턴의 파란 하늘에 맞닿아 있다. 왠지 교회의 외관만 봐도 최초 교회를 세울 때 가졌던 시민들의 바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나라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건물’을 짓겠다는 시민들의 염원을 말이다. 이곳은 1829년 독립기념일, 미국 역사상 최초로 윌리엄 로이드 개리슨이 노예제도 반대 성명을 발표한 곳으로 유명하다.

파크 스트리트 교회를 아래에서 찍은 모습. 지붕이 뾰족하고 매우 높다. 높이 솟은 교회당의 지붕은 보스턴 시민들의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대변하는 것만 같다.

역사에 대한 보스턴 시민들의 자부심, 올드 그래너리 묘지

역사의 장엄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때가 있다. 1660년부터 문을 열고 있는 올드 그래너리 묘지에 들어서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숙연함을 느낀다. 이곳에는 현재까지의 보스턴을 있게 한 1,600명의 시대의 선구자들이 잠들어 있다. 존 핸콕, 사무엘 애덤스, 로버트 T. 페인 3명의 독립선언서 서명자를 비롯해서 주지사, 보스턴 초대 시장, 보스턴의 열렬한 애국지사 폴 리비어 등의 묘가 이곳에 안장되어 있다.

올드 그래너리 묘지의 모습. 초록색 잔디 위에 많은 비석이 세워진 모습, 이 중 한 비석과 그 옆에 꽂힌 성조기를 클로즈업한 사진 등이 보인다.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묘지의 풍경은 우리에게는 조금은 낯선 풍경이었지만, 보스턴 시민들은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수많은 조상들에 대해 깊은 감사를 매일 매일 되새긴다.

올드 그래너리 묘지를 지키는 관계자를 촬영한 사진. 남색 후드 티셔츠에 야구 캡을 쓴 남자가 여러 권의 파일을 들고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올드 그래너리 묘지의 역사적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매일 같이 묘지 앞을 지키는 청년. 인터뷰를 요청해 보았지만 그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는 ‘현재 자신이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고,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은 자신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프리덤 트레일 내 우아한 건축미를 대표하는 킹스 예배당

가장 좋은 전망을 자랑하는 건물 파크 스트리트 교회를 따라 걷다 보면 우아한 건축미가 느껴지는 킹스 예배당을 마주하게 된다. 실제로도 식민시대 가장 우아한 건축물 하나로 손꼽히는 이곳은 아름답게 장식된 설교단을 비롯한 독특한 구조의 내부, 미국 최초 석조 건물로서의 화려한 외형 장식이 눈에 띄는 곳이다.

킹스 예배당의 모습. 현대식 건물처럼 보이는 깨끗한 3층 정도의 건물이다. 뒤편으로 보이는 현대식 건물과 비교해도 전혀 낯설지 않은 느낌을 준다. 보스턴의 유적지들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도심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수많은 보스턴 역사의 첫 페이지를 쓰다, 올드사우스 공회당

프리덤 트레일을 따라 걷다가 만나게 되는 올드사우스 공회당은 역사가 만들어지기 전 또 다른 역사가 기록되고, 의식이 치러졌던 곳이다. 보스턴 시민들은 1795년 7월 4일, 정부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기 위해 지어진 새로운 주청사 건물을 보러 가기 전 이곳에서 축하 예배를 드리고, 이별 의식을 치르면서 앞으로 다가 올 보스턴의 새 시대를 꿈꾸었다. 공회당이 역사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이곳이 식민시대 내내 시민운동의 본거지 역할을 하면서 곳곳에 보스턴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시민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 차 사건’의 결의도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그야말로 올드사우스 공회당은 보스턴의 역사를 꽃 피우기 위한 씨앗을 키웠던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올드사우스 공회당의 모습. 교회처럼 생긴 건물을 앞과 옆에서 촬영한 모습이다. 보스턴 주요 역사의 출발점이 되었던 올드사우스 공회당의 전면과 측면의 모습.

다 알지만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자 1탄! ‘보스턴 차 사건’이란?
영국령 식민시대, 식민국에 대한 부당한 세금을 부여했던 영국 정부에 저항하기 위해 보스턴 시민들과 인근지역 주민들이 보스턴 항에 정박해 있던 배를 습격하여 9,000파운드의 값에 달하는 차 114상자를 항구에 쏟아 부어 버린 일종의 저항운동이다.
보스턴의 완전한 자유를 선언하다, 옛 주청사

프리덤 트레일에서 가장 처음 마주했던 것은 근대의 주청사 건물이었다. 프리덤 트레일 여행의 마지막에는 우연하게도 옛 주청사 건물을 마주하게 되었다. 프리덤 트레일 벽돌 길과 겉모습마저 닮아 있는 붉은 색 벽돌로 지어진 옛 주청사. 이 건물에는 어떠한 역사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보스턴 옛 주청사의 건물 사진. 좁은 건물 위쪽 가운데에 황금 독수리가 붙어 있다. 옛 주청사 건물 한 가운데에는 황금 독수리 상이 달려 있다. 독수리가 의미하던 것은 자유를 위해 힘차게 비상하는 보스턴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은 아니었을까.

초기 보스턴 최초의 공립 건물로써 상인들의 거래 장소, 공무원들의 회의소 역할을 했던 이곳에서 보스턴 역사의 큰 획이 그어진다. 바로 이곳 주청사에서 1776년 7월 18일 영국령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이 최초로 선포된 것이다. 영국령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식민청사였던 이곳에서 독립이 선포된 것은 보스턴 역사상 가장 주요한 역사적인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곳은 보스턴의 자유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지만 영국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기 전 핏빛 바랜 비극적 사건 ‘보스턴 학살 사건’의 현장이기도 했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 때문에 옛 주청사는 현대에 이르러 보스턴의 산 역사 교육의 장으로 보스턴 시민들, 수많은 관광객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프리덤 트레일의 마지막 길에 옛 주청사가 위치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보스턴 옛 주청사의 모습. 건물 위에 성조기가 걸려 있다.

다 알지만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자 2탄! ‘보스턴 학살 사건’은 무엇?
1770년 3월 5일 저녁, 킹가의 세관 건물 앞에서 홀로 보초를 서던 영국 군인을 한 젊은이가 놀린 것이 발단이 된 사건으로, 이로 인해 모멸감을 느낀 영국군들이 위협적인 눈초리로 다가서는 한 무리의 보스턴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하여 3명의 시민이 즉사하고, 8명이 부상을 입게 된 사건.

붉은 벽돌 길을 따라 걸으면 누구나 최초의 프리덤 트레일이 여행객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에 깊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도심 속에서 보스턴 역사의 현장들을 만날 수 있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로 여행객들은 보스턴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하루 반나절 만에 보스턴이라는 도시가 가진 매력에 흠뻑 도취되어 버린다. 보스턴을 찾은 여행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프리덤 트레일. 수 백 년이 지난 지금도 곳곳의 유적지들이 그 자리를 그대로 보존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고 모든 이에게 사랑 받고 있는 것은 보스턴 시민들 스스로가 가지는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지극한 사랑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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