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밥상 찾아 삼만리, 집 밥 먹자
어렸을 땐 반찬투정도 했을 것이고, 맨날 먹는 반찬이 지겨워 가끔은 시켜먹는 음식이나 외식 메뉴에 군침을 흘리기도 했을 것이다. 곁에 있어서 소중한 줄 몰랐던 엄마 밥상. 지금 당장 엄마 손이 그리울 땐, 집 밥 차려주는 식당의 문을 두드려 보자.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던 엄마표 삼치구이, 홍대 ‘털보고된이’
생선살을 발라주며 엄마는 말씀하셨다. “생선을 먹어야 머리가 좋아진대~” 고기 입맛에 길든 자식들에게 때로는 생선의 효능을 기대하셨던 날이면 항상 생선 굽는 냄새가 집 안에 가득했다. 홍대에 위치한 ‘털보고된이’에서는 그런 엄마 정성이 가득한 생선이 기다리고 있다. 고갈비, 삼치구이로 유명한 이곳은 실제로 와 보면 그 생선의 스케일에 놀랄 수도 있다.
시장통에서 엿듣는 엄마의 정보는 정확하다. 삼치는 실제로 성장기 어린이들의 두뇌 발달에 효과가 있고 고혈압 예방에도 탁월하다. 이러한 생선의 효능을 널리 알리기 위해, ‘털보고된이’에서는 상추쌈에 생선을 싸 먹는다는 특이한 발상으로 생선 반찬의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이곳의 주메뉴는 흔한 생선 반찬이 아니라, 잘 구워진 삼치 한 마리가 주인공이다. 삼치의 담백함과 잘 어울리는 순두부찌개가 만났으니 간장게장을 추월할만한 밥도둑을 마주한 것. 찌개를 시키지 않을 경우에 나오는 개운한 콩나물국 또한 일요일 아침을 깨우던 그 맛과 닮아 있다. 이 외에도 고갈비는 고등어를 맛있게 양념하여 굽기 때문에 맛이 심심했던 생선의 변신을 기대해도 좋다.
굴비나 갈치, 조금 저렴하게 산 고등어나 삼치가 어느 날 반찬에 올라왔던 유년을 떠올리기에 딱 좋은 식당이다. ‘털보고된이’의 ‘고된이’는 ‘고된’ 엄마의 삶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고등어+된장’의 준말이기도 하다. 푸짐한 밥상에 생선구이를 사먹는 일이 젊은 사람들에게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니 집 밥이 그리웠다면 찾아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Price 삼치구이 백반 8천 원, 고갈비구이 백반 7천 원
Open 11:30~21:00, 일요일 휴무
Info 노원, 여의도, 신촌, 건대 등 체인점이 있어 가까운 곳을 찾아도 좋다.
Tip 1인 1마리는 양이 많을 수 있으므로 2인 기준 생선 백반과 순두부찌개를 시키면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뚝배기 찌개의 진수, 매일매일 달라지는 반찬들! 충무로 ‘호반정’
동국대학교 후문 방향, 충무로역에서 멀지 않은 식당 ‘호반정’은 일단 저렴한 가격이 돋보인다. 주택과 같은 인테리어에 투박한 뚝배기 찌개는 집에서 흔히 먹던 밥상과 다르지 않다. ‘호반정’의 가장 큰 매력은 반찬 투정을 허락하지 않는 대신 매일매일 달라지는 반찬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약 20년 동안 한 자리를 고수해온 비결 또한 저렴한 가격과 집에서 먹는 밥처럼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다. ‘모범음식점’으로 선정되었을 만큼, 좋은 것만 먹이고 싶어했던 엄마의 마음도 만날 수 있다.
질리기 쉬운 학생들의 입맛을 고려해 메뉴도 다양하게 구성됐다. 예를 들면 일요일엔 간장 게장이 나오고 월요일엔 김치전이 나오는 식이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거나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집 밥을 느끼게 해주는 ‘호반정’은 다양한 메뉴를 다루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으뜸은 투박한 듯한 찌개다.
어딜 가도 보통은 한다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는 다양하게 나오는 6가지의 반찬과 먹기에 가장 무난한 메뉴이기도 하다. 김치냉장고를 장만한 엄마가 깊숙한 곳에서 꺼낸 묵은지를 썰고,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돼지고기를 썰어 넣은 듯한 맛,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 건강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이곳 식당을 찾는 대부분의 손님은 주변에 주거하는 대학생이 가장 많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노인층의 손님들도 많다는 것이다.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엄마의 손맛일 수도 있고 며느리의 손맛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들이 공통적으로 이곳의 밥상에서 느끼는 것은 정성 가득한 반찬들과 조미료 덜 넣고 맛있게 찌개를 끓이고자 하던 가스레인지 앞 엄마의 노고일 수도 있겠다.
주변에 대한 극장, 명동이 있어 동국대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손님들이 유입하는 이 식당은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에 큰 메리트가 있다. 5천 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점점 사라져가는 와중에 20년 동안 변함없는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집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이 식당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기도 하다.
Price 대부분의 메뉴가 모두 5천 원(삼계탕, 게장백반 등 제외)
Open 11:00~20:00, 일요일 휴무
Info 02-2275-7666
Tip 요일 별 정해진 반찬은 짧은 주기로 바뀌니 유의할 것. 돼지갈비구이나 제육 덮밥도 추천 메뉴다.
엄마만 좋아했던 청국장, 그땐 왜 몰랐을까? 전주 ‘소리마당’’
흔히 전주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음식으로 비빔밥을 말하고, 가볼 만한 곳으로 한옥마을을 꼽는 사람이 많다. 전주에는 먹음직스런 음식 외에도 사실 매우 많은 공연들과 축제가 있다. 자기의 취향에 맞는 행사가 열릴 때 전주를 방문하면 더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그중 주목해 볼 만한 전주의 축제 중 하나가 바로 ‘전주 세계소리축제’다. 그리고 전주에는 ‘소리문화의 전당’이 있다. 축제를 즐기며 고향의 맛으로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식당 ‘소리마당’도 있다.
고약한 냄새에 “왜 엄마는 청국장 같은 걸 먹을까?” 싶었던 옛날 생각이 날 수도 있다. 건강에 좋은 것과 맛이 반비례한다는 이상한 믿음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맛있는 청국장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고소함 너머엔 식탁 하나가 모자랄 만큼 퍼주는 반찬들도 있다.
청국장을 시키면 주메뉴와 함께 13가지의 반찬이 나온다. 어디에 손을 둬야 할지 모를 만큼 많다. 고기도 생선도 없지만 영양만큼은 뒤지지 않는 ‘콩’의 힘으로 고소함과 개운함을 동시에 잡는 청국장, 간장 게장부터 잡채, 파김치 등 명절을 막 보내고 난 뒤 식탁을 오르던 집 밥의 반찬들이 더해지면 이보다 더 훌륭한 식단은 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청국장 맛있는 집’이라는 한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아주 낡았던 집을 개조하며 버텨온 식당은 어느 곳보다 허름하고 조촐하지만, 맛과 정성, 푸짐한 양만큼은 일품이다. 때로는 ‘맛집’이라 규정하기에 신식 인테리어의 식당보단 이렇게 오랜 시간을 견뎌온 듯한 풍채의 가게가 더 끌린다는 것은 누구도 다 아는 사실이지 않을까?
한옥마을, 전동성당 등이 익숙한 전주 여행자들에겐 여러 동물들을 구경하고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는 전주 동물원, 그리고 전주국제영화제만 알았던 여행자들에겐 10월에 열리는 ‘세계소리축제’를 즐기면서 동시에 맛있는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가히 추천할 만한 이곳, ‘소리마당’. 전주의 새로운 모습을 이곳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Price 청국장, 김치찌개 백반이 7천 원, 간장게장을 더한 백반은 1만 3천 원
Open 11:00~22:00, 반찬 소진 시 다음 식사 시간을 대기해야 한다.
Info 063-242-5286
Tip 식당 근처엔 전주의 숨은 명소들이 가득하다.

A. 한국 소리 문화의 전당 보고 싶은 공연의 일정을 미리 체크한 후 가면 더 즐거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B. 전주 동물원 아기자기한 동물들과 잊혀 가는 바이킹, 청룡열차, 대관람차로 추억의 향수까지 더할 수 있다.
C. 혼불문학공원 소설가 최명희의 작품 ‘혼불’을 기리는 공원. 작품의 문장을 거닐 듯 산책 코스로 좋다.
D. 전주덕진공원 전주에 와서 덕진공원 안 가면 간첩! 드넓은 호수를 연꽃들이 수놓은 풍경은 놓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