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어쿠스틱’과 주거니 받거니 대화

사진 방재민/제18기 학생 기자(홍익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 학과)


한 달에 한 번 서울이 아닌 국내의 다양한 지역에 찾아가 그 지역 뮤지션의 음악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흥얼흥얼 팔도어쿠스틱’이다. ‘흥얼흥얼 팔도어쿠스틱(이하 팔도 어쿠스틱)’은 영상을 기반으로 한 문화 웹진 <모자이크>에서 진행하는 하위 프로젝트로 올해 1월 정릉의 호두과자 팀을 시작으로 광주와 대구, 제주, 부산까지 총 10개 팀의 영상을 담아냈다. 깊은 산 속의 약숫물 같은 그들의 영상은 맑고 투명한 리듬 그 자체다.

팔도어쿠스틱의 티저 영상

팔도어쿠스틱과 대면한 건, 일산에 있는 그들의 작업실이다. 약속 시각의 2시간 전,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간편하게 배달 음식이나 시켜먹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웬걸! 훈훈한 청년 4명이 맞이한 작업실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쌀밥과 반찬이 옹기종기 예쁘게 차려져 있었다. 한두 번 말아본 솜씨가 아닌 예쁜 계란말이에서부터 청양고추가 들어가 맵지만 개운한 콩나물 두붓국, 간이 잘 밴 소시지 볶음에 차지고 맛있는 쌀밥까지! 집 밥 내공이 상당한 그들이었다.

럽젠Q : ‘흥얼흥얼 팔도 어쿠스틱’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예찬: 작년 여름 버버리의 아트디렉터가 진행한 ‘버버리 어쿠스틱’을 보게 되었어요. 영국 내의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니며 뮤지션에게 버버리를 입히고 어쿠스틱한 음악을 연주하는 프로젝트였죠. 대부분 로컬 뮤지션이 아닌 유명한 뮤지션이었는데, 그 영상을 보면서 팔도어쿠스틱의 아이디어를 떠올렸죠. 지역 뮤지션은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스폰서 기업은 홍보가 되고, 우리 또한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어요.

럽젠Q : 국내에서 음악을 하려면 대부분 서울이나 홍대로만 올라오잖아요? 이처럼 음악이 한 지역으로만 편중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들었어요. 아예 팔도어쿠스틱을 추진한 행동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예신: 전 어떠한 사안이 스스로 납득이 되어야 실행으로 옮기는 타입이에요. 팔도어쿠스틱은 왜 해야만 하는지 뚜렷한 논리와 취지가 있었고, 그 논리가 제 안에서 충분히 이해가 됐죠. ‘이 일이 옳은 일인가?’ 자문했을 때 ‘그렇다.’라고 대답하면, 그다음엔 바로 실행으로 옮기는 거죠. 또 한 편으론 잘 몰랐기 때문에 행동한 것도 있어요. 음악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프로젝트가 큰 효과가 있을까?’ ‘이미 지역 신이 많이 죽었는데, 얼마나 큰 변화가 있겠느냐’ 등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우린 오히려 잘 몰랐기 때문에 행동할 수 있었죠.


럽젠Q : 거침없이 ‘행동킥’이네요(웃음). 개인적으로 전 팔도 어쿠스틱의 영상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실제로 촬영할 때 촬영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팔도어쿠스틱: 촬영할 때는 일이니까 굉장히 빡빡하게 진행하는 편이에요. 기본적으로 1박 2일을 계획해서 다녀오죠. 이 동안 몇 개의 영상을 다 찍어야 해서 촬영 시 완전히 집중해요. 대구 촬영 땐 1박 2일로 2팀의 영상을 담아내야 해서 더 치열했죠.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기도 해요. 도착하자마자 클럽에서 영상을 담고, 텐트 안에서 <길 위의 밤> 영상을 찍고,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장소를 헌팅한 다음 영상을 찍고∙∙∙ 그렇게 도노반 팀과 건훈 씨 두 팀을 찍었어요. 대구에 있는 동안 건훈 씨와 함께했는데, 그와 있는 내내 참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럽젠Q : 뮤지션과 촬영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이에요?

팔도어쿠스틱: 뮤지션과 영상을 가장 예쁘게 담아내는 것, 뮤지션과 배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배경의 특징과 공간성이 잘 스며들도록 하는 것,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핵심이에요. 우리가 담는 모든 영상은 사전 연출이 하나도 없어요. 장소도 뮤지션에게 추천받아서 당일에 가기 때문에 장소에 도착해 즉흥적으로 구도와 그림을 생각해서 찍어야 하죠. 온 정신을 집중할 수밖에 없어요. 음악이야 뮤지션이 하니, 걱정하지 않고요.

팔도어쿠스틱의 영상 실력은 2010년 대한민국 UCC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력에서 검증된
바 있다. 이 수상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화려하고 기교가 넘치는 영상에 의해서가 아니기 때문
이다. 그들의 영상은 뮤지션 그 자체를 담아낼 뿐 과장하거나 포장하지 않는다. 마치 소금과 들기름만으로 맛을 낸 심심한 나물처럼, 나물 본연의 향만으로 맛을 내는 건강하고 꾸밈없는 그런 맛이다.

Hisumi의 <Dear> 영상

영상 출처 _ 팔도어쿠스틱 홈페이지(http://paldoacoustic.com)

럽젠Q : 정릉에서 부산까지 다양한 뮤지션의 음악을 담아왔는데, 뮤지션 섭외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팔도어쿠스틱: 구글과 같은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요. 검색한 뮤지션의 사이트에서 다른 뮤지션의 포스터나 홍보 글이 있으면 그분도 따로 검색하고∙∙∙ 다양하게 다리를 놓아가며 발굴하고 있어요. 그런데 지역 뮤지션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어서 주인공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아요.

럽젠Q : 방방곡곡을 다니며 다양한 뮤지션과 작업하는 만큼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요?

팔도어쿠스틱: 우리 프로젝트의 첫 주자였던 ‘호두과자’는 작년에 가졌던 연말 모임 ‘동네파티’에서 만났어요. 당시 ‘호두과자’는 모자이크의 회원이었거든요. 거기서 노래를 했는데, 참 좋았어요. 그때 만남이 인연이 되어서 팔도어쿠스틱을 처음 시작할 때 테스트 촬영을 호두과자에게 부탁했어요. 그런데 테스트 촬영임에도 노래도, 영상도 너무나 좋은 거예요. 그래서 아예 첫 번째 뮤지션으로 함께했죠. ‘호두과자’는 지금의 팔도어쿠스틱을 시작할 수 있게 한 소중한 팀이에요.

호두과자의 영상

영상 출처 _ 팔도어쿠스틱 홈페이지(http://paldoacoustic.com)

럽젠Q : <길 위의 밤> 영상 밑에 ‘카메라는 뮤지션의 노래와 연주를 받고, 그들(뮤지션)도 아마 무언가를 받는 모양입니다.’ 라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뮤지션이 팔도어쿠스틱으로부터 받는 ‘무언가’란 무엇일까요?

팔도어쿠스틱: 대부분 첫 만남이 어색하듯 우리도 뮤지션을 처음 만날 때 서먹하고 어색해요. 기본적인 친분이나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니까요. 하지만 일단 촬영을 시작하고 몰입하면, 우리가 진심으로 찍는 걸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덕분에 촬영 후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눈빛도 달라지는 걸 느끼죠. 제주도 촬영 땐 화면에 다른 카메라가 잡히면 안되니까 수풀에 들어가 찍기도 하고, 좀 더 예쁘게 찍고 싶어서 누워서도 찍기도 하고 갖은 투혼을 다해 찍기도

럽젠Q : 하하. 그야말로 ‘수풀투혼’이네요. 촬영 외 운영 면에서 힘들기도 하죠?

예찬: 촬영 전에 경비가 확보되지 않았거나 촬영 후 수지가 안 맞을 때가 물질적으로 힘들죠. 그
외엔 힘든 게 없어요. 전부 다 좋아요. 특히 촬영 땐 전혀 힘들지 않아요. 물리적으로 몸이 피곤할 뿐, 여행가는 마음으로 떠났기 때문에 정신적으론 너무나 행복하죠.

주호: 전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언론 보도를 통해 많은 이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는데, 언론에서는 대중이 관심 없어 하니까 소개하기 힘들다고 하거든요. 반대로 대중은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으니까 모르겠다는 식의 악순환을 생각하면요. 아쉬워요, 많이.

예신: 웹진 <모자이크>도, 팔도어쿠스틱도 마찬가지예요. 결국 많은 사람이 봐줬으면 하죠. 누군가 우리 영상에 대해서 피드백을 하거나 포스팅을 해주거나 할 땐 너무 힘이 나거든요. 그래서 가끔 구글에 ‘팔도어쿠스틱’을 쳐서 검색하는데, 포스팅한 분을 발견하면 친절하게 리플도 남기죠(웃음).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데, 작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시즌 1의 마무리 공연도 기획했고, 공연 포스터는 굳이 4개의 디자인으로 만들어서 한 주에 1장씩 업데이트하면서 공들였죠.


럽젠Q : 남들이 하지 않은 일, 숨겨진 일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보여요.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요?

예찬: 개인적으론 신앙에서 출발해요. 제가 생각하는 신앙의 본질은 예수가 살아온 삶을 그대로 사는 것인데, 그분의 삶의 방식이 남들이 시선을 두지 않는 낮은 곳에 시선을 두고, 그들과 함께했기 때문이죠.

주호: 저는 좀 다른데 저의 반골기질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지난번 ‘마이클 샌델’ 초청 강연이 있었잖아요. 그가 대단한 업적을 가진 훌륭한 강연자인 건 인정하는데, 그 혼자 유명해지는 건 싫어요. 그 외에 다른 훌륭한 생각을 지닌 이들도 많잖아요. 작은 것과 큰 것이 있을 때 제가 작은 것을 선택하는 이유는 큰 것이 작은 것을 가리는 게 싫기 때문인 것 같아요.

럽젠Q : 인석 씨는요?

인석: 저는 잘 모르니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무엇이든지 내가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는 거잖아요. 남들이 보지 않는 곳 또한 제가 들여다봐야 알죠. 그래서 팔도어쿠스틱 또한 더 알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마음이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고요.

럽젠Q : 그렇다면 팔도어쿠스틱 스스로 생각하는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인가요?

예찬: ‘다양성’이 아닐까 싶어요. 팔도어쿠스틱이 지역으로 가는 것은 그 지역에 특정한 가치를 담기 위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은 거거든요. 다양한 존재를 비추는 창문처럼요. 그래서 특정한 가치라기보다는 ‘다양성’이라는 측면이 맞겠네요.

주호: 음, 즉 다양성이란 ‘가치를 포괄하는 가치’인 거죠.

일동: 오오! 역시!

한동안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주호 씨가 한 마디를 내밀자 일동은 모두 감탄사를 내뱉었고 그는 쑥스럽게 웃었다. 이처럼 각자 다양한 이유로 시작한 팔도 어쿠스틱 멤버들은 성격도, 성향도 판이하다. 그런 그들에게 단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만큼 존중하고 배려한 덕에 현재 각 지역을 돌아다니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하는 게 아닐까.

럽젠Q : 시즌 1을 마무리하면서 팔도어쿠스틱에 참여한 팀을 초청해 카페 common에서 공연을 가졌더라고요. 앞으로의 다른 행보가 있나요?

팔도어쿠스틱: 7월엔 원주를 다녀올 예정이고 아직 올리지 않은 인천 영상도 올릴 거예요. 앞으로 다녀올 지역은 그동안 가지 않았던 충청도나 전주 지역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8월엔 제천국제음악영화제(http://www.jimff.org/)에서 팔도어쿠스틱의 이름으로 공연을 진행하기로 했죠. 이번 시즌1 공연에 참석 못한 분은 8월에 제천에서도 즐길 수 있답니다.

럽젠Q : 자, 이제 팔도어쿠스틱의 궁극적인 꿈을 말씀해 보시죠.

예찬: 가시적인 목표는 많은 분이 우리 영상을 봐주시는 거죠. 우리보단 뮤지션을 많이 봐주시고, 그들의 음악을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이 감춰져 있는 다양한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것’, 그게 우리의 본질적인 목표예요. .

예신: 이 일을 계속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에요. 예산 문제도 있고, 우리 내부의 동기부여 측면에서도요. 이런 부분을 건강하게 해결하면서 우리가 해나가는 모든 작업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것, 이 역시 또 하나의 목표죠. 그리고 나중엔 우리와 같은 활동 자체가 필요 없는 그런 날이 와야겠죠.

럽젠Q :그날이 오면 팔도어쿠스틱이 사라져야 할 텐데요?

예신: 그런 날은 안 와요. 아마도 우리가 죽기 전까지 절대로 안 올걸요?


인터뷰를 나누는 동안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얼굴 만면에 환한 미소를 띄
운 그들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앞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들이 만드는 지도는
팔도가 아닌 세계 방방곳곳인 날도 올 것이다. 월드어쿠스틱으로 거듭나는 그들을 기대한다. 빈말이 결코 아니다.

흥얼흥얼 팔도어쿠스틱을 만나려면?

홈페이지를 가거나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맺거나 트위터에 팔로잉을 하세요. 문화 웹진 <모자이크>도 열심히 훑으시고요.
홈페이지 http://paldoacoustic.com
페이스북 http://facebook.com/paldoacoustic
트위터 http://twitter.com/paldoacousti
문화 웹진 <모자이크> http://www.mosaicis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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