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어디까지 알고 있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에도 있고, 투르크 막토를 타고 판도라를 활공하는 나비족에게도 있으며, 심지어 피카츄가 ‘백만 볼트’를 외치는 <포켓몬스터> 속에도 있다. 밤하늘 별자리 속에도, 심지어 당신이 마시는 한 잔의 커피 속에도 있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 곳곳에 자리한 그것, 바로 신화다. 그리고 이제 신화는 당신을 그 주인공으로 하려 한다.

밤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별들, 그 별들을 이어나가면 어느새 완성되는 당신의 별자리.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많은 사람들이 여름에 ‘별자리 여행’을 떠나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맑아지는 별자리는 때로 우리에게 미래를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신문이나 잡지를 읽다가, 혹은 웹 서핑 도중 만난 ‘이달의 별자리 운세’를 정독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무심결에 ‘이번 달 행운의 색은 노란색이랬어’, ‘이번 주 행운의 물품은 휴대폰이랬는데…’라며 별자리 운세를 믿어본 경험이 있을지도. 그렇다면, 이 별자리가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가?
어느 잡지의 별자리 운세 페이지를 촬영한 사진. 페이지 가운데에 게 그림이 그려져 있으며 ‘CANCER’이라고 적혀 있다. 나머지 부분에는 각 별자리의 운세가 각각 적혀 있다.

신화의 조상급, 그리스 로마 신화

‘신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고대 그리스의 신과 영웅, 그리고 그리스 고유의 종교의식과 의례에 대한 신화와 전설을 뜻한다. 기존의 완벽하고 절대적인 신들과 다른 형태의 신화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낸 인간들처럼 사랑하고 질투하고 증오하고 화해하며 성장해 나갔다. 절름발이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를 두고 미남신 아레스와 불륜을 저지르다 망신을 당하는 아프로디테, 최고의 미녀에게 바친다는 황금 사과를 차지하기 위한 여신들의 다툼과 이로 인해 시작되는 트로이 전쟁 등, 신이라기엔 좀 모자라고 유치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세대를 거쳐 가장 각광받는 신화가 되었다.

대부분 신화가 그렇듯,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매우 초자연적이고 복잡한 이야기들이 모여 있다. 이 복잡한 내용을 아이들에게 쉽게 설명해주기 위한 매체도 많이 생겨났는데, 대표적으로는 도서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방영 당시 최고 인기 그룹 god가 주제곡을 불러 큰 화제를 모았던 만화영화 <올림포스 가디언>이 있다.
어린이들에게 신화에 대해 친근하게 접근한 매체들. 왼쪽 사진은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책 표지로, 헤라클레스가 갑옷을 입고 포효하는 모습이 만화처럼 그려져 있다. 오른쪽 사진은 ‘올림포스 가디언’의 한 장면으로, 여러 신이 제각각의 포즈를 취한 모습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게서 시작된다. 그녀는 스스로 하늘의 신 우라노스를 낳고 그와 결혼하여 거인 티탄족을 낳는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크로노스는 아버지 우라노스의 자리를 빼앗고 왕이 되지만, 그 역시 아들로부터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예언을 두려워한 나머지 태어나는 자식들을 모두 삼켜 버린다. 크로노스의 아내 레아는 막내 제우스만 몰래 빼돌려 키우게 되고 결국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를 거세시키고 올림포스의 왕으로 군림하게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올림포스의 열두 신들은 모두 제우스와 그 형제들 또는 그의 자식들이다. 이들 간에 일어나는 각종 치정극과 복수극은 인간의 삶과 매우 닮아 있다. 바로 이 부분이 기존의 신화와는 다른 친숙함으로 작용한다.

어린이들에게 신화에 대해 친근하게 접근한 매체들. 왼쪽 사진은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책 표지로, 헤라클레스가 갑옷을 입고 포효하는 모습이 만화처럼 그려져 있다. 오른쪽 사진은 ‘올림포스 가디언’의 한 장면으로, 여러 신이 제각각의 포즈를 취한 모습이다. 신들과 별자리에 얽힌 신화도 다양하다. 일례로 황소자리는 왕녀 이오에게 반한 제우스와 관련이 있다. 그녀를 유혹하기 위해 소로 변한 제우스는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크레타 섬으로 끌고 간 뒤, 그녀를 달래주기 위해 하늘에 황소를 새겼는데, 이렇게 탄생한 별자리가 바로 황소자리인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영화나 드라마에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이나 에피소드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데, 특히 브래트 피트 주연의 트로이 전쟁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트로이>는 우리나라에서도 큰 흥행을 거둔 바 있다.

태초엔 씨앗이 존재했지, 인도 신화

영화 ‘옴샨티옴’의 포스터. ‘발리우드의 노래, 춤, 사랑에 중독된다!’라는 헤드 카피 뒤로 남녀 주인공이 밸리댄스에 어울리는 정작과 밸리 댄스 복장을 입은 채 등을 맞대고 같은 포즈의 춤동작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이 세상이 생겼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기원을 설명하는 고대인들의 신화와 전설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도의 창조 신화이다. 인도, 즉 힌두교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신들이라면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세상을 창조했다고 일컬어지는 브라흐마는 비슈누의 배꼽에서 피어난 연꽃에서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비슈누는 브라흐마가 창조한 우주를 보존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맡았던 태양신이며, 시바는 파괴의 신으로서 가장 난폭하며 그 형상도 매우 괴기하다고 전해진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독교 신화와는 달리 힌두교의 창조 신화는 ‘가능성’이라는 ‘씨앗’의 형태로 세상이 존재한다고 본다. 고대 인도의 힌두교 성전인 네 가지 베다 가운데 하나인 <리그 베다>에 수록된 고전적인 나사디야(Nasadiya), 즉 ‘무유찬가’의 일부를 한번 살펴보자.

“그때까지는 무도 없고 유도 없었으며, 공계도 없고 그 위의 천계도 없었도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어디에서? 누구의 비호 아래? 물을 있었던가? 밑을 모르게 깊은 물이? ……중략…… 태초에는 어둠이 어둠을 감추었으니, 이 모든 것이 아무런 표징도 없는 물이었도다. 공허로 싸여 있는 생명체, 그 유일자가 열의 힘을 통해 태어났도다. 태초에 유일자에게 욕구가 일어났으니, 그것이 최초로 생긴 사색의 씨였도다. 지혜로 마음을 탐구하는 현인들은 유의 인연이 무속에 있음을 깨닫도다.(하략)”

얼핏 보면 심오해 보이는 내용이지만 정리해 보면 ‘있음의 인연이 없음 속에 있음을 깨달았다’는 내용이다. 인도 사상의 근원이자 역사상 가장 오래된 종교 문헌인 <리그 베다>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바로 신들에 대한 찬가이다. 여기서는 자연을 신격화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크게는 하늘, 중간, 땅으로 나누어 각각의 영역을 다스리는 신들을 찬미한다. 이 <리그 베다>는 오늘날 인도 카스트 제도의 기원이 되기도 한다.

홍익인간 뜻으로 세운 우리나라의 단군 신화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나라 신화로는 무엇보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세운 단군에 관한 신화, 단군 신화를 꼽을 수 있다.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처음으로 나라를 세운 우리 민족의 시조이기에 그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건 당연지사. 인간 세상을 구하고자 내려온 하느님의 아들 환웅이 100일 동안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며 버텨 인간이 된 웅녀와 혼인하여 낳은 아이가 바로 단군왕검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이 단군 신화 이야기는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 첫 회에 그대로 담겨 있다.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 왼쪽 사진은 ‘태왕사신기’ 포스터로 주인공 배용준, 문소리, 이지아 세 명이 각자의 포즈를 취한 모습이 담겨 있다. 오른쪽 사진은 주인공 배용준이 백발의 긴 머리를 하고 흰 옷을 입고 갓난아기를 안은 채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하느님의 아들 환웅과 곰에서 사람이 된 웅녀 사이에서 태어난 단군, 그리고 알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고구려의 주몽, 신라의 박혁거세, 경주 김씨의 시조 김알지까지. 이렇게 초현실적이고 신성한 왕들의 탄생신화를 통해 우리는 국가의 기강을 견고히 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현재를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민족의 뿌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원천은 어디서 왔는지를 인지하고 사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신화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이라면 우리 민족의 신화이자 역사인 단군 신화는 물론 그리스 로마 신화, 인도 신화 등 다양한 신화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것은 어떨지. 이번 기회에 나 자신을 되돌아보자. 신화, 과연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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