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좀 먹게, 사천원만 땡겨 주세요
요즘 세상에 4000원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가장 저렴한 메뉴인 아메리카노 가격이 적게는 3600원, 많게는 4300원으로 평균 4000원이니, 딱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전히 4000원으로 한끼를, 그것도 푸짐하고 맛있는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들이 있었다. 이제 세상 앞에 당당하게 외쳐보자. 밥 좀 먹게, 사천원만 땡겨 주세요!
사진_ 민성근/제19기 학생 기자(인하대학교 경제학과)
100년 전통의 순대국밥 ‘명신식당’
가수 10cm는 노래 <아메리카노>에서 사글세 내고 돈 없을 때 밥 대신에, 순대국 먹고 후식으로 아메리카노를 마시라 한다. 그러나 이젠 4000원만 있으면 ‘밥 대신’이 아니라 ‘밥’을, ‘순대국 먹고 후식으로’가 아닌 정말 ‘순대국’을 먹을 수 있다. 이 곳 ‘명신식당’에서 말이다. 순대국밥과 소머리국밥을 전문으로 하는 ‘명신식당’은 3대째 조리법을 물려받아,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 깊은 맛을 자랑한다. 100년 째 고유의 맛이 내려오듯,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인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4000원이라는 가격. 이 착한 가격 덕분에 시험기간만 되면 주변 대학생들이 많이 몰려와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 허한 속을 달래주기에 적격인 순대국밥. “학생들이 다 먹고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해주는 게 제일 좋다”는 주인 할머니의 인심이 전해져 마음까지 따뜻하게 녹여질 것이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로 나와 성균관대 입구 사거리에서 성균관대 방향으로 50m정도 직진, 3번째 왼쪽 골목(길드문구 맞은편 골목)에 위치.
Price 순대국밥, 소머리국밥, 만둣국 4000원
Open 월~토요일 오전 8시 30분~오후 9시, 일요일 오후 12시 30분~오후 9시
Info 02-742-5662
Tips!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 싱거울 수도 있으니 새우젓으로 간을 조절할 것!
미친 가격의 비결은 박리다매! ‘일미돈가스’
노량진에 위치한 어느 푸드코트 식당가. 몇 개의 음식점이 들어서 있지만 유독 줄이 길고 점원들의 수가 많은 곳이 있다. 바로 ‘노량진 4000원짜리 돈가스’로 유명한 ‘일미돈가스’다. 가게에 가서 직접 계산을 하면 대기표가 주어지고, 대기 번호가 호명되면 각자 알아서 가져다 먹는 셀프 시스템인 이 곳은 사람이 많을수록 그만큼 대기 시간도 길어진다.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지금은 주문이 많아 대기시간이 긴데 괜찮겠느냐’는 점원의 말에도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여느 고급 돈가스 전문점 부럽지 않은 돈가스의 양과 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돈가스의 두께와 품질, 그리고 엄청난 양이 ‘4000원으로 이렇게 장사하면 남는 게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이 어마어마한 양과 ‘미친 가격’의 비결에 대한 사장님의 대답은 바로 ‘박리다매’! 돼지고기를 구입할 때 톤 단위로 대량 구입을 하는 것. 그것도 일등급 국내산 돼지고기를 말이다. 한꺼번에 많이 사니 그만큼 한번에 많이 팔 수 있는 것이다. 주로 노량진에 사는 고시생들과 직장인들이 많이 오지만, 요즘은 점점 입소문을 타서인지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 든다고 한다. 주말에는 특히 초, 중, 고등학생들이 많이 찾는다고. 돈 없고 배고픈 학생들에게 이 곳은 지상낙원이 아닐 수 없다.
지하철 1, 9호선 노량진역 3번 출구로 바로 연결돼 있다.
Price 등심+안심+치즈돈가스, 등심+안심+치킨가스 등 모든 돈가스 세트 4000원
Open 월~토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8시, 일요일은 휴무.
단, 월~토요일 오후 3시~4시 30분은 직원들이 정리하고 청소하는 Break time.
Info 070-895-1749
Tips! 1000원을 추가하면 5000원으로 탕수육까지 먹을 수 있다. 4000원짜리 돈가스 세트 자체도 양이 정말 많기 때문에 식사량이 적은 여성 둘이 간다면 세트 하나만 시킬 것을 권한다.
바다 내음 가득한 바지락 칼제비, ‘항아리 수제비’
신촌 대학가 어느 골목에 위치한 ‘항아리 수제비’는 10년 넘게 그 자리와 그 가격을 지키며, 두 명의 이모님들이 바지락으로 시원한 맛을 낸 수제비와 칼국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주로 근처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이 곳은 저렴한 가격에 음식 맛도 좋아 식사 시간만 되면 한 끼를 해결하려는 사람들로 붐빈다고. 주 메뉴는 수제비와 칼국수인데, 둘 다 먹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이 둘을 합쳐서 이른바 ‘칼제비’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비 오는 날 얼큰한 국물의 면요리가 당길 때, 돈은 없지만 저렴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 거창하지는 않지만 이모님들이 소박하게 차려주는 이 밥상을 경험해보기를. 분명 다시 한 번 이 맛이 생각날 것이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2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다가 유플렉스에서 좌회전. 유플렉스 주차장 진입구 옆에 위치.
Price 수제비&칼국수&칼제비 4000원, 김밥 2000원
Open 월~일요일 오전 9시~오후 10시
Tips! 가격이 싼 대신에 카드는 받지 않아요.
이런 빙수 본 적 있수? 어썸 빙수, ‘어썸플레이스’
이번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빙수 열풍이 대단했다. 더운 날씨 탓에 ‘1일 1빙수’를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빙수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만큼, 빙수 가격 또한 치솟았다. 가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났지만, 평균 1만 원에서 1만 5000원에 육박하는 빙수를 먹으며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이 여름을 버텼다. 비싸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이 곳 ‘어썸플레이스’에서 파는 빙수는 말 그대로 놀라운 가격 4000원이다. 빙수 종류도 팥빙수, 커피빙수, 녹차빙수, 오레오빙수, 민트빙수 등 다양하다.
4년 전, 대학가임에도 카페 하나 없었던 이 골목에 이름 그대로 ‘대박 장소, 좋은 장소’를 표방한 ‘어썸플레이스’가 문을 열었다. 학생들을 상대로 저렴하고 맛 좋은 음료를 제공하고자 처음부터 가격을 다른 유명 카페의 절반 이상으로 낮춰 걸었다. 빙수도 이 취지의 일환으로 싼 가격에 내놓았다. 4000원도 충분히 저렴한데, 팥까지 직접 삶아 만든 팥빙수의 첫 개시 가격은 2500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쩔 수 없이 4000원으로 올렸지만, 여전히 저렴한 가격이다. ‘부담 없이 매일 와서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점원의 바람대로 더 많은 이들이 이 굉장한 카페에서 놀라운 가격의 음료들을 즐기길 바란다.
지하철 1호선 쌍용역 2번 출구에서 직진, 나사렛 대학교 후문 앞에 위치.
Price 모든 빙수 4000원, 아메리카노 1500원, 프라푸치노 3500원, 와플 1300원
Open 월~금요일 오전 9시~오후 11시, 토~일요일 오전 9시~오후 10시
Info 041-556-1993
Tips! 내년 여름, 더 업그레이드 될 어썸 빙수 커밍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