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나는 오늘도 네가 그립다

사진 제공_대림미술관
사진_고은혜/제19기 학생기자(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한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을 위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철제 자전거 위에 청바지를 입고 검은색 컨버스를 신은 사람이 타고 있으며 사진 속에는 이 사람의 다리와 팔까지만 나와 있다. 속도감을 나타내듯 사진은 약간 흔들린 상태다.

스물이었고 겨울이었다.
길 위 모든 것이 얼어붙어 서서히 드러났다.
나는 모진 생각과 싸우고 있었다.
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알 수 없지.
그게 어른이야. 아마.
– 유희경 시인의 시 <별>中 –

쉴새없이 움직이는 시계바늘이 야속하기만 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던, 언니의 독설마저 절실했던 그 시기조차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더 늦기 전에, 지금 이 순간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시기가 다가오기 전에 우리는 청춘의 아름다움 속에서더 많이 허우적대야 한다.

전시 하나 :젊음의 해방과 순수함, 라이언맥긴리Ryan McGinley <청춘, 그 찬란한 기록>

지나고 나니 모든 것이 추억이라던, 그리고 피와 살이된다던 그 누군가의 말이 이제서야 뼈아플 정도로 공감되는 그대라면 여길 주목하자. 지난해 11월 7일부터 오는 2월까지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게 될 이 사진전이 당신이 잃어버린 청춘의 흔적을 되새겨 줄 것이다. 건물 전체를 빼곡히 차지한, 조금은 낯설 수도 있는 수많은 누드사진들의 주인공, 바로 미국의 유명 사진작가 라이언맥긴리Ryan McGinley의 작품에 의해서 말이다. 과거 25살의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명 미술관에서 열게 된 개인전을 시작으로 10년 이상의 시간 동안 그는 오로지 렌즈를 통해 젊음을 응시해왔다. 그리고 그 자국들을 이제 우리와 함께 공유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라이언맥긴리 사진전의 포스터. 알몸의 여인이 트럭의 뒤칸으로 보이는 차 위에 앉아 있다. 그녀는 긴 머리를 휘날리며 하얗고 커다란 컵을 잡고 빨대로 무언가를 마시고 있다. 옆으로는 황량해 보이는 벌판이 지나가고 있다.
그의 이번 ‘청춘, 그 찬란한 기록’전은 그가 지금껏 카메라에 담은 젊은이들의 일탈과 열정에 대한 기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미국 전역을 횡단하며 자유에 흠뻑 빠진 청년들의 모습을 포착한 ‘로드 트립’(Road Trip)시리즈,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보여주는 ‘애니멀(Animal)시리즈’, 그리고 흑백 초상화 시리즈와 해외 유명록밴드를 위해 제작한 뮤직비디오까지 감상할 수 있다.

전시된 그의 작품의 대부분은 알듯 말듯 오묘한 느낌을 선사한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피사체들의 대담함과 영롱한 햇빛이 춤을 추는 배경의 조합이 신비스러움을 만들어 낸다. 단순히 외형적 자유로움을 넘어, 아무런 가식과 꾸밈이 없는있는 그대로 ‘청춘’의 감정은 무엇인지 담으려 애쓴 작가의 노력이 돋보이기도 한다.
라이언맥긴리 사진전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의 내부 모습. 왼쪽 사진은 흰 벽 위에 커다란 몇 점의 사진들이 걸려 있는 모습으로, 사진 속 개개의 작품들은 자세히 보이지는 않는다. 오른쪽 사진은 두 점의 작품이 걸려 있는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왼쪽에 걸려 있는 사진은 하늘을 배경으로 몸을 구부린 채 뛰고 있는 어떤 알몸의 사람이 있다. 사진 속 사람은 허리를 숙이고 있어 그의 흩날리는 머리카락, 그리고 양 옆으로 뻗친 팔과 다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에 걸린 작품은 알몸의 두 남녀가 어깨동무를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사진은 노을지는 시간에 야외에서 찍은 듯 주홍빛이 전체적으로 물들어 있다.
어쩌면 누군가는 벽에 걸린 액자들을 보고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않거나 되려 실망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얼핏 밋밋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이 사진은 단순히 시각이 아닌 오감을 발휘해 다가설 때 의외의 재미와 희열을 안겨주는 대상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해석에 빠져도 충분히 좋다. 다만, ‘공감’ 하나쯤은 얻도록 노력해보자. 다른 청년들 또한, 지구 반대편의 청춘들 역시도 자신의 모습과 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끄덕일 수 있게 된다면, 미술관을 나서서 집으로 돌아서는 그 차가운 겨울길이 조금은 덜 외로울 테니 말이다.
오두막과 같이 나무로 지은 집 속에서 옷을 입지 않은 한 남자가 나무 문을 잡고 고개만 빼꼼 내밀고 있다. 밖에서 내리는 눈이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이다.

Location 경복궁역 3번출구에서 직진하다 스타벅스에서 우회전, 약 100m 앞에 있다.
Price 성인 5,000원
Open 평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Tip 거의 사람들로 붐비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오전에 찾는 것이 좋다.
강연 하나 :치기 어린 청춘을 말하다, <청춘패스 Track 06. 눈물>

청춘패스 강연의 포스터. 유희경 시인을 붓으로 그린 듯한 흑백의 캐리커처 위에 주황색 반투명 박스가 앉혀져 있고 강연 주제와 인물 정보가 쓰여 있다. ‘Track 06. 눈물 / 문학살롱 with 유희경 시인, 권정민 수석 큐레이터 / 2013. 12. 14 sat 5:00~6:00PM’이라고 쓰여 있다.살아 오면서 누구나 질풍 같은 시간을 거쳐오기 마련이다. 흔히들 느즈막한 10대, 그리고 20대의 치기 어린 순간들을 ‘청춘’이라 일컬으며 정당화한다. 라이언맥긴리의 전시를 보면, 그가 정의 내린 청춘의 단면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마약, 도박, 강도, 섹스 등. 그가 본 청춘의 모습은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일탈의 모습들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유희경 시인은, ‘치기 어림’에 대해 재정의해보길 권유했다.

유희경 시인이 검은색 소파에 앉아 한 손으로 마이크를 쥐고 관객들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검은색 재킷을 입고 검은색 동그란 모양의 안경을 끼고 있으며, 그의 뒤 벽에는 ‘시인 유희경의 청춘’이라는 카피가 쓰여 있다.

“저는 살아오면서 누군가 정해 놓은 틀을 그리 벗어난 적 없이 바르게 살아온 편이에요. 사실 10대 때는 청춘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품고 있었고, 막상 20대가 되어서는 정신 없이 보낸 것 같아요. 남은 게 없는 것 같아 후회스러웠지만 그 때의 시간들이 30대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의 나는 다음의 나를 만들고 있었죠. 그래서 그 순간을 살아 낸 20대의 나에게 위로를 보내고 싶어요.”

청춘의 치기 어림, 정의하기에 따라 다르지만 꼭 도를 넘은 비행을 저지르거나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행동을 해야만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쩌면 누구보다도 조용히, 우리는 우리만의 ‘치기 어린’ 청춘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게 어떤 방식이 되었든, 나의 마음이 자유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강연을 듣는 많은 사람들이 객석 앞쪽을 바라보며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두꺼운 외투를 입은 여러 사람들이 몇 줄의 의자에 나란히 앉아 무대 앞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

유희경 시인이 검은색 낮은 소파에 앉아 한 손에 마이크를 쥐고 무언가 말하고 있다. 무릎 위에 몇 장의 종이를 올려 놓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 이를 낭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01. 우정
유희경 시인은 등단하기 전 소설가를 꿈꾸는 친구와 함께 자취를 했었다. 시간이 흘러 자신은 시인이 되었고 그 친구는 아직 자신만의 책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서 함께 꿈을 나누고 비밀을 공유했던 그가 있기에 마음 한 켠이 든든해옴을 느낀다고.

02. 사랑

“삶과 죽음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새 사랑은 너무 통속적인 말이 되어서 그게 참 안타까워요. 사실 전 사랑에 실패해 본 경험이 더 많아요. 하지만 사랑은 완성되지 않는 속성을 지녔기에 짝사랑이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것 같아요.”

03. 기쁨
유희경 시인에게 기쁨은 비밀이다. 나만의 내밀한 무언가를 가졌을 때 우리는 은근한 기쁨에 미소짓는다. 그런 설레는 비밀을 간직할 수 있는 게 청춘이다. 유희경 시인은 요즘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무덤까지 안고 가고픈 그만의 비밀. 그는 수줍은 소년처럼 기쁨으로 충만해 보였다.

04. 장소
라이언맥긴리의 사진 작품 중 하나. 위 전시관 내부에서 본 작품 중 하나로,알몸의 두 남녀가 어깨동무를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사진은 노을지는 시간에 야외에서 찍은 듯 주홍빛이 전체적으로 물들어 있다.
라이언맥긴리의 사진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이루어진 전시 오디오 가이드에는, 그가 직접 낭독해 주는 몇 편의 시가 실려 있다. 지난 12월 14일에 열린 청춘패스 여섯 번째 트랙에서도 유희경 시인이 직접 시를 낭독하고 관객들도 시로써 응답하며 작은 장소 속에 공통의 경험으로 하나가 되었다. 방황일지 혹은 도전일지, 광활한 배경을 바라보며 나신으로 서로를 감싸 안고 있는 청춘들을 향한 그의 시선이 따사롭다.

청춘패스 강연의 15개 강연의 주제를 이미지화한 모습. 트랙 1 만남, 트랙 2 편지, 트랙 3 축제, 트랙 4 공감, 트랙 5 선물, 트랙 6 눈물, 트랙 7 도전, 트랙 8 바람, 트랙 9 위로, 트랙 10 기억, 트랙 11 탐색, 트랙 12 환희, 트랙 13 기회, 트랙 14 설렘, 트랙 15 재회의 키워드가 하나의 기찻길처럼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다.
대림미술관 라이언맥긴리 전과 연계돼 진행되는 ‘청춘 PASS’는 총 15개의 트랙으로 매주 토요일 5시, 미술관 옆 D라운지에서 열린다 청춘을 보낸, 청춘을 보내고 있는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이 될 터.
신청 방법 인터파크 홈페이지
참가비 6,000원 (전시입장료 별도)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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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기사네요.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해주는 듯한 기사 잘 봤습니다. 청춘-하면 두근두근 가슴이 설레고 자꾸자꾸 상상만 했는데요. ㅋㅋ 청춘의 치기 어림이 공감이 가네요. 설레고 두근거리지만 분명 힘든 적도 많고 고민도 많을 청춘들.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 날들이 정신 없이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분명 이 시간들이 저의 30대를 만들어주겠죠? 좋은 기사 감사합니당 :)
  • 사실 요즘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게 맞는건지.. 시간은 가는데 참 우울해질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도서도 많이 읽었는데 이렇게 그리운 청춘, 제 고민과 딱 맞는 이야기를 들을 수있는 알찬 (?) 정보를 듣게 되었네요 ^^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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