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식 예찬론자 vs 다식 신봉자, 불꽃 튀는 밥상머리 토크 열전

다이어트 한 달째. 아침 식사로 자몽 한 조각, 블랙커피 한 잔, 삶은 달걀은 오로지 흰 자만. 혹은 레몬과 니라시럽, 고춧가루 삼합의 마법 주스 원샷. 누가 그랬는가? 2주면 비키니 몸매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하면 요요는 기본, 저질 체력까지 동반하는 이놈의 다이어트는 갈수록 애꿎은 내 몸만 축내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 하루 한 끼만으로 날씬한 몸은 물론 건강과 장수의 비결까지 얻은 이가 있단다. 밥상의 혁명이라는 1일 1식. 휴가철을 맞아 어디,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어느 레스토랑의 테이블 세팅. 음식은 올려져 있지 않으며 사람도 없는 빈 테이블에 포크와 나이프 등이 세팅되어 있다.

Scene 1. 여자 1호, 1식녀는 오늘도 위장을 쥐어짜는 허기에 잠에서 깬다. 시계를 보니 아직 7시도 되지 않은 이른 아침. 식사시간까지 앞으로 10시간이나 남았다. 이럴 땐 차라리 끝없이 잠들고만 싶을 뿐이다.
Scene 2. 남자 1호, 다식남은 오늘도 3차까지 달린다. 고기에 맥주, 그리고 안주까지. 불어가는 뱃살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고지혈증에 정상범위를 초과한 콜레스테롤 수치까지 걱정되는 요즘, 건강을 위해서라도 좀 적게 먹어야 할 것 같다.
하루에 몇 끼를 먹을 것인가, 당신의 선택은? 당연히 그래 왔던 것처럼 하루 세 끼를 먹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건강 다이어트 형태인 1일 1식을 실천할 것인가? 여기 1식녀와 다식남이 벌이는 치열한 밥상 공방이 당신의 선택에 도움을 줄 것이다.

Round 1. 건강? 다이어트?

1식녀 said,
“이왕이면 건강한 다이어트죠!”

소개팅을 단 일주일 남긴 시점, 좀 더 예뻐지고 싶은 마음에 하루에 사과 세 개씩만 먹어가며 무리하게 다이어트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졸업앨범을 위해 머리가 어지러울 만큼 굶어 보기도 하고, 헤어진 애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물만 마셔 가며 고통스럽게 살을 빼기도 했을 것이다. 연예인들의 각종 다이어트 방법들을 따라 해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이전보다 더 불어난 살들과 체중뿐. 그래서인지 ‘건강도 챙기는 다이어트’라는 평을 받고 있는 1일 1식 열풍에 동참하는 다이어터들은 늘어가고 있다.

다식남 said,
“1일 1식, 그냥 유행 아닌가요?”

원푸드 다이어트, 덴마크 다이어트, 레몬디톡스 열풍처럼 ‘1일 1식’도 일시적 유행 중 하나일 뿐이다. 미디어에서 좋다고 하고 유명인들이 시도해 SNS에 급속도로 퍼지게 되면서, 개개인의 건강상태나 생활방식과는 상관없이 대중에게 무분별하게 번지고 있는 상황.
거기다, 다이어트를 위한 1일 1식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런 다이어트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공복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체내 글리코겐 저장량이 바닥이 된다. 그렇게 되면 다이어트 초기에는 체중이 확연히 줄어들게 되지만, 점점 몸이 하루 한 끼에 적응하게 되어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다시 하루에 두 끼 이상을 섭취하게 되면 몸은 글리코겐을 이전보다 많이 저장하게 되어 급격한 요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억제된 식욕은 어느 순간 폭식을 부르고, 이를 철회하기 위해 또다시 단식을 시작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당신의 밥공기, 제 점수는요
1940년대부터 2013년까지 우리나라의 연도별 밥공기 크기 변천사를 사진과 도표로 나타내었다. 1940년대에는 약 680ml, 50년대 약 670ml, 60~70년대 약 560ml, 80년대 약 390ml, 90년대 약 370ml, 2005년 약 290ml, 2013년 약 190ml로 변화해오고 있다.
전통적인 농업국가였던 우리나라에서는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통해 생산물을 수확하고 이를 주식으로 삼아 생활했다. 그러나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이전만큼 많은 열량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밥공기 용량비교 그림. 일반공기와 2/3공기, 반공기의 크기 차이를 알 수 있도록 실물 비교 사진이 위에 있고, 밥 반공기 용량 비교를 위해 세 개의 공기를 저울에 올려둔 비교 사진이 아래에 있다.  자연히 섭취량도 옛날에 비해 줄어들기 마련. 더군다나 가난했던 농민들은 다양한 먹거리를 통해 단백질, 지방 등의 영양분을 채울 수 없었기 때문에 부족한 열량을 밥으로 섭취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인들은 굳이 밥이 아니더라도 샌드위치나 햄버거와 같은 고지방 고단백의 음식으로 식사를 대체할 수 있으니 밥의 비중이 줄어든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현대인의 섭취량은 전체 섭취 칼로리 면에서도 예전에 비해 확연히 줄어들었다. 최근 서울의 몇몇 식당에서는 ‘반차림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기본 1인분을 ‘온차림’이라고 한다면 반차림은 그 절반 정도의 양만 제공한다. 그렇다면 보통 6~700칼로리 정도의 한 끼 열량 중 반만 먹는다는 것인데, 아무리 간식거리가 많다고 해도 하루 필요 섭취량에 비하면 이는 턱없이 모자란다.

Round2. 1일 1식, 누구를 위해?

다른 생활환경에서의 두 가족의 식량 비교 모습. 왼쪽 사진은 차드 브레이드징 난민촌 가족이 일주일 치 식량을 앞에 두고 앉아 있다. 오른쪽 사진은 호주 리버뷰 한 가족이 일주일 치 식량을 앞에 두고 앉아 있다. 쌀 조금, 물 한 병, 그 외 조미료 조금인 왼쪽 사진의 식량과 달리 오른쪽에는 수많은 식량들이 쌓여 있다.

다식남 said,
“1일 1식, 사치 아닌가요?”

1일 1식은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는 누군가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풍요의 병처럼 말이다. 물론 소식하는 것을 누군가 반대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요즘 1일 1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 동기가 다이어트에 한정된 경우가 많다. 게다가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식자원을 절약하고 배출되는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의 1일 1식은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했을 때보다 의미 있는 행동이 될 수 있지만,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한 1식은 먹을 것이 없어 굶고 있는 이들에게 사치 아닌 사치로 비칠 수 있다.

1식녀 said,
“내 선택일 뿐!”

1일 1식에 대해 굳이 그렇게까지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사회적인 의미를 담아야만 한다면, 사람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선택적 1식과 강제적 1식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Round3. 적당한 선은 어디까지?

사회생활의 한 단면인 모임 자리의 모습. 여러 명이 샴페인 잔을 들고 건배를 하고 있다.
다식남 said,
“먹는 행위 자체가 곧 사회생활!”

예로부터 ‘밥상머리에서 꽃피는 우정’이라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단 친해지기 위해 먹고 본다. 신입생 환영회, 소개팅, 동창회 등 만남의 순간에는 늘 음식이 함께 한다. 그만큼 사람들은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데 먹는 행위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1식을 하게 된다면 자연히 사람들과 만남을 꺼리게 되고, 매일 ‘가장 건강한’ 한 끼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강박이 되기도 한다.

1식녀 said,
“자신감 있다면 뭐가 걱정이야?”

무엇을 얼마나 먹던 감사히, 소중히, 그리고 즐겁게 먹는 것이 중요한 법이다. 하루에 한 번, 식사시간을 기다리는 순간은 언제나 즐겁다. 더구나 배가 묵직해 불편한 기분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 얼굴은 밝아지고 사람들을 만나는 데 있어서도 자신감이 생긴다. 요즘은 오히려 주변에서 관심과 응원을 받기도 한다.
뷔페처럼 보이는 어느 식당에서 음식을 덜어갈 수 있도록 마련해둔 여러 음식들의 모습. 감자조림, 불고기, 해파리냉채 등 다양한 음식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

다식남 said,
“거식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위”

1일 1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인터넷상에는 식단을 공유하고 후기를 나누기 위한 목적의 카페들이 우후죽순으로 형성되었다. 그러나 점점 갈수록 1일 1식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적게 먹기 대결’ 양상이 펼쳐지기도 한다. 누가 봐도 한 끼가 채 안 되는 적은 양의 밥과 반찬을 가지고 ‘저 오늘 이만큼 먹었어요. 너무 많이 먹었죠? 내일 한 끼 굶을까요?’라고 묻는 글들이 계속 올라온다. 1일 1식의 본래 취지는 한 끼의 건강한 밥상을 통해 골고루 영양분을 섭취하자는 것. 그러나 다이어트의 목적 때문에 갈수록 먹는 양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먹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는 지경까지 이르기도 한다. 자칫 잘못하면 이러한 강박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거식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어느 상점의 채소와 과일을 판매하는 모습. 채소와 과일이 종류별로 분류되어 매대 위에 올려져 있다.

1식녀 said,
“긍정적 태도 띄게 되는 1일 1식””

과유불급, 뭐든 지나침은 좋지 못하다. 하지만 1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적게 먹기 위해서만 1식을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1식을 하다 보면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먹는다는 행위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 하는 거니까. 너무 가볍게 음식을 대해 온 태도에 대해서도 반성하게 되고, 먹는 행동을 통해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SBS스페셜 ‘끼니반란’의 프로그램 방영 모습. 여러 명의 의사가 한 줄로 늘어서 제각각 포즈를 취하고 있고, 그 위로 프로그램 타이틀이 자리하고 있다.
1일 1식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으로, 얼마 전 SBS에서는 <끼니 반란, 그 후>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수개월 전 1일 1식에 도전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다시 찾아 보여주고 있었다. 여전히 하루 한 끼 식사를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다시 이전의 식습관으로 돌아와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쪽도 비판할 수 없다. 그들은 식사에 대한 나름의 가치관을 가지고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1식이든 다식이든, 결국 먹는 건 행복한 일이니까. 자, 당신의 선택은? 하루 한 끼만 먹고 살 텐가, 혹은 먹는 즐거움을 좇을 텐가?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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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게 나온 기사에 너무 늦게 댓글을 다네요! 죄송죄송 :( 1식녀와 다식남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요! 10월을 맞이해 다이어트를 결심한 저에게 딱 필요한 기사네요ㅎㅎ 1일1식을 하면 사고방식도 긍정적으로 바뀐다니... 도전해보고 싶지만... 아직가지 먹는 즐거움을 버리질 못하겠어요ㅠ.ㅠ 이래서 항상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거겠죠...ㅎㅎ...
  • 우리동원씨

    1일 1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 재밌네요.. 단순히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1일 1식을 한다면 결국 오래 가지 못할 것 같아요. 몸이 견뎌내질 못할 테니까... 자연스러운 것이 좋은 것 같아요..
  • 유이정

    이 기사를 읽으며 계속 속으로 맞아, 맞아를 연신 외쳤어요. 저도 얼마 전 졸업 사진을 찍기 위해 단기 다이어트, 즉 굶는 다이어트를 해볼까?하다가 안했거든요. 흠흠. 1일 1식 유경험자로서 딱 한마디 하고 싶네요. 1일 1식은 개인의 선택, 그러나 그 선택은 곧 개인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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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혜

    이열 선택은 곧 책임. 단기간의 효과를 위해 몸을 혹사시키다 보면, 건강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늘 주의해야 할 것 같아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으니까요ㅇㅇ

  • 1일 1식을 거의 5 개월쨰 하고 있는 사람으로써는... 무조건 뭐든 너무 오래 계속 되는건 안좋은것 같아요...
    저도 중간 중간에는 회식도 있고.. 미치게 하루종일 먹고 싶은 날은 조금씩 먹어요~!
    오래지속하다 보면 장점은 뭐든지 먹을깨 소식하게 된다는것이랑 몸무게가 줄어 몸이가여운 느낌이 든다는것.. 물론 운동이 병행 되어야만 하는거지만요~!
    단점은 소화가 느리게 진행 된다는거랑.. 체력이 떨어 지는거요. ㅜ
    지금은 .. 한달에 2주 정도는 정상적으로 남들 다먹는거 먹고 2주 정도 괜찮다 싶으면 또 하고 그래요..
    뭐든지 장단점이 있는 부분은 맞는것 같아요~! ㅎ
    자기가 잘 조절해가면서 하면 될듯해요..
    맹신은 금물~! ㅋ
    좋은 기사 더 써주세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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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혜

    맹신은 금물222222222 아무리 과학적으로 확실한 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딘가엔 반드시 반론이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뭐든 가려 낼 줄 아는 확고한 자기 주관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나저나 정말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5개월째...bbb 의지의 한국인!!

  • 이것때문에 말이 많은거 같아요..1일1식을 할것인가 3끼를 다챙겨 먹되 소식을 할것인가.. 저는 그냥 자기한테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어느것이 옳다 그르다 답은 없으니까요~ 자기 자신한테 맞는 방법을 찾는게 정답 아닐까요? ㅎㅎ 기사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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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혜

    네. 대세를 따라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남들이 다 좋다고 해도 나에게 안 맞으면 하면 안 되는 거겠죠? 그런데 너무 다들 우르르 몰려갔다가 일순간 폭 사그라드는 것은 그리 좋지 못한 현상인 것 같아요. 결국 본인의 현명한 판단이 필수적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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