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모던걸, 추억의 경양식

“우린 내일 큰 일을 할 거잖아요. 오늘 꼭 만나요. 그 때 먹었던 음식과 술을 준비할게요. 거기서 기다려 주세요.”

어느 경양식 레스토랑에 걸려 있는 액자 속 사진을 다시 촬영한 것으로, 1920년대쯤 유행했을 법한 검은색 브이넥 드레스를 입고 꼬깔 모양으로 된 페도라를 눈까지 눌러 쓴 한 여인이 고개를 돌리고 서 있는 흑백사진이다.

모던걸과 모던보이의 은밀한 만남이 이뤄지던 곳, ‘모단걸 응접실’

‘모단걸 응접실’의 내부 모습을 촬영한 사진들. 왼쪽 위 사진은 옛날식 1인용 소파와 비슷한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는 테이블이 보이고, 옛날 레스토랑처럼 체크무늬 타일로 된 바닥이 보인다. 오른쪽 위 사진은 옛날식 의자와 와인병 두 개가 가게 벽 한쪽에 장식처럼 놓아진 사진이다. 왼쪽 아래 사진은 옛날식 의자 2개와 소파 1개가 테이블 앞에 놓여 있는 모습이고, 벽지는 꽃무늬로 고풍스럽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와인잔과 와인병, 그리고 코르크 마개가 한 테이블 위에 가득 놓인 가게 장식 모습.
서울이 경성이라 불리던 일제 강점기. 곳곳에 들어서는 백화점과 서양 잡지들, 서양 음식들, 서양 드레스는 수많은 모던걸과 모던보이들을 거리 위로 쏟아냈다. 중절모를 쓴 현대식 남성들과 우아한 레이스 장갑에 양산을 받쳐 쓴 현대식 여성들은 자유 연애 바람을 타고 그들만의 만남을 위해 레스토랑으로 모여 들었다. 색다른 서양식 음식을 음미하고, 와인이라는 서양 술 한 모금으로 입을 적시기도 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가벼운 담소와 눈빛만 오고 간 것은 아니다. 화려한 서양식 옷차림 속에 감춘 분노와 결의를 간신히 억누른 채, 거대하고 치밀한 음모와 작전을 속삭이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모던걸, 그녀들은 ‘파숀 리더’이면서 ‘애국 지사’들이기도 했다.
모단걸 응접실의 식전메뉴. 왼쪽 사진은 흰 접시 위에 후추가 올려진 스프를 찍은 사진이고, 오른쪽 사진은 모닝빵을 반으로 갈라둔 그 안에 마요네즈에 버무린 야채 샐러드가 가득 들어가 있는 모습이다.
모단걸 응접실의 함박 스테이크. 흰 접시 위에 스테이크와 뭉친 밥, 웨지 감자, 양배추 샐러드가 놓여 있다. 스테이크 위에는 가득 뿌린 소스와 반숙 달걀 프라이가 놓여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 골목에 위치한 모단걸 응접실은 경성의 한 경양식 레스토랑을 그대로 재현했다. 수프와 ‘사라다빵’이 곁들여 나오는 옛날식 왕돈까스와, 반숙 달걀 프라이가 얹어진 두툼한 함박 스테이크가 가장 인기 메뉴다. 위모레스크와 소나타 음악이 흘러 나오는 약간 어두운 실내는,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며 칼질 하기에 딱 좋은 실내 분위기를 연출한다.
스테이크를 클로즈업해 촬영한 모습. 위 사진은 스테이크 위에 반숙 달걀 프라이가 올려져 있는 모습이고, 왼쪽 아래 사진은 스테이크를 반 썰어 두고 그 위에 달걀 노른자가 조금 얹어져 있는 모습, 오른쪽 아래 사진은 스테이크 위에 함께 반 썰어진 달걀 프라이가 보인다.
빈틈없이 꽉 찬 두툼한 함박 스테이크는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다. 여기에 소스와 함께 계란 노른자의 고소함이 씹는 맛과 달콤함을 동시에 전해 준다. 손바닥 크기의 둥그런 패티는 한 명이 배부르게 먹기 충분할 만큼 크다.
모단걸 응접실의 옛날 돈까스 모습. 커다란 돈까스와 뭉친 밥, 웨지 감자, 양배추 샐러드가 흰 접시 위에 놓여 있는 모습이다. 왼쪽 아래, 오른쪽 아래 사진은 한 조각 크기로 자른 돈까스 조각을 클로즈업한 사진, 포크로 집어 들어올린 사진이다.
경양식의 대표 메뉴, 돈까스를 빼 놓을 수 없다.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처음으로 들어 선 경양식 레스토랑에서 맛 본 옛날 돈까스, 그 맛이다. 질기지 않아 부드럽고 육즙까지 느껴지는 돼지고기와 얇은 튀김, 소스가 어우러져 한국식 왕돈까스의 진수를 보여 준다. 어른 두 손바닥 크기의 거대한 돈까스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Place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39-1 지하 1층
Price 옛날 왕돈까스 9,000원, 오리지널 함박 스테이크 12,000원
Open 월~금요일 11:30~01:00, 토,일 11:30~23:00
Info 02-3448-0815
Tip 모단걸, 모단보이 세트 등 다양한 세트메뉴와 와인을 즐길 수 있다.
미군 부대 옆에서 맛보는 옛날 수제 햄버거, ‘56하우스’

56하우스의 내외관 모습. 왼쪽 사진은 56하우스 외관에 그려진 슈퍼맨의 모습으로, 흰색 벽 위에 슈퍼맨이 포스터처럼 그려져 있다. 오른쪽 위 사진은 외관에 그려진 심슨가족의 모습이고, 오른쪽 아래 사진은 내부 벽을 촬영한 모습으로 벽돌로 만들어진 듯한 벽 위에 작은 액자가 하나 걸려 있다.
1호선을 타고 한참을 달려 보산역에서 내린다. 주말인데도 사람이 별로 없는 거리의 풍경은 조금 낯설다. 외국어로 가득한 간판들과 이색적인 음식을 파는 가게들. 거리 곳곳을 메운 그래피티와 낙서들은 미국의 어느 골목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미군부대 근처, 막다른 골목 끝에 위치한 조그만 햄버거 가게가 눈에 띈다. 6, 70년대 붐을 이뤘던 경양식의 전통과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정통 경양식 레스토랑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56하우스. 여전히 휴일이면 어린 자녀의 손을 붙잡고 이곳을 찾는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다.
56하우스 내부의 모습. 여러 종류의 화분 뒤로 식당 내부의 모습이 보인다. 갈색 벽돌 디자인으로 된 벽이 보이고, 옛날 모양의 식탁과 의자가 놓여 있으며 식사중인 한 가족을 향해 점원이 음식을 나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가게에 걸린 사진으로, 가게 주인인 오승호 대표와 그의 어머니가 주방장 옷을 입고 머리에는 주방장 모자를 쓴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오씨 가족 여섯 명이 운영하는 레스토랑’라는 뜻의 56하우스는 1969년, 오승호 대표의 부친이 처음 문을 열며 시작됐다. 동두천 미2사단 주방에서 근무하던 오 대표의 부친은 서양식 요리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레시피로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을 이어오고 있다.

56하우스의 수제 햄버거. 흰 접시 위에 동그란 빵, 그 안에 패티와 케첩, 토마토와 양상추 등이 가득 들어가 있는 전형적인 햄버거의 모습이다.
56하우스의 대표 메뉴는 뭐니뭐니해도 옛날 수제 햄버거. 별다른 간이 되어 있지 않은 투박한 햄버거 빵 사이에 도톰한 수제 패티가 올려져 있고, 마요네즈와 햄버거 소스 대신 케첩이 발라져 옛날 햄버거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양상추와 양파, 토마토, 그리고 패티가 전부인 이 햄버거는, 의외의 풍부한 맛과 함께 여느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맛볼 수 없는 담백한 ‘홈메이드 햄버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수제 햄버거 속을 클로즈업해 촬영한 사진. 안에 들어가 있는 패티와 케첩, 토마토와 양상추가 잘 보이게 클로즈업해 찍은 사진과 한 입 베어물었을 때 보이는 모습들을 촬영한 것이다.

Place 경기도 동두천시 상패로 210-9 (보산동)
Price 햄버거 2,700~6,000원 샌드위치 2,700~6,000원
Open 점심 11:30-14:00, 저녁 19:00-21:00
Info 031-865-5656
Tip 돈까스, 스파게티, 스테이크 등 다양한 메뉴와 랍스터 메뉴까지 즐길 수 있고 단체예약이 가능하다.
일본 정통 요우쇼쿠를 즐기는 가장 쉬운 법, ‘만텐보시’

만텐보시의 내부 모습. 왼쪽 사진은 메뉴판 위에 적힌 ‘만텐보시 / 함박스테이크 & 카레’라는 글씨를 클로즈업한 것이고, 오른쪽 사진은 테이블과 의자가 가지런히 놓인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까만 치마와 하얀 앞치마의 유니폼에서 일본의 오래된 한 식당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느낀다. 을지로 페럼타워 지하에 위치한 만텐보시는 메이지 시대 정통 일본식 정식 요리인 ‘요우쇼쿠’를 맛볼 수 있는 일본식 경양식 레스토랑이다. 끔하고 절제된 목재 의자와 테이블, 고동색의 인테리어가 그 느낌을 더욱 극대화한다.
만텐보시 오므라이스의 모습. 위 사진은 오므라이스를 촬영한 것으로, 노란색 달걀로 덮인 밥 위에 갈색 소스가 반쯤 뿌려져 있는 모습이다. 왼쪽 아래 사진은 오므라이스를 한 스푼 뜬 것으로, 달걀과 밥, 그리고 큼지막한 새우가 함께 얹어져 있다. 오른쪽 사진은 소고기스프의 모습으로, 마치 커피잔인 듯한 흰 잔에 갈색의 맑은 국물이 담겨져 있다.
만텐보시의 특이점은 ‘데미글라스 소스’. 새콤한 볶음밥과 오믈렛을 덮고 있는 고동색의 소스가 바로 그것이다. 고기 육수와 각종 채소를 팔팔 끓여 만드는 데미글라스 소스는, 매장에서 필요에 따라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재료부터 완성까지 신선도를 유지한다. 여기에 불순물을 제거하고 맛을 내는 모든 과정에 주방장의 고집과 노력이 더해진다. 만텐보시의 정신이라고까지 알려진 데미글라스 소스는 만텐보시 오므라이스에 가장 잘 어울린다.
오므라이스를 클로즈업한 사진. 왼쪽 사진과 오른쪽 사진 모두 갈색 소스가 진하게 버무려진 밥을 촬영한 것으로 데미글라스 소스의 진한 갈색이 주로 보인다.
양파와 햄, 완두콩에 케찹이 더해진 일반적인 볶음밥에 오믈렛과 통통한 새우살이 올려져 경쾌한 맛을 낸다. 여기에 진한 육수의 맛이 들어가 감칠맛을 더해주는 데미글라스 소스가 있어 가볍지 않은 오므라이스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한꺼번에 슥삭슥삭 비벼 입에 넣으면, 평소 맛볼 수 없던 만텐보시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오므라이스를 경험할 수 있다.

Place 서울시 중구 수하동 66번지 지하 1층 (을지로 페럼타워 지하 1층)
Price 카레 14,000원~, 함박 스테이크 15,000원
Open 11:00-15:00, 17:00-22:00 연중무휴
Info 02-6353-8943
Tip 점심시간 라스트 오더는 오후 2시 30분. 중간 휴식시간을 확인할 것.

마음까지 추워지는 겨울, 어쩐지 향수에 젖어 뜨거운 옛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면 경양식을 찾아 보자. 구수한 식사 한 끼에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고 마음이 가득 채워질 것이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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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렸을때 엄마랑 아빠 손잡고 남산 케이블 타러갔다 먹었던 왕돈까스의 추억이 새록새록~
    돈까스랑 함께 나온 오뚜기 옥수수 스프도 참 맛났는데.. 침 꼴깍~!!ㅎㅎㅎ
  • 민성근

    우왕! 맛있을거같아욤! >< 저도 3월인가 4월에 경양식 기획안을 냈었는데, 까였....(훌쩍훌쩍. 유유) 심플한 음식에 비해 가격은 좀 높은 감이 있긴 하지만, 공간에 중점을 둔다면 맛 이상의 즐거움을 얻어갈 수 있겠죵? ㅎ.ㅎ 기사 잘봤떠염!
  • 유이정

    아 스테끼 위에 저 계란후라이 진짜 맛있는데... 아 볶음밥에 새우 들어간 거 엄청 좋아하는데... 오마이 쉬림프!! 오늘 결혼식장에서 소고기 스테이크 포함 코스 요리 엄청 먹고 왔는데, 어째 그거보다 더 맛있어보여요 ㅎㅎ 경양식 왜 나 안델꼬 갔어여?.. ㅎㅎ 힝! 괜찮아요 담에 나랑 또 가면 되니깐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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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혜

    당신이 왜 나와 가려는지 알지. 왜냐면... 그건 지난 여름 비행기에서의 기억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야. 배 부르셨쎄요?

  • 맛있겠어요. 만텐보시 먹고 싶어요! 아침부터 럽젠의 추억의 경양식을 보면서 군침 삼키는중이요 ㅋㅋ
    친구랑 한번 다녀와야겠어요 럽젠에서 좋은 정보 얻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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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혜

    후후 군침을 삼키게 만들다니 기쁘군요 페럼타워 지하 만텐보시는 너무 가볍지는 않고 그렇다고 너무 무거운 분위기도 아니어서 어떤 상황에서건 괜찮게 찾을 수 있는 곳 같아요. 가서 데미그라스 소스 추가 잊지 마시고요 후후. 감사합니다 호잇찐님 호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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