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떤 민족, 아니 어떤 광고랬지?

1,107,119회. 100만이 넘는 사람들이 ‘그 영상’을 보았다. 영상은 사람들의 말과 클릭으로 날개를 달았고, 온갖 광고 영상으로 점철된 온라인에서 ‘그 영상’은 날카로운 독주를 하고 있다. 류승룡 주연의 새 영화인가 싶더니, ‘우리가 어떤 민족이랬지?’라는 인상을 남기고 홀연히 끝난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의 광고 이야기다. 이 광고, 대체 누가 만든 거야?

영화배우 류승룡이 의연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한다. 그의 뒤로 ‘우리가 어떤 민족이랬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광고의 탄생 :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올 봄, 배달 전문 앱 개발 업체 ‘배달의민족’은 광고 대행업체 HS애드와 손을 잡았다. 광고 모델은 류승룡, 소재는 ‘명화’였다. 그가 풀밭에 누워 익살스럽게 치킨을 뜯는 광고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여름, 이들은 ‘영화 예고편’으로 다시 돌아왔다. 더욱 높아진 완성도와 섬세한 유머코드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의 반응은 뜨겁다.

“배달의민족 1차 캠페인 <명화 패러디 편>은 배달의민족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어요. 배우 류승룡과 명화를 엮어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배달의민족!”이라는 대답이 떠오를 수 있도록 노력했죠.“

배달의민족 TVC 명화 패러디 편 중의 일부이다. 류승룡이 명화의 주인공이 되어 치킨을 먹고 있다. 마지막 장면엔 명화 아래서 짜장면을 먹는 류승룡 왼쪽에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문구가 띄워져 있다. 배달의민족 TVC <명화 패러디 편> 중

명화를 활용한 1차 광고에서는 ‘배달의민족’이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며 짜장면을 거칠게 들이키는 류승룡 덕이었을까. 영상이 퍼지며 사람들은 서서히 ‘배달의민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1차 명화 캠페인으로 브랜드를 알렸죠. 광고주께서 이번 2차 캠페인을 통해 배달의민족이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명확히 알리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2차 캠페인은 배달의민족 앱의 3가지 특징을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잠깐! 영화 예고편을 연상시키는, 엄청난 스케일의 ‘배달의민족’ 2탄 광고 함께 보시죠~

“영상에 앱의 3가지 특징을 잘 녹이려 했어요. 이 앱을 이용하면 음식 배달에 전단지는 필요없다는 점, 사람들의 리뷰를 통해 진짜 맛집을 가릴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통합 포인트를 통해 한 음식점의 쿠폰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요.“

‘14만 전단지의 완결판’, ‘사진리뷰 30만 개’, ‘전국 배달업소 통합 포인트’. 이 앱의 3가지 특징을 검정과 흰색의 대비로 선명히 전달한다. 그러나 이 광고가 뛰어난 것은 다른 데에 있다. 영화로 시작해 홍보로 끝나는 탁월한 ‘연출’이다. 류승룡 주연의 블록버스터 영화 예고편에 몰입하다 보면 ‘배달의민족, 괜찮은데?’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광고 제작 과정 : ‘60초짜리 블록버스터?’

“배달의민족 앱의 3가지 특징을 어떻게 전할지를 고민했어요. 아이디어를 내다가 ‘영화 예고편’ 형태를 빌리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겠다 싶었죠. 그런데 보통 광고 시간인 15초로는 부족해요. 과감하게 60초로 늘렸죠. 또한, 영화 예고편의 섬세한 연출을 살리려 노력했어요. 사람들이 “저 영화 언제 개봉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싶었죠. 첫 광고가 나가고 ‘그래서 언제 개봉한다는 거야?’라는 댓글이 많았어요. 목적 달성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영화 홍보 형식과 섬세한 유머 코드가 성공 요인이었다. 실제 영화 예고편의 수준을 뛰어넘는 연출과 배달의민족 특유의 웃음 코드의 괴리를 간파한 젊은이들은 온라인에서 ‘ㅋㅋㅋ’를 연발했다.

“광고 제작 당시 심혈 기울인 장면이 있어요. “치킨 포인트로 깐풍기 시킬 수 있었대.”라며 한 여자가 괴로워하는 장면인데요. 애착을 갖는 장면이에요. 재촬영을 해서 기억에 남는 것도 있고, 배달의민족 앱의 특징을 잘 전달하면서도 은근한 유머가 녹아있는 컷이죠.“

한 여성이 울먹이며 남자에게 ‘치킨 먹은 포인트로 깐풍기 시킬 수 있었대.’라고 말하고 있다. 남자는 “미안해.”라고 한다. 송지훈 대리가 애착을 갖는 장면. ‘배달의민족’ 앱의 특징을 잘 드러냈다 평가받는 부분이다.

“광고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장면이 굉장히 많아요. 1~2초 단위로 장면이 바뀌죠. 그래서 촬영 장소도 다양했고, 시간도 많이 들었죠. 보통 하루 촬영 시간이 8시간인데, 이를 넘긴 게 대부분이에요. 그래도 모두가 기분 좋게 촬영했어요. 촬영장 분위기도 정말 좋았죠. 제작 최고 책임자께서 이번 광고는 ‘성사위일체’라고 하시더라고요. (성부, 성자, 성령의 하나됨을 뜻하는 ‘성삼위일체’를 변형한 말이다. -편집자 주) 광고주, 대행사, 프로덕션과 류승룡이라는 모델이 한 마음으로 일을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요. 적극 동감해요.“

광고 전달 과정 : One Shot, One Kill

배달의민족 영화 티저 편 오프라인 홍보 포스터이다. (왼) 흑백 화면 한 가운데 류승룡이 있다. ‘우리가 어떤 민족이랬지.’라며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다. (가운데) 전단지가 널브러진 바닥 한 가운데 류승룡이 누워있다. ‘도시는 의미 없는 전단지로 가득찼다.’라는 문구가 가운데 새겨져 있다. (오) 여자가 마주보고 누운 류승룡에게 ‘우리 이제 뭘로 시키죠?’라고 묻고 있다. 배달의민족 <영화 티저 편> 오프라인 홍보 포스터. (이미지 출처 : 배달의민족 페이스북)

영화 홍보 광고는 지난 8월 29일 지상파 TV를 통해 전파를 탔다. 광고의 길이는 60초. 60초는 보통 TV 광고의 4배에 달하는 시간이다. 게다가 인기 프로그램이 끝난 후의 ‘황금 시간대’를 공략했다. 무거운 몸집으로 누구나 탐하는 명당을 차지하겠다는 과감함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일반적으로 60초 길이의 TV 광고는 드물죠. 많은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전달력이 떨어질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영화 예고편 형식이라는 특성과 앱의 3가지 특징을 담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어요. 8월 29일, ‘황금 시간대’라고 하는 KBS <개그콘서트>와 MBC <무한도전>의 뒤에 바로 붙였습니다.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 게 사실이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배달의민족 TV광고를 보고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았다. ‘ㅋㅋㅋ’, ‘영화인줄 알았네.’ ‘대박이다.’와 같이 긍정적인 관심 일색이다. 광고가 처음 공개된 후, 사람들의 반응. (이미지 출처: 배달의민족 페이스북)

‘High Risk, High Return.’ 실패할 확률이 높은 대신 성공하면 큰 이익을 얻게 된다는 이 법칙은 그들을 빗겨가지 않았다. 과감한 결정은 시청자의 뜨거운 반응으로 돌아왔다. 배달의민족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한 위험한 전략은 분명 성공적인 한 방이었다.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

광고는 성공적이다. 영상의 조회수는 나날이 늘어간다. 배달의민족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꽤 만족스런 결과를 바라보는 송지훈 대리에게 광고 제작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일까.

“류승룡 씨를 정말 좋아해요. 적극적으로 배달의민족을 홍보해주셨거든요. 올 4월 ‘명화 패러디편’ 이후로 배달의민족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을 때, 영화 <표적>과 <명량> 개봉으로 바쁘게 지내셨죠. 그런데 영화 시사회에서 일을 터뜨리세요. 영화 시사회는 카메라와 사람들이 배우에게 집중하기 마련이잖아요? 류배우님께서 본인 소개를 하시다가 갑자기 “우리가 무슨 민족이랬지?”라고 관객들에게 소리를 지르셨어요. 더 놀라운 건 그곳에 있던 관객들이 “배달의민족!”이라고 대답을 했다는 거에요. 브랜드가 잘 전달됐다는 생각에 정말 감사했어요. 류 배우님께 부탁한 일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정말 잊혀지지 않아요.“

그는 이번 작업에 광고주, 대행사, 프로덕션, 그리고 배우의 호흡이 잘 맞았다고 운을 뗐다. 어느 한쪽의 모자람 없이 한 목표를 향해 달렸다. 광고 기획자로서 그들과 함께 땀흘린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2014 대한민국 광고대상 현장에서의 송지훈 대리. 포토월에 그려져 있는 HS Ad 로고를 손으로 가리키며 웃고 있다.2014 대한민국 광고대상 시상식 현장, 배달의민족은 통합미디어 부문과 인쇄 부문에서 각각 대상을 수상하였다.

한 떨기 풀에서 의미를 찾고, 함께 꽃바구니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

“저는 어릴 때부터 광고 기획이 꿈이었어요. 후회한 적도 없고, 저에게도 잘 맞는 것 같아요.”

초등학생 때부터 광고 기획을 꿈꾸었다는 송지훈 대리. 10여 년이 흘러 광고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는 그가 말하는 ‘광고 기획자’의 일은 어떨까. 아울러, 같은 꿈을 꾸고 있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광고 기획을 꿈꾸는 친구들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보다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되면 좋아요. 어떤 아이템을 맡을지도 모르거든요. 저도 올해 배달의민족 광고를 맡기 전까지는 대한항공의 광고 기획을 맡고 있었죠. 커피, 의류, 화장품 등 무엇을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몰라요. 따라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은 광고의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많이 돼요.“

송지훈 대리가 왼쪽 손에 휴대폰을 들고 배달의민족 포스터를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모든 경험을 소중히 생각하세요. 사람들이 여행이나 연애 많이 해보라는 게 그 이유라고 생각해요. 영어 성적이나 광고 수상경력도 중요하지만, 짬을 내서 다양한 경험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게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다양한 경험은 다양한 관점을 선물한다. 따라서 익숙한 대상을 보고 새로운 관점을 제안해야 하는 광고 기획자에게 여러 경험은 중요하다. 그러나 기발한 시선만으로 기획자의 길을 걷기엔 부족하다. 광고야말로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광고를 위해 각 팀이 머리와 마음을 모아야만 목표에 다다른다. 기획자가 세운 단단한 뿌리 곁에 제작자, 전달자가 붙어 한 다발의 꽃으로 풍성하게 가꾸는 과정인 것이다.

“저는 현재 기획팀에서 일해요. 그러나 기획팀, 제작팀, 미디어팀이 한 마음으로 회의하고, 서로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죠. 각 팀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거든요. 광고의 목적과 방향을 정하는 일, 스토리보드를 짜고 카피를 만드는 일, 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일이 모두 한 줄기죠.”

송지훈 대리에게 이번 배달의민족 광고 기획은 만족도가 높은 작업이었다. 성공적인 광고의 기획을 맡은 그에게 이번 광고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각인되었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배달의민족이 지향하는 가치가 ‘키치(Kitch)’와 ‘B급 유머’인데요. 이는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재미있게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죠. 배달의민족만의 유머러스함으로 사람들에게 친근한 브랜드로 자리잡길 원하세요. 배달의민족의 ‘느낌’을 널리 퍼뜨리는 거죠. “저거 배달의민족 같다.” 혹은 “배달의민족스럽다.”라는 말을 자주 들으면 성공이겠죠? 저 역시도 같은 바람이에요. 사람들이 배달의민족을 보고 배달의민족만의 유머와 친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할 겁니다.“

광고 기획자에게 가지는 환상은 이렇다. 기발한 아이디어, 탁월한 패션 감각, 뛰어난 언변으로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도드라지는 사람들. 남다른 관점을 제시해야 하는 직업인지라 아주 빗겨난 편견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와의 만남이 말하는 것은 명확했다. 광고 기획자의 역량만큼 중요한 것은 다른 이와의 호흡이다. 괜찮은 광고를 기획하고 싶다면 기억하자. 기획자의 결정으로 광고의 결이 결정되지만, 이 결을 세심하게 보듬는 나머지 손길과의 조화가 탁월함을 빚어냄을 말이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