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그냥 주는 잔이 아닙니다

수입맥주 전문점에는 다양한 맥주잔에 진열되어 있다. 따라 마시라고 진열된 것 같은데, 막상 사용하자니 망설여진다. 그러나 이것은 ‘그냥 주는 잔’이 아니다. 단순히 매장 인테리어나 서양 문화의 겉멋을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맥주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 당신, 이제 제대로 된 잔에 제대로 된 맥주를 마셔보자.

무작정 마시지 말고, 맥주는 맥주잔에


최근 대학가 앞에는 수입맥주를 파는 수입맥주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맥주를 좋아하는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가보았을 그곳에는 다양한 맥주와 그에 맞는 맥주잔이 보기 좋게 정렬돼 있다. 사실 대학생에게 맥주는 자주 접하는 친숙한 음료(?)이다. MT에서 종이컵에 소주와 훌훌 말아 ‘쏘맥’도 많이 마셔봤을 것이고, 무더운 여름날이면 학교 어딘가에서 친구들과 캔맥주나 병맥주도 들이켜봤을 것이다.

하지만 수입맥주 전문점 냉장고에 진열된 맥주와 맥주잔은 뭔가 괜히 어색하다. “맥주는 어떻게 마시든 그게 그거 아니야?”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많은 이들에게 ‘맥주가 가장 맛있었던 기억’을 더듬어보라고 한다면, 한 번쯤 갓 튀겨 나온 바삭바삭한 프라이드 치킨에 시원한 500CC 맥주 한 잔을 떠올릴 것이다. 수입맥주도 이와 다르지 않다. 유사한 맛과 향을 가진 국산맥주와 달리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수입맥주를 제대로 즐기려면 각 맥주의 특징을 고려해 만들어진 전용 맥주잔에 마시는 게 좋다.

맥주 종류에 따라 잔 모양도 달라진다

맥주잔은 맥주의 향, 거품, 맛, 온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전용 맥주잔의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특히 벨기에 맥주 같은 경우 맥주잔이 맥주의 종류만큼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요즘 대학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 수입맥주는 어떤 모양의 잔에 마셔야 가장 맛이 있을까? 또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텀블러(Tumbler)형

다른 잔과 비교해 유리가 두꺼운 것이 가장 큰 특징. 손의 온도가 맥주잔에 전해지는 것을 막아 맥주의 시원함을 오랫동안 지속시키기 위함이다. 또 지름이 큰 형태로 제작돼 맥주를 마시면서 코 전체로 지속적인 맥주의 향을 즐길 수 있다.
텀블러형 잔을 사용하는 대표 수입맥주는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호가든’. 호가든을 6각형 전용 잔에 따라 마시면 매혹적인 오렌지 시트러스 향을 오랫동안 느낄 수 있고, 호가든의 상징인 거품을 더욱 풍성하게 유지시켜 입안 가득 부드러운 맛을 만끽할 수 있다.

필스너 플루트(Pilsner Flute)형

길고 가는 모양의 필스너 잔은 맥주의 향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특징이 있다. 또 좁게 만들어진 입구는 맥주를 따를 때 거품이 빨리 사라지는 것을 막아주며, 시각적으로도 계속 올라오는 기포의 흐름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체코의 대표 맥주인 필스너 우르켈을 마실 때는 투명한 황금색의 시각적인 효과와 최적의 맥주 거품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스너 잔을 사용해야 한다.

바이젠 플루트(Weizen Flute)형

가운데가 좁은 형태로 잔 입구에 거품을 한데 모아 특유의 향을 살린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거품이 잘 생기도록 잔 디자인을 ‘S’라인 곡선으로 고안한 것이다. 그래서 밀 맥주인 에딩거 바이스비어의 과일 향을 제대로 느끼려면 바이젠 플루트 형으로 제작된 바이스비어 전용 잔에 따라 마셔야 풍부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튤립(Tulip)형

윗부분에 안쪽으로 들어가는 곡선이 있어 맥주를 따를 때 많은 거품이 만들어지는 잔이다. 잔의 볼록 들어간 부분에서 거품이 조여지기 때문에 거품이 높게 올라가는 아름다운 형상을 볼 수 있다.
‘맥주의 악마’라는 별칭이 있는 듀벨은 그 의미처럼 다른 맥주보다 알코올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10℃에서 마시면 오렌지의 풍미와 피어 브랜디, 덜 익은 사과를 생각나게 하는데, 튤립형의 전용 잔에 마시면 그 부드럽고 드라이한 맛을 진한 여운으로 남길 수 있다.

고블릿(Goblet)형

받침이 달린 잔이라는 뜻으로 잔 아래를 손바닥으로 감싸 쥐면서 마시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맥주 온도를 높여 향의 발산을 돕기 위함인데, 그렇기 때문에 고블릿 잔은 향이 섬세하고 진한 고급 맥주에 잘 어울린다.
고블릿 형 잔을 사용하는 대표 맥주인 레페 블론드는 와인 잔처럼 생긴 전용 잔에 따라 5~6℃에서 약간 미지근할 때 마시면 사과, 바나나, 배 등의 과일 향과 바닐라, 캐러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왜 맥주를 맥주잔에 마셔야 할까?

맥주의 특징을 살린 전용 잔이 없는 우리나라 맥주와는 달리 수입맥주 회사들은, ‘주원료가 무엇인지’, ‘어떤 발효를 통해 만드는지’, ‘마시기에 적합한 온도는 몇 도인지’ 등을 고려해 맥주 종류별로 전용 잔을 만들어 최상의 맛을 내려고 한다.

한 예로, 앞에서 소개된 벨기에산 밀 맥주인 호가든(Hoegaarden)은 병에서 2차 발효가 되는 맥주이다. 이런 맥주는 병 아래에 효모가 가라앉아 있기 때문에 맥주를 한 번에 모두 따르면 안 된다. 먼저 80% 정도를 잔에 따르고 남은 20% 정도는 병을 휘젓듯이 돌리면서 거품을 내어 효모와 함께 따라야 한다. 이때 호가든 전용 잔이 아닌 작은 잔에 맥주를 따르면 효모가 들어 있는 거품을 따를 수 없게 된다. 전용 잔은 그 맥주의 용량에 맞춰 제작되기 때문에 보통 한 병이 완벽하게 들어가는데, 전용 잔을 사용하지 않으면 잔에 맥주가 남거나 모자라게 된다.

MINI INTERVIEW
비어헌터(Beer Hunter) 이기중 교수(<유럽 맥주 견문록> 저자)

럽젠Q 맥주를 가장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맥주는 맥주잔에 따라 마셔야 합니다. 우선 맥주를 맥주잔에 따르면 맥주 특유의 색깔이나 기포의 생생한 모습 거품 등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맥주잔에 따라야 적당한 거품이 만들어지는데 맥주의 거품은 맥주가 공기와 접촉하여 산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거품이 생기도록 맥주를 따라야 해요.
병이나 캔으로부터 맥주를 직접 마시면 거품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병이나 캔의 입구로 직접 들어간 맥주가 조금씩 산화되어 맛이 없어질 수밖에 없어요. 일반적으로 맥주와 거품의 이상적인 비율은 7:3. 이론적으로 좋은 맥주는 맥주를 다 마실 때까지 거품이 남아 있어야 하죠.

럽젠Q 그렇다면 맥주를 맛있게 잘 따르는 방법도 있나요?

말씀드렸다시피 맥주와 거품의 이상적인 비율은 7:3 혹은 8:2 정도입니다. 보통 병맥주의 경우 회사에서 만든 전용 잔에 따르면 한 병이 모두 들어갑니다. 맥주 전용 잔을 자세히 보면 맥주 이름이 들어가 있는 로고가 새겨져 있어요. 그 선을 기준으로 맥주를 따르고 나머지를 거품으로 채우면 이상적인 비율이 만들어져서 맛있는 맥주를 즐길 수 있습니다. 다년간 다양한 맥주를 마셔보면서 경험해 봤을 때 깨달은 노하우지요.


좋은 맥주는 오감으로 마신다고 한다.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 맥주를 따르는 소리부터 시작해 잔에 담긴 맥주의 아름다운 색깔을 감상하고, 특유의 맛과 향을 즐기는 것까지. 좋은 맥주를 맛있게 마시기 위해서 맥주잔의 선택은 필수이다. 만약 당신이 전용 맥주잔에 대해서 알고 마신다면 전과는 또 다른 맥주의 즐거움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술자리를 더욱 깊이 있게 해주는 맥주, 이제 제대로 된 전용 잔에 따라 풍요롭게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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