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함과 섬세함은 나의 힘!

남성이 화장하는 시대는 이미 왔다. 그러나 ‘색조 화장품을 쓰는 남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색조 화장품은 주로 여성이 즐기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여기 색조 화장품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남성’ 마케터가 있다. 여성이 대부분인 곳에서 그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쟁력은 과연 무엇일까.

사진_이배운(제20기 학생기자/가톨릭대학교 철학과)

더페이스샵 ABM 현두리 사원이다. 살짝 노랗게 염색한 머리와 무채색의 체크 남방을 입고 있다. 왼쪽 손등에 갖가지 아이라이너를 실험한 자국이 선명히 남아있다. 남성인 그가 색조 화장품 마케터가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남다른 섬세함으로 꾸미기를 시작하다

럽제니가 그에게 주목한 이유는 단연 ‘화장하는 남자’라는 이미지 때문이었다. 지금은 가벼운 메이크업을 하는 남성이 흔해졌지만, 그가 입사하던 3~4년 전만 해도 꾸미는 남자가 흔치 않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만난 그의 모습은 단순히 ‘꾸미는 남자’ 그 이상이었다. 현두리 ABM은 남다른 섬세함으로 자신을 가꾸는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자신을 가꾸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남자들이 피부에 고민하는 시기가 있어요. 대표적으로 군대에 갔을 때죠. 저는 피부가 매우 좋은 편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휴가를 나와서 거울을 봤는데 모공이 엄청나게 커져 있는 거예요. 너무 충격을 받아서 그날 밤에 송곳에 얼굴을 뚫리는 꿈을 꿨어요.(웃음) 그래서 피부 관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메이크업 관련 커뮤니티에서 하나씩 배우다가 본격적으로 화장을 시작하게 됐어요. 요즘 꾸민다고 하는 남성들도 눈썹관리랑 BB크림은 바르시잖아요. 보통 그 이상은 잘 안 하는데 저는 그 이상을 넘어간 거죠.“

더페이스샵 ABM 현두리 사원이 자신의 화장 시작 에피소드를 말하고 있다. 양손을 살짝 주먹을 쥐고 왼쪽으로 살짝 어깨를 튼 자세이다. 왼쪽 손등에 다양한 색감의 아이라이너가 인상적이다.

‘화장하는 남자’, 세상의 선입견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화장을 시작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처음엔 BB크림을 발라도 뜨는 것 같았어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도 이상하게 보죠. 그래서 위축될 수 있어요. 근데 나중엔 신경 쓰지 않게 됐어요. 제가 한창 메이크업을 시작했을 때 걸그룹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가인 씨 메이크업이 유행했었거든요. 그래서 블랙 아이라이너를 손가락 두께만큼 굵게 바르고 다니기도 했어요. 이런 메이크업을 하고 도서관에 앉아서 공부하거나 식당에서 밥먹는 모습을 보던 학과 후배들은 저한테 항상 그랬죠. “오빠, 제 친구들이 전부 다 오빠를 알아요!”하고 말이에요.(웃음)“

더페이스샵 색조 화장품 마케터가 되다

원래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은 터라 그가 뷰티 산업에 종사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는 예정되어 있었던 듯 코스메틱 회사의 문을 두드렸고 그의 남다른 외모를 알아본 관계자가 그를 기억하면서 더페이스샵과 인연이 닿았다.

“학생 신분일 때 산학협력 활동을 했어요. 당시 어떤 기업의 BM님 앞에서 발표했는데 이후 LG생활건강의 면접 현장에서 그분을 또 뵙게 됐어요. ‘마케팅세미나’라는, 채용 과정에서 신입 마케터를 선발하는 자리였죠. 보통 2~3년 전 일은 기억하기 힘들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분께서 “너 그때 꽁지머리 맞지?”라고 하시며 절 기억하시더라고요. 처음 뵌 날 머리를 상투로 틀고 있었거든요. 그 날 메이크업도 했었으니 화장에 관심이 많았다는 걸 기억하고 계셨나 봐요.”

더페이스샵에 입사하면서 ‘화장품 마케터’가 되었다. 화장품 마케터는 어떤 일을 하는 것이며 다른 마케터와 차별점은 무엇일까.

“사실 화장품 마케터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처음엔 잘 몰랐어요. 그런데 실제로 경험하니 외부에서 생각하는 마케팅과 실제 화장품 마케팅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보통 학교에서 배우는 마케팅은 제품이 완성된 상태에서 이걸 소비자들한테 전달하는 과정이잖아요. 근데 저희는 제품 개발 비중이 더 높아요. 저희가 기획한 제품의 콘셉트를 디자인 팀과 제조 연구원에게 전달해요. 디자인 팀에겐 어떤 색감과 디자인이면 좋겠다고 제시하고, 제조원엔 제품 사용감이나 색깔을 제시하죠. 그리고 완성된 제품이 우리가 원했던 방향으로 나올 때까지 개발과정을 함께하는 거예요.”

현두리 사원이 양손을 사용하며 화장품 마케터가 하는 일을 설명하고 있다. 노란빛으로 염색한 머리와 무채색 체크 남방 그리고 청바지를 입고 있다. 한 제품의 요람에서 무덤을 함께하는 화장품 마케터.

제품 제조에서부터 출시 이후 재고, 홍보, 관리 등의 모든 것을 관리해야 하는 화장품 마케터. 얼핏 들어도 그의 하루 일과가 녹록치 않을 것 같다. 화장품 마케터의 일과는 구체적으로 어떨까.

“아침에 사무실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재고 확인을 해요. 결품이 나지는 않았는지, 혹시 전날에 무슨 일이 있진 않았는지 등을 체크하죠. 각 매장 게시판을 통해 클레임을 확인하기도 하고요. 이 다음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해요. 제품 개발은 늘 진행중이기 때문에 언제나 업무 리스트에 있는 편이고, 여기서는 연구소와의 긴밀한 연락을 통해 처방이나 안전성 테스트에 대해 논의하고, 제품문안, 검수, 생산요청 등의 일을 해요. 또한 시장이나 소비자들의 변화를 캐치해야 하기 때문에 자사 매출분석과 시장조사, 경쟁사 분석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분석하고 추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분석 업무도 하루 일과 중 빼놓을 수 없는 일입니다.”

섬세함과 까칠함은 나의 힘! ‘남성 색조 브랜드 마케터’로 살아가는 원동력

현두리 ABM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꾸미기를 사랑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성이 대부분인 색조 화장품의 ‘남성 마케터’이기 때문이다. 남성으로서 색조 화장품을 책임지는데 느끼는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이 있을까.

“보통 색조 브랜드 마케터는 거의 여자에요. 그래도 제가 남성이라는 점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요. 오히려 제 성향이 이 일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저는 호불호가 굉장히 분명한 편이거든요. 마케터들이 함정에 빠질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내가 만든 제품은 다 괜찮아 보이고 좋아 보일 수 있다’는 것인데요. 저는 제가 기획했어도 마음에 안 들면 뒤도 안 돌아보고 버릴 수 있어요. 제가 남자라서 가지는 단점이라고 하면 여자들보다 쓸 수 있는 화장품 수가 많지 않다는 거예요. 특히 마스카라를 개발할 때 너무 어려웠어요. 미세한 사용감까지 잡아내야 했으니까요. 마케터라면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들도 아리송해 하는 미세한 차이까지 알아야 해서 특히 어려웠죠. 그런데 2~3주 집중을 해서 사용해 보니 익숙해지더라고요.“

왼쪽은 현두리 사원이 본인이 개발과정에 참여한 마스카라를 앞에 두고 설명하는 장면이다. 약 10가지의 마스카라 모형이 종류별로 일렬로 진열돼 있다. 오른쪽은 마스카라만 확대한 사진이다. 2~3주간 마스카라와 사투를 벌인 끝에 비로소 마스카라와 친해졌다고 고백한 현두리 ABM.

색감을 조정하는 것은 상당히 피로하고 미묘한 작업이다. 특히 색조 화장품은 더욱 그렇다. 색이 조금만 어두워져도 얼굴의 빛이 살기도, 죽기도 한다. 따라서 색조 화장품 개발엔 꼼꼼함과 세심함이 필수다. 색의 미묘한 차이를 잡아내는 게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따른 대답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그의 성격을 대변했다.

“색조 화장품의 색감을 잡는다는 게 정답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 마음에 꽂히는 색이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수정해야 해요. 정말 제 마음에 들 때까지, 100번이고요. 원하던 색감이 미묘하게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연구소와의 끝없는 커뮤니케이션으로 결국 원하는 컬러를 만들 때까지 수정 작업은 계속된답니다.“

현두리 사원의 왼쪽 손등을 확대한 사진이다. 서로 다른 색의 아이라이너가 손등을 거의 다 채우고 있다. 버건디, 브라운 계열의 색으로 획을 긋기도 했고, 사각형을 그리기도 했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이 모든 색은 다 다른 색이다. “지금 이 세 가지 색깔, 다 다른 거예요!” 웬만한 사람은 발견하기 힘든 차이에 민감한 그의 답변이었다.

호불호가 분명하고 자기 스타일이 확고한 그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무엇일까.

“저는 밤거리의 퇴폐적인 클럽 이미지를 좋아해요. 반짝반짝한 네온사인의 빛을 좋아하고요. 뇌쇄적이고 몽환적인 느낌도 좋아해요. 레이디 가가와 비슷한 느낌일 수 있겠네요. 그러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콘셉트를 제안해도 너무 튀어서 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웃음) 항상 제가 원하는 바와 대중이 소비할 수 있는 접점을 고민해야 해요.“

꾸민 듯 안 꾸민 듯, 남자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신의 한 수

남성들 가운데 꾸미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이런 독자들을 위해 그가 제시하는 최소한의 팁은 무엇일까.

“꾸미기 어려운 남성분들은 최소한 눈썹 정리는 꼭 해주세요. 제 친구들도 눈썹 정리를 몇 번 해줬더니 만날 때마다 눈썹 정리를 해달라고 졸라요.(웃음) 눈썹을 그릴 때도 검은색보다는 자연스러운 다크 브라운으로 그려주시면 인상이 정말 달라진답니다. 사실 꾸미기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제가 어떤 조언을 드려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으실 수 있어요. 이런 분들을 위한 작은 팁이 있는데, 바로 ‘향수’예요. 의외로 향수 하나만 뿌려주더라도 분위기를 바꿀 수 있어요.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은은하게 풍겨오는 기분좋은 향기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죠. 단, 너무 남성스러운 향보다는 센스 있는 향 선택이 중요해요. 바닐라 같은 향이나 산뜻하고 가벼운 걸로요. 특별히 꾸미지 않아도 그 사람 주변에서 좋은 향이 나면 사람이 달라 보인답니다.“

그가 화장품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럽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궁금해 물었다.

“자소서를 쓰실 때 웬만하면 평범하게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제 개성이 드러나도록 최대한 노력했어요. 제품에도 이를 설명하는 카피 문구가 있잖아요? 자소서도 똑같은 것 같아요. 본인을 인사 담당자께 ‘마케팅’하는 거잖아요. 경쟁자와 차별화를 두는 포인트가 있어야죠. 마치 화장품 패키지에 쓰여 있는 헤드 카피 같은 거예요. 예를 들어 립밤이 필요해 화장품 매장에 들러 여러 제품을 집어 보는데, 하나에는 ‘촉촉한 입술을 만들어주는 상큼한 과일향 립밤’이라고 쓰여 있고, 다른 하나에는 ‘퐁듀처럼 쫀쫀한 립밤이 입술에 달콤하게 사르르 녹아들어 하루종일 촉촉한 꿀입술 완성!’이라고 쓰여 있다면 우리는 어떤 제품을 고를까요? 이것처럼, 자소서 또한 ‘잘 썼지만 어디서 본 것 같은’ 것 대신 ‘누가 봐도 내가 쓴 것 같은’ 자소서여야 하는 것 같아요. 저 또한 제 자소서를 본 친구들이 “이렇게 써도 되는 거야?”라고 할 정도였는데, 나중에 인사 담당자 분들께서 제 자소서를 보고 하시는 말씀이 “이 친구는 누군지 꼭 봐야겠다.”라고 하셨대요.
또 회사의 성격이 나의 개성과 잘 맞는지도 고려해야겠죠.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자소서를 쓰면 원래 모습과는 다른 자소서를 쓰게 되는데, 그러면 회사의 성향과 맞지 않을 수 있어요.“

이미 특유의 섬세함과 까칠함으로 색조 화장품의 남다른 자리를 꿰차고 있는 그가 남성 화장품 마케터로서 가지고 있는 비전은 무엇일까.

“마케터는 본인이 만들고 싶은 걸 만들 수 있다는 게 강점인 것 같아요. 마케터의 기획에 따라 제품의 성공과 실패가 달려 있다는 점에서 특히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언젠가는 색조 화장품 마케터로서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일 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한 색조 화장품을 제 손에서 탄생시키고 싶네요.(웃음)”

인터뷰를 마치고 알았다. 남다른 섬세함과 까칠함이 그가 남성으로 색조 화장품 마케팅을 하는 최고의 경쟁력이란 것을 말이다. 언젠가 더페이스샵에서 그를 닮은 색을 만나길 기대한다. 어두운 밤길의 네온사인을 닮은 선명하고 매력적인 색을 말이다.

LOVEGEN EVENT 내 메이크업을 완성시켜주는 것은 무엇?! 비비크림만 바르는 가벼운 메이크업도 좋지만, 메이크업을 완성시켜주는 것은 바로 포인트가 되는 색조 화장품이겠죠? 나만의 메이크업을 완성시켜주는 색조 화장품은 무엇인가요? 아이라이너? 립 제품? 혹은 블러셔? 내 메이크업을 완성시켜주는 색조 화장품과 이에 대한 간단한 화장법도 함께 댓글로 남겨주세요. 추첨을 통해 10분께 더페이스샵 페이스잇 익스트림 EX 브러쉬펜 아이라이너 브라운 컬러를 선물로 드립니다. 이벤트 기간 8월 28일 ~ 9월 12일8월 28일 ~ 9월 12일 당첨자 발표 9월 16일 화요일 (LG럽젠 이벤트 내 당첨자 발표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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