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국제다큐영화제 EIDF, 각박한 세상에 희망을 말하다

2014년 상반기는 유독 무거웠다. 그토록 강조되던 인간의 이성적, 합리적 측면보다 ‘희망’, ‘기적’과 같은 단어들을 애타게 찾았던 지난 6개월. 11회를 맞은 국내 유일의 국제다큐영화제 EIDF는 평화롭던 민주화 시위가 내전으로 바뀌어가는 끔찍한 학살의 현장에서도, 의지할 곳도 더 이상 기다릴 대상도 희미해지는 치매 노인들에게도 희망은 분명 존재한다고 말한다.

EIDF 기자간담회에서 제공되었던 포스터. 중앙에 '다큐, 희망을 말하다'라는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이 적혀있다.

영화제 기간, 일정상 보고 싶었던 작품을 안타깝게 놓쳤던 이들을 위한 ‘D-box’, 다큐멘터리 제작에 관심 있는 대학생과 전문들에게 마련된 3일 코스의 다큐멘터리 실무 워크숍 등 더욱 알찬 콘텐츠로 찾아온 EIDF를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보자.

국내 유일의 국제다큐영화제, EIDF

명칭 제11회 EBS국제다큐영화제
성격 부분경쟁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간 8월 25일(월)~8월 31일(일)
장소 EBS스페이스, 상명대학교, 서울 역사 박물관, 인디 스페이스, KU시네마테크,롯데시네마 누리꿈(상암)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다큐가 말하는 ‘희망’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수도 없이 많은 절망의 순간들을 경험한다. 그러나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굴복하는 것은 어떠한 교훈도 변화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다시 일어난다. 다시 일어나 달릴 수 있는 용기와 현재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자기확신, 그 작은 불빛을 우리는 ‘희망’이라고 부른다.

EIDF에서 우리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희망의 불씨를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밀가루 반죽 기계에 다리가 절단되지만 자신만의 의족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아리엘을 담은 영화 <아리엘>, 어릴 적 해외에 입양된 중국 출신의 쌍둥이 자매가 재회하는 극적인 과정을 묘사한 <미아와 알렉산드라>, 시청각 중복장애를 지닌 19살 예지의 가슴 아픈 소통을 다룬 <달에 부는 바람>, 청각장애인인 부모를 가진 어린 감독이 조용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모의 세계를 따듯한 시선으로 그린 <반짝이는 박수소리>까지. 흔하지만 어쩌면 흔하다는 이유로 우리가 마음 한 켠에 접어두었던 희망, 그것을 끄집어낸 감독들의 손길로 세상이 조금 더 밝아지는 과정을 이 영화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의 한 장면들. 왼쪽은 ‘미아와 알렉산드라’의 두 쌍둥이 여자 아이의 사진이고, 오른쪽은 ‘아리엘’의 한 장면으로 허허벌판에 휠체어와 빨간색 풍선이 자리하고 있는 사진이다.

한편 EIDF는 2010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중동의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에 과감하게, 그리고 가감없이 접근한다. 리비아 내전을 생생하게 담아낸 <포인트 앤 슛>에서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가 리비아 반란군에 가담하게 된 미국 청년 매튜는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무장 반군에 합류한다. 또한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의 영향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ID: 시카코 걸>에서 6천 마일이나 떨어진 시리아의 시민 혁명 현장에 동참하고 있는 19세의 대학생 알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처럼 감독들은 영화 속 주인공 혹은 주인공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3의 인물이 되어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진실되게 현장을 그려내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 그것이 다큐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희망의 길이기 때문이다.

어렵지 않아요, 패션과 건축

그 분야의 종사자가 아닌 이상, 패션과 건축은 일반인들에게 ‘그들만의 세상’에 불과했다. 삶이 패션이자 패션이 전부인 디자이너, 에디터, 사진작가들의 삶은 실제로 어떤지, 인간의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새롭게 단장한 건축은 어떤 양상인지, 모든 궁금증들을 완전히 해소해주는 패션과 건축 관련 다큐도 방영될 예정이다. 차로 실어나를 수 있는 달팽이 집, 접어서 휴대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 등 급진적인 주거 형태를 제안한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다룬 <마이크로토피아>, 패션 매거진 <하퍼스 바자>와 <보그>의 에디터로서 패션 세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전설적인 인물 다이애나 브릴랜드의 삶을 그린 <패션 여제, 다이애나 브릴랜드>가 각각의 대표작이다.

영화 <패션의 여제, 다이애나 브릴랜드> 중 한 장면으로, 두 여자가 거울 앞에서 옷을 입어본 후 다른 사람들을 보며 웃는 듯한 모습이다.

한편 세상 모든 과학자들에 대한 경배를 표하는 기술과 문명 관련 작품도 상영된다. 단순히 우리의 삶에 편리함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불가능한 미션을 실현 가능하게 만들었던 그들. 사실 우리의 삶에 가장 가까이 존재하지만 정작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신비한 기술과 문명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3편의 다큐(<CERN: 세상을 바꾼 60년>, <스발바르 제도의 우주과학자들>, <왜 나는 수학이 싫어졌을까>)가 준비되어있다.

오직 EIDF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 프로그램’

올해 EIDF는 단순한 다큐멘터리 관람으로 그치지 않는다. 국내 다큐 제작자들의 경쟁력 제고를 도모하고 다큐멘터리 제작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는 실무적인 제작 과정을 알려주고자 마련된 아카데미 교육도 대중을 기다리고 있다. 강사진은 초청감독 및 관계자, 국내 프로듀서 및 업계 전문가 등 12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미소니언 채널 부사장 데이빗 로일의 ‘새로운 논픽션 채널의 탄생’, 다큐멘터리 영화제 예술 감독인 시나이 압트의 ‘다큐멘터리 제작의 핵심 요소: 갈등의 변화’를 비롯하여 감독 및 제작자들의 실제 경험과 사례들을 접할 수 있는 콘텐츠로 꾸려질 예정이다.

또한 EIDF가 총력을 기울인 D-Box는 Documentary를 Box에 담아 감상한다는 의미로 ‘상영작 무료 다시 보기 서비스’를 가리킨다. 텔레비전에서 방영되었던 작품들은 방영 이후 7일 동안 디박스를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현재 협의 중에 있는 사안으로는 영화제가 종료된 뒤에 역대 상영작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작품들을 엄선하여 유료로 다시 보기 서비스를 제공해,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유지하도록 할 예정이다.

럽젠표 강력추천, 이 영화!

영화 속 한 장면으로, 할머니 한 명이 침대 위에 누워 헤드폰을 낀 채 들려오는 음악에 놀라고 기뻐하는 듯한 모습이다.

우리를 숨쉬게 하는 음악에 얽힌 기억의 조각들
<그 노래를 기억하세요?>

감독 마이클 로사토 베넷
상영시간 EBS channel – 8/25 21:50, 8/26 12:10
인디스페이스(Indie space) – 8/29 17:00, 8/30 13:00
상암 롯데시네마 누리꿈 – 8/30 11:00
러닝타임 74분
줄거리 삶 자체가 무너져가던 치매 노인들을 한 사회복지사가 음악으로써 치유, 소통하는 과정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가는 세상에 여전히 남아있는 희망을 말하는 이번 EIDF의 모토에 가장 잘 들어맞는 작품이자 개막작. 배경으로 깔리는 익숙한 올드팝이 소소한 즐거룸을 선사한다.

숲 속에서 한 흑인 남자가 침팬지를 업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자연을 수호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특별 상영작 <비룽가>

감독 올란도 본 아인시델
상영시간 서울역사박물관 – 8/26 15:00, 8/30 19:30
건국대학교 KU시네마테크 – 8/27 15:00
러닝타임96분
줄거리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공원이자,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한 희귀종 마운틴 고릴라의 서식지인 비룽가 자연국립공원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2014년 최고의 화제작 <비룽가>는 공원의 지하자원을 노리는 다국적 기업과 콩고 정부 반군의 위협으로부터 자연을 수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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