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은 영원하다, 에든버러에서 만난 백남준

사진_민성근/제19기 학생기자(인하대학교 경제학과), 정민하/제19기 학생기자(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액자 안에 걸린 TV가 명멸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문양을 만들어낸다. 반대편의 하얀 벽에 투영되는 영상에서는 오묘한 몸짓이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멀리에서 들려오는 듯 희미하고도 신비한 음악 소리와 반짝이는 빛이 정신을 빼놓는다. 이곳은 빛과 소리를 버무린 상상력의 세계, 에든버러에서 만난 미디어 아트 거장 백남준 기념전 <백남준의 주파수로: 스코틀랜드 외전(Transmitted Live:Nam June Paik Resounds)>이다.
백남준 전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 중 하나. CD와 금속으로 만든 황토색 빛깔의 로봇이 하나 서 있다. 한쪽 팔은 CD 위에 세 개의 손가락 같은 길쭉한 금속이 붙어 있는 것이 독특하다. 두 팔에서는 조명을 설치한 듯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전시명 <백남준의 주파수로: 스코틀랜드 외전(Transmitted Live:Nam June Paik Resounds)>
전시 장소 에든버러대학교 탈봇라이스갤러리(Edinburgh University Talbot Rice Gallery)
전시 기간 8월 9일 ~ 10월 19일
관람 시간 오전 10시 ~ 오후 5시 (일, 월 휴관)
입장료 무료

올해는 백남준 탄생 81주년임과 동시에 1963년 독일 부퍼탈에서 열린 백남준 첫 개인전인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가 열린 지 50년이 되는 해다. 백남준은 세계 최초로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다. 그는 과거에 이미 가장 현재의 기술을 예견한 ‘현대적인’ 예술가였고 어쩌면 지금도 가장 현대적인 예술가인지도 모른다.
백남준의 작품 ‘TV 부처’이다. 하얀 선반 위에 돌로 만들어진 부처의 좌상이 하나 놓여 있고, 그 앞에 TV와 카메라가 놓여 있다. 부처상이 카메라로 촬영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TV 화면으로 보고 있는 듯한 모양이다.
‘폐쇄회로를 통해 부처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녹화하여 텔레비전으로 보내고 그 부처는 자신의 모습이 텔레비전에 비춰지는 영상을 바라본다’(백남준아트센터 인용). 고요한 부처의 모습과 계속해서 그를 비추는 TV, 그리고 TV에 비추는 자신의 영상을 바라보는 부처의 모습은 어쩌면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현대사회는 온통 미디어로 둘러싸여 있고 우리는 그 소용돌이 안에서 정신 없이 돌며 앞으로만 나아간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를 둘러싼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미디어 속에 투영되고 재현되는 모습을 우리의 실제 모습이라고 착각하는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차분히 앉아 미디어 속에 비춰진 우리의 모습을 돌이켜 볼 시간이 필요하다. 계속해서 TV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부처처럼.

백남준을 에든버러로 공식 초청한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총감독 조나단 밀스 역시 백남준에 대해 ‘50년 전에 이미 현재의 기술을 예측하고 예술에 기술을 적용시킨 예술가’라고 말했다. ‘Art & Technology’라는 주제로 선보이는 올해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에 예술에 기술을 적용시킨 최초의 예술가이자 현재 예술과 기술의 만남을 예견한 백남준이 초청받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백남준 전시의 내부 모습. 왼쪽 위 사진은 하얀 벽으로 이루어진 전시실 내부에서 백남준의 영상 작품이 곳곳에서 모니터와 벽 할 것 없이 상영되고 있는 모습이고, 오른쪽 위 사진은 백남준이 사용하던 물건을 그의 작업실을 재현하듯 진열한 모습, 왼쪽 아래 사진은 한 고풍스러운 액자 안에 작은 모니터가 20개 정도 들어 있고, 여기에서 각종 영상이 상영되는 모습이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일렬로 늘어선 5개의 모니터, 그리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헤드폰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
백남준 전의 한 작품. 작은 TV가 여러 개 탑처럼 쌓여 있고 각각의 모니터에서 같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그 뒤로는 프롬프터로 다른 종류의 영상이 흰 벽에 상영되고 있다. 백남준을 기념하는 이 전시가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것 또한 의미가 깊다. 바로 에든버러가 수도로 있는 스코틀랜드에서 전자기 이론과 텔레비전 기술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백남준은 독일에서 텔레비전 13대로 세상에 비디오 아트의 존재를 알렸고, 정확히 50년 뒤에 그가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오브젝트의 발상지로 돌아왔다.

에든버러대학교 내의 탈봇라이스갤러리에서 열린 이번 전시에서는 백남준의 많은 대표작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의 한 가운데 놓인 ‘TV첼로(1999)’는 백남준이 그의 뮤즈 샬롯 무어만을 위해 제작한 것으로 7대의 모니터로 첼로의 모습을 형상화했고 각 TV에서는 백남준과 샬롯 무어만의 퍼포먼스가 흘러 나온다. 여러 모양의 구형 진공관을 나타낸 ‘슈베르트(2001)’는 빨간 축음기를 모자처럼 쓴 발랄한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그 외에도 ‘실험TV 시리즈’ 등 그의 작품 150여 점이 전시되며 전시는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이 끝난 이후에도 10월 19일까지 계속 된다.

한국에서 백남준 만나기!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아트센터의 외관. 유리로 된 건물이 서 있고, 그 앞에 검은색으로 된 야트막한 건물이 입구처럼 서 있다. 가운데로 문처럼 입구가 뚫려 있고, 건물 위에는 ‘백남준아트센터’라고 쓰여 있으며 큰 건물에는 ‘신화와 전자 테크놀로지’ 전시에 관한 포스터가 붙어 있다.
멀리 에든버러까지 가지 않아도 백남준을 만날 수 있다. 용인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듯한 백남준을 만날 수 있기 때문. 생전의 백남준은 이곳을 가리켜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 부르기도 했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백남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워크숍, 세미나, 대담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만날 수 있다. 과거가 아닌 현재의 예술가 백남준을 만나고 싶다면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 백남준아트센터를 찾아가 보자. 현재 2013 상설전시 <부드러운 교란 – 백남준을 만나다>와 기획전시 <러닝 머신>(10월 16일까지)을 만날 수 있다.위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10
연락처 031) 201-8500
홈페이지 http://www.njpartcenter.kr
관람정보
봄(3~6월), 가을(9~11월) 평일/일요일 : 오전10시 ~ 오후6시, 토요일 : 오전10시 ~ 오후7시
여름(7~8월) 오전10시 ~ 오후7시
겨울(12~2월) 오전10시 ~ 오후6시
※ 입장은 관람종료 1시간 전까지 가능.

휴관일 매월 둘째, 넷째 월요일
입장료 성인(만 19세 이상) 4,000원 / 초등학생, 청소년, 군인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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