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만난 사찰 풍경

어느 사찰에서 촬영한 사진. 눈이 온 겨울의 풍경으로, 기와로 쌓은 담 위에 눈이 소복히 쌓여 있고 그 뒤로 절간이 하나 보인다. 절은 나무문 위에 기와지붕이 올라앉은 전형적인 한옥 건물이다.
다시금 출발점에 선 당신. 치열한 도시의 속도에 지쳐 있다면, 하루쯤 호흡을 가다듬고 여유를 찾는 건 어떨까. 서울에서 만나는 느린 풍경, 사찰로 떠나 보자.

도심 속에서 만난 사찰,조계사

조계사의 입구 모습. 기와가 높이 선 커다란 정문이 보인다. 조계사로 들어가려는 아주머니와 나오고 있는 아주머니가 한 분씩 보인다. 정문 안으로는 조계사 절이 보이고, 그 뒤로는 서울의 도심 건물들이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조계사 입구에 매달린 등의 모습. 정문 위쪽에 색색의 종이로 싸거나 그림을 그린 종이 등이 여러 개 보인다.
151번, 606번, 172번 버스가 지나는 서울 한가운데. 조금만 걸으면 인사동이 코앞인 종로 견지동에,주변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의 사찰이 하나 서 있다.대형버스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바로 옆에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은 이 사찰의 이름은조계사.4대문 안에 최초로 세워진 사찰이면서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을 함께 겪은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다.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한 조계사의 모습. 왼쪽 사진은 조계사 안뜰에 선 석탑의 모습으로, 석탑 뒤로 도심 건물들이 보인다. 오른쪽 위아래 사진 모두 조계사 절 건물과 함께 도심의 건물이 보이고 있는 모습.
산 속에 숨어 고요한 보통의 사찰들과는 달리, 자동차의 요란한 경적 소리와 관광객들의 말소리로 언제나 활기차고 분주한 모습이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눈에 들어오는 사찰의 한옥과 현대적 건물의 조화는 이질적이라기보다 친근해 보인다. 조계사에서는 어느 곳에서 셔터를 눌러도 이러한 풍경을 담을 수 있다.
조계사 안뜰에 있는 불상을 찍은 것. 앉아있는 부처가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사찰의 곳곳을 둘러보다 보면 입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이 익살스러운 표정의 불상을 만날 수 있다. 조계사의 위치부터가 그러하듯, 세속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절을 찾은 이들을 근엄하기 보다 친근한 모습으로 맞이한다.
조계사 중심의 대웅전 건물 모습. 크고 웅장한 건물에 길쭉하고 화려한 색색의 종이가 지붕에 매달려 있다. 절을 찾은 남자 한 명이 대웅전을 향해 고개숙이고 합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조계사의 중심에 위치한 대웅전은 한국불교 조계종의 총본산답게 그 크기와 화려함으로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2000년 9월 10일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127호로 지정되기도 한 이 큰 사찰은 커다란 문을 언제나 활짝 열어두고 있다. 때문에 미처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도 스님이 외우는 맑은 불경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조계사 대웅전의 모습. 왼쪽 사진은 기둥과 문 부분을 촬영한 것으로 붉은 기둥과 초록색, 파란색으로 칠한 문에 갖가지 꽃 그림이 그려져 있다. 오른쪽 사진은 처마에 매달린 천으로, 길고 가는 천에 글씨를 써서 매달아 둔 것이다.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사람들이 세 명 정도 각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 조계사는, 그러나 언제나 관광객들로만 소란한 것은 아니다. 도심 속에서도 절을 찾은 수많은 신도들이, 오늘도 대웅전 문 앞에서 합장을 하며 각자의 간절한 소원을 빈다. 나무에 기대어 무언가를 읊조리는 이, 불상을 어루만지며 정성스런 손길로 제단을 치우는 이, 사찰을 돌며 잠시 고뇌에 젖은 이들의 모습은 여느 사찰의 풍경과 다를 바 없다.

조계사를 나서며 바라보는 풍경은, 사찰이 주는 평온함에 어느새 익숙해진 당신에게 조금 어색할지도 모른다. 커다란 건물과 신호등, 때때로 꽉 막힌 도로와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인파의 모습은, 당신이 있어야 할 세상의 모습을 상기시켜 주는 듯하다. 그러나 사찰을 나서는 발걸음은 들어올 때보다 한결 가벼울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짬을 내어 찾은 조계사에서, 다시 하루를 이어갈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Place 서울시 종로구 견지동 45
Open 24시간 경내 개방
Info 02-768-8600
Transformation 1호선 종각역에서 가깝다. 버스를 이용한다면 조계사 정류장이 있으니 쉽게 찾을 수 있다.
Tip 템플스테이로 유명한 조계사. 방학을 이용해 심신수련을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치열한 세상에 지친 당신의 안식처, 길상사

길상사 입구에서 볼 수 있는 모습. 기와지붕이 올라와 있는 높은 담 위에 길상사라고 쓴 한글 붓글씨 판이 보인다. 안내판 양 옆으로 눈이 약간 쌓인 소나무가 보인다.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초록색 간선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 그리고 골목을 따라 20분쯤 언덕을 걸어 올라가면, 주택가가 끝나는 곳에 길상사가 있다. 시간적으로 조금만 더 여유가 있다면, 주말 오전을 이곳에서 보내는 것은 어떨까.
길상사로 오르는 입구. 눈이 쌓인 양 옆의 작은 언덕 가운데에 계단이 보인다. 한 아주머니가 계단을 오르고 있고, 계단 옆에는 길상사 각 건물로 가는 안내 화살표가, 계단 너머로는 길상사가 보인다.
길상사에 들어서서 계단을 오르면 가장 먼저 본당인 극락전을 만날 수 있고, 극락전을 옆으로 끼고 언덕을 오르면서 여러 법당들을 차례로 둘러볼 수 있다. 눈이 내려 운치를 더한 길상사에서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말없이 사찰 구석구석을 거닌다.
길상사의 여러 풍경. 눈이 내린 다음날 촬영한 것으로, 왼쪽 사진은 앙상한 나무들이 우거진 숲에서 바라본 길상사의 모습. 오른쪽 사진은 길상사 큰 건물 하나를 찍은 것으로, 눈이 쌓였다가 한 번 쓸어낸 앞마당, 그리고 길상사 건물이 보이며 세 명 정도의 사람이 앞마당을 걸어가고 있다.
길상사의 여러 모습들. 왼쪽 사진은 길상사 건물 하나를 정면에서 보고 찍은 것으로, 기와 지붕이 올라가 있는 한옥의 형태이다. 오른쪽 사진은 길상사에 계시는 스님 한 분이 절 안으로 들어가시며 합장을 하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
관음보살상을 촬영한 사진. 길쭉한 석상으로,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있고 단발머리를 한 석상이 한 손에는 물병을 들고 한 손은 손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길상사의 여러 모습들. 왼쪽 사진은 길상사 건물 하나를 정면에서 보고 찍은 것으로, 기와 지붕이 올라가 있는 한옥의 형태이다. 오른쪽 사진은 길상사에 계시는 스님 한 분이 절 안으로 들어가시며 합장을 하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

극락전 오른편 범종 옆에는 불상이라고 하기에는 묘하게 성모상을 연상시키는 관음보살상이 서 있다. 알고 보니 법정스님의 권유로 한 천주교 신자가 조각한 석상이라고 한다. 왼손에 들고 있는 것은 맑은 물이 담긴 정병, 펼친 오른손은 근심 걱정을 잊고 평온하라는 위로의 뜻을 담고 있다. 땅에서는 각기 다른 이름의 종교일지라도 하늘에서는 하나라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길상사 구석구석에 놓여 있는 동자승 인형의 사진. 왼쪽 사진은 어느 돌담 위에 놓인 동자승 인형들로, 눈이 쌓여 얼굴만 빼꼼히 드러낸 듯 보이는 인형이 보인다. 오른쪽 사진도 어느 돌담 위에 놓인 동자승 인형으로, 눈이 쌓여 있지만 그 형체를 모두 알아볼 수 있다. 부처의 작은 석상과 염주 목걸이, 동자승 인형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
길상사 곳곳에 숨겨진 귀여운 동자승들을 찾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눈이 덮여 더 천진난만해 보이는 꼬마 스님들의 모습이 다정하고 장난스러워 보인다.
길상사 진영각의 모습. 기와가 올라간 한옥이 한 채 서 있는 모습이다.
길상사 가장 안쪽에 조그마한 한옥 한 채가 자리하고 있다. 2010년 3월, 법정스님의 마지막 시간이 머물렀던 진영각이다. 내부에는 법정스님이 생전 사용하던 의자, 붓과 책 등이 놓여져 있다. 참배객은 잠시 들어가 묵념을 하기도 한다.
진영각 입구 법정스님의 유골을 모신 마당에서 참배객들이 묵념하고 있는 모습의 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법정스님 유골 모신 곳’이라는 명패와 작은 정자 모양의 석상이 서 있는 마당을 찍은 사진이다.
진영각 울타리 안쪽으로 법정스님의 유골이 모셔져 있다. 길상사를 찾은 많은 이들은 이곳에서도 한참을 고개를 숙인 채 묵념을 한다. 무소유의 가르침,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가 되라는 가르침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법정스님의 편지들. 왼쪽 사진은 그가 자필로 쓴 어느 수첩으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자필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수첩 위에 누군가가 나뭇잎을 두고 갔다. 오른쪽 사진은 어느 나무에 걸려 있는 법정 스님의 말씀. ‘우리 인생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은 어떤 사회적인 지위나 신분,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일이다. –법정 스님-‘이라고 적혀 있는 액자가 걸려 있다.
어지럽게 빨리도 변해가는 세상살이에 지치고, 네 것 내 것 다투느라 치열한 하루를 살아가는 당신에게, 무소유의 진리를 설파하던 법정스님의 길상사는 잔잔한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루쯤은 나를 일컫는 세상의 수많은 이름들을 버리고, 오로지 나 자신을 깨우치기 위해 길상사를 걸으며 명상에 젖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Place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동 323
Open 24시간 경내 개방
Info 02-3672-5945
Transformation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1111, 2112 버스를 타고 홍익중고 정류장에서 하차 후 골목길을 따라 20분 정도 언덕을 오른다. 혹은 역에서 매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Tip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생각을 정리하며 살짝 숨이 차게 걸어보는 것을 추천.
풍요를 기원하는 황금의 사찰,수국사

수국사의 외관. 계단 위 높은 곳에 위치한 수국사의 모습으로 기와지붕의 청록색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부분이 금색으로 되어 있다.
500년 역사의 황금 사원이 존재한다면? 서유기에나 등장할 법한 황금 사찰이 바로 서울 은평구에 있다.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인 서오릉 즈음에 위치한 수국사는 주택가들 사이에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물론 500년 내내 수국사의 본당이 황금빛이었던 것은 아니다. 세워진 지 500년이 되었지만 순금으로 도금한 것은 고종 때였고, 목조건물의 특성상 이마저도 불에 타 소실된 적이 여러 번이다. 그러나 결국은 다시 도금되어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국사의 모습. 가까이에서 본 건물 외관은 도금으로 실제 금을 바른 것으로 보인다. 중간중간 갈라져 있는 나무의 흠이 목조 건물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오른쪽 사진은 실제로 다소 금이 벗겨진 문고리의 모습. 안의 쇠와 겉의 금이 보이며 얼룩덜룩해 보이는 모습이다.
생각보다 아담한 크기에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본당 건물을 바라보면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 나온다. 본당 전면을 싸고 있는 금은 99.9%이 순금이다. 예전에는 문짝이며 벽을 손톱으로 몰래 긁어서 금 조각을 떼어 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니, 도금된 것이 진짜 순금이라는 점을 방증하고 있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수국사 곳곳의 풍경. 왼쪽 사진은 부처가 제자들에게 설법하는 모양의 조각 인형이 설치된 것으로, 부처의 황금 석상이 가운데에 정좌해 있고, 앞에는 붉은색 옷을 입고 있는 제자들이 앉아서 합장을 하거나 손을 바닥에 대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은 수국사 곳곳에 놓인 작은 돌탑의 사진들. 큰 돌 두 세개를쌓아올린 모습이다.
본당에서 내려 와 마당을 거닐면, 부처가 제자들에게 설법하는 모양의 조각이 설치돼 있다. 또한 간절한 마음으로 쌓아 올렸을 석탑들도 여럿 눈에 띈다. 반짝이는 황금사원만큼이나 돌멩이가 품고 있는 하나하나의 염원들이 빛나는 듯하다.
수국사의 도금된 장식. 꽃 모양을 벽지무늬처럼 반복적으로 장식해둔 것으로, 입체적인 조각 장식으로 되어 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다. 두 달간 잠시 갈피를 잡지 못해 방황했던 마음을 추스르고, 황금 사찰 수국사에서 한 해가 풍성하길 빌어보는 건 어떨까.땅을 구르며 달릴 준비를 마친 말처럼, 멋진 경주를 위해 숨을 고르고 한 해를 준비하며 여유를 가져 보자. 어디 멀리 기차를 타고 떠나지 않아도 된다. 서울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찰에서, 걱정은 잠시 놓아두고 머릿속 번뇌를 비워 보자. 속세에서 얻을 수 없던 평온함이 당신의 온 몸과 마음에 충만할 것이다.

Place 서울시 은평구 서오릉로23길 8-5
Open 오전 4시 – 오후 8시
Info 02-356-2001
Transformation 6호선 구산역, 3호선 연신내역에서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하차 후 서오릉 방향으로 도보 약 15분 거리.
Tip 해가 강렬한 아침이나 정오에 찾는 것을 추천. 햇빛에 반사된 황금빛 본당의 모습이 말 그대로 휘황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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