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선정성에 대해, ‘낚이는’ 그대들의 입장정리

종이 신문보다 인터넷 뉴스 클릭으로 사건•사고를 접하기가 자연스러운 지금, 우리는 모두 한 번쯤 자극적인 기사 제목에 혹해 걸려 든 적이 있다. 온라인 곳곳에 나타난 ‘선정성’이라는 덫에 걸려 허우적대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인터넷 언론의 선정성에 관한 다각도의 고찰.

여러 조각 신문이 배경으로 보이고, 그 위에 검은 선으로 그린 언덕 위에서 기자가 기사를 쓰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괴물이 낚싯대를 들고 언덕 아래를 향하고 있다. 이 괴물이 들고 있는 낚시대를 향해서 수많은 독자가 달려들고 있다. 끊임없이 낚고 낚이는 우리들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어항 속에 갇힌 고기들보다
어쩌면 내가 좀 더 멍청할지 몰라
너가 먹이처럼 던진 사진 몇 장과
너의기사제목은 날 헷갈리게 하지

 

– 빈지노, ‘Aqua man’중 일부 개사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 따분하기만 한 집으로 가는 길. 노래를 들으며 인터넷을 켠다.“’年 1억 원 클리닉’ 연예인 피부과 알고보니…“라는 기사 제목이 눈에 띤다. 도대체 1억 원이나 하는 클리닉은 뭐고 연예인 피부과는 뭘까? 궁금함에 기사를 클릭한다. 하지만 기사는 그저 연예인 이수나가 화제가 됐던 고액 클리닉의 단골손님이었다는 이야기. 허탈하다. ‘헤엄~ 헤엄~ 헤엄~’ 물고기가 된 기분이다.

많은 기자들이 ‘충격’, ‘경악’, ‘발칵’등 자극적인 단어를 남발하며 독자들이 기사를 클릭할 미끼를 던진다. 독자들은 자신을 기만한다고 느끼고 화를 낸다. 하지만 광고로 수익을 내야 하는 기자들의 속내를 알게 되면 그들을 이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이런 선정적인 기사 제목이 재미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런 선정적인 기사를 보면서 다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래서 34명의 대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나와 당신을 노리는 하이에나 같은 기자들,당신은 그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우리에게 선정성이란?

독자인 우리는 선정적인 기사 제목에 간혹 화를 내기도 하지만 또 희화화해서 재미있는 웃음거리로 만들기도 한다. 과연 우리에게 선정적인 기사 제목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34명의 독자(남자 20명, 여자 14명)에게 그들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34명의 독자들에게 선정성에 ‘낚인’경험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34명의 독자 중 88%에 해당하는 30명의 독자가 선정적인 기사 제목에 낚이는 경험을 한 적이 있고, 12%에 해당하는 4명의 독자는 그런 경험이 없다고 응답하였다.
34명의 독자 중 88%에 해당하는 30명의 독자가 선정적인 기사 제목에 낚이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선정적인 기사에 대한 인식 문제에 있어서는 그 의견이 분분했다. 선정적인 기사가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욱 많긴 했지만 이를 매우 심각하다고까지 인지하고 있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문제가 된다’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던 것. 물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선정적 기사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 그래프이다. 선택지는 1에서 5까지가 있다. 1에 가까울수록 선정성이 심각한 문제이다, 5에 가까울수록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1에 9명, 2에 13명, 3에 7명, 4에 5명, 5에 0명이 응답하였다.
독자들은 왜 이렇게 답했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낚이는 이들도 할 말은 있다! 독자들의 선정성에 대한 생각

선정적인 기사에 대한 우리들의 경험과 생각은 엇갈린다. 기사에 ‘낚시 당한’ 경험은 많지만 딱히 기억이 남는 경험은 없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기사가 너무 황당해서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는 사람도 있다. 선정적인 기사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이 있는가 하면, 유머거리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각자 모두 다른 선정성에 대한 경험담.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찔했던‘그기사’에대한기억
많은 독자들이 기사에 낚시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지만, 의외로 어떤 기사에 낚시를 당했는지 기억하는 독자는 많지 않았다. 그 중 자신이 낚시 당한 기억을 똑똑히 하고 있던 4명의 독자!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조한슬양(21세, 전북 전주)은 주로 선정적인 제목에 기사를 클릭해 보면 드라마를 비롯한 연예 뉴스가 대부분이었다는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주황색 짧은 머리 위에 선글라스를 올린 한 소년의 캐리커쳐.

“주로 연예 뉴스에 낚시질을 많이 당하는 것 같아요.‘충격 속보’라길래 클릭했는데 그냥 여자연예인들의 노출 패션을 다루는 기사이고, ‘연예인이 어디에서 밥먹었다’ 혹은 ‘옷 잘입었다’는 기사가 대부분이었어요. 이 뿐만이 아니라 드라마 내용을 마치 사실인 양 소개한 연예기사도 많고요. 그럴 땐 진짜 짜증나고 화도나요. 농락당한 기분이니까요. 그리고 이런 글을 쓴 기자는 조회수를 올리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어요.”

안동훈군(22세, 강원도 동해)은 자신이 하루 동안 본 선정적인 기사 제목을 정리해 주며 이런 기사 제목에 중요한 기사들이 묻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갈색 짧은 머리에 한 손으로 돋보기를 들고 무언가를 보고 있는 한 소년의 캐리커쳐.

“오늘의 인터넷 뉴스만 봐도 정말 많은 걸요! ‘수상한 여성들이 들락거리던24시간 야식집, 알고 보니’, ‘속 안까지 다 보여!女가수, 민망 하의실종’, ‘유아인 성생활?뭐길래…유아인 발끈’, ‘미란다 커, 천 하나로 살짝 가린 알몸아찔’, ‘결혼 연기 여배우, 2달만에 다른 男과…헉!’,‘명문대 女 포르노스타 파문확산 “쓰레기 취급…”’ 이게 다 오늘(2014년 3월 20일)의 인터넷 기사 제목이에요. 이런 선정적인 제목들 때문에 진짜 중요한 기사가 묻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싱가폴에서 중, 고등학교를 다녔던임성현군(22세, 서울), 그는 외국의 사건을 문화적인 배경 조사 없이 다루는 기사들의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했다.
빨간색 후드 티셔츠의 후드를 쓰고 있는 초록색 머리의 한 소년 캐리커쳐.

외국의 사건을 아무 언급 없이 ‘경악’이라는 표현과 함께 올리는 기사를 종종 봤어요. 하지만 사실 그 나라의 문화에서는 큰일이 아닌 경우가 많죠. 이렇게 사실 확인도 제대로 되지 않고 기사화된 경우가 많더라고요. 제목보다 내용이 워낙 부실하다 보니 요즘은 기사 수준이 너무 낮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인터넷기자 되기 참 쉽다는 생각도 들어요.”

‘낚이지않는’나만의노하우, 선정적기사에대처하는방법
계속해서 선정적인 기사에 낚이고 있는 독자. 이러한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조사 결과, 선정적인 기사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만, 이에 대처하는 독자들의 방안은 그렇게 다양하지 않았다. 이를 희화화해 또 다른 콘텐츠로 만들기, 댓글 달기, 애초에 기사를 보지 않기 정도였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선정적인 기사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포털 사이트에서 어느 정도 중재를 해야죠.”

“조회수로 급료를 주는 언론사의 구조에 손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독자들이 제시한 대안은 이 두 가지 정도였다. 대안을 제시한 독자들도 선정성은 문제가 있지만 큰 강제성을 띄지 않는 규제를 제시하였고, 놀라운 것은생각보다 많은 독자가 ‘이를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선정적이고 사실과 다른 기사를 다루는 것은 기자가 가져야 할 사명감과는 분명 거리가 있어요. 하지만 규제는 오히려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행위이기도 해요. 그뿐만 아니라 가끔은 기사제목들의 아이디어가 너무나 독특해서 유행어가 되어버리기도 하잖아요? 새로운 문화의 한 형태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지만, 법으로 규제하거나 사람들의 인식이 다 바뀌지 않는 이상은 막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하고, 사람들의 선호에 의한 현상으로 여겨야 한다고 봐요.”

우리는 선정적인 기사가 부정적이라고 인식을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이를 하나의 새로운 흐름으로 받아들이기를 원하고 있다. 대부분 선정적인 기사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서 기사가 전파되며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기사의선정성, 과연문제가될까?
우리는 선정적인 기사에 많이 노출되고 있고,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에 클릭을 해 보았지만 별 내용이 없는 기사가 많아 허탈함을 많이 느끼곤 했을 것이다. 반면 이런 선정적인 기사를 유머러스하게 패러디 하는 흐름도 생기고 있다. 이런 선정적인 기사는 문제가 될까? 문제가 된다는 독자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독자, 그 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선정성이 당연히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독자를 상징하는 그림. 찡그린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로 ‘당연히 문제이지!’라고 외치고 있다.
선정성은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독자. 도대체 뭐가 문제냐는 듯 눈썹을 들썩이며 어깨를 올리고 있다. ‘그냥 웃어넘겨!’

“당연히 문제라고 생각해요. 기사 내용과관계없는 내용이거나, 지나치게 한 부분을 부각해 과장하는 방법으로 제목을 지어서 제목만 본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잖아요. 특히, 특정 성향을 가진 기사에 선정성이 가해지면 많은 사람이 선동당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별것 아닌 일이 가십이 될 수도 있고요.”

“인터넷을 사용하는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걱정이에요. 물론, 성인 남성으로서 흥미로운 콘텐츠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청소년들에게언론의 진지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선정적인 제목은 너무 기사를 가볍게 표현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기자들은 기사내용보다 제목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고 기사의 질이 낮아지게 된다고 생각해요. 정작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기사들은 독자들의 이목을 끌지 못한다는 이유로 잘리는 경우가 있다니너무 안타까워요.”

“물론 정치나 사회면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내용을 다루는 곳에서는 지양해야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스포츠 뉴스를 보다보면 순간순간 포착된 사진들에 얼토당토않은 제목을 붙이는 기사들이 많은데, 보는 입장에서 재미있지 않아요? 뉴스를 무조건 진지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웃어넘길 수 있잖아요. 기사를 풍자하는 재치있는베플도 많고요.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제목 학원’ 식의 위트로 넘길 수도 있을 거고요.”

“사실 본인이 의지만 있다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고 간단히 넘겨도 될 기사들이 대부분이지 않나요? 개인이 스스로 잘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 사용하면 재치 있게 이목을 끄는 좋은 도구가 될 거 같아요. 이전에 어느 매체의 표지 제목으로‘국정원개색희야’가 사용된 적이 있어요. 한 눈에 봐도 국정원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다룰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리고 한자어 ‘國政原開塞熙夜(국정원개색희야)’에 ‘국정의 근원은 막힌 곳을 열고 어두운 밤에 빛을 비추는 데 있거늘’라는 의미를 담으면서 제목에 기사의 논점을 잘 살렸고요. 매력적이지 않나요?”

언론의 선정성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정도의 차이에 따라 이를 문제로 인식하기도 하고, 유머의 소재로 넘기기도 한다.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인터넷을 사용해 정보를 접하는 독자들이면 누구든 선정성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더라도, 선정성은 모두가 접하고 있는 사실이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 유이정

    캬아 율화기자님ㅎㅎ 도입에 아쿠아맨 참 적절하네요ㅋㅋㅋㅋ 언론의 선정성은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저로서는 더더욱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문젠데요. 저도 참 기사 제목에 낚이는 경우가 많은데, 새로운 미디어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들을 다 규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아요 ㅠㅠ 무엇보다 지나친 선정성 때문에 언론의 기본 요건인 보도의 정확성을 떨어뜨린다면 더 문제가 될 터인데 ㅠㅠ 이럴때일수록 대중들이 선정적인 기사에 휘둘리지 않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간혹 헤엄~헤엄~ 치더라도 다시 육지로 빠르게 돌아오기를..ㅎㅎ.. 율화기자님 우리 일상과 밀접한 사회이슈를 적절히 분석해준 기사 정말 잘봤어요 :)
  • 나로

    잘읽고 담아가요^^
  • 이지예

    이 기사를 맡기 전까진 "웃어 넘지기 뭐." 하는 입장이었지만, 이제 언론이 진지하게 각성할 필요가 있음을 느낍니다. 중심을 잃지 않는 언론사가 많아지길 바랍니다아>.<

소챌 스토리 더보기

우린 이렇게 한겨울을 견디곤 해

어느 통학러의 빡친 하루

‘신박한’ 효과가 실화? 한 남자가 체험해봤습니다.

[파인다이닝] 서윤후 시인, 글 쓰는 청춘을 다독이다

사회초년생의 기본예절

사진 좀 찍는다는 그들의 미러리스 카메라

배틀 로드, 샤로수길 VS 망리단길

캠퍼스별 떡슐랭 가이드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