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영화 속, 그녀가 있던 그곳
<브리짓 존스의 일기>, <노팅힐>, <이프 온리>. 이 영화들에는 공통점 몇 가지가 있다. 그녀, 그녀가 사랑하는 그, 그리고 런던이 존재한다는 것. 그녀와 그는 없지만, 머리 속에 아련히 남아있는 영화 속 그곳들은 찾아가볼 수 있다. 내가 그녀가 된 것처럼 그녀들의 발자취를 쫓아가다 보면, 어쩌면 ‘생길지도’ 모르니까!
그녀, 런던을 거닐다
또 출근(또는 등교!)이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기만 하다. ‘가을은 언제오나’ 싶었는데, 막상 선선한 날씨에 맑고 맑은 하늘을 보니 괜히 마음도 싱숭생숭하다. 아, 외롭다! 사랑 받고 싶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그녀, 브리짓은 매일 출근길마다 이곳 피카딜리 광장을 지나쳤다. 피카딜리 광장은 언제나 붐볐다. ‘많고 많은 사람들 속에 왜 내 짝은 하나도 없을까?’ 출근길에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은 아마 그녀를 더 외롭게 했을 것이다.
피카딜리 광장은 영국 최대 번화가 소호에 위치해있다. 지하철 역을 올라와 광장을 휘휘 둘러보면, 전 세계 기업들의 커다란 광고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번쩍번쩍한 옥외 광고판들과 고풍스러운 건물들의 조합이 기억에 남는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서인지, 영국 국기로 도배된 기념품 가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소호의 카나비 스트리트는 피카딜리 광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도보로 10분’이라고는 하지만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한 시간이 걸릴 수도, 두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길 찾기가 어려워서는 아니다. 가는 길 구석구석에 수많은 쇼핑 스팟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카나비 스트리트에 도착하면, “WELCOME TO CARNABY STREET”이라는 간판이 길목에 걸려있다. 유명 브랜드부터 편집 숍까지 다양한 숍들이 그리 길지 않은 거리에 모여있어 쇼핑을 즐기기에는 최적의 장소가 아닌가 싶다. 한국으로 치면 신사동 가로수길의 느낌과 비슷하기도 하다.

브리짓의 출근길 말고도 그녀의 일상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을 하나 더 살펴보자. 그녀의 집이 있던 곳, 버로우 마켓이다. 버로우 마켓은 런던 최고의 식료품 마켓으로 꼽힌다. 그만큼 다양한 먹거리가 많고, 또 싸다. 런던의 수많은 마켓들 중에서 꼭 들러봐야 할 곳 중 하나로 추천하는 이유다.

컵케익, 롤, 크로와상, 타르트, 초코 퍼지, 옥수수머핀까지. 단언컨데 ‘빵순이’에게 버로우 마켓은 천국이다. 거기에 고기와 야채가 듬뿍 들어간 파이는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하다.

모든 음식이 입에 맞을 수는 없다. 흑맥주와 함께 즐긴다는 젤리, 그리고 사이다는 다소 호불호가 갈리지만, 이 또한 나름의 매력. 특히 이 귀여운 남자아이가 건네주는 크럼블리 퍼지는 사탕도, 카라멜도 아닌 것이 독특하다.
그녀, 그를 만나다
특별한 순간은 예상치 못한 때에 찾아오기도 한다. 잠깐 들른 서점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버스 정류장에서, 일년에 한 번 갈까 말까한 도서관에서. 나를 사랑스럽게 쳐다봐주는 ‘그’를 마주치게 될 지도 모른다.
<노팅힐>의 휴 그랜트는 없었다. 대신 조용하고, 마르고, 친절한 점원이 있기는 했다. 영화 속 서점은 ‘The travel book co.’ 간판 대신 ‘The nottinghill bookshop’이라는 이름을 바꿔 달고 하나의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물론 계산대를 지나 뒤편으로 가면, 여전히 여행 전문 서적을 파는 코너가 따로 준비되어 있기도 하다. ‘서점’ 이상의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노팅힐>을 기분 좋게 봤던 사람이라면 포토벨로 마켓의 거리도 즐길 겸 한 번쯤 들러봐도 좋겠다.
버로우 마켓이 먹거리로 유명하다면, 포토벨로 마켓에는 앤티크 제품들이 가득하다. 갖가지 액세서리, 소품들부터 가구까지 영국 느낌 물씬 나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파스텔 톤의 주택가와, 개성 있는 앤티크, 빈티지 가게, 노점이 모여있는 시끌벅적한 거리는 분명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포토벨로 마켓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유진 기자의 빈티지 마켓 투어 기사로!
이곳이 바로 런던 그 자체, 빈티지 마켓 투어
그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다
“사랑하고, 사랑 받는 법을 알려줘서 고마워.”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생각보다, 로맨스는 훨씬 가까이에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대관람차, 런던 아이. 밀레니엄을 기념하여 지어진 후, 지금은 타워브리지, 빅벤과 함께 런던의 대표적 상징물이 되었다. 런던 아이를 타면, 런던 시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또한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다가도 어느 곳에서든 런던 아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빼꼼히 올라와 있는 런던 아이를 마주할 때마다 다시금 이 곳이 런던임을 깨닫게 된다.
아마 ‘런던 아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그 모습은 매우 익숙할 것이다. 수많은 로맨틱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프 온리>의 제니퍼 러브 휴잇과 폴 니콜스도 이 곳에서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였다. 매일 밤 런던 아이 주변은 관람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긴 줄로 채워져 있다. 친구, 가족, 누구와 즐겨도 아름다운 야경이겠지만, 역시나 그 곳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연인이 아닐까 싶다.

런던아이가 있는 주빌리 가든에는 즐길거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놀이공원이다. 회전목마와 ’starflyer’라는 이름의 놀이기구가 전부이지만, 도심 한 가운데에서 런던의 야경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그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간단한 음식과 맥주도 즐길 수 있어, 관광객이 아닌 ‘런더너(Londoner)’ 또한 종종 찾게 되는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