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위로 받는 음식, 당신은? 2

가끔 백 마디 위로의 말보다 작은 요리 한 접시가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이 파스텔톤 봄, 눈물 쏙 빠지게 매운 날을 보낸 당신에게 위로가 되어 줄 10가지 음식. 아무쪼록, .bon appétit!
심야 식당을 위협할 럽젠 식당이 활짝 문을 열었습니다.

또 다른 음식에 위로받으러 가기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옛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녀와의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어느 순간부터 대화의 주제는 학교 선배, 교회 오빠, 소개팅 ‘훈남’과의 ‘연애’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그와의 일화를 늘어놓으며 정신없이 떠들기 시작했다. 그 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고개를 끄덕이는 일뿐. 여대를 다니는 내게 잔디밭 연애는 허무맹랑한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이다.(물론 연애를 못 하는 것이 여대를 다니기 때문만은 아니란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이런 날은 왠지 초라해지는 기분이다. 이대로는 집에 들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내 뇌리를 스치는 것은 잘생긴 아이돌도 아니고,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도 아니다. 그건 바로 다름 아닌, 달콤하고 따끈한 달걀 토스트! 이윽고 나는 역 앞에 있는 빵 가게에 들러 식빵 한 봉지를 사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역시 난 단맛만큼 뒷맛이 씁쓸한 연애보다는, 영원히 달콤하고 따끈한 달걀 토스트 체질이다!

내 영혼의 레시피

1. 두 개의 달걀에 설탕을 푼다
2. 휘휘 젓는다. 젓는 방법? 방향? 그런 거 필요 없다. 그냥 휘~휘~
3. 식빵에 설탕 달걀 물을 양면으로 묻힌다. 너무 오래 푹 담지는 말 것. 스피드가 생명이다
4.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뿌리고 보통 불에서 굽는다. 역시 스피드가 중요하다. 너무 오래 두면 탈 수 있으니 주의 요망
5. 구워내면 완성! 먹는 일만 남았다. 우유와는 천상궁합이다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병장이자 복학생이다. 군 전역 후 1학년 때의 한심했던 성적을 보며 결심했다. 남은 대학생활 동안 여자는 멀리하고 공부에만 매진하겠다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신입생을 낚는 복학생, 소위 말하는 ‘도둑놈’이 되어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났다. 아, 아리따운 11학번 그녀와의 연애라니! 대학의 낭만을 꿈꾸며 입학한 그녀는 나와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런 여자친구를 충분히 이해했지만, 군대에서 총만 잡다 나온 난 펜을 잡고 싶었다. 밥 먹거나 잠자는 일보다 공부가 더 좋았다. 이런 이유로 점점 달콤한 여자친구와 매콤하게 싸우는 일이 잦아졌고, 우린 그때마다 우리만의 방법으로 떡볶이를 만들어 먹으며 화해했다. 매콤한 떡볶이와 달콤한 고구마의 조화는 그 맛까지도 우리를 닮았다!

내 영혼의 레시피

1. 양배추와 떡, 어묵, 고구마를 준비한다(당시 냉장고에 있던 비엔나소시지를 첨가함)
2. 고구마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간단히 삶고 볶는다
3. 물에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을 풀어 양념한 후 각종 재료를 넣는다
4. 15분가량 조리한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이별의 순간을 가장 많이 마주치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 아마도 대학생 시절이 아닐까. 입대하는 친구, 유학을 떠나는 친구, 그리고 이성 친구. 나도 여느 대학생처럼 많은 이별을 겪었다. 생각해보면 이별의 순간마다 나는 라면을 먹었다. 아직도 왜 그때마다 라면이 떠오르는지 모르겠지만, 그 시작은 기억난다. 작년 12월, 갑작스럽게 외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얼마 전까지도 외손자에게 맛있는 밥 한 끼라도 사 먹으라며 억지로 용돈을 쥐여주시던 그 할머니가 아무런 말씀도 없이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 그 소식을 듣고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장례식장으로 달려갔고 그렇게 사흘을 눈물 대신 강한 모습으로 할머니를 보내드렸다. 장례 후,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스레인지의 불을 켜고 라면을 끓였다. 그것도 엄청나게 매운 라면을. 식욕은 전혀 없었지만, 마지막 국물까지 순식간에 해치웠다. 매워서 흘리는 눈물에 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까지 흘려보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영혼의 레시피

1. 냄비에 물과 스프를 넣고 끓인다
2. 물이 보글보글 끓을 때 면을 넣고 뚜껑을 덮는다
3. ‘꼬들거리는’ 면을 위해 중간마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가 반복한다
4. 냄새가 냄비 밖으로 솔솔 풍겨올 때 뚜껑을 열고 달걀을 투척!
5. 청양고추와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눈물과 함께 먹는다


전날 분수도 모르고 술을 들이마시고 쓰러져 잔 덕에, 어느새 해는 중천에 떠 있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남아있는 식재료는 달랑 달걀 2개와 야채 칸에서 뒹굴고 있는 양송이버섯 3개 정도. 양송이버섯은 씻어서 기름 없는 팬에 구워서 먹고, 달걀은 프라이를 해먹어야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실행에 옮기려는 찰나, 찬장을 열어보니 식용유가 없다! 나에게 오직 남은 기름은 참기름뿐. 당황한 나머지 요리 순서를 잊은 채 참기름부터 팬에 두르는 만행을 저질렀고, 참기름으로 달걀 프라이를 만들려고 모험하게 되었다. 결과는 당연히 실패. 프라이가 안되면 으깨서 익혀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마구 으깨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크램블 에그라는 것이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완성된 음식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맛도 있고, 일단 모양이 예뻤다. 예술은 우연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 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 후로 난 술 먹은 다음 날, 실수한 다음 날, 아무튼 무언가 안 좋은 일 있는 날이면, 이 녀석을 찾는다.

내 영혼의 레시피

1. 양송이는 씻어서 탈탈 털어주고, 달걀은 씻지 않아도 된다
2. 양송이는 세로로 살짝 썬다. 물기를 충분히 빼야 한다. 안 그러면 볶을 때 기름이 팍팍 튄다
3. 양송이버섯을 참기름으로 볶는다. 굳이 참기름으로 안 볶아도 되는데 고소한 향을 좋아하면 추천
4. 적당히 양송이버섯이 볶아졌다 싶으면, 달걀을 넣는다
5. 달걀이 익었을 때, 마구마구 볶아주면 끝!


대학입학 이후로 내가 밥 먹듯이 하는 것, 바로 밤샘이다. 이젠 밤샘이 익숙할 때도 되었건만 마의 새벽 1시는 언제나 힘들다. “아! 안돼! 뭐라도 먹고 정신 차려야지.” 이렇게 오늘도 부엌으로 간다. ‘간단히 먹으면서 든든한 뭐 그런 거 없을까?’라며 탐색하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식탁 위의 바나나. 갑자기 평소 잘 사 먹던 딸기 바나나 스무디가 생각났고, 그렇게 무작정 믹서에 얼음과 바나나 우유를 넣었다. 하지만 딸기가 없다. 없으면 없는 대로 그냥 먹어도 되는데, 왜 꼭 무언가를 더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믹서 옆에 있던 핫초코 가루에 손이 갔다. ‘그래, 단 걸 먹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피로도 풀릴 거야.’ 합리화는 시작됐다. 그런데 초코, 바나나, 그리고 우유의 믹스? 너무 느끼할 것 같았다. 뭔가 상큼함을 위해 요구르트를 믹서에 부어버렸다. 이런 말도 안되는 만행이라니••• 오, 그런데 의외로 괜찮다! 적당한 포만감의 바나나, 달콤한 초코, 상큼한 요구르트의 조화에 기분이 한층 업! 게다가 시원하기까지 하니 졸음도 막아주는 똑똑한 음료다. 오늘도 과제와 함께 밤샘하는 새벽이 괴로운 그대에게 상큼한 초코 바나나 스무디 한 잔을 추천한다.

내 영혼의 레시피

1. 믹서에 얼음과 바나나 한 개를 넣는다(얼음을 넣는 대신 얼린 바나나를 넣어도 좋다)
2. 시중에 판매하는 핫초코 가루를 두 스푼 정도 넣는다
3. 바나나가 갈아질 수 있을 만큼 적당량의 우유를 넣는다
4. 상큼함을 더할 수 있도록 요구르트를 넣는다
5. 마지막으로 갈아주면 상큼한 초코 바나나 스무디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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