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마산까지, 진짜 순대 유람기

서울 찍고 경상도 돌고 전라도, 그리고 충청도에 이르기까지, 사투리도 다르고 응원하는 야구팀도 다른데 그보다 놀라운 차이점이 있다. 바로 순 to the 대! 전국 팔도의 누구나 좋아하는 순대이지만, 그 맛과 먹는 방법은 천차만별. 쌈장이 없으면 순대를 먹지 못하는 경상도 사람, 초장이 없으면 순대 냄새도 맡지 않는 전라도 사람까지∙∙∙ 팔도 순대 유람은 모락모락 연기와 펄펄 냄새를 풍기며 시작한다.

피순대를 전라도 초장에 듬뿍 찍어 먹어야 된당께! 그라제?
전라도 _ <조점례 남문피순대>


가족, 연인 누구나 사랑에 빠질 만한 전주한옥마을. 전주 남부시장에는 한옥마을보다 더욱 사랑스러운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전라도 전통 피순대다. 남부시장에 있는 <조점례 남문피순대>는 식당 밖으로 길게 나온 줄로, 더욱 애간장을 태운다. 과연 ‘밀당’의 고수가 아닌가!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눈을 시뻘겋게 하는 테이블 위 초고추장! 전라도 사람에게 피순대와 초장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찰떡궁합이다.
맛 하면 전라도, 전라도 하면 맛! 순대는 과연 얼마나 더 맛있을까? 하지만 비주얼이 거무튀튀하고 질퍽질퍽한 느낌이니, 실망부터 터억 안긴다. 기대 없이 순대를 초장에 푹 찍었다. 입에 넣는 순간, 이런 환희를 어찌 표현할까? 피순대의 첫맛은 조금 느끼할 수 있지만, 곁에 놓인 깻잎과 함께 먹으면 꿀꺽 식욕 도둑이 따로 없다. 순대따로국밥도 피순대의 아성과 다를 바 없다. 푸짐한 건더기와 얼큰한 국물, 여기에 밑반찬으로 나온 부추 겉절이를 듬뿍 넣으면 먹어도 먹어도 식욕이 돋는 참 경지를 맛볼 수 있을 것. 숙취 해소의 진리, 여명 808은 물러날 때다.

Location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전동 3가 2-198
Price 순대따로국밥 6천원, 순대국밥(특) 7천원, 피순대 1만원(소)∙1만 5천원(대)
Open 24시간 영업
Info 063-232-5006
전라도 사람으로 빙의하는 법

피순대는 선지와 당면을 주재료로 하는 전라도 전통 순대다. 전라도 사람은 피순대와 함께 초장이 없으면 젓가락을 들지도 않는다. 초장이 함께 하는 순간, 비로소 피순대는 맛의 정점을 찍는다.
새우젓갈과 병천 순대의 만남은 뭐 스테이끄 같지, 안그려?
충청도 _ <30년 박향숙 토종 병천순대>


병천 순대 골목엔 불과 1 km가량의 거리에 10개가 넘는 순대 가게가 즐비하다. 맛과 인심, 역사와 전통이 어우러진 병천 순대의 인기를 새삼 느끼게 한다. 병천에서 순대를 먹지 않는다는 것은,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메뉴판에서 메뉴를 고르기보다 어느 가게를 가야 할 지가 더욱 고민인 병천 순대. 수소문 끝에 찾아갔다. 병천에서 가장 맛있는 순대집, <30년 박향숙 토종병천순대>로.

<30년 박향숙 토종병천순대>는 메뉴가 알차다. 어린이와 노약자도 순하게 먹고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순대국밥’과 얼큰하고 칼칼한 맛이 그리울 때 좋은 ‘토종순대국밥’이 준비되어 있다. 단체로 방문한다면, 환상적인 순대모듬과 순대전골이 있다.

음식은 맛보다 상황이 더욱 중요한 일이 많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배가 부르면 구미가 당기지 않고, 별 볼 일 없는 음식이라도 훈련소 훈련병에게는 진수성찬이다. 하지만 병천 순대는 이 같은 명제를 비웃듯 배가 불러도 잘도 넘어간다. 이곳에서 식사를 마친 사람의 얼굴에는 같은 글씨가 쓰여 있는 듯하다. ‘역시 순대는 병천이 진리여~’라고.

Location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병천리 173-9 번지
Price 토종순대국밥 7 천원, 순대모듬 1만원
Open 오전 7시 30분~오후 10시
Info 041-564-1490
충청도 사람으로 빙의하는 법

새우젓갈과 함께 먹는 병천 순대는 짤 것 같다는 예상과는 달리 고소한 맛이 강하다. 순대와 새우젓갈이 적절히 배합되어 입에서 섞이는 순간, 이탈리아 최고급 스테이크도 결코 부럽지 않다. 천안 병천은 대한민국 정중앙에 있어 순대 맛 역시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는 듯하다. 타 지역 사람의 입맛에도 거부감 없이 잘 맞는 것을 보면.
머라카노! 순대엔 쌈장이지!
경상도 _ <도천 진짜 순대>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오는 느낌, 경상도의 대표 순대인 ‘도천 순대’다. <도천 진짜 순대>는 경상남도 창녕군 도천면에 있는 순대집에 의해 ‘도천 순대’라는 이름이 붙어져 프랜차이즈 화하면서 <도천 진짜 순대>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마산과 양산, 장유 등 경상도 곳곳에서 원조 집과 똑 같은 맛과 메뉴로 만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순대전골과 순대 모듬. 순대 모듬은 김말이 순대와 대창 순대, 소창 순대가 한 줄씩 나오며, 소小를 주문하면 성인 여자 2명이 먹기에 적당하다. 돼지 창자 특유의 냄새가 잘 나진 않지만, 혹 냄새에 예민한 사람은 밑반찬으로 나오는 양파 절임에 싸먹길 추천한다. 양파의 깔끔한 맛과 와사비의 매콤한 맛이 순대 특유의 냄새를 잡아주고 끝 맛을 개운하게 해주니까. 순대 초보라면 김말이 순대부터 정복해볼 것! 순대 전골을 기막히게 먹는 비법은 순서에 있다. 전골에 우동면이나 라면을 적당히 넣어 전골에 들어있는 순대와 야채, 면을 먼저 먹은 후 다진 야채와 익힌 김치, 김가루, 참기름 등을 넣어 밥을 볶아 먹는 것. 당분간 허기는 남의 일이다.

Location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85-26
Price 김말이순대 1만2천원, 왕순대 1만4천원
Open 24시간, 첫째∙셋째주 일요일 휴무
Info 055-293-4388
경상도 사람으로 빙의하는 법

당면과 각종 야채가 들어가 다채로운 색을 자랑하는 경상도 도천 순대. 그냥 먹으면 밋밋한 순대에 쌈장은 화룡점정이다. 쌈장에 찍은 도천 순대는 입안에서 씹히는 맛까지 더해 행복감을 준다. 한 번 맛보면 왜 순대를 쌈장에 찍어 먹어야 하는지, 소금이나 초장은 생각도 안 나는지 알게 될 것.
백순대에서 볶음밥까지, 포만감의 막을 열리리
서울 _ <하버드>


하루아침 사이 밥값도 참 많이 비싸졌다. 서울은 특히 그렇다. 주머니 가벼운 연인에게 서울에서 하는 데이트는 부담의 극치다. 이때 등장한 구세주, 바로 순대다. 신림동 순대 타운은 1970년대부터 양지민속순대타운과 원조민속순대타운의 양대 산맥을 거느리고 순대의 거장으로 우뚝 섰다. 수많은 이모의 호객 행위 가운데 택한 양지민속순대타운 4층에 있는 <하버드>는 맛이 가히 하버드 급이다. 앉자마자 서비스로 사이다가 나오고, 이로 목을 축이고 있을 때쯤 백순대가 눈앞에 나타난다. 백순대는 깻잎을 펼친 뒤 당면과 순대, 내장 등을 골고루 넣고 양념장을 듬뿍 올려 싸먹어야 제맛! 느끼함은 줄어들면서 백순대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양념장이야말로 백순대의 화룡점정이다. 고추장과 들깨가루, 그리고 그 외의 재료는 절대 미각 장금이가 아니면 맞출 수 없는 비법의 양념이다. 푸짐한 백순대만으로도 충분히 배부르겠지만 이대로 집에 갔다가는 잠 못 이룰 것 같다면, 남은 재료와 함께 볶음밥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Location 서울 관악구 신림 1640-31
Price 원조백순대 7천원(2인 이상), 양념순대 7천원(2인 이상), 볶음밥 2천원
Open 오전 10시~오후 12시
Info 02-884-7665
서울 사람으로 빙의하는 방법

백순대는 선지가 없어 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원조 백순대를 주문하면 백순대 볶음이 나오는데, 먹기 전에 우선 철판 가운데에 단무지를 깔고 양념장을 올려놓는다. 양념장 그릇이 뜨거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지만, 왠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맛있지 않을 것 같은 주술적인 의미도 있다. 볶은 순대는 깻잎에 싸 먹거나 깻잎을 쫙쫙 찢어 볶음에 넣어 먹어야 산뜻한 맛이 더해진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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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서울 순대....볶음밥때문에 추천하는 것으 아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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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섭 기자

    볶음밥때문에 추천하는거 맞음... ㅋㅋㅋㅋㅋ 깻잎에 싸먹으면 진짜 맛있어요!

  • lyn1130

    뭐니뭐니해도 경상도 순대가 최고!!! 읽고있다보니 먹고싶어지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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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섭 기자

    지역감정 유발하시면 안됩니다 ㅋㅋ 전주 순대도 맛있어요~

  • 먹어보지 못한 순대가 참 많네요~
    기회되면 겨울때 시간내서 찾아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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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섭 기자

    어디든 가보세요~ 특히 전주는 근처에 한옥마을이 있어 나들이 겸으로 딱이에요!!

  • 이채원

    순대순대순대ㅜㅜ 점심아직안먹었는데 오늘 점심은 분식으로 먹을까봐요..ㅋㅋ 전 마산 순대가 제일 끌리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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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섭 기자

    마산 순대도 좋지만 가까운 신림은 어떤가요? ㅋㅋ 제가 가봤는데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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