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고 있을까, 우리의 언어 분석 교실

“선배, 오늘 레알 멘붕인데 불금에 버닝 함 할까여?”
한국이란 땅 아래 같은 언어를 지닌 이들 사이에서 쩍쩍 의사 소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세종대왕님이 노하실라. 노파심이 앞서 20대의 언어를 뒷짐 풀고 먼저 짚어봤다.

지금 이곳은 한국인지, 화성인지 알 길이 없다. 우리 생활 곳곳에 산재한 언어 파괴의 유형 분석부터 20대에게 잔인하게 시행하는 받아쓰기까지, 총 2교시에 걸친 언어 분석 시간. 아, 좀 심각하다.

1교시 _ 언어 파괴의 유형 분석 시간

유형 1. 줄임말
‘비냉’, ‘물냉’이 줄임말의 종결점일 줄 알았다. 이젠 별걸 다 줄인다. 말하느라 입이 피곤해서, 자판을 두드리다 손가락이 아파서 줄이는 것도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퍼진 말 줄임 현상은 이제 일상 대화까지 전염됐다. ‘버카’보다 버스카드가, ‘차도남’보다 차가운 도시 남자가 더욱 어색해져 버린 지금, 세상의 모든 언어는 몹쓸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Ex) 버카충 _ 버스카드충전, 문상 _ 문화상품권, 남소 _ 남자 소개, 불금 _ 불타는 금요일, ㅇㅇ _응, ㄲㅈ _ 꺼져, ㅇㅋ _ 알겠어, ㄱㅅ _ 감사, 솔까말 _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솔대 _ 솔직히 대박

유형 2. 외래어 + 국어
우리나라 네티즌은 가히 노벨 문학상감이다. 진정한 언어 술사라고 할까? 영어인 ‘멘탈’과 국어인 ‘붕괴’를 조합해서 ‘멘탈 붕괴’를 탄생시킨 것만 봐도 그렇다. 이를 또 줄여 ‘멘붕’이라는 네티즌 표준어를 발명한 게 그들이다. 19세기 에디슨의 전구와 20세기 빌 게이츠의 윈도가 세상을 바꾸었다면, 21세기 대한민국의 네티즌은 ‘멘탈 붕괴’의 발명을 통해 세상을 ‘멘붕’시켰다.
Ex) 멘탈 붕괴 _ ‘당황스럽다’ ‘괴롭다’를 포함해 거의 모든 뜻으로 통용된다, 간지나다, 굳밤

유형 3. 비속어
‘통속적으로 쓰는 저속한 말’이란 뜻의 비속어는 동료 학생에게 충분히 배웠을 법한, 언어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는 부분. 대부분 줄임말과 함께 통용되는 경향을 띤다. 깊이 있는 비속어를 알고 싶다면, 군대를 막 전역한 친구가 가장 훌륭한 선생이 된다.
Ex) 찐찌버거 _ 찐따+찌질이+버러지+거지 : 비속어와 줄임말 간의 조화, 아벌구 _ 아가리 벌리면 구라 : 입을 열면 거짓말

유형 4. 은어
5년 전만 해도 교수와 학생 사이의 의사소통은 불편한 정도였다. 지금은? 지금은 교수와 학생 사이의 의사소통은 불편을 넘어서 불가한 상황이다. 선후배 사이에도 의사소통이 불편할 정도로, 별의별 은어가 일상생활에 사용되고 있다. 은어는 구체적인 어떤 것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줄임말, 비속어 등 현재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모든 외계 용어를 규정한다.
Ex) 걸조 _ 걸어 다니는 조각 : 잘생긴 사람, 안여돼 _ 안경 쓴 여드름 돼지 : 오타쿠, 오크 _ 못생긴 사람, 레알 _ 진짜, 버닝 _ 열정적으로

2교시 _ 20대의 전격 받아쓰기 시간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파릇파릇한 신입생은 제대로 된 한글을 알고 있을까? 받아쓰기를 통해 언어 파괴의 중심에 서 있는 이들의 한글 애정도를 시험했다.
* 10문제 중

받아쓰기 대상자의 프로필 및 결과

벡터맨 타이거 벡터맨 이글 벡터맨 베어
이름 권순모(20세) 김수빈(20세). 박시빈(21세)
언어영역 성적 3등급 3등급 4등급
언어적 특징 그에게 책이란 오로지 만화책뿐이다. 수능의 언어 영역이 3등급인 건 미스터리 중 하나다. 스스로 언어 영역을 좋아한다면서, 지금도 <디아블로 3>에 접속하는 중. 개인적으로 언어 영역을 싫어하나 책을 가까이하는 편. 한 달에 2~3권의 책을 읽지만, 연애 소설이 대부분 차지한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책으로 대리만족하고 있는 듯. 영어 능력 우수자로 대학에 입학한 그에게 받아쓰기는 무리 그 자체였다. ‘알았어’보다는 ‘오키’가 더 익숙하다.
결과 60점(6/10문제) 50점(5/10문제) 50점(5/10문제)

현재 20대의 언어는 단순히 정도의 차원을 넘어서 세대 간의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대부분 20대가 이를 문제점이 아닌 자신만의 개성적인 문화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당신은 어떠한가, 언어 파괴에 대해 자각하고 있는가?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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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대? 아벌구? 이건저도처음듣네요
    버카충도 뭔지몰라서 벌렌가...했는데 버스카드충전...,
    저도나이가들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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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섭 기자

    이 기사를 쓰면서 친구들한테 물어봤는데 줄임말을 다들 알고 있더라고요. 제가 이상한건지.....

  • lyn1130

    행쇼 저도 처음 알았네요 ㅋㅋㅋㅋ 정말 별걸 다 줄인다는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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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섭 기자

    저도 이 기사를 쓰면서 많은 줄임말을 배웠습니다 ㅋㅋ

  • 저도 언어1등급으로 대학왔지만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창피했던 기억이 좋아했던 남자친구랑 카카오톡을 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녁과 저녘이 헷갈려서... 저녁인가 저녘인가 하다가...저녘먹엇어~ 이랬는데 그친구가 대놓고 말하지는 않고 아 그래 저녁먹었어? 이러는데 머리한대 맞은기분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그때부터 맞춤법 안틀리려고 사전찾아가면서 ㅋㅋㅋㅋㅋㅋ정말 노력많이하고있어요 ㅋㅋㅋㅋ 줄임말도 요즘 말로 멘붕왔던게 행쇼 행쇼 하길래 그게 무슨뜻이냐 물었더니 행복하쇼 라는 뜻이라고해섴ㅋㅋㅋㅋㅋ정말 이젠 별걸 다 줄이는구나 했던 기억이 있네요 ㅋㅋㅋ정말 버카충 처음에 불렸을때 아 그게뭐야~ 했는데 어느새 쓰고있는 저를...ㅋㅋ발견해요.. 정말 언외파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 제가 나이먹으면 못알아들을까봐 걱ㅈ정이네요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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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지섭 기자

    행쇼는 저도 오늘 처음 배우게 되네요.... 참 별걸 다 줄이는 세상이죠? ㅋㅋ 앞으로 20년 30년이 지나면 언어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ㅠㅠ 저희부터 노력하면 조금 더 나아질거에요^^

    이용상 기자

    군대 전역하고부터는 줄임말을 알아듣지 못하면...시대에 뒤쳐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ㅠㅠ

    최지원 기자

    ㅋㅋㅋ아진짜 공감이에요!!! 나이 들어서 맞춤법을 틀리면 너무 부끄럽고 없어보이는? 그런 게 없잖아있어서 저도 조심조심할려고 노력하는데 한국어는 정말 어려운 것같아요ㅠㅠ! 전 왠지와 웬지가 무척이나 헷갈리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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