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뽀삐뽀! 응답하라 2000 <여자> 편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7>가 불러일으킨 추억의 바람. 드라마는 끝났지만, 우리의 추억 앓이는 끝나지 않았다! 스크루지 영감조차 변하게 만드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 카니발의 <그땐 그랬지>와 함께 자, 시작한다.

2000년 서울의 어느 한 초등학교, 응답녀는 친구들과 전선 위 참새들처럼 어디든 붙어 다녔다. 쉬는 시간에 노는 것도 모자라 수업시간마다 선생님 몰래 쪽지를 돌려가며 키득거렸다. 화장실에 손 붙잡고 갈 친구가 없으면 생리적 현상도 거부하던 응답녀는, 방학식 때면 왠지 서운한 마음에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기 일쑤였다. 평생 붙어 다닐 것만 같았던 그때의 친구를 떠올리며 응답녀는 초등학교 97학번의 감성 주머니를 탈탈 털어놓는데∙∙∙.

‘치맥’ 대신 맥주 사탕, 캬~


2000년 밀레니엄 새해를 맞이한 순간이었다. 전 세계가 축배를 들 때, 2002년 월드컵을 맞아 어른들이 ‘치맥’을 즐길 때, 초등학교 4학년의 곁엔 맥주 맛 사탕이 있었다. 맥주의 거품을 그대로 재현한 놀라운 이 사탕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때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시간을 무색하게 한다. 사탕을 입안으로 쏙 밀어 넣으면, 맥주 거품처럼 입안에 기포가 방울방울 터진다. 비록 사탕이 내는 맥주 맛의 원천은 ‘향 첨가’에 있지만, 우리에겐 그것을 대신할 ‘향수鄕愁’가 있기에 목 넘김이 일품이다. 추억 원 샷! .

여심을 흔들어 자빠뜨렸던 인터넷 소설


늑대의 유혹을 기다리던 소녀가 있다. 훤칠한 외모의 소유자이자 공부와 운동 실력을 모두 겸비한 그 남자, 자신을 좋아하는 열 여자를 제치고 오직 나만을 사랑하는 바로 그 오빠! 그가 바로 오매불망 소녀가 기다리던 늑대의 정체다. 2000년대 초, 밀레니엄 키드의 연애 감성을 촉촉하게 만든 것은 순정 만화도, 멜로 영화도 아닌 수많은 이모티콘으로 무장한 ‘인터넷 소설’이었다. <늑대의 유혹>, <그놈은 멋있었다>, <내사랑 싸가지>, <짱들의 연애방식> 등 제목부터 여심을 흔들어 놓을 만하지 않은가! 지금 생각하면 온몸이 오징어처럼 말려들어 가는 것 같아도, 이 민망한 제목은 당시 꽤 진지하게 다가온 바 있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놈은 멋있는 놈이 아니라 멋있었던 놈이라는 것을. -_-;;;

애니팡의 원조 할아버지, 다마고치

2012년 애니팡이 대세다. 유쾌한 폭발음과 함께 인기를 끄는 이 귀여운 동물 게임은 지하철, 버스는 물론 화장실까지 점령해(!) 대한민국을 그야말로 “팡팡!” 터트리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동물에게 마음을 쏙 빼앗긴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지금의 애니팡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대세였던 ‘다마고치’가 있었다. 일본에서 처음 수입된 이후 없어서 못 판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인기였던 휴대용 전자 애완동물 사육기 말이다. 그저 부모님의 애완동물(!)이었던 딸에게 직접 먹이고, 재우고, 사랑해 마지않던 애완동물이 생기다니! 우린 모성본능까지 느끼며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정체불명인 픽셀 이미지에 열중했다. 이상하게도 응답녀가 키우던 강아지 ‘밍크’는 수업 시간만 되면 재워달라 먹여달라 성화였는데, 덕분에 분필을 쥔 선생님의 손이 바쁠 때 응답녀의 손과 밍크 역시 가장 정신이 없었다.

여왕 자리를 꿰찬 MRK 입체 편지지


편지를 써본 지가 까마득하다. 이메일과 실시간 채팅이 일상화된 요즘, 편지는 잊고 산 정성을 전달하는 대단한 선물이 되어 버렸다. 당시 편지의 물꼬를 트일 편지지의 활약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MRK(지금은 없어진 문구 브랜드)와 콩콩이(발렌과 소다미도 함께)는 편지지의 우두머리였다.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캐릭터 콩콩이 편지지 세트 하나가 있으면, 한 반의 여자아이의 여왕으로 군림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1장 종이에 불과한 편지지가 치약 상자로, 승차권으로, 과자로 변신하는 모습에 반하지 않을 자 누구인가? 물론 여왕 자리를 꿰차고 싶었던 응답녀의 욕심은, 온 방 안을 편지지 세트의 자질구레한 종이와 풀 딱지로 어질러 엄마의 원성을 사기에도 충분했다. 그때 크리스마스 때 받은 편지, 모두 기억은 하고 있겠지?

마술의 꿈, <요정 컴미>


“조심조심 한 걸음씩 걸어봐
그냥 그렇게 내디뎌 보는 거야
내가 네 곁에서 있을게 나야 컴미~”

이 노래를 기억하는가. ‘컴미’가 요술을 부릴 때마다 사용하던 목걸이와 컴미가 입던 치마, 컴미의 머리색 등 그야말로 2000년대 초등학교는 컴미 스타일의 무대였다. 컴미는 어린이 드라마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요정 컴미>의 주인공이다. 그때의 우리는 고무줄을 하다가도, 숙제하다가도 오후 5시가 되면 컴미가 방영되는 브라운관 앞으로 모여들었다. 학원을 마치는 시간이 애매해 집에 가는 동안 드라마의 초반부를 놓치는 게 아까웠던 응답녀는 TV가 보이는 가게 앞에서 시선을 고정한 채 방송이 끝날 때까지 거리 시청을 한 적도 있었다. 요술을 부리는 착한 <요정 컴미>가 큰 인기를 끌며 종영하자 그 후 <매직 키드 마수리> <울라불라 블루짱> 등이 바통을 받으면서 어린이 드라마의 붐이 불었고, 동네 미용실은 마수리 머리에 열광하는 브릿지(머리의 일정 부분만 염색하는 것) 손님들로 시끌벅적했다. 왠지 그 머리를 하면, 우리도 자유자재로 마술을 부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바보같이 마술을 믿느냐는 초등학교 6학년 사촌 동생의 핀잔이 있더라도, 그땐 그랬다.

애정 듬뿍 러브장, 우정장


공책 한 권을 돌려가며 일기를 쓰는 교환일기가 유행이던 시절, 검은 글씨만 있는 일기장이 지루해질 때쯤이었다. 다크호스처럼 ‘러브장’이 등장했다. 알록달록한 색연필과 온갖 스티커, 색종이를 이용해 낯간지러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낼 수 있었던 소통의 창구! 그 안에 쓰인 것을 떠올리면 이러하다. 공책에 진짜 단추를 붙여놓고 “나는 너의 단추가 되고 싶어. 그럼 매일 너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잖아.”라고 하거나 거울 그림을 그려놓고 “이 거울 안에 <사랑해>라는 글씨가 안 보인다면 너는 내 사랑에 눈이 먼 거야~.”라는 것. 10년이 지난 지금은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부끄럽지만, 그 감동은 당사자만이 아는 법! 요즘 SNS와 플래시 이모티콘으로 나누는 사랑이 살짝 싱겁다는 느낌이 든다면, 다시 아날로그식으로 돌아가 러브장 한 권을 만들어 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남자친구도, 좋아하는 사람도 없다고? 걱정하지 마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이 러브장은 앞의 단어만 바꾸면 친구와 나누는 우정장도 되고 부모님께 드리는 효도장이 되기도 하니까.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