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작가 l 다짜고짜 그와의 대화

작가는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볼까? ‘호기심 반, 동경 반’ 이것이 강의가 시작할 무렵 머리와 가슴을 꽉 채웠던 문구다. 우리가 상상도 못할 만큼 다른 시각으로 글을 쓰는 걸까? 글쓰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명문장이 술술 나오는 걸까?

강의명 김연수 작가와의 대화 <쓰기가 이끄는 작가의 삶>
강사명 작가 김연수
강의 일시 2012년 5월 11일 금요일 오후 7시
강의 장소 이화여자대학교 포스코관
주최 이화여자대학교 생활 도서관
주목하자, 이화여자대학교 생활 도서관
1994년 총학생회에 의해 만들어진 자치 단체다. 대학의 학원화 풍토를 지향하고 순수하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도서관을 되돌리고자 생겨났다. 더는 대학생이 지식노동자가 될 수 없다는 굳건한 의지다. ‘열람 시간 학습 전면 금지’라는 모토를 토대로 활동 중이다.


작가 김연수는 ‘그의 삶은 동사가 이끄는 것’이라면서 강의의 시작을 알렸다. 작가의 일은 보통 총 3가지 단계, 즉 쓰기write와 교정하기review, 그리고 생각하기think로 이뤄져 있다고 알려진다. 이는 끊임없이 순환한다. 여기서 그가 강조한 것은 ‘명사’가 아닌 ‘동사’다.

명사로는 변화를 만들 수 없어요. 동사가 있어야 행동의 변화가 생기죠.

첫 번째 단계는 ‘쓰기’다. 일단, 써야 한다. 결과물이 무엇이 나오든, 쓰는 행위가 있어야 초고가 나오게 된다. 여기에 의미가 있다. 그는 대단치 않은 것이라도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본인 또한 초고를 보았을 때,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초고를 바탕으로 두 번째로 ‘교정’이란 작업을 거친다. 자신이 쓴 글을 읽고, 의도대로 쓸 수 있도록 고쳐 나간다.

마지막 단계는 바로 ‘생각하기’다. 스스로 처음에 구상하고 생각했던 부분이 잘 구현되었는지를 보는 작업이다.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쓰는 작업을 한다. 그는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하며 소설을 써나간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이렇게 순환한다는 건 곧 실패를 계속한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작가의 삶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중요한 것은 굉장히 안 좋은 글과 문장에서 출발한다는 점이에요. 어떤 작가도 처음부터 끝까지 멋진 문장으로 이뤄진 좋은 글을 쓰지 못해요. 쓰기에서 시작하는 거죠.

흔히 우리는 이렇게 알고 있다. 어떤 소설을 쓰기 위해 충분히 생각하고 구상해야 작품성 있는 소설이 나온다고. 이에 대해 김연수 작가는 단호히 아니라고 했다. 혼자 생각만 하는 것으로 그 어떠한 것도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한 만큼 글이 나오지 않으면 교정 단계에서 포기하기 쉽다고. 일단 해봐야 결과물이 나오고 계속 비교해가면서 더 나은 결과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행동이 시작인 거예요. 그것이 저 같은 작가에게는 글쓰기가 되겠지만, 여러분에게는 여러분이 할 수 있는 다른 모든 일이 해당되겠죠.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 생각만 하면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요. 일단 행동하고, 도전하세요.

Q&A 종합 세트

그리고 이어졌다. 두서없는 질문 퍼레이드.

럽젠Q 작품에 유난히 외로움에 관한 내용이 많아요. 특별히 그런 주제로 이야기를 쓰는 이유가 있나요?

그건 제가 생각하는 ‘문학이란 무엇인가’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전 사실 행복한 사람을 잘 안 써요. 굳이 행복한 사람을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행복한 사람을 봤을 때, 질문이 떠오르지 않거든요. 아직 제가 글을 쓰게 하는 힘은, 어떤 호기심과 질문이에요. 예를 들어, 당장 죽는 게 더 행복할 만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살고자 하는 이유나 원동력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죠. 외로움도 마찬가지예요. 외로운데도 계속 사랑을 원하고, 뭔가를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행복해지기 위해서일까? 이런 질문이 나오기 때문에 계속 쓰게 돼요.


럽젠Q 작품에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이해할 수 없다고 했어요. 김연수 작가의 삶에선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나요?

제 아내와 제 상황을 보죠. 우린 ‘만들어진’ 가족이죠. 20년 정도 다르게 살다가, 갑자기 합쳐진 거니까요. 서로 싸움도 많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사실 만들어진 가족이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다르다’고 말한 이후부터 이해가 생겼죠. 이해가 안될 수 있다고 한 순간부터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요. 사실 우리는 부모님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어요. 하물며 연인, 친구 등을 어떻게 이해하겠어요? 문제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시작하죠.

럽젠Q 긍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데요?

저는 정말 비관적이에요. 제가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대신 전 저를 타인에게 투사하죠. ‘역지사지’는 타인의 입장이 된다는 건데, 반대로 전 타인이 내 입장이 되어 본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잘못했는데 제게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되나요? 쉽지 않죠. 그래서 그 사람을 내 입장에 놓고 생각해요. 나라면 아마 몰라서 그렇게 했을 거예요. 실수였을 거로 생각하죠. 그래서 그 사람의 본 의도와 상관없이 그냥 그렇게 받아들여요.

럽젠Q혹시 훔치고 싶은 동료 작가의 작품이 있나요?

<그리스인 조르바>, <한밤의 아이들>, <백년 동안의 고독>, 그리고 <양철북> 입니다.

럽젠Q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과 등장인물은요?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 있는 ‘설산’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다시는 그런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밤을 노래한다>의 ‘김혜연’이 가장 애착이 갑니다. 그 사람은 거의 저와 비슷하기 때문이에요.

소설가 김연수의 깔끔한 신상 정보

본명은 김영수. 경상북도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3학년인 1993년에 시인으로 등단하였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서의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 단편소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2009년 이상문학상 등 작가로서는 이름 꽤 날렸다. 대표작으로는 <사랑이라니 선영아>, <7번 국도 Revisited>, <세계의 끝 여자친구>,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그리고 최근 발표한 <원더보이> 등이 있다. 지금까지 장편 소설 7편, 산문집 4권, 단편 소설집 4권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손꼽힌다.

그의 글을 더 친근하게 접하려면, 블로그(http://yeonsukim.tumblr.com/)을 방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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