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열매, 견과류의 비주류 탈출기

사진_이유진/제19기 학생기자(세종대학교 역사학과)

사람들은 건강에 좋은 것은 대체로 맛없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끄덕일 수 있다. 견과류만 해도 그렇다. 딱딱하고 씹는 맛도 퍽퍽하지만 건강하단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견과류는 다양한 영양소 함유로 ‘신의 열매’라고도 불린다. 신의 한 수가 깃든 견과류의 환골탈태 현장에 초대한다.

씹을수록 놀라운 반전, 카페 ‘더블유이’ 홍대점

‘한식 디저트’라는 타이틀로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은 카페 ‘더블유이’에는 눈 뜨고 코 베여도 모를 만큼 맛있는 호떡이 있다. 식혜, 수정과, 미숫가루 등으로 새롭게 태어난 한국식 빙수도 있고, 얼음을 포크로 긁어낸 방식의 이탈리아 디저트 그라니따도 각색된 메뉴 중 하나다. 가장 인기 있는 호떡 팬케이크 속 견과류는 감히(?)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준다. 평소에 먹던 호떡에 건강까지 속에 꽉 찬 느낌은 이미 많은 사람의 입맛을 매료시켰다.

호두와 아몬드, 피스타치오, 땅콩, 건크랜베리, 건블루베리 등이 숨어있는 견과류 페스티벌! 토핑에 따라 베리, 사과, 바나나 호떡 팬케이크로 나뉘기도 하는데, 여기에 인절미 아이스크림과 복분자에 졸인 베리샤베트가 함께 등장한다.

뜨거울 때 먹어야 맛있는 호떡은 겨울 음식이기도 하지만, 아이스크림을 더하면서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디저트가 되었다. 베리샤베트의 상큼하고 차가운 맛은 자칫 달아서 질리기 쉬운 호떡 팬케이크의 맛을 잡아준다. 다양한 견과류가 단맛과 함께 씹히는 동안 딱딱하고 퍽퍽하기만 했던 견과류는 금세 잊게 된다.

나이프로 호떡을 썰면 견과류들이 튀어나올 만큼, 많은 견과류가 들어있어 보기만 해도 든든한 느낌. 혹시나 견과류가 너무 많지는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럴 겨를도 없이 잘 구워진 팬케이크와 맛의 균형을 잡아주는 아이스크림, 베리샤베트가 더해지면서 맛이 깊어진다.

견과류의 고소함과 호떡 꿀의 단맛, 떡의 쫄깃한 질감, 상콤한 베리샤베트, 시원한 아이스크림, 한 접시에 다양한 맛이 공존해있다. 한쪽으로 편중될 수 있는 디저트에 신의 한 수를 둔 이 메뉴, 견과류를 다시 보게 한다.

Location 상수역 인근. 상상마당 건너 극동방송국 쪽 카페거리.
Price 믹스베리류 호떡 팬케이크 1만2천원
Open 오전 11시~ 밤 11시
Info 더블유이 삼청동, 신사 가로수길 매장도 있다. 홍대점 02-3144-4919
Tip 놓치지 마세요. 복분자에 졸인 큐브 모양 베리샤베트와 호떡 팬케이크가 함께하면 더 맛있다는 것.

파이의 품격, 견과류로 새로 고침! ‘곰셰프네’

파이는 더 이상 고상한 디저트가 아니다. 파이(Pie)는 파이(π)의 끝나지 않는 원주율만큼이나 무한하다. 마포구 연남동 어딘가엔 작은 파이집이 있다. “이런 곳에도 수제 파이집이 있어?” 싶을 만큼 의외의 곳에서 그보다 더 의외의 맛을 발견할 수 있다. 다정한 ‘곰셰프네’라는 간판과 이국에 온 것처럼 느껴지는 배경음악은 파이에 대한 자세를 갖추게 한다.

숱한 파이들과 다른, 이 가게에서 고집하는 파이의 매력 역시 견과류에 있다. 흔히 빵에 들어 있는 견과류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곰셰프네’의 곰셰프님에 따르면 특히 더 고집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모든 것이 수제이고 견과류를 아낌없이 쓴다는 것. 많이 팔기 위해 공장에서 찍어내는 파이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만드는 파이라는 점이다.
이 가게는 조미료가 추방 당한 지 오래되었다. 커피도 그날 로스팅 한 한정된 양만 판매한다.

‘곰셰프네’의 대표 메뉴는 호두가 듬뿍 들어 있는 호두파이, 크리스마스 때 먹는 풍습을 옮겨 온 민스파이, 슬라이스 아몬드와 메이플 시럽의 하이파이브가 이뤄지는 허니피타브레드 등이다.


호두와 슬라이스 아몬드, 해바라기씨 등의 고소함과 크러스트의 바삭함이 만나 그야말로 맛있는 파이가 탄생한다. 인심마저도 훈훈한 셰프님의 아끼지 않는 마음씨가 더 많은 견과류를 입속에서 만날 수 있게 한다. 평소에 쉽게 먹을 수 없는 견과류를 어울리는 맛으로 전하는 메뉴들은 이미 숱한 단골을 만들기도 했다고.

견과류가 주인공 행세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 가게는 다른 메뉴들 속에서도 견과류를 만날 수 있다. 견과류로 승부하는 맛엔 언제나 건강을 생각하는 셰프님의 마음도 있다. 더불어 착한 가격의 음료들 속에도 신선함과 건강함을 생각한 마음씨가 있다고 하니 목을 축이며 파이 한 입 베어 물어도 좋겠다.
오후 다섯 시 이후엔 신선한 파이를 만날 수 없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좋은 재료로 만드는 좋은 디저트는 언제나 부지런한 자의 것이니까.

Location 수제파이집 <곰셰프네>. 홍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쭉 걸어 나와 연암 파출소 방향.
Price 수제 호두파이 1만9천원, 미니 호두파이 2천5백원, 민스파이 3천원
Open 월-토 오전 11시~밤 11시(last order 밤 10시까지)
Info 02-3142-5082, 예약 문의 및 주문 문의 http://cafe.naver.com/gomchefs
Tip 호두에 꽂힌 초콜릿 브라우니는 티라미수 제조 방식으로 만들어 더욱 부드럽다. 모든 메뉴 강력추천.
순대 속 견과류 氏 가족, ‘신의주 원조본점 찹쌀순대’

견과류가 디저트를 떠나 순대 속에 있다면? 더군다나 ‘순대’가 아니라 ‘슌대’를 파는 가게에서 판매 중인 ‘젊은 슌대’는 반신반의로 시작했다. 순대 속에 견과류가 있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드는 사람, 호기심을 갖는 사람 모두 이 맛있는 협동심에 주목하자. 이른바 ‘젊은 슌대’라 불리는 이 기가 막힌 ‘순대 스테이크’를.
(*’슌대’라는 말은 1,800년 중기 요리책 시의전서에서 출발한 순대의 옛말, 순대의 뿌리를 뜻한다.)

대학로에 위치한 ‘신의주 원조본점 찹쌀순대’는 체인점이 아니다. 단 한 곳뿐인 직영점이다. 순대의 전통에서 비법을 찾은 ‘슌대’를 위해 24시간 운영에도 발길은 끊이질 않는 이곳. 그중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젊은 슌대’는 비밀스럽게 견과류를 품고 있다.

순대 곁을 졸졸 따라다니던 새우젓이나 소금, 초장의 바통을 새콤한 치커리 참나물 무침과 칠리소스가 이었다. 돌돌 말린 이 순대는 스테이크처럼 나이프로 썰어 먹는다. 속살에 숨어 있는 땅콩, 해바라기씨, 수수, 잣 등의 견과류는 맛과 영양을 잡는 비밀병기와도 같다.
선지가 들어가지 않아 기존에 순대에 대한 편견을 가진 젊은이들까지 사로잡고 있는 것. 그리고 ‘치즈’가 더해졌다. 전통 ‘슌대’에 새로운 입맛을 입힌 이 획기적인 메뉴는 반신반의했던 첫인상을 등지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TV 출연으로 유명세를 떨칠 만큼 말이다.

디저트에만 어울릴 줄 알았던 견과류는 한 끼 식사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느끼함을 잡아줄 히든카드로, 건강을 챙겨줄 어머니 마음으로, 순대 속에 꼭꼭 숨어 맛있는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 입 먹으면 첫인상이 달라지는 묘미도 이 요리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Location 혜화역 2번 출구. 미스터피자 뒷골목 야구연습장 옆.
Price 젊은 슌대 1만4천원, 순대국밥 7천원
Open 연중무휴, 24시간
Info 속지 마세요. 신의주 원조본점 찹쌀순대는 이곳 직영점이 오직. 02-742-5338
Tip 견과류와 바삭한 식감의 젊은 슌대. 칠리소스와 새콤한 치커리 참나물 무침은 언제나 함께!
견과류 끝판왕 팥빙수의 재발견, ‘경복궁 박광일 갤러리 카페’

팥빙수에는 견과류가 친숙하다. 차가운 식감에 풍치가 아려오는 사람들을 위해, 달콤한 팥과 한판승부 할 고소함을 위해, 견과류는 팥빙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토핑이다. 경복궁 근처 한옥으로 꾸며진 ‘경복궁 박광수 갤러리 카페’에는 견과류 팥빙수의 끝판왕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단아한 한옥의 풍채 속에 피어난 꽃들은 자연의 향내를 맡게 해준다. ‘경복궁 박광일 갤러리 카페’의 매력은 한 달에 한 번씩 바뀌는 전시로 매달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동시장에서 직접 공수해온 재료로 직접 다리는 쌍화차와 견과류 가득 팥빙수는 이 카페의 손님 연령대를 대폭 넓혔다.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된 것.

잣과 아몬드, 해바라기씨, 땅콩, 호두가 평정한 견과류 팥빙수는 미숫가루의 고소함과 우유, 연유로 달콤함을 연출해내면서 그야말로 빙수가 흉내 낼 수 있는 모든 맛을 함유하고 있다. 볶아서 듬뿍 올린 견과류는 깊은 구수함을 자아낸다.

견과류 빙수의 미학은 바로 ‘한 스푼’에 있다. 한 스푼에 담겨있는 견과류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흔하지만 막상 먹고 싶을 때 구하기 어려운 견과류가 다 모여 있는 빙수. 더불어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카페 곁에 옹기종기 피어난 꽃들이 있어 모든 감각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느낌이 나는 카페다.

견과류가 곁들여져 단지 조연의 역할을 하는 여느 빙수와는 달리, 견과류가 주연으로 열연하는 이 빙수로 여름을 기억해도 좋을 것이다. 달기만 했던 빙수의 새로운 이면을 제시한 견과류가 오도독 씹힐 때마다 고소한 맛이 흥건하게 입속을 사로잡을 테니까.
견과류 빼면 시체와도 같은 이 빙수,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격의 별명을 얻었다. ‘견과류 끝판왕.’

Location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직진, GS25에서 좌회전, 토속촌 지나면 위치.
Price 견과류 듬뿍 건강 팥빙수 만원
Open 오전 11시~밤 11시
Info 02-732-9180~1, http://blog.naver.com/pgi5649
Tip 개조된 한옥의 운치, 갤러리 구경도 놓치지 말고 건강 팥빙수를 즐기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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