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그곳에서 찾아낸 한국

사진_민성근/제19기 학생기자(인하대학교 경제학과)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한국 팀 노리안마로의 공연 모습. 한복을 입고 상모를 쓴 사물놀이패들이 무대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고 그 원의 가운데에는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머리 위로 하얀색의 종이배를 들고 제자리에서 돌고 있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는 ‘세계 최대의 공연 축제’라는 수식답게 전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수많은 공연들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공연으로 가득 찬 거리에 서면 반가운 이야기들도 들려온다. 멀고 먼 스코틀랜드까지 날아온 한국의 공연들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 각국의 특색 있는 공연 속에서도 당당히 그 존재감을 빛냈던 그들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세계를 유영하는 고래, ‘고래야’

<탑밴드>를 보았다면 기억할 것이다.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을 묘하게 넘나드는 밴드 ‘고래야’를. 그들이 이번엔 세계를 사로잡으러 머나먼 에든버러에 다녀왔다. 한복을 차려입고 머리에는 가채와 갓을, 그리고 얼굴엔 선글라스를 쓰고 나선 이 놀라운 밴드에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고래야의 멤버 단체 사진. 단정하고 정장스러운 옷을 입은 고래야 멤버들이 그들의 숙소에서 한데 모여 사진을 찍은 모습이다. 보라색 소파가 가운데에 하나 놓여 있고 소파에 세 명의 멤버들이 앉아 있고, 소파 뒤에 세 명의 멤버가 서 있다.
고래야는 원래 옛 고(古), 올 래(來), 끌어당길 야(惹)를 써서 ‘옛것으로 시작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음악을 하는 밴드’라는 뜻이다. 전 세계를 헤엄치는 고래처럼 어떠한 경계가 없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뜻도 담겨있다. 그러나 정작 에든버러에서 그들은 ‘코리아’, ‘코레야’로 통한다. 코리아와 발음이 비슷해 외국 관객들이 더욱 인상 깊게 기억해 준다는 것.

낯선 동양의 음악, 그마저도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이 밴드는 단 몇 명의 관객으로 시작해 공연이 끝날 즈음에는 만석을 기록했다. 고래야라는 이름은커녕 그들이 하는 음악, 한국이라는 나라조차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맨몸으로 부딪힌 결과다.
고래야가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거리 홍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거리, 고래야가 한국을 나타내는 의상을 입고 연주를 하며 걷는 것으로 거리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여자 멤버 두 명은 검은 원피스와 컬러풀한 옷을 입은 대신 머리에 가채를 썼고, 기타를 맨 멤버 한 명은 검은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썬글라스를 썼다. 남자 멤버 또 한 명은 흰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피리를 불며 걸어가고 있다.

“다행히 본 공연을 시작하기 이틀 전에 했던 프리뷰 공연에서 별 4개 리뷰를 하나 받았어요. 두 번째 주에도 리뷰를 받았고 그다음에는 영광스럽게도 헤럴드 스코틀랜드에서 별 5개를 받았죠. 그런 식으로 입 소문이 나서 점점 더 반응이 좋아진 것 같아요. 그 외에 저희를 알리는 방법은 거리 홍보뿐이라 거리 홍보에도 신경을 많이 썼고요. 한복에 가채, 갓까지 갖추고 선글라스를 끼고 나서니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음악과 퍼포먼스에 대한 반응은 좋았다. 하지만 낯선 땅의 언어로 부르는 노래는 그들에게 온전히 가 닿기 힘들었다.

“무대에서 노래를 하면 무슨 뜻인지 알고 싶어하는 표정이 보였어요. 낯선 외국어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죠.”

하지만 그 약점을 넘으며 고래야는 한층 더 성장했다. 그들은 언어를 넘어서 음악으로 소통하기 위해, 그리고 표정과 몸짓으로 더 깊은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외국 관객과도 음악으로 교감할 수 있었고 에든버러에 오기 전보다 훨씬 더 깊고 풍부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고래야의 공연 모습. 여자 보컬이 마이크를 쥐고 노래를 음미하듯 눈을 감고 있다. 뒤로는 가야금을 연주하는 남자 멤버, 퍼커션을 연주하는 남자 멤버, 장구를 치는 여자 멤버가 보인다.

“에든버러에서 치열함을 배웠어요. 이곳에서 거리 홍보를 하면서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찾지 않는다는 불만도 있었지만 ‘우리가 이렇게까지 노력한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자신감도 조금 생겼고요. 세계에 나와도 우리 음악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 느꼈고 공연을 하면서 더 좋아진 부분들도 분명 있고요. 한국에 가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 당일 고래야는 에든버러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마쳤다. 에든버러에서 더 깊고 풍부해진 고래야는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공연이 줄줄이 계획되어 있다. ‘뭔가’를 보여줄 자신감으로 무장한 새로운 고래야가 기대된다.

제주의 소리가 퍼져 나가다, ‘노리안마로’

제주, 예로부터 탐라는 육지와는 조금 다른 세계였다. 고래야가 전통과 현대가 섞인 퓨전이라면 제주의 소리를 연주하는 ‘노리안마로’는 제주라는 세계가 담긴 전통이다. 가장 제주다운 전통예술을 이어오고 있는 그들은 프랑스에서 열린 생로즈 국제민속축전(CIOFF)에서 한국 대표로 공연을 마치고 에든버러로 건너왔다.
노리안마로의 공연 모습. 무대 뒤 한가운데에는 흰 천에 붓글씨로 ‘노리안마로’라고 쓰여진 것이 걸려 있고, 검은 무대 위에서 노리안마로 7명이 바닥에 앉은 채로 사물놀이를 하고 있다. 모두가 장구를 치고 있으며 제각기 손을 어깨 위로 올린 듯 보인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 시작되기 전부터 노리안마로는 스코틀랜드 주간지가 선정한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꼭 봐야 할 10가지 공연’ 중 하나로 꼽혔다. 차근차근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그들에게 있어서는 좋은 출발이었다. 이후 이어진 공연에서도 호평은 이어졌다. 사물놀이의 특성상 악기들의 크고 쨍한 소리가 국악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는 소음으로 들릴까 우려도 했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외국 관객들도 흥겨운 무대를 즐겨주었다.

이번 에든버러에서 공연하는 푸다시(Pudasi)는 푸닥거리를 이르는 제주 굿의 일종인데 일반적인 육지의 굿과는 다르게 연물(대앙, 연물북, 설쇠)이라는 제주 전통 악기가 사용된다. 일반적인 사물과 함께 연물도 함께 연주해 제주 전통 예술팀인 노리안마로만의 특색이 두드러진다.
노리안마로의 공연 모습. 신성한 굿 의식을 하는 듯 검은 무대 위에서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엄숙한 분위기로 원 형태를 만들어 서 있고, 가운데 흰 옷을 입은 여자가 두 팔을 벌려 어깨 위로 들어올린 채 흰 천에 묶여 있다. 그 흰 천은 원을 그리며 서 있던 사람 중 두 명이 양 끝에서 잡아당기는 듯 보인다.

“전통 굿 그대로의 형태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는 공연을 위해 춤과 이야기 구조를 가미해 공연을 풀어나가요. 이야기가 있지만 언어가 아닌 음악과 춤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쉽게 이해를 하시는 것 같아요. 영국에서 인기 있는 코미디 같은 장르가 아닌 낯선 장르인데도 많이 좋아들 해주시고요.”

노리안마로는 사실 단순한 공연 팀이 아니다. 그들은 사물놀이를 하는 다섯 명의 단원에서 출발해서 지금은 춤과 소리 등 다양한 방면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공연예술 주식회사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모일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예술을 더 잘하기 위해서, 또 먹고 살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도 하고요. 예술가는 배고프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그러면 안 되거든요. 예술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더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법인 형태로 활동하고 있어요.”

제주민속촌에서 상설공연을 하고 다른 제주 공연장에서도 정기적으로 공연을 지속하는 노리안마로는 그간 갈고 닦은 그들의 작품을 에든버러에서 점검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세계로 나설 계획이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그들의 작품과 전통예술을 한국 관객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은 없느냐 묻자 노리안마로의 양호성 대표가 자부심을 가져달라며 당부한다.
노리안마로의 공연 모습. 사물놀이패 옷을 입고 머리에는 상모를 쓴 공연단원들이 소고를 들고 큰 원 대열로 서서 무대 위로 뛰어오르며 돌고 있다.

“에든버러에서 공연하는 다른 한국공연들도 여타 외국 작품에 뒤지지 않는 반응을 얻고 있어요. 세계무대에서도 결코 우리 전통문화가 뒤지지 않는다는 거죠. 한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직접 전통문화를 이어가라는 말은 아니지만 이런 우리 전통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스스로가 이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에든버러에서 만난 고래야와 노리안마로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모두 깊은 울림을 가지고 관객들에게 가 닿았다. 두 팀 외에도 이번 프린지 페스티벌에는 다양한 한국팀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들 역시 세계 속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한국 문화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세계 속에 피어나가는 한국 문화의 자태, 그 빛깔이 매우 창창히 고와 보인다.

| 에든버러에서 활짝 핀 한국 공연
‘숙영낭자전을 읽다’의 포스터 일부분. 신윤복의 그림 ‘월하정인’을 따 온 것으로 조선시대의 남자와 여자가 비밀리에 만남을 가지는 모습이다. <숙영낭자전을 읽다(A Romance)>, 극단 모시는 사람들(Modl Theatre)

매체의 평가
Broadway Baby ★★★★
Fest ★★★★
The Scotsman ★★★
백선군과 숙영낭자의 사랑을 그린 고전소설 숙영낭자전을 새롭게 구성한 극중극 형식으로 춘향가를 비롯해 다양한 고전문학을 극에 녹였다.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공연 중인 극단 작품 중 작품성을 인정받아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에서 초청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뮤직쇼 웨딩!의 한 장면으로, 무대 위에서 한 남자가 흰색 턱시도를 입고 한 손엔 마이크를 쥐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여자에게 손을 들어 청혼하는 모습이다. 여자는 미니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미소를 지으며 서서 남자의 손을 맞잡은 채 남자를 바라보고 있다. <뮤직쇼 – 웨딩!(Music Show – Wedding!)>, PMC production

매체의 평가
Broadway Baby ★★★★★
The Scotsman ★★★★
Three Weeks ★★★★★
결혼식장에서 벌어지는 재치 넘치는 에피소드를 20개가 넘는 악기들의 화음으로 표현하는 넌버벌 퍼포먼스 뮤직쇼 웨딩. PMC 프로덕션의 전작인 난타에 이어 별 5개를 받고 연일 전석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버드나무를 타고 올라간 용궁의 공연 모습. 종이 인형 옆에 그림자로 출연하는 출연진의 모습, 인형을 들고 무대로 올라와 인형을 무대 위 세트의 나무에 매다는 모습, 인형을 무대 위의 소 인형과 포옹시키는 모습 등이 보인다. <버드나무를 타고 올라간 용궁(Climb a Willow to the Sea God’s Palace)>, 꿈동이인형극단(Kkumdongi Puppet Theater)

매체의 평가
Broadway Baby ★★★★
The Herald ★★★
고성군의 전설을 바탕으로 창작한 ‘버드나무를 타고 올라간 용궁’은 창작인형극으로 전형적인 인형극과는 다르게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이 무대에 등장해 인형과 함께 연기를 한다. 특히나 한지에 지필묵으로 그려 부드러운 묵선으로 투사되는 그림들이 매력적이다. 어린이극으로는 드물게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리뷰와 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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