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바이러스에 맞서는 새로운 뉴스 지형도

종이 신문보다 인터넷 뉴스 클릭으로 사건•사고를 접하기가 자연스러운 지금, 우리는 모두 한 번쯤 자극적인 기사 제목에 혹해 걸려 든 적이 있다. 온라인 곳곳에 나타난 ‘선정성’이라는 덫에 걸려 허우적대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인터넷 언론의 선정성에 관한 다각도의 고찰.

인터넷은 노랗게 감염됐다. 주범이 된 바이러스의 이름은 ‘선정성’. 오늘도 자극적인 제목을 단 기사들이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을 채운다. 언론의 본질을 잊은 매체와 독자의 클릭을 사수하려는 기사 유통구조의 만남이 계속되는 한 노란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이는 두 가지 문제를 낳는다. 하나는 권력과 자본에서 분리돼 정의와 옳음을 말해야 하는 저널리즘의 위기이며, 다른 하나는 황색 바이러스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된 독자다.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메인화면을 편집한 사진. 온라인 기사가 있는 중앙 부분부터 옐로 저널리즘을 상징하는 노란 색이 바깥으로 퍼지고 있다.
온라인 언론 생태계는 다시 쓰이고 있다. 온라인 기사 제목의 선정성을 보다 못해 이에 직접 맞서는 사이트가 나타났고, 이에 노출된 독자를 구제할 가능성을 지닌 인터넷 언론도 생겼다. 옐로 저널리즘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식을 살펴보고 새로운 온라인 뉴스 지형도를 모색한다.

선정성을 향한 정면돌파 : 노란 바이러스의 원인을 공격하다

누군가 필요했다. 온라인을 노란빛으로 물들이는 ‘선정성’이라는 바이러스의 원인인 매체를 견제할 용기있는 누군가가 말이다.

‘충격 고로케(hot.coroke.net)’는 정공법(正攻法)을 택했다. 온라인 매체의 선정성에 정면 돌파한 것이다. 사이트는 ‘충격’, ‘경악’, ‘멘붕’ 등 독자를 꾀는 데 필요한 키워드를 단 언론사 기사를 선별하여 제공한다.
충격고로케의메인화면이다. 충격이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와 충격이란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인터넷 언론사의 순위를 보여주는 페이지다. 충격의 사전적 정의로 ‘1(물리) 물체에 급격히 가하여지는 힘. 2(감정) 슬픈 일이나 뜻밖의 사건 따위로 마음에 받은 심한 자극이나 영향. 3(언론) 부디 꼭 클릭해달라고 독자에게 간곡하게 부탁하거나 독자를 낚아보기 위해 언론사가 기사제목에 덧붙이는 일종의 주문’이라고 쓰여 있다.
왼쪽부터2013년 자극적인 단어로 독자를 꾀는 데 노력한 언론사의 순위를 매긴 결과, 오른쪽은 실시간 온라인 기사 중 충격이라는 단어를 쓴 기사와 그래프를 보여주는 이미지다. 모두 사이트 충격고로케에서 자체 실시하는 서비스 중 일부이다.
충격 고로케는 기사를 생산하는 게 아닌 퍼포먼스 사이트에 가깝다. 자극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한 언론사를 추려 ‘2013 충격 고로케 어워드’를 진행하는가 하면, 선정성이 두드러지는 기사를 모아 그래프를 통해 보기 쉽게 전달한다. 이 사이트의 목적은 선정적 보도에 익숙한기성 언론에 경종을 울리는 것. 개설자 이준행 씨의 노력이 이들에게 얼마나 각성을 일으킬진 모르지만 이미 어지러운 온라인 언론 생태를 유쾌하게 공격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Mini Interview
‘충격 고로케’ 개설자 이준행 씨

럽젠Q ‘충격 고로케’ 사이트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퇴근 후 스마트폰으로 포털 사이트 뉴스를 검색하는데 온통 ‘충격’, ‘경악’이라고 쓰여 있길래 도대체 하루에 얼마나 이 단어들을 제목에 달아 기사를 만드는지 세어보고 싶었습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소문이 나면서 ‘충격 고로케’라는 사이트로 커졌죠.”

럽젠Q 온라인 기사의 선정성이 날로 두드러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언론으로서 스스로 실존을 뒷받침할 기본 신념과 철학을 포기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 봅니다. 유입 트래픽에 기반을 둔 광고수익 올리기에만 몰입하고, 그것이 언론의 품격과 신뢰, 그리고 저널리즘의 가치를 해치고 있음을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는 거죠. 포털사이트에 의존하는 기사 유통구조도 이 상황을 부채질했고요.”

럽젠Q 럽젠에서 시행한 조사를 통해 몇몇 독자들이 온라인 기사의 선정성을 그리 심각히 여기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사 제목은 대체로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이고, 낚시질하는 제목에는 내성이 생겨 알아서 걸러 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독자 스스로 자정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답변한 경우도 있었고요.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사실 기대하고 있지 않습니다. 독자들은 어디까지나 소비자일 뿐이기 때문이에요. 언론사 입장에서 트래픽이 유입되면 그만이기 때문에, 독자가 비판적으로 기사를 읽는 현상은 긍정적이지만 그것이 시장 환경을 바꿀 만한 능동적 에너지라고 보진 않아요. 그러나 이를 하나의 신호로 볼 수는 있지요. 언론매체에 대한 신뢰도가 계속 떨어지고, 게이트 키핑*이나 아젠다 세팅*등 언론 본연의 역할과 영향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매체가 사이트 메인에 걸어둔 기사나 포털 사이트 메인에 노출된 기사가 아닌,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유된 링크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층이 급증한다는 지표도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 게이트 키핑(gate keeping) : 기자나 편집자와 같은 뉴스 결정권자가 뉴스를 취사 선택하는 일, 또는 그런 과정 (출처 : 국립국어원)
* 아젠다 세팅(agenda setting) : 의제선정. 매스 미디어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현행 이슈에 대한 공중의 토론을 설정하는 방식 (출처 : 시사상식사전)

럽젠Q 충격 고로케 같은 퍼포먼스성 사이트 외에 온라인 언론 생태계를 좀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존 매체가 태도를 딱히 바꿀 것 같진 않아요. 바뀔 수 있다면 진작에 바뀌었겠죠. 저의 경우에는 메이저 신문을 포함한 전통 일간지를 ‘지는 해’로 보고 있습니다. 도리어, 인터넷 시대에 적응하는 대안 매체들이 메이저 언론보다 더 많은 유입률과 영향력을 얻고 있는 현상에 기대를 걸고 있어요.”

선정성으로부터 독자수호 : 노란 바이러스로부터 독자를 구원하다

혹자는 범람하는 언론의 선정성에 맞서 독자의 수호자가 되기로 했다. 선정성이라는 바이러스에 면역이 생기도록 ‘백신(vaccine)’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선정적 보도와 다른 기사를 베껴 쓴 기사가 난무하는 인터넷 페이지 위에서 독자는 무엇이 진실인지 놓치고 비틀거리기 쉽다. 그들을 위해 진정한 저널리즘의 역할을 맡는다. 기성 언론이 드러내지 않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인터넷 언론서부터 양질의 외신만 선별해 번역하여 제공하는 사이트도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선정성에 방향을 잃은 독자를 구원하는 인터넷 언론을 알아본다.

FAST IS GOOD, SLOW IS BETTER : 슬로우 뉴스
‘슬로우 뉴스’(slownews.co.kr)는 촌각을 다투는 뉴스 생태계의 시계를 돌린다. 미디어,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지만 주로 온라인 미디어 비평을 하거나 과거의 이슈를 재조명한다. 철 지난 주제와 뉴스를 꺼내 그 맥락과 내용을 다시 짚어 의미를 찾는 것이다.
슬로우 뉴스의 트위터 소개 문구다. ‘느리지만 꼼꼼한 뉴스 슬로우 뉴스입니다.’라고 적혀있다.
왼쪽부터 슬로우 뉴스 사이트의 메인화면과 기사 한 부분을 발췌한 이미지다.
슬로우 뉴스는 이름 그대로 호흡이 긴 편이다. ‘느리다’는 빠르고 신속해야 하는 일반적인 뉴스의 특징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한 발짝 늦더라도 독자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숨 한번 몰아쉬고, 지난 이슈의 단면을 곱씹을 시간을 가져보자. 슬로우 뉴스의 또 다른 특징은 누구나 기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로 각 분야의 전문 필진이 글을 올리지만 해박한 지식과 매서운 시각 그리고 맛깔스러운 필력을 감춰두었다면 문을 두드려보자. 당신도 느리지만 꼼꼼한 언론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그러나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 : 뉴스 페퍼민트
‘뉴스 페퍼민트(이하 뉴페)’(newspeppermint.com)는 뉴스큐레이션(Curation)*사이트다.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외신을 선별•번역•요약하여 모바일을 통해 전한다. 영국의 가디언(guardian.co.uk), 뉴욕 타임스(nytimes.com), 네이쳐(natureasia.com)와 같이 세계적으로영향력 있는 언론사뿐 아니라 볼만한 가치가 있는 외국도서를 선별해 요약하여 제공한다
* Curation : 여러 정보를 수집, 선별하여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전파하는 것을 말함. ( 출처 : 네이버 지식in 오픈국어 )
뉴스 페퍼민트 사이트의 메인화면이다. 민트색 배경에 깔끔한 레이아웃으로 구성된 사이트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외신을 읽고 싶어도 바쁜 일상에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외신에 대한 독자의 수요와 함께 한국 언론의 외신 소개에 대한 아쉬움이 뉴페가 탄생한 이유다. 뉴페는 하버드 대학박사와 방송사 국제부 기자 등 전문성 있는 필진이 모여 독자가 엄선된 외신을 효과적으로 받아 볼 수 있도록 노력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연결된 사람들에게 매일 여섯 개 가량의 외신을 전한다. 무엇보다 선정적인 언어 장난이 주는 가벼운 헛웃음이 아닌 깊이 있는 텍스트에서 느끼는 진정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내일 아침 등굣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뉴스 페퍼민트 페이스북 계정을 타고 전해오는 외신의 무게를 경험해 보면 어떨는지.

전문성과 유머가 공존하는 인터넷 언론 : ㅍㅍㅅㅅ
어찌 읽어야 할지, 제목부터 난해하다. 그러나 ‘ㅍㅍㅅㅅ’(ppss.co.kr) 속 콘텐츠의 내용은 떨칠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지녔다. 콘텐츠의 특징은 두 가지 매력이 공존한다는 것. 필진의 ‘전문성’과 ‘유쾌한 논조’가 그것이다. IT 전문가, 한의사 등 각 분야의 전문 필진이 주요 언론의 기사를 선별하여 제공하고 그 아래 날카롭지만 유머러스한 촌평을 단다. 때로 특집•기획기사를 통해 필진의 시선을 긴 호흡으로 설파한다. 거의 모든 기사는 실소를 자아내는 감각적인 화법이 함께 한다.
ㅍㅍㅅㅅ의메인화면 상단의 카테고리다. 커다랗게 ㅍㅍㅅㅅ라고 쓰여있고 지퍼를 여는 이미지가 옆에 있다.
왼쪽부터 ㅍㅍㅅㅅ의‘시사’와 ‘문화’ 카테고리다. 기성 언론에서 보기 어려운 단어(드립, 잡스러운)로 제목을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다.
‘조별 과제’, ‘외모’ 등 친구와의 수다에서 등장할 법한 다소 가벼운 주제도 간간히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시사•미디어•문화 비평을 다룬다. 그러나 기성 인터넷 언론과 다른 점은 무겁지 않다는 것. SNS를 통해 신속하게 뉴스를 접하는 젊은 세대에 맞춰 간략하지만, 허파를 찌르는 유머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문가 필진도 이들의 차별성에 한 몫한다. 유머러스하되, 날이 선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이 사이트만의 매력이다.

수호자들의 공통분모, ‘SNS’ 그리고 ‘뉴스 큐레이션’

새롭게 떠오르는 인터넷 언론 사이트들은 모바일과 SNS에 최적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SNS를 통해 빠르게 뉴스를 소비하는 세대에 발맞추기 위한 노력이다. 모바일 화면에 적합한 인포그래픽으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가 하면, 트위터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팔로잉’하거나 ‘좋아요’ 하면 업데이트되는 기사의 링크를 타고 바로 기사에 접할 수 있다.
오른쪽은 ‘슬로우 뉴스’의 모바일 화면. 감각적인 인포그래픽과 멘트가 인상적이다. 왼쪽은 ‘ㅍㅍㅅㅅ’의 페이스북 페이지. 기사에 반응하는 ‘좋아요’와 댓글의 수가 인상적이다.
이들의 또 다른 특징은 기성 언론의 뉴스를 선별하여 이를 본인만의 색으로 편집할 줄 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이기보다 기존 언론의 역할을 보조하는 ‘대안 언론’ 혹은 ‘뉴스 큐레이션 사이트’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온라인 언론 생태계는 진화하고 있다. 주요 언론이 비운 자리를 전문성과 유연함으로 무장한 새로운 인터넷 언론이 메우기 시작했다.신문을 사서 혹은 인터넷으로 접속하여 뉴스를 읽던 독자들이 핸드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뉴스를 접하고 이에 각자의 촌평을 남기는 일은 흔해졌다.
한 여성이 노트북 화면을 보며 근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
선정성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따지기 전에 독자들은 심히 피로하다. 마땅히 대응할 방법을 모른 채 오늘도 인터넷을 유유히 떠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피로감을 해소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아직은, 그리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노랗게 물든 인터넷 기사에 노출된 당신을 치유할 지원군은 몇몇 있다. 이 사실만으로도 작은 위안이 되길 바라며, 만약 스스로가 노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진단했다면, 스스로 더 나은 처방전을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 아프다고 징징대기 전에 주변에 꽤 쓸만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당신이 현명한 독자로서 누릴 권리가 아닐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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