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주 교수와 국내 vs 유럽 예술 교육 점검 중

그저 사회로 나가기 위한 당연한 통과의례로 여겨지는 대학. 4년이란 시간은 인생의 ‘배움’이 아닌 ‘흐름’이던가. 안일한 교육의 허리를 바짝 조이기 위한 프로젝트, 미래의 예술가와 인재가 실제 ‘육성’되는 예술 대학 속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그들에게 시간은, 반짝반짝 빛이었다.

그저 해외에 대학이 있는 것만으로도 혹하는 유럽 예술 대학. 그 커리큘럼의 진화된 양상이 맹목적인 유학파를 양산할지도 모르겠다. 유럽 예술 대학의 국내 벤치마킹은 정녕 필요할까? 피아니스트이자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음악대학 교수인 오윤주 씨가 조심스레 이를 조명해 봤다.

오윤주 교수는 누구? 오윤주 성신여대 교수의 인생엔 ‘수석’과 ‘최고’란 영예가 주렁주렁 달린 듯 보인다. 예원 학교를 수석 입학 및 졸업한 그녀는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 뷔르츠부르크 국립음대에 진학했다. 20세에 이 음대를 수석 졸업한 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서 칼 하인츠 캠머링에게 피아노를, 알폰 스 콘타르스키에게 피아노 실내악을 사사하며 각각 최고 과정을 마쳤다. 수상 경력은 이탈리아 산레모 클래식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 뷔르츠부르크 음악협회 피아노 콩쿠르 1위를 꼽을 수 있다.
현재 금호아트홀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 코리아나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 트리오 탈리아 멤버로 활동하는 오윤주 교수는 해외와 국내의 예술대학을 비교 분석할만한 균형감 있는 배경을 거쳐왔다.

럽젠Q. 교수님은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의 뷔르츠부르크 국립음대로 바로 진학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독일로 유학을 간 계기는 무엇인가요?

연주회 차 한국에 들른 독일인 교수님이 계셨는데, 그때 서울예고 선생님이 이분께 레슨을 받아보라고 권유하더라고요. 그때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이 절 맘에 들어 했고, 독일 유학을 권하셨어요. 또 바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럽젠Q. 그러면 언제 오스트리아로 넘어가신 건가요?

독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 모두를 인정해주는 디플로마Diploma를 5년간 수료하고, 바로 오스트리아로 넘어갔죠. 제가 너무 배우고 싶던 선생님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국립 음대에 계셨거든요. 그곳에서 연주자 최고 과정을 다 마쳤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연주자 최고과정이란 게 없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학위제를 그대로 가져와 국내에서 공부한 연주자는 학사 4년, 석사 2년, 박사 3~4년 정도로 대략 10년을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오스트리아는 유럽의 학위제를 따르기 때문에, 오스트리아에서 공부하는 연주자는 첫 번째 디플로마를 수료하는데 5년, 두 번째 디플로마를 수료하는데 3~4년이 걸리고, 논문을 쓰면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여기까지가 오스트리아의 연주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 학위이며, 이를 최고 과정이라 부른다. 미국 제도와는 다르게 오스트리아에 연주자 박사 학위가 없는 이유는 간단히 ‘연주하는데 박사 학위를 어떻게 줄 수 있냐’라는 유럽인의 생각 때문이다. 최근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 박사 학위가 생겼는데, 이는 음악학에만 해당하고 연주자에겐 아직도 박사 학위를 주지 않는다.

럽젠Q. 오스트리아의 대학교는 등록금이 싸다는 게 사실인가요?

맞아요. 제가 다닐 때만 해도 수업료를 내지 않았어요. 국적이 한국이었는데도 말이죠. 오스트리아에 있는 음대는 모두 국립이어서 가능하다고 봐요.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3대 음대가 빈 음악대학, 잘츠부르크 음악대학, 그리고 그라츠 음악대학인데, 모두 국립이죠.

럽젠Q. 음악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에 음대 수가 너무 적은 건 아닌가요?

오스트리아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정말 음악 쪽으로 가고 싶은 학생들만 대학으로 진학해요. 또 직업교육이 잘되어 있는 편이라 우리나라만큼 음대 입시가 치열하지 않죠. 이것이 우리나라와 오스트리아의 차이점이겠군요.

럽젠Q. ‘우리나라와 오스트리아의 음악 교육은 제도적으로 차이가 날 뿐 어느 하나가 더 낫다고 말할 순 없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면 오스트리아의 음악 교육이 한국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 점은 없나요?

저도 그랬듯이 유럽권 학생은 선생님을 보고 학교를 선택해요. 이는 대부분 음대가 국립이고, 학교 간 수준이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아서 나온 결과라고 봐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죠. 입시 점수로 학교가 나뉘다 보니, 사실 학생이 학교를 결정하기 전엔 자신이 어느 선생님한테 배울지 알지 못해요. 음악은 1:1로 하는 도제 교육인 만큼 선생님이 정말 중요한데 말이죠.

유럽권 학생은 선생님을 보고 학교를 선택한다. 이는 음악대학에서 열리는 마스터 클래스의 역할이 크다. 마스터 클래스란 방학마다 음악대학이 주최하는 수업으로, 학교나 나이에 관계없이 유명 음대의 교수에게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여기에서 학생들은 권위 있는 교수의 수업을 듣고 자신에게 맞는 교수님을 점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음대에서 직접 주최하는 수업이 없다. 비교적 대학의 교수와 학생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작은 것. 이에 대해 오윤주 교수는 직접 다양한 교수의 연주회를 찾아가 많이 들어보고 찾아보는 것이 도움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럽젠Q. 오스트리아에는 음대가 종합 대학에 속하지 않더라고요. 이것이 학생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까요?

그게 좋은지 나쁜지는 판단하기 어려워요. 다만, 아무래도 음대가 독립적으로 있다 보니 학생들이 음악에 더욱 집중할 순 있죠. 다른 학과의 교양을 듣지 않아도 되니, 그만큼 연습 시간이 늘어나고요. 한국 학생들은 졸업하려면, 다른 학과의 교양을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잖아요? 연습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요.

럽젠Q. 예술 계통 학생에게 유럽권으로의 유학이 꼭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한국도 이제는 음악 교육이 상당히 잘 되어 있어서 국내 교육만으로도 충분히 국제무대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어요. 또 얻고 있고요. 하지만 아무래도 유럽이 서양 음악의 본고장이다 보니, 몸으로 체득하는 걸 무시할 수 없어요. 그들의 생활과 역사, 하다못해 건축물 하나를 봐도 그들의 음악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유학이 무조건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자신의 음악이 더 풍부해지길 원하고 서양 음악의 본질을 알기 위해선 한 번쯤 유럽을 경험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음악 교육은 여전히 입시 점수에 따라 나뉘는 대학과 입시 곡에 편중한 학생의 음악 이해도가 문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한 한국인이 음악 교육계에 뛰어들면서 한국의 음악 교육도 많은 발전을 했다. 우리나라와 오스트리아의 음대는 학위제가 다를 뿐 재능 있는 음악인 양성이라는 음악 교육의 본질엔 차이가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예술 대학의 미래에 유럽에서 벤치마킹을 할 점이라면, 음악을 이해하는 태도와 학생이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쌓을 수 있도록 돕는 학교 측 커리큘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세등등한 K-pop 스타의 뒷심을 받아 한국이란 나라에 한 획을 그을 예술인의 탄생을 위해 교수와 학생, 학교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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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자기 유럽으로 떠난 노다메 칸타빌레(음악 만화)가 떠오르네요... ^^
    한국인이면서도 등록금이 비싸지 않다니.. 혹 합니다 ㅎㅎ
    재밌는 기사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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