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여행하듯, 청춘여담2014

일단 비행기 티켓을 끊는다. 여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비행기 티켓은 끊었는데, 흩어진 계획과 이리저리 치고 올라오는 욕심 때문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면 주목하자. 여행깨나 해봤다는 사람들이 빚어낸 네 가지 이야기가 도움될 테니 말이다.

토크 콘서트 청춘 여담 2014의 네 연사가 나란히 서 있다. 왼쪽부터 김대진, 김상아, 최전호, 류진 씨 토크 콘서트 <청춘여담2014>의 네 연사. 왼쪽부터 김대진, 김상아, 최전호, 류진 씨다.

4人4色, 그들이 전하는 여행 이야기

문화기획단 플락(Plock)이 모은 여행자들의 이야기, <청춘여담>이 돌아왔다. 10월 29일 늦은 6시 건국대학교에서 펼쳐진 이야기 곁에 600여 명의 사람이 모였다. 여행 이야기를 펼친 네 사람은 각각 여행과 인생•사람•자연•문화의 교집합을 이야기했다.

토크 콘서트 청춘 여담 2014의 네 연사가 나란히 서 있다. 왼쪽부터 김대진, 김상아, 최전호, 류진 씨 여행 토크 콘서트 <청춘여담 2014>를 메운 사람들.

첫 번째 이야기 : 여행, 인생에 리듬을 더하다

김상아 씨의 사진. 스카프를 두른 그녀가 강단에 서서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하는 모습이다.첫 번째 연사로 나선 김상아 씨. 그녀는 브랜딩 스토리텔러로 일하며 틈날 때마다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인생에서 여행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여행을 도전할 대상으로 여기곤 하지만, 강연의 첫 연사로 나선 김상아 씨는 달랐다. 쉼표를 통해 호흡을 가다듬어야 노래를 잘 부르듯 여행은 인생이라는 음악에 리듬을 더하는 ‘쉼표’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여행지에서 색다른 자신을 발견할 때면 인생이라는 악보에 새로운 박자를 얹은 듯하다는 그녀는 여행을 통해 비로소 새로운 선율을 연주할 수 있었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떠난 여행길 위에서 그녀는 브랜딩 스토리텔러라는 직업을 만났다. 딸과의 관계도 깊어졌을 뿐 아니라 이전엔 몰랐던 자신을 발견했다.

두 번째 이야기 : 나를 위해 떠난 여행, 사람과 마주하다

두 번째 연사인 김대진 씨 사진.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김대진 씨는 현지인으로부터 숙식을 받는 카우치 서핑을 통해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김대진 씨는 특별한 스펙 하나 없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더 잃을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떠난 여행길의 목적은 분명했다. 저렴하게 오랫동안 많은 곳을 누비자는 것. 그러나 카우치 서핑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여행의 목적을 뒤바꿔놓았다. 소통. 그가 찾은 여행의 목적이었다.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운 만남은 북유럽의 노르웨이에서 이뤄졌다. 오슬로에서 만난 호스트 ‘나심’은 아프가니스탄 이민자 출신으로 고생 끝에 노르웨이로 망명한 무슬림이었다. 그의 치열한 망명 여정을 들은 김대진 씨는 본인이 한국에서 겪는 취업난을 멀찍이 바라보게 되었다. 낯선 곳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과의 대화로 삶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고, 이는 곧 여행의 목적이 되었다.

카우치 서핑이란?
호스트가 여행자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웹 커뮤니티이다. 럽젠에서도 자세히 다룬 적이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www.lgchallengers.com/campus/issue/couchsurfing/
세 번째 이야기 : 자연의 품에서 나의 길을 찾다

여행기자 류진 씨 사진입니다.여행기자 류진 씨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곧 직업이다.

여행기자는 여행을 어떻게 즐길까. 류진 씨는 여행을 다니는 게 직업이라 1년에 15번 정도 한국을 떠난다. 그녀는 아무리 좋은 여행일지라도 직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라 마냥 즐기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매번 닥쳐오는 마감의 압박도 ‘이것’ 앞에서 수그러든다. 바로 ‘자연’이다.

광대하고, 압도적이다. 세계 곳곳의 자연과 마주했던 그녀가 나열했던 감탄사다. 캐나다에서 5,000마리의 말이 뛰어다니는 것 같은 오로라의 장막을 보면서, 남아공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오픈 지프를 타고 야생동물을 찾아다니면서, 호주의 카리지니 국립공원의 절벽을 오가면서 그녀는 자연이 선사하는 그 위대함을 찬양하게 됐다. 강연의 막바지, 그녀는 이 모든 경험을 남의 이야기로만 여기지 말라고 덧붙인다. ‘누구나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한 장면으로 들어설 수 있다’는 그녀의 말처럼 자연의 경외심은 누구든지 느낄 수 있다. 대자연 앞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을 용기만 있다면 말이다.

네 번째 이야기 : 현지인처럼 머무는 로컬여행자

마지막 연사인 최전호 씨 사진. 현지인과 어울리면서 일과를 함께하는 것이 최전호 씨만의 특별한 여행비법이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최전호 씨는 여행은 이미지가 아닌 일상이자 삶이라 한다. 교사로 일하면서 틈틈이 여행을 떠나는 그는 이미지를 남기기 위한 여행을 지양한다. 대신 여행지의 문화에 스며드는 깊고 진한 여행을 한다.

현지 문화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 그가 택한 방법은 바로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기’. 이는 현지인과 친구가 되는데 제격이다. 단골 식당이 생기고 이웃집의 결혼식에 초대받기도 한다. 그는 그곳에 삶에 녹아 일상에 스며드는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Mini Interview
로컬여행자 최전호, 그의 지구 방랑기

아메리카만 빼고 다 가본 남자. 위험하다고 알려진 중동과 아프리카도 서슴지 않고 추천하는 그의 못다한 이야기를 담았다.

네번째 연사 최전호의 사진. 청색 셔츠와 남색 재킷을 입은 그가 카메라를 보며 웃고 있다.

시간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열아홉 최전호는 ‘수능만 끝나면, 떠난다.’를 가슴에 새긴다. 그렇게 시작한 세계 여행은 가까운 일본을 시작으로 중동과 아프리카까지 발길이 미쳤다.

“우연한 계기로 터키에서 요르단,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방문하게 됐어요. 약 3개월의 여정을 마치고 돌이켜보니 도시보다는 여행가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관심을 갖게 됐죠. “

그는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는 걸 좋아한다. 여행자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몇 주간 머무르며 그들의 생활 깊숙이 침투하는 것을 즐긴다. 그러나 그곳이 ‘오지(奧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가 거쳐간 중동지역의 안전성을 반문하는 기자에게 그가 답했다.

“중동지역에 위험요소가 분명히 있어요. 그러나 그들의 문화에 이해와 배려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 곳이 없어요. 물가가 정말 싼데, 볼 것도 많아요. 성경의 무대가 되는 곳이라 볼만한 유적지가 많아요. 사람들이 정말 친절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죠. 이방인에게 굉장히 너그러워요. 길가에서 손만 흔들어도 있어도 차를 태워주고 집에 데려가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죠. 중동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정(精)을 받기만 했어요. 두 번째 방문에서 제게 정을 준 분들을 다시 찾았죠. 2년이 지난 후 방문했는데도 변함이 없더라고요.“

최전호 씨의 아랍 여행 생존기를 담은 여행기 『첫날은 무사했어요』 도서이다. 흑백으로 촬영한 사진 가운데 노란 택시가 포인트다. 최전호 씨의 아랍 여행 생존기를 담은 여행기, 『첫날은 무사했어요』.

여행이 주는 낯선 시간을 좇다 보니 벌써 10년이 지났다. 여행깨나 했다는 그의 대척점에 여행의 의미를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릇 여행이란 괴롭고 불편한 시간이, 아름다운 시간을 추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에게도 이 낯선 시간이 항상 좋지만은 않을 터였다.

“여행은 당신에게 아무것도 안 줄 수도 있어요. 오히려 지독한 경험이 될 수도 있죠. 여행할 때 몸과 마음이 힘들기 일쑤죠. 일상의 익숙함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 있으니까요. 흔히 말하는 여행지의 아름다운 모습은 여행의 단면에 가까워요. 아름다운 단면과 단면을 이어주는 지독한 일상이 여행의 대부분을 차지하죠. 그 일상엔 예기치 못한 사고가 있거나,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기도 해요. 그 일상을 버텨보세요. 무르지 않는 달콤한 열매를 얻을 수 있어요. 제 친구 중에 고양이 꼬리만 촬영하며 여행하는 친구가 있거든요? 그는 여행의 일상성을 극복할 자기만의 방법을 찾은 거죠. 자기 여행의 테마를 찾아보세요. 그게 삶의 테마가 될 수도 있어요. 여행에 실망할 때 조차 여행을 사랑할 수 있는 자기만의 힘, 테마를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그는 여행의 달콤한 단면 사이를 잇는 지루하고 때론 지독한 시간을 돌파할 힘을 찾으라고 한다. 그에게도 그런 힘이 있을 것이다.

“게으름 혹은 무계획이라고나 할까요? 제 첫 해외여행지는 일본이었어요. 도쿄 타워를 가고, 타워에서 내려와 유명한 스시 식당엘 가고… 한국에 돌아오니 정말 ‘사진’만 남더라고요. 사진의 주인공만 다르지 누구나 똑같이 찍을 수 있는 사진만 가득했어요. 그 이후로 여행을 갈 때 계획을 잘 짜지 않아요. 비행기 티켓만 끊어두죠. 일단 가 보는 거예요. 도착했는데 새벽이면 공항에서 잠자고 식당이나 숙소도 알아보기보다 현지인에게 추천받고요. 물론 힘들어요. 노숙하거나 사기도 당하니까요. 그런데도 재미있어요. 어찌 보면 위기 상황에 저 자신을 두는 건데 위기를 대처하는 과정이 짜릿하죠. “

어쩌면 여행과 일상은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여행하는 시간 대부분이 그토록 피하고만 싶던 일상을 닮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보다 더 지독할지 모른다. 낯선 공간과 예기치 못한 변수에 몸과 마음이 지치거나 혹은 너무 지루해서 하품만 늘어질 수도 있다.

‘일상을 여행하듯, 여행을 일상을 살듯.’이란 말이 있다. 여행을 앞둔 사람이라면, 이번엔 일상을 살듯 여행하면 어떨까. 지루하고 험난한 여행길을 일상을 살듯 덤덤히 버티는 것이다. 버팀 끝에 마주한 감동은 상당할 것이다. 적어도 여행지는, 당신의 평범한 하루가 갖추지 못한 사건과 만남이 꽉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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