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르에게 현미경이 있었다면? MBC 다큐멘터리 <곤충, 위대한 본능>

사진_이유진/제19기 학생기자(세종대학교 역사학과)
MBC 특집 다큐멘터리 ‘곤충, 위대한 본능’의 기자간담회가 열리는 여의도 CGV의 행사장 모습이다. ‘곤충, 위대한 본능’ 프로그램의 안내 판넬이 행사장 한쪽에 서 있고, 이 판넬에는 프로그램 제목과 함께 다양한 곤충의 클로즈업 사진이 보인다. 판넬 뒤쪽에는 주황색의 얼룩덜룩한 벽돌로 된 벽이 서 있다. 사진 오른쪽에는 ‘오픈특강 / 파브르에게 현미경이 있었다면 / MBC 특집 다큐멘터리 곤충, 위대한 본능’이라고 쓰여 있다.
곤충학자 파브르에게 곤충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현미경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존의 눈물>과 <남극의 눈물>을 통해 오지의 세계를 담아냈던 MBC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이번엔 곤충에 대해 이야기한다. 파브르가 현미경으로 살피듯이 자세하고 신비롭게.

생존의 가능성에 매달린 본능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 세상 모든 것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벚나무에 열리는 맛있는 버찌에는 언제나 구더기들이 몰려든다. 구더기들도 버찌를 무척 좋아한다. 인간은 가만히 앉아 행성과 태양의 무게 차이를 알 만큼 뛰어난 지능을 지녔지만, 이 하찮은 구더기가 버찌에 몰려드는 것을 막아내지 못한다.”
– 곤충학자 장 앙리 파브르(1823~1915)

지구에서 약 4억 년의 시간 동안 진화를 거듭하며 살아남은 것이 바로 곤충이다. MBC 특집 다큐멘터리 <곤충, 위대한 본능>은 ‘생존’이라는 굴레를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 맞춰 굴려왔을 그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곤충들이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세계 최초의 3D 접사 카메라 등 다양한 카메라로 담아냈다. 입체적인 시선 속에서 살펴본 곤충들의 세계는 경이롭기만 하다.

곤충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곤충, 위대한 본능’ 프로그램의 여러 장면들. 왼쪽 위 사진은 꿀벌과 말벌이 벌집이 있는 나무 위에 앉아 서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 오른쪽 위 사진은 꿀벌과 말벌의 대치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찍은 모습으로, 큰 말벌 한 마리가 보이고 꿀벌들이 그 앞쪽 나무 앞에 있는 모습이다. 왼쪽 아래 사진은 파리로 보이는 곤충이 초록색 풀로 보이는 먹이를 앞다리로 잡고 있는 모습으로, 곤충의 눈 부분은 짙은 초록색이며 몸통과 다리는 검은색이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나뭇잎에 한 곤충이 매달려 있는 모습으로, 나뭇잎 뒤 배경은 검은색인 것으로 보아 밤인 듯하다. 벌집을 지키기 위한 꿀벌과 살아남기 위해 꿀벌의 벌집을 노리는 장수말벌의 전쟁터 같은 싸움의 현장은, 같은 방식의 생존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 하나만으로 성립이 된다. 뜨거운 여름의 중심에서, 벌들의 전쟁을 담아내기 위해 김정민 PD는 장수말벌에 쏘이는 위험한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곤충, 위대한 본능>은 곤충도감에서도 보기 어려울 것 같은 희귀한 곤충보다는 벌, 개미, 매미 등 인간의 일상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곤충에 대해 더욱 초점을 맞췄다. 압도적인 스케일과 기존 다큐멘터리가 가졌던 속도를 전복하는 배경음악은 이번 <곤충, 위대한 본능>을 더욱 빛나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MBC 특집 다큐멘터리 ‘곤충, 위대한 본능’ 기자간담회의 현장 모습. 영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많은 기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채우고 앉아있으며, 앞쪽 무대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고 다큐멘터리 제작진으로 보이는 사람들 세 명 정도가 앉아 있다. 오른쪽 사진에는 관객석에 앉은 사람 중 카메라맨으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이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본인 앞에 세워둔 채 카메라로 촬영되는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영영 사라져버린 줄 알았던 ‘긴다리 소똥구리’의 행적을 포착하기도 한다. 국내 곤충학자들 사이에서 ‘멸종’이라는 이름으로 잊혔던 하나의 생명이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생존신고를 한 셈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곤충의 희귀한 삶들은 비단 긴다리 소똥구리 말고도 끊임없이 펼쳐진다. 장면 하나하나에는 곤충들의 본능이 녹아있다.

기다림이 필요했던 시간들

매미는 5년이라는 시간을 땅속에서 성충의 모습으로 살고, 딱딱한 성충을 벗어 날개를 갖게 되어도 약 2주를 채 살지 못한다. 이처럼 <곤충, 위대한 본능>의 제작진도 프로그램의 탄생을 위해 700일이라는 제작기간과 10억이라는 제작비를 들였다. 오랜 시간의 촬영이었지만 2회분으로 방영되는 것은 어쩌면 조금 아쉬운 일이기도 하다.
MBC 특집 다큐멘터리 ‘곤충, 위대한 본능’의 제작진들이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무대 위 테이블 앞에 나란히 앉아 있다. 다섯 명의 남자가 앉아 있고, 그들의 뒤에는 영화 스크린이 있고 ‘곤충, 위대한 본능’의 프로그램 메인 화면이 띄워져 있다. 제작진 중 가장 왼쪽에 앉아 있는 김진만 PD가 마이크를 들고 무언가를 설명하듯 말하고 있다.
김정민 PD는 <아마존의 눈물>을 촬영했을 당시와 비교해 이번 다큐멘터리 제작과정을 회상했다.

“원주민들보다 곤충을 촬영하는 것이 100배는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원주민들은 사람이라는 공통 영역 속에서, 부족민들의 전통을 따라 하거나 먹을 것을 거부감 없이 먹으면 원활하게 촬영 협조가 가능했지만, 곤충은 그런 것이 없었죠. 곤충이 좋아하는 온도나 습도, 기후환경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도, 뭔가가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곤충은 아예 협조가 안 되거든요.”

실제로 6시간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아 제작진의 속을 끓였던 나나니벌은, 촬영을 접고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쯤에서야 그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곤충이라는 생명을 기다리고, 포착해냈던 순간순간의 모든 장면에는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들이 묻어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다큐멘터리가 가지는 가치는 매우 값지다.

곤충, 위대한 본능의 가능성

제작진은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일깨워주고 싶었단다. 김정민 PD는 “주변에 있었지만 정작 모르고 있었던 생명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고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 어쩌면 인간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아주 작은 곤충들의 세계에는 누구보다 치열하고 공정한 싸움이 있었고, 본능을 위한 비책이 필요했다. 그런 생명을 여기는 마음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출발하게 된 <곤충, 위대한 본능>.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방영된 MBC 특집 다큐멘터리 ‘곤충, 위대한 본능’의 화면 중 한 모습. 한 나무 위에 큰 말벌 한 마리와 꿀벌 여러 마리가 서로 마주보며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 위에 ‘MBC 창사52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 곤충, 위대한 본능’이라는 문구와 함께 ‘11월 29일(금) 밤 10시’라고 쓰여 있다.
분명 <곤충, 위대한 본능>의 장면들은 평소에는 전혀 알지 못했고, 본 적 또한 없는 장면들의 연속일 것이다. 첨단 촬영기술인 초접사, 초고속, 항공촬영, 수중촬영, 자일촬영, 모션컨트롤 등의 기술은 상세하고 경이로운 곤충들의 세계, 그리고 그들의 본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파브르에게 현미경이 있었다면, 아마 <곤충, 위대한 본능>이 조금 더 일찍 세상의 빛을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오랜 시간을 견뎌 만들어진 <곤충, 위대한 본능>은 2013년 11월 29일 10시 1부 <본능 전쟁>, 12월 13일 금요일 밤 10시 2부 <엄마의 본능>, 총 2회에 걸쳐 방영된다. 가수이자 배우 이승기가 내레이션을 맡아 곤충들의 세계를 들려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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