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새로움을 만들다 – 연출가 조용신 & 작곡가 이지혜

사진_정민하/제19기 학생기자(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브로드웨이, 웨스트 엔드의 유명 작품이 휩쓸던 뮤지컬 시장에 당당하게 자리를 잡은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 특히 최근, 잘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이 많은 팬들을 모으며 큰 인기를 누리고, 나아가 해외 진출까지 이뤄내고 있다. 바야흐로 창작 뮤지컬의 시대! 그 인기의 중심에 선 창작 뮤지컬의 주인공들과 함께 창작 뮤지컬만의 매력을 말한다.

최근 ‘한국 뮤지컬 대상’, ‘더 뮤지컬 어워즈’ 등 각종 뮤지컬 관련 시상식에서는 최고상 중 한 부문으로 창작 뮤지컬 부문을 따로 두고 있다. 그만큼 창작 뮤지컬은 점차 그 세력을 확장하며 무시못할 저력을 뽐내고 있다. 많은 뮤지컬 팬들도 이미 창작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큰 뮤지컬 공연 무대에서 배우들이 가지각색의 컬러풀한 옷을 입고 두 팔을 벌리고 한 쪽 다리를 드는 동작을 함께하고 있다. 무대 뒤로는 나이트 클럽의 사이키 조명을 흉내낸 듯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의 조명 모양의 불빛이 나란히 그려져 있다.
마니아들의 문화에서 이제는 대중의 공연으로 발돋움한 창작 뮤지컬. 그 중심에는 뮤지컬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국내 최초의 액터 뮤지션 뮤지컬(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연기와 노래는 물론 연주까지도 소화하는 뮤지컬) <모비딕>을 연출하며 창작 뮤지컬 계에 한 획을 그은 연출가 조용신. <미녀는 괴로워>, <고궁 뮤지컬 대장금> 등 유명 작품의 음악을 담당하며 한국 뮤지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블루칩으로 평가받는 작곡가 이지혜. 이들의 특별한 무대가 지금 바로 시작된다. 독자 여러분은 모두 자리에 앉아 기사를 즐겨주시길!

INTERVIEWEE
창작 뮤지컬을 이끄는 큰 손들, 그들은 누구인가?


조용신 연출가 뮤지컬 연출가 겸 뮤지컬 평론가
– 연세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 뉴욕시립대 대학원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전공
– 현재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예술감독
– 2011년~2012년 창작 뮤지컬 ‘모비딕’ 대본/연출
– 뮤지컬 콘서트 ‘The MC with Friends’, ‘UNSUNG’ 연출
– 2012년 창작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 프로듀서
– 2013년 연극 ‘카르멘’ 프로듀서
– 2013년 故 김광석 50주년 창작 뮤지컬 ‘디셈버’ 슈퍼바이저

이지혜 작곡가 뮤지컬 작곡가 겸 라이선스 뮤지컬 번역가
– 뉴욕대학교 뮤지컬 작곡 전공
– 2007 창작뮤지컬 ‘첫사랑’ 작곡
– 2008 창작뮤지컬 ‘고궁 뮤지컬 대장금’ 작곡
– 2012년 라이선스 뮤지컬 ‘위키드’ 번역
– 2013년 라이선스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 번역
– 2013년 창작 뮤지컬 ‘아리랑-경성 26년’ 작곡

창작 뮤지컬, 그 막이 오르다

2000년대 후반, 혜성처럼 나타난 창작 뮤지컬은 라이선스 뮤지컬이 주를 이루던 뮤지컬 계에서 이단아와 같았다. 마치 틀에서 벗어난 독립 영화처럼 그 기반이 부족했기에, 제작자는 물론 관객까지도 창작 뮤지컬의 등장을 걱정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가 되는 법. 우리나라 공연 문화가 진일보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창작 뮤지컬 속에 있었다.
조용신 연출가가 인터뷰이를 향해 시선을 주며 무언가 이야기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조용신 연출가는 사진의 오른쪽에서 비스듬히 앉아, 회색과 흰색의 줄무늬 셔츠를 입고 있다.

조용신 연출가 “뮤지컬 장르는 제작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항상 불안 요소가 숨어 있어요. 그러나 그 과정을 거쳐 좋은 작품을 하나 만들면 오랫동안 무대에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콘서트나 오페라 같은 다른 공연 장르와 달리 장기화가 가능한 공연 문화, 그게 바로 뮤지컬이 가진 힘이에요. 그렇게 오랜 기간 꾸준히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공연으로서 우리나라에는 뮤지컬이 필요했죠.”

그리고 그 힘이 먹혀들었다. 많은 기업과 문화 재단이 뮤지컬 육성 사업에 앞장서기 시작했고 창작 뮤지컬이 곳곳에 걸리기 시작했다. 국내 창작자에 대한 지원이 늘고 우리 뮤지컬의 붐이 일었다. 그 속에서 일찍이 창작 뮤지컬의 진가를 알아본 조용신 연출가와 이지혜 작곡가, 두 사람은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았다.

조용신 연출가 “대학을 다니며 공연 동아리를 하던 시절부터 뮤지컬은 제 꿈이었어요. 내가 쓴 온전한 내 작품을 극장에 올려보는 것,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저 스스로 도전한 것이 바로 창작 뮤지컬이죠. 90년대 후반, 우리나라 영화가 급성장했듯이 뮤지컬 계에도 창작 뮤지컬이 뜰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고요.”

이지혜 작곡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꾸는 꿈이기도 해요. 캐릭터부터 이야기까지 자기가 많은 것을 구성할 수 있는 무대가 바로 뮤지컬이니까요. 작곡가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일인 셈이죠. 작품을 통째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 그리고 그것을 완성했을 때의 쾌감이 있기에 창작 뮤지컬을 하게 되었어요.”

라이선스 뮤지컬은 레플리카 방식(연출, 음악, 대본은 물론 세트, 음악, 조명까지도 원작의 설정 그대로 공연하는 방식)으로 무대에 올라가는 것과 달리, 창작 뮤지컬 속에서 창작자는 더욱 자유로울 수 있다.

이지혜 작곡가 “창작 뮤지컬은 새로운 세상을 구축하는 것과 같아요. 먼저 나와 있는 그림에 음악을 깔고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부터 그릴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한 거죠.”

조용신 연출가 “창작 뮤지컬의 이러한 특성 덕분에 저는 첫 작품 <모비딕>에서 기존의 연출과 다른 저만의 연출을 할 수 있었어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과감한 원 세트의 무대와 액터 뮤지션 방식을 택했죠.”

관객도 창작 뮤지컬을 반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우리의 역사와 시대를 담아내는 이야기는 특히 이해가 쉽고 감정이 이입됐다. 멀게만 느껴졌던 뮤지컬이 친숙하게 다가와 그 매력을 뽐내니 자연히 팬이 될 수밖에 없었다. 뮤지컬에도 신토불이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이지혜 작곡가가 인터뷰 도중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다. 이지혜 작곡가는 밤색 트렌치 코트에 검은색 머플러를 두르고 있으며, 한쪽으로 넘긴 단발머리를 하고 있다. 그녀의 뒤에는 카페의 장식으로 보이는, 머그컵이 여러 층으로 쌓여 있는 것이 보인다.

조용신 연출가 “창작 뮤지컬은 캐릭터가 한국 사람이고,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루고 있죠. 그만큼 현실적이고 몰입도가 빨라요. 영희-철수의 연애와 메리-톰의 연애가 다르듯이, 창작 뮤지컬은 우리만의 정서, 특징을 잘 담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지혜 작곡가 “가사에서도 그래요. 요즘 우리 사회의 유행어와 신조어를 과감히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만큼 관객들에겐 생생하고 재미있는 작품이 되는 거죠.”

지금 이 순간, 클라이맥스를 앞둔 인터미션

뮤지컬은 본래 영어권 장르다.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을 하는 것은 외국 사람이 판소리를 배우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생소하고 어렵다는 것. 때문에 창작 뮤지컬이 나아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국내에는 뮤지컬을 전문으로 하는 교육 과정이 없다. 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업계에서 잔일부터 배우며 천천히 익혀야 겨우 그 길이 열린다. 그렇게 해서 창작자가 되어도 어려움은 계속된다. 외국은 연출가, 작곡가가 큰 관심과 대우를 받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배우가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다. 배우 개런티는 계속해서 오르지만 정작 창작자는 뒷전이다. 창작 인프라가 뒤처지기 때문이다.

창작 뮤지컬 시장 자체도 아직 크지 않다. 그에 비해 기대치는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수많은 작품이 쏟아지지만 성공하는 것은 한두 개 정도다. 그렇게 잘되는 것처럼 보이는 한두 개마저도 그 속은 시커멓게 탔다. 배우 개런티와 대관료를 지급하고 나면 실상은 적자라는 말이다.

조용신 연출가 “돈이 재능 있는 사람을 끌어들입니다. 창작자들에게 돈이 제대로 주어지면 창작 뮤지컬은 발전하겠죠. 그러나 지금은 창작자들이 돈을 버는 시스템이 아니에요. 때문에 뮤지컬보다 드라마 등 다른 분야로 재능이 새어 나가는 게 현실이죠.”

이지혜 작곡가 “작품을 준비할 돈도 시간도 많지 않아요. 어렵게 작품을 만들었다 해도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요. 그래서 공연계는 라이선스를 선호하고 그쪽에 투자를 하죠. 이미 검증을 거친 작품이라 흥행이 보장되니까요.”

국내에서 인기리에 공연중인 라이선스 뮤지컬의 포스터. 왼쪽부터 ‘그리스’, ‘노트르담 드 파리’, ‘위키드’이다. 그리스의 포스터는 한 남자가 가죽 재킷을 입고 뒤돌아선 채로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는 포즈를 하고 있으며, ‘내가 선택한 첫 뮤지컬! No. 1 뮤지컬 그리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포스터에는 성당의 창문으로 보이는 무늬가 들어간 유리창 위로 큰 종이 보이며, 파리의 한 성당 모습과 함께 뮤지컬 이름이 쓰여 있다. 위키드 포스터에는 그림으로 그려진 두 마녀의 모습이 보이고, 흰색의 마녀가 검은 모자와 검은 옷을 입고 초록색 얼굴을 한 마녀에게 귓속말을 하는 그림이다. 포스터에는 ‘초록마녀가 돌아온다! WICKED’라고 쓰여 있다.

화려한 커튼콜을 향해

아직은 조금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창작 뮤지컬은 꾸준히 각광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다양한 가능성과 미래 가치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신 연출가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인터뷰 도중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 조용신 연출가는 두 손을 벌려 무언가를 설명하는 듯 보이고, 그의 뒤로는 피아노 한 대와 CD가 가득 꽂힌 선반이 보인다. 뮤지컬은 비싸다. 10만 원 이상의 유명 뮤지컬은 차치하더라도, 무대에 오르는 공연인 이상 아무리 싸다고 해봐야 5만 원 언저리의 가격이다. 1만 원 남짓으로 비슷한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영화에 비하면 상당히 비싼 수준이다. 때문에 창작자와 배우가 높은 가격에 합당한 기쁨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에 더해 비싼 공연 가격은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조용신 연출가 “공연을 보러 가는 소비가 워낙 커서 부수적인 소비가 자연스레 늘어나고, 결국 주변 상권까지 발달하게 돼요. 그렇게 더 나은 주위 시설과 기반이 닦이면 더 좋은 공연 문화도 자리잡게 되죠.”

이지혜 작곡가가 인터뷰이를 바라보며 무언가 이야기하려는 듯 살짝 웃고 있다. 그녀의 뒤에는 위에서 본 사진과 마찬가지로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는 카페의 머그컵들이 여러 층 쌓여 있다. 장기화된 공연이라는 특징과 대중성, 그리고 지루함을 잊게 해 주는 음악은 창작 뮤지컬에 또 다른 가능성을 시사한다. 바로 전혀 뜻밖의 방면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지혜 작곡가 “저는 시대적, 사회적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작품은 좋아하지 않아요. 때문에 저 자신도 이 시대를 담은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고자 하고요. 뮤지컬을 통해 시대상을 알리고 민족의식을 고취시키자는 게 아니에요.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하나의 예술 작품을 추구할 뿐이죠.”

조용신 연출가 “우리 역사나 국내 문학을 바탕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 많아지고 있어요. 물론 공연을 위해 각색이 되어 원작과는 조금 달라지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뮤지컬을 보고 원작을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죠. 하지만 사라져가는 역사와 문학에 대한 관심을 부추기고, 연결 고리를 제공하는 역할은 분명히 해낼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모두에게 박수갈채를 받는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창작자들은 지금도 쉼 없이 스스로를 갈고 닦는다. 그리고 관객에게 부탁한다. 부디 창작 뮤지컬에 대한 열정을 잃지 말아 달라고,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달라고 말이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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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문화, 예술 쪽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요! 뮤지컬보다는 영화를 정말 많이 봅니다ㅎㅎ 저에겐 뮤지컬은 비싸고 좀 고급스런 문화처럼 느껴졌거든요. 영화관은 집에서 10분만 걸어서 가면 있고, 그만큼 친숙하고... 저 같은 사람이 뮤지컬을 친근하게 느끼려면 이번 기사에 나온 것처럼 창작 뮤지컬이 더욱 더 발전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직은 티켓파워가 강한 라이센스 뮤지컬들이 많이 선호되지만 머지 않아 국내 창작 뮤지컬이 완전히 자리잡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불고 있는 그 시작을 응원합니당! (그나저나 이지혜 작곡가님 성함이 친숙하다..ㅋ_ㅋ)
  • 고은혜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담은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와 닿네요. 엄청난 이슈였던 레 미제라블도 프랑스 혁명기의 모습을 드러내주고 있듯, 어찌 보면 우리가 보편적이고 싶어 피했던 이야기들을 집어내 주는 것이 관객들에게 더 감동을 줄 수 있을 것도 같아요. 뮤지컬도 '예술'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예술작품 속에는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 있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하잖아요. 뮤지컬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앞으로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시간, 우리의 공간을 담은 수준 높은 창작 뮤지컬들이 쏟어지길 기대합니다. 더불어, 그런 창작 뮤지컬들이 마음껏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단단하게 조성되었으면 좋겠고요. 새로운 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네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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