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휴가는 안녕하십니까?

혹자는 휴가를 일러 ‘삶의 쉼표’라 했다. 현대인들에게 있어 휴가란 삶의 오아시스이자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반가운 존재이다. 그러나, 이 작은 기쁨을 음미하는 것도 요즘 직장인들에게는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휴가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와 설렘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영화 ‘첫키스만 50번째’의 한 장면. 휴가지로 보이는 바닷가에서 남자와 작은 보트 위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남자는 하와이안 플라워 무늬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기타를 잡은 채 앉아 있고, 여자는 담요를 덮어쓰고 한 손에 컵을 쥐고 그를 바라보고 있다.

나도 쉬고 싶다, ‘제대로’

일상에 지쳐 있는 요즘의 나날들에서는 누구나 어디론가 탈출을 그리워한다. 때론 답답하고 익숙한 광경에서 벗어나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곳에 다다를 생각에 푹 빠지기도 한다.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언제나 마음이 들뜨고 행복할 수 있는 건 역시나 휴가만의 특권일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직장인에게 있어 휴가란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존재다. 최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휴가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휴가 중 회사일 때문에 다시 출근했거나 휴가지에서 회사 업무를 처리한 적 있다’는 응답자가 무려 58.7%로 집계됐다. 다른 조사에서는 휴가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대답이 응답자 중 절반에 육박했고, 휴가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이유로는 ‘과도한 업무’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뉴스 방송의 한 장면으로, 민트색 재킷을 입은 여자 아나운서가 휴가철 해변가의 사진과 함께 ‘눈치 보느라 절반도 못 써요’라 쓰인 자료화면에 대한 뉴스를 전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는 어떠할까? 국제노동기구와 유럽연합은 국민들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근속기간이 6개월 혹은 1년 이상 된 근로자에 대해 3주에서 4주 이상의 연차휴가를 부여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특히 미주와 유럽 국가들의 경우, 기업체의 CEO는 직원들의 연차휴가를 절대 침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휴가 사용율이 평균 80%를 상회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 국민들은 휴가 사용에 대해 이토록 소극적인 걸까? 이는 과거 산업화라는 역사적 배경으로부터 이어진 하나의 사회 현상이라 볼 수 있다. 당시에는 장시간 근로문화가 고착화 되었기 때문에, 휴가는 곧 다른 사람의 업무 증가를 의미하였으므로 마치 ‘휴식’을 죄악시하는 인식이 생겨나게 됐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들어 휴가 문화 개선을 위한 정부와 기업 사이에서의 노력들이 눈에 띄게 확산되는 중이란 것이다. 과거의 획일화된 휴가문화에서 탈피해 교육휴가, 봉사활동 휴가, 집단 휴가 등 다양한 종류의 휴가 또한 생겨나고 있다. 이는 충분히 긍정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직장인들의 자발적 휴가 사용이 활성화가 되기 위해서는 인식개선뿐만 아니라 법적∙제도적 보완 등 사회 전반의 분위기에 대한 활동이 필요하다.

LG이노텍이 들려주는 달콤한 휴가백서

“앞뒤로 휴일이 끼어 버린 샌드위치 데이에도 상사의 눈치볼 필요 없이 휴가를 떠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좋을까?” 현실과는 먼 듯한 상상이지만, LG이노텍에서만큼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다. 샌드위치 데이에 쉬는 알뜰살뜰 권장휴가부터, 9일간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리프레쉬(Refresh) 휴가까지! 아낌없이 쉬게 해주는 LG이노텍만의 직장인 휴가 백서를 낱낱이 파헤쳐 보았다.

MINI INTERVIEW 1
LG이노텍 인재개발팀의 성은택 대리의 LG이노텍 휴가 제도 탐구

럽젠QLG이노텍에는 1주일간이나 쉴 수 있는 리프레쉬(Refresh) 휴가 제도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 먼저 부탁드릴께요.
LG이노텍 인재개발팀의 성은택 대리가 인터뷰를 위해 어느 카페 소파에 앉아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갈색 후드집업을 입고 목에는 사원증으로 보이는 목걸이를 걸고 있다.

“휴일을 포함해서 1년 중 직장인들이 쉬는 날은 약 126일이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많죠. 그런데도 왜 쉬는 날이 많지 않다고 느끼게 될까요? 아마 제대로 푹 쉬지 못하여서가 아닐까요? 여기에서 ‘리프레쉬 휴가’ 제도는 출발했습니다. 리프레쉬 휴가는 최소 5일 이상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추석/설날과 연계하여 10일 이상을 사용할 수 있으며, 1주일간의 경조휴가(결혼 시)에 리프레쉬 휴가 제도를 활용하여 개인 연차의 일부를 붙인다면, 약 2주까지 휴가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계획적인 휴가 사용을 위하여 ‘휴가계획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 년간에 사용할 리프레쉬 휴가를 미리 입력하여 리더와 팀원들간에 일정조율을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럽젠Q그렇다면 리프레쉬 휴가 제도를 만들기로 처음 건의했을 때, 임원분들이 반대하시진 않았나요?

“리프레쉬 휴가는 사실 오래 전부터 계속 있어왔고, 그것을 제도로써 명확하게 틀을 잡은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의견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업무의 집중력 향상과 품질 높은 성과를 위해서는 ‘休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어요.”

럽젠Q권장휴가 역시 활성화되어 있다고 들었어요.
성은택 대리가 LG이노텍의 2014년 권장휴가 캘린더를 보여주며 임직원이 휴가를 활용할 수 있는 날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은 카페 테이블 위에 내년 달력이 표시된 종이가 있고, 그 중 몇 군데의 날들에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 있으며 성은택 대리가 이를 설명하듯 펜으로 달력을 가리키고 있다.

“권장휴가란 두 휴일에 낀 평일, 즉 샌드위치 데이에도 쉴 수 있도록 말 그대로 권장하는 휴가를 말합니다. 이날은 공식적으로 전사 회의체가 있지 않습니다. 리더분들도 이날은 되도록이면 공식적인 일정을 잡지 않으세요. 목요일 개천절과 토요일 사이에 끼어있던 금요일(10월 4일)에 휴가를 사용한 사람이 전체 임직원 중에서 무려 53%나 됐습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평일에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휴가를 사용한다는 것은 굉장히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죠. 이는 다른 기업들 사이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사례일 것 같습니다.”

럽젠Q그럼 앞서 말씀하신 리프레쉬 휴가와 권장휴가의 콘셉트는 무엇이었나요?

“간단히 한 줄로 요약하자면, ‘쉴 때 눈치보지 않고 쉬기’입니다. 보통 회사에서 휴가를 낼 때면 누구나 상사의 눈치를 보기 마련이죠. 지난 5월부터는 팀장부터 솔선수범해서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1일 팀장 데이’를 실시 하고 있습니다. 팀장의 빈자리는 선임사원이 자연스럽게 팀장대행 역할을 하면서 팀장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도 있고, 팀장들 역시 마음 놓고 휴가를 갈 수 있기 때문이죠.”

성은택 대리가 인터뷰 도중 무언가를 이야기하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럽젠Q회사에서는 업무 지시 때문에 휴가를 내고 출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던데, LG이노텍의 경우는 어떠한가요?

“현재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왜냐면 정기적으로 휴가 모니터링을 통하여 휴가를 내고 출근한 경우를 확인하고 있어요. 만약 이때 휴가를 내고 출근한 경우가 발견이 되었다면, 사유를 소명하고 휴가를 취소하기 때문입니다.”

MINI INTERVIEW 2
LG이노텍 오소영 연구원의 휴가 200% 활용법

LG이노텍 오소영 연구원이 휴가 다녀온 당시의 사진이다. 해외 어느 나라의 카페 테라스에서 그녀가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머리에는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둥근 와인잔처럼 생긴 맥주잔을 들고 마시는 모습이다. 럽젠Q휴가를 이용해서 알차게 어머님과 해외여행까지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떤 휴가를 사용해서 어떻게 다녀오신 건가요?

“지난 추석 연휴에 개인 연차를 4일 더 붙여 써서 어머니와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LG그룹에서는 설, 추석 연휴가 끝난 다음날 평일에도 하루를 더 쉬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2~3일 정도만 개인 연차를 사용하면 10일 정도의 긴 휴가 계획을 세울 수 있어요. 이렇게 해서 작년 추석에는 친구와 이탈리아에 다녀왔고, 이번 추석에는 어머니와 스페인에 다녀왔죠.”

럽젠Q어떻게 보면 집에서 쉬는 것이 편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여행을 가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직장인이 되고 나니 학생 때보다는 개인 시간이 부족해졌어요. 매일 같은 환경에서 비슷한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일상마저 무미건조해 진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고요. 특히 입사 후 1년이 지나고 어느 정도 신입 티를 벗은 후로부터는 일상에 새로운 활력소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고 싶은 것을 리스트로 쭉 적어봤는데 그 중에 1순위가 여행이었어요. 그래서 과감히 휴가를 길게 쓰는 리프레쉬 휴가를 다녀오기로 결심했죠.”

LG이노텍 오소영 연구원의 휴가 당시 모습. 바로 옆에 철길이 나 있는 어느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그녀가 흰 블라우스와 청바지를 입고 두 개의 크로스백을 교차시켜 맨 상태로 카메라를 향해 미소지어 보이고 있다.
럽젠Q리프레쉬 휴가가 가진 제도의 과감함 때문에 상사나 다른 직원들의 눈치를 더 보게 되진 않으셨나요?

“LG이노텍의 경우에는 징검다리 연휴나 명절 연휴에 개인 연차 사용을 독려하는 권장 휴가 제도가 상당히 잘 정착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대부분의 부서원들도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때문에 저 역시도 눈치 볼 필요도 없었죠. 다만, 여행을 가기 전에는 다른 때보다 더 열심히 집중해서 업무를 진행하려고 노력했었습니다. 특히 명절 연휴나 징검다리 연휴 없이 통째로 1주일 휴가를 사용하는 경우가 미리 계획하여 업무를 조정하기 때문에 돌발 상황이 생기지 않는다면, 계획한 휴가를 사용할 수 있어요. 제 주변에서도 휴가를 이용해서 1주일 동안 쉬고 오시는 분들도 꽤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LG이노텍만의 휴가 문화가 상당히 유연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평소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하는 사람이 1주일 정도 리프레쉬 휴가를 다녀온다고 문제가 되는 분위기는 절대 아니거든요.”

LG이노텍 오소영 연구원의 휴가 당시 모습. 해외 어느 야외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그녀가 어머니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 두 손으로 턱을 괴듯 포즈를 취하며 카메라를 보고 있다. 럽젠Q리프레쉬 휴가제도를 통해 여행을 다녀 온 이후 개인적으로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리프레쉬 휴가를 다녀와서 제일 좋은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여행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 그리고 다음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다는 거예요. 다소 무미건조할 수 있는 회사생활에 활력소가 될 때가 많습니다. 업무로 인해 지치거나 야근이라도 하는 날에는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해 질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리프레쉬 휴가에 대한 즐거운 추억과 기대감을 되새기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에 많은 도움이 돼요.”

럽젠Q앞으로 직장인들을 위해 어떠한 휴가 문화가 자리 잡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희 회사에서는 진행중인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은 후에는 리프레쉬 휴가를 다녀올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정된 인원으로 마감일정에 다급할 때에는 단 며칠 휴가 쓰는 것도 쉽지 않죠. 어느 회사나 이 부분은 쉽지 않겠지만, 여유로운 업무 일정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보다 장기적인 Refresh가 필요할 때는 연초부터 휴가 계획을 수립하고, 팀원 모두가 갈 수 있도록 조정을 한다면 휴가 문화는 자연스럽게 자리잡을 것 같아요.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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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알고 있는 직장인들 대부분은 휴가 때 몰디브나 발리, 세부 같은 동남아 휴양지에 가서 리조트에서 안 나온다고 하시던뎅!! 그게 다 휴가 때 여행을 해버리면 다시 복귀하기가 힘들고, 기간도 짧기 때문이겠죠? 그런 면에서 LG이노텍은 천상의 직장이네요! 최대 9일까지 쉴 수 있는 리프레쉬제도가 있으니까요! 이게 바로 진정한 휴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들 회사가면 여행갈 돈은 있어도 시간이 없다고 하던데, 이노텍에서는 어림도 없는 소리였네요. 앞으로 그런 소리를 들으면 에잇, 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말게나 하면서 토닥토닥해줘야겠어요. 토닥토닥(흘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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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성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이정기자님 그런 댓글은 우리 둘만 웃을 수 있는 코드인거라....) ㅋㅋㅋ 네, 맞아요. 휴가가 적은 것보다 문제인 것은 있는 휴가도 눈치보며 쓰지 못하는 현실이겠죠. 물론 개선의 여지도 많이 남아있구요! ㅋㅋ

  • 고은혜

    스웨덴에서는 지하철에서 졸고 있으면 사람들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어본다고 해요. 혹시 어디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야근 문화가 없고 여가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는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지하철에서 졸고 있는 모습은 거의 보기 힘든 광경이라고 해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지하철이든 버스든 자리가 있는 곳 어디에서나 졸고 있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심지어는 서서까지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으니 안타까워요. 그러니 점점 회사 가기가 죽기보다 싫어지고. 그런데 LG이노텍의 휴가 제도는 기본에 충실했다고는 하지만 신선하게 느껴지네요. 이른바 휴테크, 열심히 일한 당신 쉬어라! 하고 등떠밀어 주는 회사가 있다니 정말정말 관심이 화악 가는데요?ㅋㅋ 저도 회사원이 되어서 당당하게 휴가 쓰고 싶어요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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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성근

    나중엔 지금처럼 매일매일 쉴 수 있는 대학생의 특권이 무척이나 그리워지는 날이 오겠죠? 아, 물론 취직을 해야 그리워지겠군요 ㅎㅎㅎㅎ 으네기자는 꼭 될거에요, 퓨어걸이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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