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3 _ 폴란드에 대한 지식 탐구생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저자 마르셀 푸르스트는 말했다. ‘진정한 여행의 발견은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라고. 그 눈을 찾아 체코와 오스트리아, 폴란드를 장정한 2012년 럽젠 탐방의 대서막을 연다. 여기는 각 나라에서 백전백승하기 위한 지식 충전의 프롤로그 페이지.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우리에게 첫 우승을 가져다준 나라, 핀란드와 매번 헷갈리는 나라∙∙∙ 왠지 미안한 마음이 먼저 가는 나라가 바로 폴란드다. 상대적으로 서유럽에 가려진 지리적 위치 때문인지, 왠지 멀게만 느껴지는 곳이다. 그러나 직접 겪어보니, 폴란드는 우리와 참 닮아 있었다. 정이 가득 담긴 눈빛도, 역사의 아픔을 가진 가슴도.

① 군인

폴란드의 국교는 로마 가톨릭. 그 때문에 매년 8월 15일, 폴란드에선 성모 마리아를 기리는 행사가 열린다. 더불어 이날은 ‘국군의 날’이라 브로츠와프의 리넥 광장엔 장갑차와 군인, 꽃을 든 유가족 등으로 붐빈다. 사실 한국과 폴란드 모두 군대를 빼놓고 역사를 얘기할 수 없다. 한국은 공산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폴란드는 공산주의를 지키기 위해 많은 피를 흘렸기 때문이다. 반면 과거의 두 나라 모두 군사 독재 정권이 있었고, 이를 민중 혁명으로 무너뜨리기도 했다. 다르면서도 같은 점이 참 많은 둘이다.


② 리넥Rynek


‘리넥’은 중앙 광장을 뜻한다. 중세시대부터 있는 이 광장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으며, 폴란드 전역에 바르샤바와 쿠라쿠프, 브로츠와프 이 3개의 도시에만 있다. 폴란드에 왔으면 첫 번째로 꼭 들러봐야 할 리넥! 시간과 관계없이 항상 많은 사람으로 붐비고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 특히 밤에 열리는 꽃 시장에는 평소 볼 수 없었던 꽃의 향연을 맛볼 수 있으니 카디건 한 장을 걸치고 꼭 방문해볼 것. 참, 동상 분장을 한 거리의 아티스트에게 함부로 접근하지 않는 게 좋겠다. 아리따운 18기 모 럽젠 기자가 입술을 뺏기고 눈물을 훔쳤다는 후문이 있으니.


③ 난쟁이

폴란드의 브로츠와프는 난쟁이의 도시라고 불린다. ‘토머스 모체크’라는 조각가가 브로츠와프 리넥에 만들어 전시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하나 둘 생겨난 난쟁이는 현재 1백60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난쟁이 찾기 투어가 있을 정도! 어쩌면 친구와 난쟁이 찾기 게임을 벌이다가 불타는 경쟁심에 사로잡힐 지도 모를 일이다. 쿠라코프 소금 광산에도 난쟁이 동상이 있는데, 광부들은 난쟁이가 자신을 지켜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폴란드인은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이야기에서 공주보다 난쟁이를 더욱 사랑하지 않을까.


④ 구시청

브로츠와프 리넥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 바로 구 시청이다. 폴란드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건물로, 실제로 브로츠와프를 상징한다. 14세기부터 만들기 시작해 약 2백 년간 쌓아 올린 이곳은 그 정교함이 대단하여 제2차 세계 대전 때에도 손상을 거의 입지 않았다. 실내에는 작은 박물관이 있고, 지하에는 레스토랑도 있다. 언뜻 보면 우리나라의 구 서울역과 비슷한 느낌이다. 실제로 현지 대학생이 가장 붐비는 장소는 리넥의 북쪽으로, 리넥의 남쪽인 구 시청에서 폴란드의 과거를 맛본 뒤 북쪽으로 걸어 올라가 현지 대학 문화를 즐기는 게 좋겠다.


⑤ 도살된 동물을 위한 거리Stare Jatki


지도상에서 리넥의 북서 쪽에 있는 브로츠와프의 ‘도살된 동물을 위한 거리’. 화려한 거리가 아님에도 수많은 관광객이 오고 가는 이곳에선 돼지와 닭, 소 토끼와 같은 도살된 가축을 기리고 있다. 지구 상에서 제일 슬픈 표정의 돼지를 만날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다. 멍하니 거리의 동물을 보고 있노라면, 여태껏 본인이 먹었던 음식을 곰곰이 생각하게 될 것. 무엇보다 일단 닭에 미안한 마음이다. 이제 맥주와 함께 먹을 채소를 고민해 볼 시간이다.


⑥ 모델


세계 여자모델 톱 10위 안에 랭크된 이(3위 안야 루빅, 6위 안나 자고진스카, 10위 모니카 야가시야크)의 국적을 살펴보면, 폴란드가 가장 많다. 여자 모델이 많기로 유명한 이 나라엔 거리에도 훔치고 싶은 몸매의 소유자가 넘쳐 난다. 계속해서 나타나는 마네킹과 같은 폴란드 여자를 보다가, 어느새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몸매를 보면 깜짝 놀라거나 좌절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 그렇다면 몸매에 대해 폴란드 학생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 강박관념은 한국이 더 심했다. 폴란드인은 여성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라인을 중요시하는 반면, 한국인은 몸무게 자체를 신경 쓰는 경향이 강했다.


⑦ 즐로티zloty

아마도 누구나 폴란드에 갔을 때 유로를 폴란드 화폐인 즐로티로 바꿔야 한다는 점이 불편할 것이다. 폴란드는 유럽 연합이면서도 유로존에 속하지 않는 나라 중 영국 다음으로 큰 나라다. 폴란드가 유럽 연합에 가입했던 2004년 당시 유로를 쓰기로 약속했지만, 지금까지도 즐로티를 고집하는 건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유로를 쓰면 물가가 올라 무역 흑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계의 경제학자는 폴란드가 유로를 도입했을 때보다 연간 약 2% 더 성장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유로화 도입을 반대하는 국민 비율이 2002년 22%에서 작년 1월 60%로 많이 늘어나 폴란드의 유로화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덕분에 폴란드에선 다른 유럽권 나라보다 싸게 여행할 수 있다. 단 유로존에서 폴란드로 넘어올 때 모든 유로를 지폐로 바꾸는 센스가 필요하다. 동전은 환전되지 않으므로 주의.


⑧ 보드카Wodka
폴란드에선 보드카를 ‘부드카’라고 발음한다. 흔히 보드카 하면 러시아가 떠오르지만, 보드카의 원조는 바로 폴란드다. 유럽에선 보드카를 생산하는 나라를 보드카 벨트라고 부르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폴란드, 발트 3국, 스칸디나비아 3국 그리고 벨라루스가 이에 포함된다. 사진 속 보드카 ‘스피리터스SPIRYTUS’는 무려 도수 96도를 자랑하는 폴란드산 보드카로서 세계 최고 도수의 술이다. 평균 50도의 보드카를 마실 때 폴란드인이 주로 하는 건배사는 ‘건강을 위해!’. ‘먹고 죽자!’ 소주잔을 부딪치는 한국인이 너무 귀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⑨ 불안
폴란드는 이제껏 무료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년 2013년부터는 한 전공에 한해서만 무료이고, 나머지는 학생들이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우리나라 역시 한 학기당 4백만 원이 넘는 등록금으로 많은 학생이 불만을 느끼고 있지 않던가. 실업 또한 폴란드 대학생의 문제다. 과거 20여 년 전만 해도 고학력자가 매우 없어 직장을 구하기가 비교적 쉬웠지만, 현재는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의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실업이 큰 문제로 대두하였다. 다른 점이라면, 우리나라는 대기업을 희망 직종으로 삼는 반면, 폴란드는 무역업을 원하는 학생이 많다는 것.

⑩ 도자기

정갈하면서도 화려한 패턴의 폴란드 도자기는 내구성도 뛰어나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다. 폴란드 도자기를 알려면, 먼저 폴란드의 볼레스와비에츠 마을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볼레스와이베츠 마을의 역사가 바로 폴란드 도자기이기 때문. 폴란드 도자기는 7세기부터 만들어진 걸로 추정되는데, 이는 마을 근처 보브 강가가 도자기의 원료로 사용하기 좋은 백토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이는 18세기에는 귀족으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했고 19세기경에는 현재와 비슷한 흰색 바탕에 청색 무늬가 새겨진 도자기가 등장했다. 놀라운 점은 폴란드 도자기가 주부의 우울증에 도움을 줬다는 것. 도자기나 그릇을 자주 접하는 주부가 폴란드 그릇 특유의 푸른 문양을 보고 심리적으로 치유를 받은 것으로, 일종의 컬러 테라피인 셈이다. 우중충한 자취방에 파릇파릇한 폴란드 그릇을 하나만 놓아도 분위기가 달라질 것 같다. 부모님을 위한 효자, 효녀 선물로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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