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질러, 직구로

바야흐로 ‘돌직구’의 시대. 이제 말뿐만 아니라 쇼핑도 직구로 하는 것이 트렌드다. 동대문 옷가게를 휘젓고 다니는 쇼핑에 신물난 당신, 직구족이 된다면 클릭 몇 번으로 샤넬백을 반값에 지를 수도 있다.

부활절 달걀이 채 식기도 전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한 장면. 주인공 앤 해서웨이가 어느 편집숍 매장 안에서 구두와 가방을 여러 개 들고 누군가를 보고 있다. 그녀의 뒤에는 매장에 진열된 구두가 선반 가득 보인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주인공 앤디는 패션의 ‘패’자도 모르는 촌티 철철 흐르는 뉴욕 아가씨였다. 그런 그녀가 최첨단 패션 잡지사인 ‘런웨이’에 입사하고 명품 가방과 구두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차뉴녀(차가운 뉴욕 여자)’로 변신한다. 우리는 한 번쯤 프라다 옷을 입고 샤넬 가방을 어깨에 걸친 채, 지방시 구두를 신고 또각거리며 뉴욕 거리 한복판을 활보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그러나 지구 반대편이라는 물리적 거리와 입이 떡 벌어지는 액수에 우리는 이 달콤한 꿈을 곱게 접어 두어야 했다.

미국에서는 매해 11월 마지막 목요일인 부활절 다음날,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최대의 세일기간이 시작된다. 대부분의 상점에서 다양한 종류의 파격적인 할인 상품들을 구입할 수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끝난 후 그 다음 월요일은 ‘사이버 먼데이’라고 해서, 오프라인 세일 기간을 놓친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구매 열풍을 이어가기도 한다. 이루지 못하는 상상 속 모습에 눈물을 삼켜야 했지만, 우리에게도 기회는 왔다. 이른바 직구. 온라인을 통해 블랙 프라이데이를 지구 반대편에서 만끽하는 것이다.

직구, 왜 갑자기 인기인 거야?

연령별, 성별 직구 이용률에 대한 원형 그래프. 왼쪽은 연령별 직구 이용률로, 30대가 77%, 20대가 16%, 40대가 6%, 50대 이상이 1%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오른쪽은 성별 직구 이용률로, 여자가 84%, 남자가 16%의 비율을 보인다.
직구란 말 그대로 ‘직접 구매’, 즉 해외 유명 브랜드 상품들을 파격적인 할인가로 집까지 배송받는 구매 방법을 말한다. 그 동안 직구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가 최근 들어 이슈가 된 것은, 나라에서 얼마 전 병행수입을 공식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가 구매했던 수입 제품들은 특정 업체가 유통을 독점해 높은 가격을 주고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병행수입이 인정되면서 다양한 경로의 수입이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보다 싼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명품 브랜드 샤넬과 루이비똥의 브랜드 로고이다.
물론 정품에 비해 제품을 받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A/S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종류의 무궁무진함과 가격의 아름다움은 많은 이들을 직구 열풍으로 몰아 넣기에 충분했다. 샤넬, 루이비통 같은 명품 물건들부터 유모차, 건강기능식품, TV 등 가전까지, 직구의 범위는 매우 넓다. 또한 그 가격이 가히 파격적이어서, 실제 한국에서 유통되는 제품이 해외 직구를 거치면 절반 이하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직구,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요?

직구의 핵심은 배송대행. 즉 해외 쇼핑몰 사이트에서 물건을 골라 주문을 할 때 내 주소 대신 배송대행사의 주소를 입력해, 향후 한국에 도착한 물건이 우리 집까지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해외 직구를 시작하려면 우선 배송대행 사이트에 가입해야 한다.
배송대행 사이트‘몰테일’의 메인 화면을 캡쳐한 모습. 다양한 국가별 배송 정보,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품의 사진 등이 보이고 오른쪽에는 ‘배송대행 신청하기’란에 자신의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칸이 보인다.
많은 배송대행사들이 있지만 가장 규모가 큰 곳은 ‘몰테일(malltail)’이다. 배송대행 사이트는 각국에서 수입되어 들어 온 물품들을 특정 장소에 한꺼번에 보관했다가 고객의 집으로 배송하는 역할을 맡는다. 배송대행 사이트에 가입이 완료되었다면, 이제 눈이 즐겁고 손이 즐거운 쇼핑 타임. 해외 쇼핑 사이트에서 사고 싶은 물건을 고르고, 주문을 하면 된다. 단, 주의할 점은, 배송 받을 주소를 배송대행사의 주소로 입력해야 한다는 점.
실제 직구 과정 중 하나인, 해외 쇼핑몰에서의 주문 방식 중 한 과정을 캡쳐한 사진. 위 사진은 Amazon 사이트에서 워커를 하나 선택한 것으로 이 워커의 상세 정보가 화면 전체에 나와 있다. 아래쪽 사진은 이 제품을 주문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이름과 사는 곳, 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입력하는 칸이 빈 칸으로 보인다.
이제 배송대행 사이트로 돌아가 주문번호와 해당 쇼핑몰의 주소를 입력한다. 배송대행 사이트에 언제 어떤 물건이 도착할 것이라고 알려 물건이 도착하면배송비를 결제하고,책을 사듯 쉽게 내 집 앞으로 물건을 전달 받을 수 있다.
직구 과정 중 한 과정을 캡쳐한 사진. ‘상품정보를 입력해 주세요’라는 안내문에 따라 주문번호, 트래킹넘버, 쇼핑몰 URL, 상품정보 입력 란이 차례대로 보인다.

20대 직구녀들의 직구 이야기

조사결과에서 알 수 있듯 직구를 이용하는 주 연령층은 30대, 성별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월등히 많다. 20대 역시 타 연령층에 비해 직구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지만 아직 활발히 참여하는 계층은 아니라는 것. 그러나 직구의 매력에 일찍부터 눈을 뜬 몇몇 직구녀들로부터 직구 초보 20대를 위한 약간의 팁을 얻을 수 있었다.

1. 20대 직구녀들의 잇사이트 추천
육아상품, 식품, 가전 등 통 크게 지출하는 30대 직구족들과 달리, 20대의 소비는 의류, 가방 등에 한정된 양상을 보인다. 한국의 직구족에게 특히 인기라는 아이허브 역시 20대보다 30대 이용률이 훨씬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20대 직구족들은 주로 어디에서, 무엇을 살까?

빅토리아 시크릿
의류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홈페이지 화면을 캡쳐한 모습. 속옷을 입고 있는 모델이 서 있고 그 뒤에는 장미꽃으로 가득찬 배경이 보인다. ‘Free Shipping & 2nd day express delivery’라는 안내 문구가 쓰여 있다.
여성들의 로망인 빅토리아 시크릿은 속옷, 향수 등을 파는 유명 브랜드다. 미란다 커, 캔디스 스와네포넬등, 이른바 ‘빅시 모델’들로도 유명하다. 때문에 이들이 워너비인 20대의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

토리버치
브랜드 ‘토리버치’의 홈페이지 화면을 캡쳐한 모습. 초록색의 긴 풀이 우거진 사진이 있고 그 위에 홈페이지 화면이 보이는 형태로 되어 있다. 큰 사진 안에 모델들이 토리버치의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몇 년 전 ‘김연아 신발’로 유명했던 토리버치가 또 다른 20대들의 잇 브랜드. 가방, 신발 등을 판매하고 있다.

바나나 리퍼블릭
의류 브랜드 ‘바나나 리퍼블릭’의 홈페이지 화면을 캡쳐한 모습. ‘Fashion Forward’라는 문구와 함께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 세 개 정도 배치되어 있다.
니트, 원피스, 셔츠, 코트 등 제품과 젊은 디자인 색상으로, 특히 20대 초중반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다.

세포라
뷰티 브랜드 ‘세포라’의 홈페이지 화면을 캡쳐한 모습. 한 모델이 나체로 침대 위에서 누워 이불을 덮고 포즈를 취한 사진, 두 명이 여자가 검은 옷을 입고 벤치에 앉아 있는 사진 등이 홈페이지 위에 나열되어 있다.
미국 최대의 화장품 쇼핑몰이다. 엄청나게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를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 특히 우리나라에 비싸게 수입되는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인기다.

아메리칸 이글
의류 브랜드 ‘아메리칸 이글’의 홈페이지 화면을 캡쳐한 모습. 비니를 쓰고 민소매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여자가 보드를 타거나 자유롭게 거리를 걷는 사진 등이 배치되어 있다.
제깅스의 인기에 힘입어 이슈가 되었던 아메리칸 이글. 청바지 외에도 독수리 로고가 박힌 티셔츠 역시 인기를 끌었다.

디즈니 스토어
‘디즈니 스토어’의 홈페이지 화면을 캡쳐한 모습. 한 어린아이가 미니 캐릭터와 도널드 덕 캐릭터 인형을 끌어안고 있는 사진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언제나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디즈니 스토어.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가? 실제로 어린이 고객보다 2~30대 고객층이 더 두텁다는 사실. 자녀를 둔 부모들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아직 소녀감성 넘치는 20대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 20대 직구족의 주요 공략 상품
프라다의 가방이 나열되어 있는 사진. 사각형 모양의 가방이 같은 디자인에 색상만 다른 것으로 6개가 진열되어 있다.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베이지색 순이다.
패션 제품 구입에 있어 다소 한정적인 20대들의 소비는 주로 명품 가방을 사는 데서 시작된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프라다나 루이비통 등 국내에서 구입 가능하지만 외국보다 훨씬 비싼 가격 때문에 구매를 포기해야 했던 제품을 직구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대 남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는 구찌. 그리고 프라다 백팩이 그 뒤를 잇는다.
비비안웨스트우드의 유명 지갑 2개의 사진. 왼쪽은 체크무늬, 오른쪽은 검은색 지갑으로 둘 다 비비안웨스트우드의 로고가 가운데에 박혀 있다.
가방 다음으로 소비되는 것은 바로 지갑이다. 20대 여성의 경우 마크 제이콥스와 비비안 웨스트우드, 남성의 경우 프라다나 몽블랑, 루이비통, 까르띠에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분명히 나타나지만, 특정 제품에 대한 쏠림보다는 개성이 드러난 독특한 디자인을 주로 찾는다고 한다. 특히 한국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다양한 제품들을 해외 직구를 통해 구매하면서 만족감이 높은 것이 특징.

20대와 직구, 우린 어떤 관계?

20대는 30대에 이어 두 번째로 직구를 많이 이용하는 연령대이기는 하나, 경제적 요건 등의 이유로 보편적인 소비 문화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결혼 및 육아로 인해, 가전제품부터 육아용품까지 다양한 분야를 소비하는 30대는 해외 직구의 명실상부한 큰 손이다. 반면 20대는 의류, 액세서리 등 한정된 카테고리와 한정된 금액 내에서 소비로 비중이 크다고는 할 수 없으나 성장 가능성이 밝은 연령층이라 할 수 있다.
백설공주 캐릭터 인형이 하나 있고, 그 옆에 ‘어머 이건 질러야 돼…!’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20대는 최고의 제품에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더 저렴한 구입 경로를 모색하고, 최신 기능을 추구하면서도 마지막에는 디자인으로 구매를 결정하고, 남들 다 사는 것 똑같이 사되 색상, 크기 등의 변형으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 성향을 보인다. 한 마디로 ‘쓸 때는 쓴다’. 그것도 ‘단숨에’. 이런 점에서 직구는, 유명 명품 브랜드의 우수한 제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면서 색상, 디자인 등의 선택의 폭이 넓어 20대에게 꼭 맞는 소비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한계점들도 많다. 배송이 느리고 사후 서비스가 미비한 직구 자체의 단점뿐 아니라, 아직 경제력이 부족한 20대의 경우 자칫 잘못하다간 직구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갑은 가볍되 명품은 갖고 싶은 20대들에게 해외 직구는 거부할 수 없는 엄청난 유혹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잘 알아보고 꼭 필요한 물건만 선택하자. 따뜻한 방에서 뒹굴거리며 단 몇 분만에 유명 브랜드 제품들이 내 것이 되는 경험은 달콤한 일일 테니 말이다. 단, 지나친 소비는 당신의 지갑을 구멍낼 우려가 있으니 주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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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유용한 기사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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