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로 여름을 달래는, 런던의 온도

가운데에 온도계를 그린 일러스트가 있다. 온도계 가장 아래에는 파란색 눈금이 그려져 있고 그 옆에는 맥주잔 사진과 함께 ‘GBBF2013 맥주축제‘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온도계 가운데 부분의 눈금은 하늘색과 노란색이 번갈아 표시되어 있고, 그 중간에서 선이 빠져나와 있고 그 옆에는 누군가가 색소폰을 부는 그림과 함께 ‘London Jazz Festival’이라 쓰여 있다. 온도계의 가장 윗부분은 빨간색 눈금이 그려져 있고, 그 옆에는 팝콘 일러스트와 함께 ‘Flim 4 summer screen’이라 쓰여 있다.
사람들이 어울려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즐기는 순간, 축제. 세상에는 생각만 해도 후끈 달아오르거나 온몸 짜릿할 정도로 시원해지는 여러 축제가 있다. 그리고 런던에는 온도계를 한 바퀴 송두리째 휘감은 다양한 온도의 축제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교감을 하는 사람들의 체온처럼, 런던의 축제들은 현재 섭씨 몇 도일까?

미지근하지만 평온한 온도, London Jazz Festival

어떤 노래를 듣고 ‘영혼은 없지만, 소울은 있어.’ 식의 창피한 느낌을 받는다면 상황은 애매해질 것이다. 하지만 정말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연주하는 런던 재즈 페스티벌에 오면, 흔히들 말하는 ‘진정한 소울’을 느낄 수 있다.
런던 재즈 페스티벌의 한 모습. 한 재즈 밴드가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피아노, 기타, 색소폰 2명, 베이스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서 있고, 무대 아래에는 canary Wharf jazz festival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재즈에 대한 지식이 살짝 부족하더라도 재즈의 풍류 속에 몸을 맡기면 누구든 곧 편안해질 수 있다. 차분함 속에 진행되는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의 평온을 주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축제의 온도가 느껴지고, 끝난 뒤 쏟아지는 박수갈채에선 그 온도가 잠시 상승하는 것을 느낀다.

흑인 재즈의 대부 레리 윌리스, 젊은 재즈 밴드 스나키 퍼피, 파올로 콘테, 밥 제임스 등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그 존재감이 상당한 아티스트들이 약 9일간 축제 기간을 꾸민다. 다양한 인종의 아티스트, 악기, 재즈 장르들이 한데 어울려 무대를 꾸미는 이 축제의 향연은, 매년 런던 사람들이 여름만 되면 기다리는 축제이기도 하다.

열정적인 축제들과 다르게, 관중들은 공연 감상만으로도 이미 커다란 영향력을 느끼며 라이브 무대의 생생함에 완전히 압도당한다. 공연이 끝난 뒤에 비로소 박수갈채를 쏟아내는 축제 전체의 소리들은 재즈 페스티벌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닐 수 없다.

런던 재즈 페스티벌 포스터. 왼쪽 위에 ‘LONDON JAZZ FESTIVAL’이라는 글귀가 세 줄로 나뉘어 쓰여 있고, 오른쪽 위에는 Fri 15 – Sun 24 November 2013’이라는 축제 일자가 쓰여 있다. 아래부분에는 검은색 박스 안에 Supported using public funding by ARTS COUNCIL ENGLAND’라고 쓰여 있다. 올해로 21번째 축제를 맞이한 재즈 페스티벌은 기존 재즈가 가지고 있던 ‘로열층만의 음악 장르’라는 선입견이 아닌, 누구나 즐기고 빠져들 수 있는 음악으로 관중들을 만난다. 펍 문화의 중심에 선 영국이 재즈라는 음악을 빼놓을 수 없듯, 더 이상 재즈는 아는 사람만 즐기는 장르가 아닌 영국 전체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런던 재즈 페스티벌은 잉글랜드의 공식적 후원을 받으며 런던 도시의 대표 축제로 거듭나고 있으며, 재즈를 사랑하던 문화와 전통에 걸맞게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축제가 되기도 했다.

When 매년 8월 초중순
Place Canary Warf 및 바비칸 센터 외 다수 공간
Feature 한 여름밤의 꿈을 세계 각국 재즈와 함께 즐기는 멋진 축제!
Hompage http://www.londonjazzfestival.org.uk/
Price 평균 30파운드 내외
Tip 야외 공연 시 마실 수 있는 음료나 맥주를 준비해두는 것은 필수.
여름의 짝사랑, 시원하고도 청량한 맥주 축제, GBBF2013

맥주 축제의 한 모습. 기다란 테이블이 bar처럼 가운데에 놓여 있고, 맥주를 받아 마시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오른쪽에 늘어서 있다. 테이블 왼쪽으로는 맥주 기계에서 맥주를 따르고 있는 종업원들이 일하고 있다. 여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바로 그것, 맥주. 냉장고 한 켠을 맥주로 가득 채워놓고 나면 마음이 괜히 든든할 때가 있다. 축구 경기를 볼 때나 출출한 야밤을 채워줄 치킨과 함께할 때, 아니 사실 그 어느 때고 어울리는 맥주야말로 천사의 음료가 아닐까? 영국 사람들은 맥주를 좋아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영국 전역을 뒤흔드는 EPL 빅매치가 열리는 날이면 너나 할 것 없이 펍에 앉아 맥주 한잔 하며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나라가 바로 영국. 영국에는 수많은 종류의 맥주를 마음대로 먹는 맥주 축제, GBBF(The Great British Beer Festival)가 있다.

GBBF의 간단한 규칙은 이렇다. 축제 내에서 규정하는 맥주컵을 구입하거나 대여한 뒤, 축제에 설치된 브랜드 별 부스를 통해 맥주를 받아 마실 수 있다. 입장료를 내면 ‘무제한’으로 맥주를 먹는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 각국, 유럽을 대표하는 맥주를 한 자리에서 자기 취향 별로 마실 수 있다는 이점과 시중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생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이 이 축제의 포인트이기도 하다.

바이킹 모양을 본떠 만든 모자나 익살맞은 가면 등으로 축제 분위기를 더하고, 감자 매쉬나 소시지 등을 구입해 간단한 안주도 해결할 수 있다. 맥주 사랑이 넘치는 영국인들의 인산인해로 GBBF는 언제나 사람 반, 맥주 반으로 가득 찬다. 열기는 여느 축제보다 뜨겁지만, 시원한 맥주를 종류별로 맛볼 수 있는 이 시간은 또 어느 축제보다 시원하고 청량하다. 축제를 기념하는 뜻으로 맥주컵을 가져가거나, 다시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게 된다.

맥주 축제의 다양한 모습들. 왼쪽 위 사진은 맥주 기계에서 맥주를 따라내고 있는 직원의 손을 클로즈업한 사진, 오른쪽 위 사진은 그를 통해 받은 맥주잔을 클로즈업한 사진이다. 아래 사진은 맥주 축제를 위에서 바라본 사진으로, 큰 광장에 맥주 축제에 참가한 여러 부스가 설치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사이을 자유롭게 다니며 축제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GBBF에는 주정을 부리거나 난동을 피우는 사람들이 드물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축제’이기 때문이다. 즐거운 자리에서 매너를 지키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은 GBBF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또 하나의 준비자세이기도 하다. 수많은 인파의 웅성거림, 그리고 그 속에서 마시는 맥주의 궁합은 축제의 분위기를 최고조로 이르게 한다. 이곳에서의 여름이라면, 누구보다 더 시원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When 매년 8월 중순
Place 런던 Olympia park
Feature 맥주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축제, 유럽의 모든 맥주들이 모이는 축제.
Hompage http://www.gbbf.org.uk/
Price 티켓 8~10파운드, 맥주잔 대여료 3.5파운드, 맥주값 2~8파운드(맥주 부스마다 다름)
Tip 안주로 소시지와 감자 매쉬만 파는 것에 불만이 있다면 미리 안주를 챙겨가도 OK!
절정으로 치솟는 뜨거움, 시네마 천국 FILM 4 SUMMER SCREEN

필름 포 썸머 페스티벌의 모습들. 위 사진은 소머셋 하우스의 낮의 모습으로, ㄱ자로 서 있는 2층짜리 건물 한쪽 벽면에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광장은 텅 빈 채 가운데에서 분수만 나오고 있다. 아래 사진은 축제의 밤의 모습으로, 스크린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있으며 건물은 붉은색, 보라색의 조명이 켜진 상태다. 관객들은 광장에 가득 앉아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다. 야외 공연은 국내에서도 흔하지만, 야외극장은 거의 드물다. 항상 어둡고 캄캄한 영화관 속 뒷사람의 발에 차이는 의자에 앉아, 어느 쪽이 본인의 팔걸이인지 몰라 음료수를 두는 것에 눈치를 본 적이 있다면, FILM 4 SUMMER SCREEN의 규칙이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잔디밭이나 광장에 그저 털썩 앉거나 누우면 된다. 세상을 삼킬 듯한 스크린엔 주옥같은 영화가 펼쳐지고, 런던의 한가운데에서 벽도 딱딱한 의자도 없는 극장을 차지하는 기분을 느끼고 있노라면 이 순간 자체가 나만의 영화가 된 듯도 하다. 열대야가 지나지 않은 무더위더라도, 시원한 분수와 자연스럽게 부는 바람을 맞는 관객이 되는 일은 아주 색다른 매력이 될 것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대형 스크린, 관객과 관객 사이에서 느껴지는 호흡, 여름을 씻어줄 영화 한 편이면 이곳이 런던이 아닌 새로운 곳이라고 착각하게 될 것이다. 웅장하고 거대한 소머셋 하우스의 아름다움에 기대어 보는 ‘한 여름밤의 꿈’은 축제로 실현이 될지도 모른다.

필름 포 썸머 페스티벌은 영화 상영뿐 아니라 초청 작가의 전시회, 개봉 영화의 시사회, 미술작품 전시 등의 다양한 볼거리를 통해 낮부터 밤까지 즐길 수 있는 축제이기도 하다. 분수대가 시원한 여름을 느끼게 해주는 대낮의 풍경과, 사람들로 꽉 차 오로지 같은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밤의 풍경은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지만 하나의 축제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바로 이 낮과 밤의 반전에 축제의 묘미가 숨어 있다. 소머셋 하우스 안에 꼭꼭 숨어 있는 다양한 볼거리 또한 축제를 한껏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

필름 포 썸머 페스티벌의 여러 모습. 왼쪽 위 사진은 축제를 상징하는 깃발이 걸려 있는 모습으로, 빨간 깃발 위에 FILM이라 쓰여 있는 모습이다. 오른쪽 위 사진은 축제의 시간표로 축제의 주요 일정이 쓰여 있는 플래카드. 왼쪽 아래 사진은 영화제에 사용되는 조명을 클로즈업한 사진이고, 오른쪽 아래 사진은 어느 건물 창문에 달려 있는 ‘PRINT CLUB LONDON SUMMER SCREEN PRINTS’라고 써 있는 글귀이다.

When 매년 8월 중순 2주간
Place 런던 Temple역 Somerset house
Feature 열대야도 잊게 되는 대형 스크린의 야외극장전
Hompage http://www.somersethouse.org.uk/film/
Price 티켓 12파운드
Tip Somerset house의 낮에는 영화 시사회, 전시회 등이 열리니 낮과 밤 모두 즐겨봐도 좋다.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런던의 다양한 축제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여름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 준다. 재즈로 마음을 평온하게 다스릴 때, 맥주로 청량하고 시원함을 느낄 때, 잠 못 이루는 밤에 야외에서 영화를 볼 때, 런던의 온도는 더욱 다양해졌다. 좋아하는 즐길 거리들이 즐비한 런던의 축제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체온도 있었고, 여름을 이겨내는 다양한 방식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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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를 들으면, 특히 가을밤에 버스 창문으로 바람 맞으면서 들으면 혼자라도 낭만적인 느낌에 휩싸일 때가 있어요ㅋ 그런데 재즈의 'ㅈ'자도 모르니 어디가서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어쩐지 민망했는데...ㅎㅎ 그런데 런던에서는 재즈에 대해 잘은 몰라도 편안하게 듣고 분위기에 취해 즐길 수 있겠네요!ㅎ 전 맥주 대신 'Tequila'를 들으며 남은 가을을 보내야겠어요^____^
  • 이미선

    맥주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재즈에는 문외한이라서... 저는 소머셋의 필름 페스티벌이 가장 끌립니다! 마음껏 바닥에 앉고 누워 영화를 즐길 수 있다니. 마음대로 먹고픈 음식을 싸와서 먹어도 되는 거겠죠?? 런던에서 즐기는 가장 특별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ㅠ.ㅠ 저 현장에 있었던 현동기자님이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 이유진

    함께 하고 싶었던 맥주축제! 현장감 넘치는 이미지에 정말로 런던의 온도가 느껴져요. 시원한 맥주 속의 뜨거운 사람들의 열기가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겠죠?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차갑고 ㄷㅓ운 축제들이 많아졌는데 함께 한국의 온도를 느껴봐요 ㅎ,ㅎ~
  • 야외 극장 축제 꼭!!! 가보고 싶어여ㅜㅜ 살아 생전 갈 수 있을까요? 기사를 읽으니 현장감이 느껴져서 좋았어요..ㅎㅎ 런던의 소리? 오버랩이 되면서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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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현동

    헤헤, 감사합니다. 돗자리 깔고 졸릴 듯 말 듯 누워 영화를 본다면 좋을 것 같아요!

  • 유럽은 역시 .......... 다양한 축제들이 있는곳이네요~!!
    우리나라도 진상부리는 사람들만 없다면 저런축제 좋을텐데요~!! 좋다~!!
    배우고 싶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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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현동

    올해 성황리에 열렸던 대구 치킨축제 같은 것들이 더욱 발전해서, 영국의 이러한 축제들처럼 대중화 되었으면 좋겠어요! 진상 대신 매너를 뽐낼 수 있는 축제들이 오기를 기다려봐요!

  • 김경현

    사람 반, 맥주 반의 맥주축제^^ 정말 강추합니다. 안주도 다양하고 맥주도 다양하고 사람들도 다양하고~~ 축제 내 거의 유일한 동양인으로서 축제를 즐겼던 기억이 아직도+_+
  • 유이정

    사진과 글에서 느껴지는 청량한 런던의 온도 :) 젊고 생동감 넘치고 역동적인 축제들만 콕 찝어서 보여주셨군요! *_* 특히 맥주축제!!! 캬아아아아아아~ 맥주 한잔 땡기는 프라이데이 나잇이군요. 언젠가 현동기자님과 맥주색깔의 보리차 쨘- 하고 싶네요 0_0
  • 민성근

    정독해서 읽었네용. 순식간에 ㅋㅋ 맥주 축제는 정말 가고 싶어요 ㅠㅠ 물론 현동기자는 술을 하지 않아서 그 시원함을 목으로 느껴보진 못하셨을텐데.. 제가 대신 느낄걸 그랬어요 ㅋㅋ 겸동기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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