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섬진강 골짜기의 교훈들

‘콩, 너는 죽었다’, ‘창우야, 다희야, 내일도 학교에 오너라’, 그리고 ‘그 여자네 집’을 기억하는지. 익숙한 제목에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면 바로 맞췄다. 이들은 모두 초ㆍ중ㆍ고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작품들이다. 학창시절 따뜻한 시로 감동을 전해주던 시인 김용택. 그가 이제는 대학생이 된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강의명 삶을 가꾸는 글쓰기
강사명 시인 김용택
강의 일시 2013년 3월 28일 목요일
강의 장소 숭실대학교 한경직 기념관
주최 숭실대 중앙도서관

한창 바쁠 평일 저녁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이 강연에 함께했다. 특히 대학생 관객이 많았던 이번 강연은, 평소 그의 작품을 좋아하던 문학청년들이 모두 모인 듯 했다. 김용택 작가는 소박한 농사와 자연 이야기를 바탕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나갔다.

나를 바꾸고 세상에 써먹는 공부

순창농림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용택 작가는 농부만큼이나 농사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자연에서 농사를 짓는 일로 강연의 모든 이야기를 시작하고 풀어나갔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세히 알고 있다. 그들은 참나무 이파리가 뒤집어지면 봄비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가을바람을 이용해 애호박을 말리는 지혜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농부들은 관찰에서 얻은 세심한 이야기를 대를 이어 전해주며, 일상과 농사에 적극 이용하고 참고했다. 김용택 작가는 이러한 그들의 삶에서 진정한 공부란 무엇인가를 배웠다.

“공부는 써먹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공부를 시험 볼 때만 써먹습니다. 공부란 남의 이야기를 듣고 내 생각과 행동을 바꿔서 결국 나를 바꾸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어떤 일이 있는가를 알아서 이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나를 바꾸지 않고 세상을 바꾸지 않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공부입니다. 자기 혼자 잘살자고 하는 공부는 가치가 없는 공부입니다. 공부란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로부터 행복을 배우다

1969년부터 현재까지 시골 초등학교의 교사로 있는 그는 가르치는 동시에 배우는 것이 참된 교육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교육에 대한 생각 덕분에 그는 초등학생에게서도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초등학생은 이르기를 잘한다. 유리창을 깬 친구도 이르고, 사소한 주변의 다툼도 곧잘 이른다. 아이들의 이르기에는 거짓이 없고 이면이 없다. 이처럼 정직하게 진실만을 말하기 때문에, 이들의 말은 그대로 믿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세상에서는 다툼도, 문제도 금방 잘 해결된다.
그러나 어른들의 말은 어떠한가? 거짓이 있고 숨겨둔 뜻이 있다. 때문에 그들의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고, 묵은 원한으로 이어진다. 그는 이처럼 진심이 사라지고, 진실이 통하지 않는 세상은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갈등을 조정하려고 생각하고, 관심을 갖고, 마침내 공감합니다. 공감해야 사람들이 마음을 움직이고 갈등이 해결됩니다. 진심이 통해야만 삶이 조화로워지고, 진정성이 생기는 것이죠.”

또 하나 그가 초등학생에게 배운 것은 행복해지는 방법이었다. 손에 쥐고 있는 것만을 내 것으로 생각하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손에 아무것도 쥐지 않는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신 나게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몇 시간씩 철봉을 하며 곧잘 행복해한다. 그는 이렇게 손을 펴고 살아야만 우리가 잘살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손에서 쥔 것을 놓을 때 인생을 잘 살 수 있습니다. 산에 있으면 산이 (새로운) 내 것이고, 물에 있으면 물이 (새롭게) 내 것이 됩니다. 쥔 게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 새로운 것이고 신비로운 것이죠. 이렇게 신비로워야 감동을 하고, 마음을 움직이고, 생각을 바꿀 수 있습니다.

흙에서 싹트는 미래

흙에서 모든 생명은 싹을 틔우고 자라난다. 이 흙은 바람과 햇살, 그리고 물이 합해져야만 비로소 만들어진다. 자연의 세 가지 요소가 합쳐져 생명의 보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요즘 자연에는 가뭄, 홍수, 쓰나미, 지진 등 인간이 쌓아온 지식을 총동원해도 이겨내지 못할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자연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대책을 세울 수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융합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제 한 가지만 잘하면 안 됩니다. 자연과 인간 사회가,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변하고 있습니다. 지나간 날의 가치는 효용이 다 되었으니 버려야 합니다. 옛날의 가치를 오늘날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바꿔야 합니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융합을 해야 합니다. 흙에 씨앗을 뿌려서 새로운 생명을 기르는 것이지요.”

융합은 곧 변화와 혁신을 일으키는 힘이다. 그는 우리의 일생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해야 한다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좋아하면 잘합니다. 잘하면 사회에 나가 할 일이 있습니다. 그 일을 평생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평생 할 일을 대학에 다니는 지금 찾아야 합니다. 나가서 방황하고, 헤매고, 좌절하고, 고민하세요. 지금부터 취직하려고 난리를 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백 살까지 사니까, 바로 지금 많이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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