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 기획팀장 이현정

‘LG아트센터에서 한다.’는 이유 자체가 관객을, 수준 높은 공연가를 끌어들이는 보증수표가 된 지 오래, 그 명성 뒤엔 선한 인상의 이현정 기획팀장이 있었다.

LG아트센터 공연의 시작과 끝을 진두지휘!

최근 국내 공연예술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그에 따라 공연에 관한 관객의 수요와 수준도 발맞춰 높아졌다. 무대 위에서, 객석에서 서로 기다리는 만남의 장인 공연. 이 기다림을 잇고 잊게 하는 징검다리의 역할이 바로 공연 기획자다.

공연 기획자는 말 그대로 공연을 기획하고 만드는 사람이에요. ‘만든다.’는 단어가 많은 의미를 담잖아요. 공연을 만드는 사람은 보통 연출자나 배우, 감독, 세트 디자이너 등을 떠올리죠. 이 모든 이를 아우르면서 공연이 가능할 수 있도록 총괄하고 상호간의 의견을 조율하는 사람이 바로 공연 기획자예요.

공연 기획은 크게는 위와 같은 단계를 거쳐 제작된다. 그리고 공연 기획자는 이러한 과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임무를 함께 한다. 보통 하나의 공연 프로젝트당 최소 1명의 공연 기획자가 배치되는데 장르나 규모에 따라 좀 더 많은 기획자가 업무를 분담하기도 한다. 기획 기간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걸린다.

공연의 모든 예술적, 행정적 업무를 담당하는 공연 기획자에겐 꼼꼼한 성격과 시간 관리 능력이 기본이자 필수다. 해외 공연을 들여올 땐 화물을 옮길 교통수단 예약부터 공연팀이 묵을 숙소 예약, 비자 문제를 포함한 모든 업무가 시간 다툼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공연 날짜가 잡히면 제작 스케줄을 잡아야 해요. 국내 공연은 최소 2달 전에 연습을 시작해야 하므로 대본 작성, 스태프 구성이 모두 그 전에 끝나야 합니다. 특히 뮤지컬은 캐스팅하기가 어려우므로, 1~2년 전에 확정을 해야 합니다. 요즘엔 프로덕션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진 편이에요.

LG아트센터는 이미 좋은 공연을 기획하는 것으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이런 명성 뒤에는 LG아트센터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역사를 함께한 그녀가 있었다. 공연 기획자 이현정 팀장의 내공은 늘 좋은 기획과 좋은 공연 기획자를 향해 다져 있었다.

어떤 작품을 선보일 것인지, 왜 이 작품을 하는 것인지, 어떤 관객을 타겟으로 할 것인지가 목적과 타깃이 확실한 기획이 좋은 기획이라 생각합니다. 또 공연이 어느 부분이라도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좋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작품의 해석이 특별하든, 메시지에 공감을 하든, 무대가 아름다워 감동을 하든, 누구나 어떤 한 가지에 감동을 하고 갈 수 있으면 해요.

금융권에서 공연장으로 화끈한 터닝

17년 경력의 공연 기획 베테랑인 그녀가 처음부터 공연 분야에 발을 디딘 것은 아니었다. LG아트센터 공연 기획팀의 수장으로 있기까지, 그녀가 쌓아온 행보는 예상 밖이었다.

언어 배우는 걸 좋아해서 대학 시절엔 일본어를 전공했어요. 물론 취미로 공연장에 많이 찾아갔죠. 그때는 연극과 록 공연을 즐겨 봤어요. 제가 학생 때는 대학로 연극 공연 관람을 지원하는 ‘사랑 티켓’이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그 티켓을 사서 공연을 보면 아주 저렴한 값으로 좋은 공연을 자주 볼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때는 공연 기획자가 되고 싶다고 꿈꾸진 못했어요. 막연히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죠.

대학 졸업 후 작은 클래식 매니지먼트사에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당시 국내 공연 기획사의 환경은 너무나 열악했고, 결국 그녀는 공채로 합격한 대한투자신탁에서 일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금융인으로서 시작한 삶이 오히려 공연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열정을 활활 타오르게 만들었다. 박봉으로 일만 하더라도 24시간 공연에 빠져 있다면! 결국 무대로 넘어온 그녀는 4명의 직원이 일하는 작은 클래식 매니지먼트사에서 1년 반을 일했고, 그 경력을 인정받아 LG아트센터로 이직했다.

사실 LG아트센터의 명성은 예술적 가치가 높은 공연을 선별해 올리는 것에서 시작했다. 따라서 성공한 작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상업적 성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하던가. 그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기획작이 무엇이냐고 묻자 모든 작품이 다 의미가 있다며 선뜻 한 작품만 고르지 못했다.

LG아트센터는 공익성을 띠는 극장입니다. LG아트센터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예술적인 작품을 선보이려고 노력하죠. 그렇다고 소수 마니아만을 위한 작품만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쉽게 만나지 못했던 예술 장르를 소개하고 동시에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작품 하나하나 모두 소중해서 어느 하나를 뽑기가 무척 힘드네요. 제일 보람 있던 기억은 있죠. 관객이 공연에 전혀 기대하지 않고 왔다가 ‘이렇게 좋은 작품이 있구나!’라고 감동할 때요. 이러한 새로운 공연을 통해 LG아트센터에 대한 신뢰가 한층 더 쌓이는 거죠.

실제로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공연의 70~80% 정도는 굉장히 낯선 공연이다. 따라서 위험 부담이 크다. 하지만 지난 17년간 이런 실험적인 LG아트센터의 기획 공연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고, 그 결과 지금은 수천 명의 마니아가 생겼다. 어떤 공연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그저 ‘LG아트센터에서 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믿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이야기. 다음 해 공연 패키지를 사는 관객은 무려 1천~2천 명에 달한다.

공연 기획자, 나도 될 수 있나요?

좋은 공연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공연
기획자를 꿈꾸는 이도 증가했다. 그저 이름만 들어도 ‘멋진’ 직업이란 환상을 심어주는 공연 기획자. 인생이 희로애락의 집결체이듯 이 직업에도 애환은 있을 거다.

매번 다른 공연을, 다른 관객을 만나기 때문에 새로운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아요. 또 주변에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하고, 좋은 공연을 자주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큰 에너지를 얻어요.

수많은 사람과 거대한 에너지 사이에 서 있는 공연 기획자에겐 빠르고 정확하게 공연을 선택하고 만드는데 누구보다 강한 추진력과 통찰력이 요구된다. 이런 소양이 짧은 시간에 키워지지는 않을 터, 대학 시절 때 이미 공연에 대한 ‘스펙’을 만들어야 하는 걸까?

대학시절 어떤 경험과 경력을 쌓았는가가 제일 중요해요. 원서 1장으로서 그 사람의 공연에 대한애정과 관심을 알 수는 없으니까요. 공연과 관련된 경력을 통해 지원하는 사람의 공연에 대한 열정과 능력을 가늠할 수 있죠. 이런 경력을 통해 공연을 보는 눈을 기르고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해요. 공연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페스티벌에 참가해 보세요. 또 요새는 어떤 분야든 국제교류가 많으니 프리 토킹이 가능할 수준의 영어 실력이 있으면 좋아요. 공연은 문학 작품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다양한 문학 작품을 읽어보는 것도 중요하죠.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눈과 관객의 취향을 빠르게 읽는 예민함도 중요합니다.

이 시대의 진정한 트렌드 리더는 공연 기획자가 아닐까. 그녀의 얼굴에선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내내 빛을 발했다.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공연이 주목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만 하고 싶던 여대생이 바로 눈앞에서 LG아트센터의 기획팀장으로 앉아 있었다. 잘 만든 공연 한 편으로 여러 관객의 가슴을 감동의 바다로 만드는 일, 그녀로 인해 마음의 구원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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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공연 기획자라면 공연이 끝났을 때 관람객의 마음을 마구 헤집어놓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슬픔이면 슬픔 기쁨이면 기쁨과 같은 단일한 감정 말고
    슬프지만 기쁘고, 쓸쓸한데 넉넉하고.. 기쁘지만 한 켠에서 가슴시리고, 그치만 어쩔 수 없었겠지...하...다독이면서 못내 마음이 아프고.....마구마구 복잡 다단한 감정으로 관람객의 마음을 헤집어놓는.,..그런 연극을 만들고 싶어요.
  • 황선진

    제가 공연기획자라면 관객의 선택에 따라서 다르게 흘러가는 극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미리 플롯의 갈래를 여러개로 해두는 것이죠. 공연, 꼭 보고 싶습니다!
  • 제가 만약 공연기획자라면 코난 김전일 이런식의 추리만화를 공연으로 만들고 싶어요~~ 관객들도 같이 범인을 풀어보는 재미를 느끼는
  • 이채원

    제 고등학교 때 꿈이 공연기획자였는데.. 이렇게 실무에서 일하는 팀장님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니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공연 기획 분야는 매력적이지만 그 만큼 열정과 능력이 받쳐줘야 계속해나갈 수 있는 분야인 것 같아요.
  • 제가 기획자라면 요즘 뜨거운 "응답하라1997"를 무대에 꾸며보고 싶네요^^
    90년대 노래와 그때의 추억들 ㅋㅋㅋㅋㅋ 잼있을거 같아요 ㅋㅋㅋ
  • 엘지아트센터가 대전에도 있었음해요. 시설 및 질. 다양한 연령대가 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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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원 기자

    저도 지방에 살아서 햇살녀분의 말씀에 정말 공감합니다.
    지방에도 다양하고 질높은 공연이 많이 올라가고 그에 맞게 좋은 공연장도 많이 설치되었으면 좋겠어요^^!

  • 제가 공연 기획을 한다면, 관객층은 10~20대층을 타겟으로, 지금으로부터 10년뒤 미래의 모습을 공연을 연출하고 싶습니다. 그모습을 보고 보는 사람들이 자기자신을 빗대어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미래의 대한 대책을 생각하고 자신을 한번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고리타분하게 연출 No, 웃음폭탄 조언&사자성어를 넣어 공부도하고 지식도 가지게ㅋㅋㅋㅋ그렇게 작품을 연출하고 싶어영
  • 공연 기획자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좋은 시간 감사합니다~~
  • 공연기획자 힘들지만 매력있고 보람있는 직업인거 같아요
    제가 공연 기획자라면 20대후반 30~40대의 추억을 떠올릴수있는 공연을 기획하고 싶어요
    옛날 아날로그적은 삶의 매력을 느낄수 있게!! 관객들이 과거 추억에 향수에 푹 빠지게 만들고 싶네요 ^^
    과거를 버린다면 밝고 좋은 미래도 장담할수 없는거 같아요~
  • LG아트센터 올라오는 작품들마다 좋아요ㅎㅎㅎ 무엇보다 어느 자리에 앉아도 잘보이는 극장 설계!
    엘지는 사랑입니다~
  • 제가 공연 기획자라면, 일단 관객층을 10대로 잡을 것같아요. 어린 시절 부터 공연에 많이 노출되고, 감동을 느껴야 이후에도 계속 보고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같습니다. 10대나 그 전후의 관심사에 맞게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을 처럼 재해석하는 것도 좋을 것같고, 최근 영화화된 시나리오를 연극식으로 재구성해서 올리고도 싶습니다. 광화문 연가나 맘마미아처럼 유명한 가수나 작곡가의 곡들로 구성된 뮤지컬도 기획하고 싶어요. TV를 보다 보면 CF가 흥미로운 게 많은데요, 그 짧은 CF의 앞뒤 내용을 구성해서 창작극을 만들고도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seojeong.hong.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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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원 기자

    짧은 CF로 내용을 구성해 연극을 올린다는 생각, 신기하네요!! 리어외전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재해석한 작품이니 seojeong114님이 기획하고 싶은 공연과도 일맥상통한 면이 있네용! :-)

  • 삼다

    제가 공연 기획자라면 관객이 앉는 자리마다 각기 다른 각도로 다르게 장면이 보이도록 하는 연극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리어 외전> 너무너무 기대되용 >.< 꼭 보고 싶어요!!!
    http://www.facebook.com/#!/hanna.lee.3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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