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경악•쇼킹한 뉴스! “독자님, 당황하셨어요?”

종이 신문보다 인터넷 뉴스 클릭으로 사건•사고를 접하기가 자연스러운 지금, 우리는 모두 한 번쯤 자극적인 기사 제목에 혹해 걸려 든 적이 있다. 온라인 곳곳에 나타난 ‘선정성’이라는 덫에 걸려 허우적대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인터넷 언론의 선정성에 관한 다각도의 고찰.

따분하기 짝이 없는 등굣길, 오늘도 스마트폰 웹서핑을 시작한다. 무심한 눈길로 포털사이트 메인을 살펴보던 중, 눈에 띄는 기사를 발견했다.

차태현, 숨겨둔 딸 만나 ‘화들짝’
– 2010.02 s일보 기타면


‘대한민국 대표 영화배우 차태현이 딸을 숨겨두고 있었다고?!’ 순간적으로 치솟는 호기심에 기사를 클릭해 본다. 하지만 미끼를 물은 채 후회해봤자 늦은 법. 차태현이 숨겼다는 그 딸은 차태현이 출연한 영화의 작중 인물에 불과했다. 이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법한 상황이다. 어느 순간 인터넷 뉴스 제목을 지배하고 있는 ‘충격•경악•쇼킹’한 단어들. 머릿속은 ‘속지 마!’라고 소리치지만 이미 제목을 향하는 손가락. 뒤따라오는 것은 당연히 허무한 한숨뿐이다.
검은색 매대 위에 술 취한 오바마 백악관 파티, 풍선 가슴 등 온갖 자극적인 텍스트로 수놓여진 잡지가 가득 놓인 진열장이다. 알록달록한 텍스트와 사진이 눈에 자극적으로 꽂혀 오는 느낌이다.

선정주의
특정 의미를 강조하고 독자의 도덕적, 심미적 감성을 자극하여
사건기사를 실제보다 흥미롭고 중대한 것처럼 윤색하는 보도 경향
-매스컴대사전 中-


1889년 미국의 <모닝저널>, <뉴욕월드>라는 두 언론사가 ‘옐로키드’라는 만화를 두고 선정성 경쟁을 벌이면서 이른바 황색언론(옐로 저널리즘)이라는 용어가 탄생한다. 현대 언론의 아버지이자 뉴욕월드 사장이었던 조셉 퓰리처가 ‘재미없는 신문은 죄악’이라는 철학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 그 원인이 된 것.

언론계에 부는 황사는 대한민국도 피해갈 수 없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의 급격한 확산과 더불어 대형 포털사이트들은 온라인 뉴스 지면을 구축했다. 온라인 뉴스는 네티즌들이 제목을 클릭하는 수에 따라 기사 노출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졌고 이에 각 언론사들은 어떻게든 관심을 끌고 클릭하게 만들려는 심산으로 선정적인 기사를 우후죽순 뽑아내기 시작한 것.

하루가 다르게 다채로워지고 있는 선정주의 기사. 덕분에 뉴스들의 댓글을 보면 해당 뉴스의 오류와 잃어버린 신뢰성을 꼬집는 댓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곳곳에 함정을 파고 있는 언론사들. 선정주의 기사 중에서도 대표적인 유형 세 가지를 정리해봤다.
한 남성이 물가에 낚싯대 세 개를 드리우고 있다. 남자는 얼룩말 무늬의 중절모를 쓰고 있으며, 가만히 물가를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이 무료하고 따분해 보인다.

오늘은 누구를 낚을까? 제목과 관련 없는 ‘낚시성 기사’

제목 자극도: ★★★★
내용 영양가: ★★
분노 유발도: ★★★★★

동해 피서간 20대 얼짱 女대생, 돈 떨어지자 그만…
– 2012.06 m일보 종합면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질 나쁜 유형의 낚시성 기사라 볼 수 있다. 선정성 가득한 분위기에 사뭇 긴장감까지 유발하는 기사제목이지만, 실제 내용은 W은행이 해수욕장에 이동식 점포를 차렸다는 1줄 보도 기사에 불과했다. 수많은 네티즌들의 항의로 기사는 곧 내려갔지만 선정주의 언론의 대표적인 행태로 아직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월드컵 조 추첨 이미 결정?…한국, 스페인과 한 조”
-2013.12 k신문 스포츠면


정확한 사실 보도가 아니면 어떠하리. 당장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좋은 제목을 선점하는 게 우선인 언론의 행태가 드러난 기사다. 제목만으로는 마치 월드컵 조 추첨이 끝난 것 같지만 실제 내용은 해커집단에서 나온 근거 없는 루머를 사실인양 보도한 것. 진짜 조 추첨이 끝난 지금, 당연히 한국은 스페인과 한 조가 아니다.

언론의 기본 원칙인 ‘사실에 입각’을 무시하는 낚시성 기사. 내용을 꼼꼼하게 읽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교묘하게 오도된 정보를 그대로 주변에 전달하거나 혹은 노골적으로 터무니없는 내용을 보며 헛웃음만 짓는다. 이는 대한민국 언론이 불신을 사게 된 대표적인 원인이지만 조회수는 잘 끌어들이는 덕에 여전히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더 자극적으로! ‘인권무시’형 기사

제목 자극도: ★★★★★
내용 영양가: ★
분노 유발도: ★★★

유명 B가수, 격렬한 안무에 노출사고
-2014.01 S일보 연예면


자극적으로, 클릭 수만 높일 수 있다면 인권 따위는 모른 체하는 기사들. 취재원의 사생활이나 실수를 적나라하게 보도하고, 특정 연예인의 신체부위를 부각시키는 기사는 최근 들어 더욱 자주 볼 수 있게 되었고 실제로 조회수도 높다.

“전화 내용 일부를 교묘하게 잘라내서 경찰 수사의 회피로 둔갑시켰다.”
-2009.03 故장자연 유가족 인터뷰 中


위에서 말한 예시와는 다르게 더 치밀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취재원의 인권을 짓밟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는 바로 故장자연 씨 파동 당시 보였던 언론의 행태다. 각종 마이너 언론사부터 메이저 언론사까지 故장자연 씨의 사생활과 민감한 사연들을 앞다투어 보도했고, 유족들과 죄 없는 기획사 관계자들까지 선정적 보도의 희생양이 돼 큰 피해를 입었다.

숨기고 싶은 것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사실. 하지만 그에 따라 취재원이 받는 고통은 언론 보도에 있어 늘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인권무시형 기사의 가장 큰 문제는 일단 보도가 되면 그 선정적인 내용에 가려져 정작 보도 피해자의 인권을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장광고로 유명한 장미칼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테이블은 회색에 흰색 자수가 놓인 테이블보로 덮여 있고, 장미칼은 칼날 부분에 장미칼의 시그니처인 한 송이의 장미 그림이 그려져 있다.

‘장미칼’을 위협하는 과장형 기사

제목 자극도: ★★★
내용 영양가: ★★★
분노 유발도: ★★★★

장관 3명 처형, 평양은 숙청중
-2011.04 J일보 종합면


제목만 봐서는 입을 다물 수 없는 충격적인 보도. 하지만 막상 기사를 읽어 내려가면 단지 처형됐을 ‘가능성’을 두고 있다는 것이지 실제로 장관 3명이 처형됐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이 외에도 ‘인사조치’라는 사실을 ‘옷 벗기겠다’는 추측으로, ‘추론한다’는 문구를 ‘A의 소행’이라 단언하는 등 낮은 가능성을 이미 발생한 사실처럼 극대화시켜 보도하는 기사들이 범람하고 있다.

잔인한 게임, 난폭해진 아이들
-2011.02 m언론 보도


대한민국을 분노, 그리고 웃음바다로 빠트린 이른바 ‘pc방 정전사건’. 게임과 난폭함의 연관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pc방을 정전시키고 분노한 손님들을 찍으며 “여러분, 보십시오. 게임으로 인한 폭력성의 증대가 심각합니다!”라고 보도한 사건이다. 이 보도로 인해 언론의 과장보도 행태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졌다.

과장형 기사 역시 독자들이 잘못된 사실을 진짜 사실인양 받아들이게 할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언론의 윤리적인 보도자세가 필요하지만 읽는 이가 기사를 대하는 비판적인 시각도 필요한 것. 최근 언론의 과장보도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언론중재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과장보도 언론에 엄격한 형벌을 적용하고 있다.
노트북으로 인터넷 기사 목록을 보고 있는 사진. 기사들 제목에는 하나같이 ‘경악’이라는 문구와 함께 선정적인 기사 제목들이 범람하고 있고 마우스 커서가 그 중 한 기사를 클릭하려고 하고 있다. 화면은 흑백으로 되어 있다.
우리의 이성과 감성을 현혹하는 선정성 기사들, 각계의 권고조치에도 불구하고 포털사이트 메인에는 여전히 선정적인 기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양치기 소년은 불과 세 번 거짓말을 하고 늑대한테 잡아먹혔다. 국민들이 더 이상 언론을 믿지 않고 그에 대한 사회적 혼란과 손실이 발생하면 이는 전적으로 언론사의 지난 행태에 그 책임을 물게 될 수 있다. 언론 정보가 일상 속에서 언제든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는 오늘날, 기사를 수용하는 우리 또한 중립적이고 냉정한 시선을 지켜야겠다. 물론 언론이 먼저 부당한 행태를 고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겠지만.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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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운 기자님 첫 기사 릴리즈 츄카합니닷^_^
  • 윤수진

    우와... 다양한 예시들과 함께 보니까 더더더 흥미로워요 *ㅁ* ㅋㅋ 냉철한 분석력이 돋보이는 기사네요 ^0^
  • 매일매일 낚이는 이네 인생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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