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l 즐겁다 vs 즐겁지 않다

PC방에 자리가 없다. 어떤 연인은 이별 통고를 했다고도 한다. 드디어 그분, ‘디아블로 3’이 강림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 보면, 참 슬픈 세상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디아블로 1>이 출시된 것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인 지난 97년이었다. 현재 <디아블로 3>가 발매되기까지 무려 15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지만, 여전히 열광의 강도는 동일하다. 97년 당시 마우스는커녕 모니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93년생 친구들은 올해 스무 살이 되었고, 이들은 현재 <디아블로 3>의 주요 고객층이다. <디아블로 1>이 출시될 당시 이들은 고작 4세였다.
최근 인터넷 상에는 ‘수능 3대 브레이커’라는 신조어가 떠돌고 있다. <유로 2012>와 <런던 올림픽>과 더불어 <디아블로 3>는 ‘타임 워프’라는 명칭으로, 재수생 혹은 고시생의 공부 방해꾼으로 당당히 리스트 업 되었다. ‘팀플’과 ‘알바’의 노예로 사는 대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많은 시간을 함께 한 <디아블로 2>의 향수가 이들을 모니터 앞으로 불러 모으는 주된 이유다. 직장인들은 어떠한가. 모두 기존의 RPG(Roll Playing Game)에 목말라 하던 시절, 젊은 그들의 목을 축여준 <디아블로 1>의 카타르시스가 힘든 격무 후에 지친 그들을 ‘악마 잡기’에 열중하게 했다. 도대체 <디아블로>가 뭐길래, 이토록 많은 이들의 애간장을 녹인단 말인가?

왜 사람들은 디아블로에 열광하는가?

<디아블로> 최대의 매력 포인트는 간편한 조작법과 타격감에서 오는 쾌감이다. 기존의 RPG 게임이나 콘솔용 게임이 가진 복잡한 조작법과 현실감 없는 타격감과는 달리 <디아블로>는 유저의 생각대로 캐릭터의 행동이 즉각 모니터 상에 나타난다. 여기에는 <디아블로> 특유의 ‘피 튀기는’ 현실감과 각기 다른 매력의 캐릭터가 행하는 화려한 ‘스킬’이 한 몫을 담당한다. 실제로 우린 <디아블로>를 하면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증언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유저의 일상에서 다양한 형태로 다가오는 스트레스의 요인을, 게임 속 ‘악마’들에 감정이입한 결과다.

<디아블로>의 매력으로는 ‘아이템’도 빠질 수가 없다. 캐릭터의 성능과 능력을 결정하는 아이템을 수집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장신구와 무기들은 다양한 형태와 효과가 있으며, 이들의 ‘광채’는 <디아블로>를 매일 접속하는 이유 중 하나다. 만약 어떤 유저가 희귀한 아이템을 획득했다면 일상에선 하나의 이슈로, 웹상에선 다른 유저의 부러움으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며, 이는 게임에 더욱 몰두하는 요소가 된다. 또한, 유저 간의 아이템 거래를 권장하는 ‘경매장 시스템’을 통해 실제 물물교환 같은 현실감을 느낄 수가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은 아이템 수집에 빠져들 수밖에 없고, 더 많은 시간을 <디아블로>에 투자하게 된다.
<디아블로>의 마지막 매력 포인트로는 웅장한 배경과 게임의 분위기를 살리는 특유의 음악과 효과음이 꼽힌다. <디아블로>는 천사와의 싸움에서 패배한 후 지상으로 내려온 악마인 ‘디아블로’와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내용인데, 각 내용이 시리즈를 통틀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배경과 규모가 상당히 크고, 세계 역시 방대하다. 유저들은 게임을 하면서 악마를 처단하는 동시에 게임이 가진 신화적이고도 방대한 <디아블로>만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음악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디아블로 3>의 경우 총 24곡의 음원이 OST에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단순히 게임 음악으로 치부하기엔 아까울 정도로 음악적 깊이를 자랑한다. 선과 악의 오랜 분쟁을 음악적 메타포로, 때론 웅장하고 때론 음침하게 게임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
이처럼 한 게임 안에 있는 다양한 매력 포인트가 <디아블로>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임유저에게는 <디아블로>가 다채로운 옵션을 가진 ‘게임’ 이상의 무엇인 것이다.

낭만이라고만 보기엔, 참 쓴맛


하지만, 이런 <디아블로> 열풍에 회의적인 시선 역시 만만찮다. 여타 게임과 마찬가지로, <디아블로> 역시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하는 ‘게임 폐인’을 양성하고 있고, 이는 여러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회의론자의 주 시선이다. <디아블로>의 케이스는 아니었지만, 최근 게임에 빠져 자신의 아기를 아사상태로 만든 철없는 젊은 부부나 오랜 시간 게임에 열중하여 PC방에서 유명을 달리한 젊은 학생의 사례가 이들의 논지를 더욱 강화한다. 더구나 <디아블로>는 19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는, 폭력성이나 가학성이 높은 게임이기 때문에 내적인 절제가 성인보다 떨어지는 청소년들이 이를 접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PC방에는 대학생이라고는 보기 힘든 어린 학생들이 대거 <디아블로>에 열중하고 있지 않은가.
대학생에게도 <디아블로>가 단순히 ‘스트레스 해소용’ 게임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중독성이 강한 게임이고, 게임방이 아니면 높은 사양을 즐길 수 없기 때문에 많은 대학생이 PC방을 이용한다. 한 번 하면 5~6시간을 잡아먹는 게임의 특성상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비용이 캐릭터를 위해 희생된다. 게다가 장시간 컴퓨터 이용으로 인한 시력과 학업 능률 저하 역시 우려되는 사항이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디아블로 3>로 인해 기말시험을 버린다는 대학생의 우스갯소리가 심심찮게 보인다. 마냥 웃어 넘기기에는 씁쓸한 현실이다.
교단에 강사 혹은 연사로 서는 386세대는 우리 세대에게 주 레퍼토리로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너희는 낭만이 없어. 개인주의적 성향만 강하고, 키보드만 두드릴 줄만 알았지.” 물론 이는 억울한 면도 있다. 고스펙, 고학점, 고성능 멀티태스킹 능력을 갖춘 선택된 인재만 취업이 되는 지금, 그들이 낭만을 누리고 사건을 만들고도 쉽사리 사회의 요직에 진출할 수 있던 시대와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고충을 제대로 풀기 힘든 요즘 대학생에게는 <디아블로>라는 게임 역시 우리 세대의 낭만이라면 낭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서글픈 현실임은 틀림없다. 대학가와 학원가를 뒤흔드는 ‘디아블로 열풍’이 마냥 즐겁게 바라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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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겁지 않은거 같아요.. 저는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 kkpa1055

    @은진이님, 스포츠에 빠져 사는 사람이 있듯이, 게임에 빠져 사는 사람도 있다는 면에서는
    다양성도 어느정도 존중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말씀대로 정도껏 해야 즐거운 것 같아요^^
    디아블로도 정도껏 하면 정말 즐거운데...
    워낙 정도껏 할 수 없을 만큼 잘 만들어놔서...
    ㅋㅋㅋ
  • 즐겁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여자라서 그런건진 몰라도 ㅠㅠ 게임중독 정말 무서운건데..
    게임이 즐겁지 않다기보다..인생이 좀 불쌍한것 같아요 ㅠㅠ
    뭐 자신이 디아블로 를 함으로써 행복하면 된거지만..
    ㅠㅠㅠㅠ
    모든건 정도껏 해야 즐거운것 같아요 ㅋㅋㅋㅋ
    제목이 흥미로워서 들어와서 정독 하고 가용 ㅋㅋㅋㅋㅋㅋ
    이번 고3들ㅋㅋㅋㅋㅋ유로2012랑 런던올림픽은...정말 공감이욬ㅋㅋㅋㅋㅋㅋㅋ어떡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진짜 ㅋㅋㅋㅋ저는 게임보다는 스포츠에 미쳐사는 사람이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보고 빵 터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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