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난 늪에 빠진 대학생의 말.말.말
- [기획1] 집도 절도 없는 대학생의 지금 – 위험 수위에 다다른 대학생 주거난 실태
- [기획 2] 주거난 늪에 빠진 대학생의 말.말.말 – 여기서라도 투정 한 번 할게요
- [기획 3-1] 구하자, 내 몸 붙일 보금자리 프로젝트1 – 국가/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열혈 대안
- [기획 3-2] 구하자, 내 몸 붙일 보금자리 프로젝트2 – 대학/대학생 차원의 고군분투 대안 – coming soon
지금은 바야흐로 대학생 주거난 시대. 하나 처한 상황에 따라 그 고충도 가지각색이다.
김 군이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기숙사 자격에서 탈락, 하숙집에 사는 경우 by 이용상 기자
Who? 김순호(서강대학교 경영학 전공 09학번)
김순호(이하 김) 입대 전, 성적이 좋지 않아요.(웃음) 1학년 때 신나게 논 덕분에, 안 들어간 게 아니라 못 들어갔다는 게 더 맞는 말이겠죠. 곤자가 기숙사(서강대학교 민자기숙사)는 학점이 4.3 만점에 최소한 3.5점 이상은 맞아야 들어갈 수 있을 걸요? 4.5 만점으로 따지자면 최소 3.8점 이상 맞아야 하는 거죠.
김 하숙은 2백88만원, 민자기숙사는 2백70만원이에요. 구 기숙사는 1백20만원 정도이고요.
김 민자기숙사요. 구 기숙사는 1학년 때 살아봤는데, 시설이 마음에 안 들어요. 하숙과 민자기숙사는 비슷한 가격이지만, 시설이 완전 다르죠. 제 방 와보면 왜 이러는지 이해하실 걸요?
김순호 씨는 열악한 환경이 ‘열공’하게 하는 촉매제가 될 지경이라고 한다. 그는 기숙사가 더 늘어나길 바라기보다 자신에게 채찍을 가해 기숙사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아, 열심히 공부하는 것만이 주거난의 능사일까?
자취방 살이, 괜찮긴 하지만요•••.
기숙사 자격에서 탈락, 자취하는 경우 by 손지윤 기자
Who? 김다정(홍익대학교 디지털미디어 디자인 전공 09학번)
김다정(이하 김) 기숙사 탈락이 가장 큰 이유가 됐어요. 그런데 자취가 좋을 때도 있어요. 혼자 생활하는 게 편하기도 하고, 자유로운 걸 좋아해서 이전부터 제 공간을 갖고 싶기도 했거든요. 집은 아는 선배가 알려준 학교사이트를 통해 구했어요. 홈페이지에 방 사진이나 가격 등이 자세히 적혀 있어서 원하는 방을 쉽게 구할 수 있었죠. 제가 신입생이었다면, 선배도 없어서 집을 구하는 게 조금 어려웠을 것 같아요.
김 보증금 20만원에 연세 2백70만원이에요. 저는 좀 싼 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자취하면 이외에 큰돈이 나가는 편이에요. 학교 근처에 수요가 많다 보니, 점점 땅값이 올라가고 있거든요. 학교와 가까울수록 그리고 세탁기와 TV, 냉장고 등 옵션이 더해지면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뛰죠.
김 생활은 윤택한 편이에요. 특히 저 같은 미대생은 더 편하기도 하죠. 항상 새벽에도 과제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에게 불편을 주거나 제가 불편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기숙사는 공동생활인 탓에 규제가 많아 불편한 것 같기도 해요.
김 제가 1학년 때 살던 곳은 좀 무서웠어요. 제 방 이전 주인의 남자친구가 술 마시고 가끔 찾아왔거든요. 문을 두드리며 열어달라고 왔는데 엄청 무서웠어요. 게다가 대학가 주변이라 번화가이다 보니, 특히 개강총회나 종강 총회 시즌은 매우 시끄러웠어요. 지금은 다 자취방만 몰려있는 곳이라서 다행이에요.
김다정 씨가 늦은 시각에도 뚝딱거리는 일은 남에게 민폐를 끼치기 일쑤다. 자취하면 룸메이트가 없어 편한 장점이 있는 것. 다만, 오밤중 집 대문 앞에서 들려오는 낯선 이의 발걸음 소리는 그녀를 공포로 몰아넣는 게 사실이다.
4시간의 통학을 감당할 수밖에 없었어요
원거리 통학하는 경우 by 김소윤 기자
Who? J(단국대학교 국문학 전공)
J 넉넉히 잡아 2시간 정도 걸려요. 왕복으론 4시간이고요. 집은 서울 동작구고, 학교는 용인이라 통학시간이 좀 길죠. 예전엔 2시간 정도 걸렸는데, 신분당선이 생긴 이후로 약 1시간 40분으로 20분 정도 줄긴 했어요.
J 저는 지하철과 버스를 둘 다 이용해요.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을 땐 가장 불편하죠. 버스는 광역버스를 이용하는데, 일반버스보다 이 버스의 배차 간격이 매우 길어요. 고작 1대를 놓쳤을 뿐인데, 지각을 걱정해요. 무엇보다 왕복 4시간이 걸리니, 하루가 짧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 앞에서 친구들과 더 놀고 싶은데, 집에 금방 들어가야 해서 매번 아쉽기도 하고요.
J 아무래도 금전적인 문제죠. 기숙사를 들어갔으면 편하긴 했을 거예요. 그러나 기숙사 비용이 만만치 않고, 월세도 집값과 생활비에 꽤 많은 돈이 들어가니까요. 사실 한동안 집을 구하려고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가려니, 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죠. 뭐 물론 로또에 당첨되거나 누군가 제게 기부한다면 당장 이사를 할 맘은 있습니다.
J 이번에 기숙사 신청을 못했으니까 한동안 집을 구하려고 돌아다녔어요. 혼자 살면 위험할 수도
있고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문제여서 하숙이 여러모로 편하다는 생각으로요. 그런데 정말 없더라고요. 특히 우리 학교 앞은 하숙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요. 대부분 끼니를 포함해 한 달에 50만원 이상이죠. 어떤 곳은 보증금을 2백만원 정도 요구하니, 사실 부담스러웠어요. 보증금 없이 완불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담스러운 액수도 많더라고요. 게다가 대부분 1년 계약인데, 방학 때는 본집에서 생활하는 기간이 많잖아요? 1년이나 6개월 계약은 좀 너무한 것 같아요.
J 하숙을 구하면서 정보가 너무 없다는 걸 느꼈어요. 뉴질랜드는 주간 잡지를 통해서 주로 집을 구해요. 이를 ‘플랫’이라고 하죠. 주거에는 여러 형태가 있는데, 잡지를 보면 간단하게 집 주소와 플랫 형태, 가격, 전기세나 물세 포함 여부 등이 적혀있어요. 사람들은 거기서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연락하고 집을 얻죠.
J 씨는 네덜란드에 살면서 거의 3주간 플랫을 구하러 다닌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잡지에서 ‘방 있음, 같이 살 룸메 구함.’이라 적힌 문구를 보면, ‘혹시 여기 위험한 곳 아닌가?’라고 의심할 수 있는데, 그곳은 안전하다는 믿음이 사회 전반에 깔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람 간의 신뢰도도 높은 네덜란드의 주거 풍토, 우리나라에도 그런 날은 찾아올까?