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여 행진하라, 키치키치뱅뱅!

문화 비평에서 ‘키치 문화(Kitsch Culture)’는 단골손님으로 분류된다. 흔히들 말하는 ‘B급’ 꼬리표를 달고 태어나는 대중문화 콘텐츠와 그 부류를 뜻하는 키치 문화의 정체는 무엇이고 대중들의 열광을 이끌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키치 문화,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키치 문화는 사람들의 감각을 타고 발 빠르게 감염된다. 주류 문화가 말하지 못했던 구석구석을 드러내기 때문에, 관심은 갈수록 가열된다. 뒷골목의 소문처럼, 불이 난 공장의 연기처럼 확산하는 키치 문화는 대중문화가 외면했던 소재를 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해석의 여지에 있어 문화는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도 있고 외면당할 수 있지만 ‘쉽다, 난해하다’의 판별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진 키치 문화는 있는 그대로의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들을 통해 키치 문화는 새로운 이면을 맞이했다. 마릴린 먼로와 마오쩌둥, 체 게바라 등의 유명인 얼굴과 캠벨 수프 깡통을 연쇄적으로 찍어낸 듯 보이는 작품들은 고상하게만 느껴졌던 미술의 새로운 스펙트럼을 만들었다. 그의 단순한 작품들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미술이라는 거대한 장르는 마침내 우아하고 고상함을 벗고 대중을 만나게 된다.

아주 사소한 일상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키치 문화는 쉽게 만들어진다는 편견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대중은 언제나 삶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기대하고 있다. 키치 문화는 브랜드가 아니라, 길거리 가판대에 파는 물건처럼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을 쉽게 감염시킨다. 그런 점에서 키치 문화가 다른 문화 예술과의 영역 다툼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뒷골목을 겨냥한 키치 문화를 일상적인 예로 들자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만 하는 미술관이 아닌 뒷골목의 담벼락에 그려진 그래피티와도 같다. 그러나 아무도 뒷골목은 주목하지 않는다. 노출 빈도가 큰 도시 한복판, 8차선 도로에 시선이 쏠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키치 문화가 처음부터 쉽게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다.

키치라는 말은 본래 독일어로 ‘물건을 속여 팔거나 강매하다.’ 혹은 ‘쓰레기를 수집하다.’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부터 출발했다. 처음 배꼽티를 입고 찢어진 청바지가 유행했을 무렵, 기성세대와 대중의 시선은 달갑지 않았다. “하위층이 즐기는 문화”라는 말로 키치를 설명하려고 하거나, 대중문화에서 버려진 밑바닥의 유행을 키치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았다.

복고와 B급 감성 그 사이


국내에도 키치 문화를 노래하는 뮤지션이 있다. 일명 ‘개가수’(개그맨+가수)로 통하는 ‘형돈이와 대준이’, ‘UV’는 코믹한 캐럴을 부르는 것에 지나지 않았던 개그맨 출신 가수의 틀을 깨부쉈다. 스타일리스트가 없어 예쁜 옷을 입고 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촌스러운 패션, ‘연예인 D.C’, ‘쿨하지 못해 미안해’, ‘이태원 프리덤’ 등으로 그동안 노래하지 않았던 것을 표현한 UV는 복고풍 감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사랑과 이별’로 국내 음악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한정적이었던 음악판에, 형돈이와 대준이의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 등은 대중이 쉽게 가질 수 있는 일회성 감정을 담아내며 ‘B급 감성’에 충실한 가수로 각인되기 시작한다.

그때 그 시절을 재현했던, 영화 ‘써니’, 수줍거나 촌스러웠던 첫사랑을 다룬 ‘건축학개론’과 같은 영화가 대중을 관통하며 충무로를 달궜던 것도 다름 아닌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키치는 기존 과거를 복원하면서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 섹스, 마약, 비행청소년 등의 키워드로만 해석되어온 키치는 복고와 B급 감성을 만나며 재해석 되었다.

즐겁지 아니 한가

대중은 익숙해진 일상에서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욕망이 가득하다. 그러나 대중문화는 곁에 둔 일상을 깊숙이 파고드는 것에 한계가 있다. 선정적인 것도 금지며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콘텐츠는 차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중문화의 무대에 서지 않고 노래하는 인디 밴드나 독립적인 예술 행위가 늘어났다.

가수 PSY의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강타했던 지난해, ‘키치 문화’로 끄덕였던 시선과 보는 것만으로 즐거웠던 가벼움 속에 그야말로 난리가 났었다. 강남으로 표현되는, 도시적이지만 의미는 없고 행위만 있는 세태를 노골적이면서 간접적으로 담은 노랫말. 그리고 마구간, 관광버스, 요가 하는 여자를 대놓고 눈요기하는 장면의 뮤직비디오는 대중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보고 있으면 웃기고 듣고만 있어도 흥이 나는 노래는 가수 PSY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었다. 키치 문화는 있는 그대로의 즐거움을 표류하는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영국 밴드 ‘The lonely Island’ 역시 키치 음악을 평정한 뮤지션으로 분리된다. ‘MAMA’라는 노래에선 잔소리에 다툼이 일어난 어머니와 아들의 내레이션을 직접 담으면서 일상의 한 부분을 그대로 보여줘 화제가 되었다. 전 세계 ‘셔플 열풍’으로 인기를 모았던 힙합 듀오 ‘LMFAO’ 역시 뮤직비디오를 통해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많은 공감을 불러 모았다.

적어도 멋있는 척하지 않는다는 점, 솔직해서 탈이라는 점에서 키치 문화의 콘텐츠는 대중과 쌍방통행을 한다. ‘재밌으면 그만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꾸밈없는 자세로 키치 문화를 접하면 더욱 즐거워질 수 있다. 싸구려 비주류가 결국 한 건 하는 세상에 키치 문화는 더 이상 멀리에 있지 않다. 아주 가까운 곳에 숨어있다.

키치 사용설명서


키치 문화는 대중문화가 범람하면서 사실상 명확한 의미를 상실했을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키치 문화도 다양해졌고 또 대범해졌다. 의미와 해석은 잠시 뒤로 하고 들리는 노래의 가사 따라, 패션을 제안하거나 그려진 그림 그대로를 느낄 때 키치는 비로소 본연의 모습을 가진다.

유희적인 요소를 듬뿍 담아 태어나기도 하는 키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느껴보면 어떨까. 두꺼운 화장을 지운 여자 친구의 민낯을 보는 것처럼, 있는 척 없는 척 포장하기만 했던 것보단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모습에 반하는 털털함에서 키치의 매력을 더욱 느낄 수 있다.

다양한 매체와 SNS를 통해 전 세계의 키치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키치 문화도 국경과 그 문화적인 세태로 조금씩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취향에 따라 거부감이 들 수도 있고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쉽게 이입될 수도 있다.
키치 문화는 여전히 실험 중이다. 정답을 요구하는 대중문화가 없듯이 견해 역시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자신의 일상과 좀 더 어울리는 키치 문화를 만나려 노력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생활의 시계가 멈추지 않는 이상 키치는 계속 등장할 것이다. 이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그 가벼움 속에 함유된 즐거움 찾기는 대중의 몫이자 즐길 줄 아는 권리가 되었다. 더 이상 주류와 비주류의 편 가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싸구려는 나쁘고, 우아하며 고상한 것은 좋다는 편견도 위험하다. 어쩌면 인정하고 싶지 않아 밑바닥까지 추락했던 자신의 감정이 다음 날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될 수도, 친구가 보러 가자고 하는 영화가 될 수도,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설정한 그림이, 지금 입고 있는 옷이 키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키치는 여전히 실험 중이고, 키치는 여전히 대중의 삶 속에 깊이 파고들려고 한다. 모두가 멋있어지려고 할 때 솔직할 줄 아는 용기로부터 키치는 다시 대중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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