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에서 배워 온 공연 고르는 기술

페스티벌과 공연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깨는 당신. 그러나 수많은 페스티벌과 공연의 홍수 속에 마음에 쏙 드는 공연을 고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럴수록 지옥 훈련이 필요한 법이다. 공연의 개수가 1,000여 개에 이르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통해 배우는 공연 고르는 기술.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거리의 어느 기둥에 공연 포스터가 잔뜩 붙어 있다. 사진 가운데에서 약간 오른쪽에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로고와 함게 ‘Fringe Festival을 만나다 / with_LoveGen 전영은 기자’라는 타이틀이 쓰여 있다.
프린지 페스티벌이란 세계 각국의 다양한 공연들이 열리는 페스티벌이다.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이 열렸을 때 초청받지 못한 작은 공연단들이 축제의 주변부(fringe)에서 스스로 공연을 펼친 것에서 기원했다. 미약했던 시작과는 달리 지금은 매년 열리는 페스티벌로 자리잡아 국제 페스티벌 못지 않은 인기와 명성을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프린지 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징이자 위험 요소는 참가작을 엄선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참가비만 내면 누구나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멋모르고 선택한 공연에서 학교 축제 정도의 공연을 볼 수도, 두 번 다시 못 만날 완벽한 공연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유명한 데는 이유가 있겠지? <Military Tattoo>

밀리터리 타투의 한 이미지. 킬트를 입고 모자를 쓴 군악대가 가운데 군인을 중심으로 양쪽 뒤로 삼각형 모양으로 나란히 서 있다.엄밀히 따지면 밀리터리 타투는 프린지 페스티벌에 속한다기보다 에든버러 페스티벌 전체를 아우르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얼굴이라 할 만한 대규모의 공연이다. 세계 각국의 군악대가 펼치는 공연으로, 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티켓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일 정도로 인기 있고 유명하다. 이처럼 공연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 소위 ‘잘 나가는’ 공연을 선택한다면 공연에 대한 만족도도 높을 확률이 높다.

킬트와 백파이프를 사랑하는 조근희 양의 <Military Tattoo>

아일랜드 더블린에 거주하는 23세의 조근희 양. 일정 상 밀리터리 타투 관람 티켓을 구입하지 못해 밀리터리 타투의 마지막 퍼레이드를 눈앞에서 놓친 럽제니 대신 다각도로 밀리터리 타투를 관람한 그녀의 블로그(http://blog.naver.com/x0xjjj)를 통해 인터뷰를 시도, 밀리터리 타투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럽젠Q 그 어렵다는 예매방법 소개 부탁 드려요!

A. 밀리터리 타투 사이트를 이용했다. http://www.edintattoo.co.uk/ 에 들어가서 주기적으로 확인했고, 우선 페스티벌 기간 동안에는 숙소 구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해서 숙소를 먼저 구한 다음 밀리터리 타투 입장권을 구했다. 3주 전에 예매를 했는데도 가장 구석진 구역밖에 남아있질 않았다. 아침 일찍 가서 줄을 선다면 운 좋게 당일 취소표를 구할 수도 있으니 참고할 것.

럽젠Q 밀리터리 타투, 과연 어떤 공연이길래?
밀리터리 타투 공연장의 모습. 왼쪽 사진은 공연이 진행되지 않는 낮에 공연장의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푸른 하늘 아래 넓은 광장이 보이고 오른쪽에 사람들이 앉아서 공연을 볼 수 있는 스탠드가 길게 뻗어 있다. 오른쪽 사진은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밤의 모습으로 광장에 군악대가 줄을 맞춰 가득 서 있고 스탠드에는 관객들이 가득 앉아 있다.

A. 세계 여러 국가들의 군악대 연주는 물론, 전통 음악과 의상, 춤 등을 함께 즐길 수 어마어마한 공연이다. 한 자리에서 세계 일주를 하는 기분을 낼 수 있다. 밀리터리 타투 또 하나의 묘미는 에든버러 성곽에 영사되는 각국의 그림과 영상 등을 보는 것이기도 한데, 각국의 특색을 이미지화하여 더 생동감 있게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한다.

럽젠Q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인가요?
밀리터리 타투에서 볼 수 있는 공연 모습 중 하나로, 에든버러 성을 스크린삼아 펼쳐지는 각국의 이미지 공연 중 한국의 순서이다. 알록달록한 단청 무늬가 에든버러 성을 가득 덮고 있는 듯한 모습.

A.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아무래도 한국팀의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올해에는 한국팀이 밀리터리 타투에 참가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에 의의를 두어 한국팀 공연 시간 이외에도 태극기가 나오거나 한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태평소와 북을 이용한 연주도 관객들의 흥미를 돋우었다.

전문가의 눈은 정확하겠지? <Bad boy Eddie>

‘The Culture trip’ 홈페이지의 기사를 캡쳐한 사진. ‘The Cultural Fringe : Ten Unmissable Shows at 2013’s Edinburgh Festival’이라는 타이틀이 보이고 그 아래 기사가 적혀 있다.
영화를 볼 때도 전문가들의 추천, 리뷰는 한 줄기 희망으로 다가온다. 조금 어렵고 심오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들의 냉혹하고도 객관적인 추천을 통해 공연을 선택한다면 수준 높은 공연을 만날 확률은 더 높아진다. 는 어린 아이 Eddie의 시선에서 본 외로움, 알코올 중독, 가정 문제 등을 다루고 있는 연극으로 권위 있는 상도 여러 번 수상할 정도로 수준 높은 공연이다.

세상의 느낌표에 물음표를 던지는, 정민하 기자의 <Bad Boy Eddie>

‘Bad Boy Eddie’ 공연장 입구. 나무로 된 문 위에 공연 포스터가 붙어 있고, 그 아래는 여러 공연을 소개하고 있는 팸플릿들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 럽젠Q <Bad Boy Eddie>는 어떤 이야기인가요?

A. 평범했던 가정에 불어닥친 가족의 불화, 모든 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에디는 스스로를 나쁜 아이라 자책한다. 그러나 에디가 나쁜 아이로 남겨진 채로도 그의 세상은 조금씩 자란다. 엄마와 아빠뿐이던 세상에 새엄마와 새 아빠도 들어오고 학교와 친구들도 들어온다. 에디는 넓어진 그의 세상을 채우지 못하고 방황한다. 하지만 속도는 더딜지라도 소년도 자란다. 세상 속에서 점차 자신의 자리를 잡아가고 나쁜 아이도 어른이 된다.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다. 부모의 무책임함이 아이에겐 세상이 뒤집어질 듯한 절망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아이들은 풀꽃처럼 자라난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두 좀더 사랑 받고 좀더 따스하게 자라야 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소 취향 그대로! <Alice In Wonderland>

공연 선택은 어렵다. 작은 팸플릿에 적혀 있는 소개글만으로는 공연을 다 파악하기 어려울 뿐더러, 천차만별인 개인의 취향과 선호를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실 공연에 진정으로 만족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취향을 아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동심을 간직한, 유이정 기자의 <Alice In Wonderland>
‘Alice in Wonderland’의 공연 모습. 왼쪽 사진은 공연중 촬영한 사진으로, 토끼의 귀 모양을 쓴 남자 배우가 무대 중앙에 앉아 연기하고 있으며 관객들이 무대 주변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공연을 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공연이 끝난 후 두 명의 배우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해준 사진으로, 둘 다 흰 셔츠를 입고 있으며 왼쪽 사람은 검은 모자를 쓰고 턱수염을 길렀고, 오른쪽 사람은 청록색의 독특한 모자를 쓰고 눈 아래 부분에 붉은색 화장을 하고 있다.
럽젠Q <Alice in Wonderland>를 선택한 이유, 그리고 공연에 대한 감상이 궁금해요.

평소 <라푼젤>, <스노우 화이트>, <몬스터 주식회사>처럼 동화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공연을 즐겨본다. 이 공연을 선택한 것도 그 이유에서이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영화관에서 보았고 DVD까지 소장하고 있을 정도니까.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만난 앨리스는 우선 공연 방식이 특이해서 놀랐다. 그냥 바닥에서 공연이 행해지고 그 주위를 객석이 원으로 빙 둘러싸서 보는 구조였다. 덕분에 엄청나게 가까이에서 배우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고,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었다. 중간 중간 관객 옆에 앉거나 관객에게 자문을 구하는 요소들이 재미있었으며, 특히 앨리스가 잠에서 깨면서 고개를 푹 숙이며 불이 완전히 소등되어 끝나는 엔딩 장면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언어가 안 통해도 음악은 만국 공통어! <Out of the Blue>

가사를 모르면 어떤가. 멜로디를 듣는 것만으로도 음악은 소중한 기억을 선물한다. <Out of the Blue>는 아카펠라 공연으로, 옥스포드 대학생들이 공연했다. 또한 아마추어인 줄만 알았던 그들은, 알고 보니 이미 앨범도 낸 경험이 있는 수준급 가수!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에 그들의 앨범을 구매하게 할 만큼 그들의 흡입력은 대단했다.

서현동 기자의 막간 인터뷰, <Out of the Blue> 출연진의 프린지 페스티벌을 즐기는 TIP!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out of blue’ 공연을 펼친 멤버들.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길거리에서 파란색 ‘out of the blue’라고 쓰여진 티셔츠를 입은 멤버들이 기자의 인터뷰에 대답하고 있다.
“우리도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하면서 다른 팀의 공연을 많이 봤어요. 음악을 하는 그룹이니 만큼 같은 분야인 음악 공연을 주로 보는데 다들 잘해서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공연을 보는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있을 거예요!”

랜덤 플레이, 나를 사로잡은 그것! <Awake>

‘Awake’의 공연 포스터에 실려 있던 사진. 어두운 무대에서 배우들이 다양한 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장 앞에 있는 여자는 노란 드레스를 입고 의자에 앉아 옆을 바라보고 있고, 무대 중앙에는 상의는 벗고 검은 바지만 입은 남자 둘이 무용수처럼 춤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무대 뒤쪽에는 광대 옷을 입은 배우와 첼로를 들고 있는 배우가 저마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평소 취향을 생각해 봐도, 이런저런 팸플릿을 들여다 봐도 도통 어떤 공연을 보아야 할 지 감이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무슨 공연을 봐야 하나 생각하며 무작정 에든버러의 길거리를 헤매다 포스터 하나를 봤다. 포스터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어머, 이건 꼭 봐야 해!’ 포스터 속 역동적으로 각기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배우들의 모습이 너무나 멋지게 다가왔다. 포스터 속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싶어 를 보기로 결정했다. 그렇다, 때로는 이렇게 ‘느낌’에 이끌려 공연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느낌 아니까, 전영은 기자의 <Awake>

상의를 벗고 빨간 바지를 입은 주인공이 루돌프처럼 검은 스펀지를 코에 붙인 채 빨간 천을 휘두르며 무용을 하고 있다. 이 공연은 공연의 총감독인 Christopher Sivertsen의 죽음과 직면하는 경험에서 기획된 공연이었다. 서커스와 연극이 결합되어 있다고 해서 우스꽝스러운 코미디극을 상상하기도 했지만, 그래서 공연을 다 보고 더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몸으로 하는 서커스 형식으로 이루어진 <Awake>는 병으로 인해 죽음과 직면한 상황, 거기서 ‘깨어나고자(awake)’하는 마음을 표현해내는 데 있어 가히 ‘아름답다’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더하여 여자 리드 싱어의 신비롭고 깊은 노랫소리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귓가에 맴돌 정도로 감동적이다. 포스터만 보고 간 공연에서 이렇게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었던 점이 놀랍다.

Tip http://awakeprojects.com/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공연의 소개 영상과 함께 더 자세한 awake project의 소개를 볼 수 있다.

사진으로 본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즐기는 방법!

에든버러 길거리에 ‘fringe box office’라고 쓰인 화살표가 붙어 있고 사람들이 이 화살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복잡한 예매 방식 때문에, 지도는 필수. 예매가 3곳 이상에서 진행되는 데다, 각 공연별로 예매하는 장소가 다르기도 하다.

프린지 페스티벌 행사장 가운데 커다란 현수막이 붙어 있다. 현수막에는 ‘Half-price hut’이라 쓰여 있고 그 아래 행사중인 공연 리스트가 쓰여 있다.▶그날그날의 HALF PRICE 공연을 체크할 것. 이벤트 차원에서 일반 공연들을 반값에 볼 수 있다.

길거리의 기념품 숍에서 발견한 각종 기념품 액자. 매대에 여러 모양의 하트가 담긴 액자가 진열되어 있고, 주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매대 뒤에서 무언가를 들어올리고 있다.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프린지 숍. 프린지 페스티벌 측에서 만든 기념품 상점도 있지만 길거리에 나란히 줄지어 서있는 부스형 상점들은 꼭 구경할 것을 추천한다. 세계 각국의 공예품을 볼 수 있다.

길거리 음식점에서 발견한 퍼지. 커다란 퍼지가 여러 개 쌓인 채로 접시에 담겨 있고 투명 디쉬 커버가 이를 덮고 있다. ▶빼먹을 수 없는 먹거리, 페스티벌 음식. 한국의 페스티벌과 달랐던 점은 팝업 스토어의 형태보다는 원래 있었던 음식점들이 많았다는 점. 도시 전체가 페스티벌 장소가 되기 때문이다.

거리 공연의 한 모습. 한 흑인 남자가 매우 낮은 림보를 통과하기 위해 누워 있고 사람들이 둘러 서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돈이 없으면 공연을 못 본다는 편견을 완전히 버릴 수 있게 해 주는 길거리 공연. 프린지 페스티벌은 그 기원에 걸맞게 무료로 볼 수 있는 길거리 공연도 많다. 음악부터 서커스까지 가득한 길거리에서, 눈과 귀는 항상 열어둘 것.

프린지 페스티벌의 여러 모습. 왼쪽 사진은 프린지 페스티벌을 안내하는 책자가 여러 개 쌓여 있는 모습이다. 책 표지에는 노란색 커버에 흰 글씨로 ‘fringe’라고 쓰여 있다. 오른쪽 사진은 길거리 모습으로 ‘fringe’라고 써 있는 개선문 모양의 판넬이 서 있고, 사람들이 이를 통과하며 길거리를 구경하고 있다.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좋은 공연을 찾는다는 것은 자칫하면 길을 잃기 쉬운 하나의 ‘도전’이다. 공연의 이름과 장소를 적는 것만으로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질 정도이기 때문. 하지만 이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뿐 아니라 어디에서나 공연을 보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공연 선택 방식을 택하든 모든 선택에는 위험이 따른다. 자신에게 맞는 공연 선택 방식을 골라 적용해보자. 사실 공연을 보는 데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선택한 공연이니만큼 최선을 다해 공연을 보는 것, 그리고 조금 덜 만족스럽더라도 그로부터 작은 것이라도 배워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무대에 서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공연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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